# 125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25
56. 힐러 추가(2)
“제길, 파병 지원을 하는 게 아니었어!”
미군 소속인 로빈 대위는 현재 수행자 연맹이란 잘 모르는 단체의 이름을 달고 비밀리에 이라크로 파병을 나온 상태다.
그는 전자 장비가 통하지 않는 특수 지형을 감시 및 방위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다짜고짜 IS가 쳐들어온다는 보고와 함께 시작된 대대적인 공세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현재 주둔 부대의 인원은 100명 정도.
하지만 적의 수는 족히 1만은 될 것 같았다.
워낙 파견 조건이 파격적이어서 ‘매우 위험’이란 경고가 붙어 있음에도 지원을 했지만, 파견 오고 단 이틀 만에 이런 미친 상황에 놓일 줄 알았으면 결코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아무리 위험지역 파견이라 해도 미군의 생존확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필사였다.
-BD팀, 모술 공항에서 전투기가 출발했다. 약 10분 후면 해당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니 최대한 시간을 끌도록.
“뭐!?”
그리고 지원을 약속했던 본부에서 10분이나 버티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에 욕이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 10분이면 자신들은 모두 정리를 당하고 적들이 승리의 담배를 한 대를 피우며 기념 촬영을 해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보고 죽으란 소리야? 왜 전투기가 이제야 출발하는데!”
-테러리스트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간 요격을 하지 않았다면 10배는 많은 병력이 그곳으로 향했겠지. 무장을 재충전하기 위해 잠시 회항했었다.
“씨발! 무슨 방법 없어? 이대로라면 전투기가 도착했을 때 우린 목이 따이고 난 다음일 거라고!”
-애석하지만 방법이 없다.
“지대지 미사일이라도 발사하던가!”
-사용 가능한 지대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완전히 사형선고가 아닌가.
로빈 대위는 화를 못 참고 통신 단말을 주먹으로 쳐버렸다.
그의 손에선 피가 흐르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통신기는 야속한 말만 쏟아냈다.
-도저히 가망이 없다 싶으면 플랜C에 따라 행동하도록.
플랜C란 소리에 로빈대위의 시선이 참호 한구석에 놓인 가방으로 향했다.
그 안에는 튼튼한 금속으로 밀봉이 된 통이 들어 있다.
로빈 대위는 그것의 사용법과 용도를 잘 알고 있었는데, 이 땅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저 새끼들도 왜 이렇게 극성맞게 행동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지.’
듣기로 이슬람의 무장단체에서 이 장소를 성역으로 선언했다는데, 확실히 전자 장비가 먹통이 되는 장소가 신기하긴 하지만, 납득이 가진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스미스 일병!”
“네!”
“이걸 가지고 중심으로 이동해. 그리고 이 위치에서 조명탄 두 발 발사되면 내용물을 개봉하도록.”
“아, 알겠습니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통신이 불가능했다.
현재 이들이 지키고 있는 ‘이상 지형’은 그리스의 옛 신전을 연상시키는 유적.
신전이 있는 중심까지의 거리만 해도 족히 1.5㎞에 달하기에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마 스미스 일병이 중심으로 이동하는 동안 로빈 대위와 잔존 부대가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컸다.
때문에 남아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스미스 일병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함께 군생활을 보내온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콰아아앙!
날아드는 총탄의 수가 더욱 많아지고, 진지 근처로 적지 않은 수류탄과 유탄이 날아들었다.
“빨리 가!”
“네!”
결국, 스미스 일병은 죽음이 명확해진 동료들을 두고 이동했다.
-핑!
“컥!”
로빈 대위는 저격수에 의해 기관총수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을 보며 이를 악물고 기관총을 직접 잡았다.
“중대장님!”
“한 명이라도 더 죽여. 혹시 알아? 버티다 보면 전투기가 제때 도착할지!”
눈을 감았다 뜨면 부하들이 한 명씩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소규모 부대에 발목을 잡힐 생각이 없다는 듯 꾸역꾸역 밀고 오는 IS병사들로 인해 눈을 한번 깜빡일 때마다 부하들이 계속 죽어 나갔다.
-핑!
“큭!”
기세 좋게 기관총을 사용하던 로빈 대위의 어깨에 눈먼 총알이 박히면서 바닥을 뒹굴고 부하들은 악에 받쳐 로빈 대위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적을 사살했다.
하지만 그때.
-BD팀! 기뻐해라 구원자가 도착했다!
본부로부터 예상치 못한 통신이 날아들었다.
총에 맞은 어깨를 감싼 채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로빈 대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중대장님! 저길!”
살아남은 대원 중 유일한 여성 대원이 하늘을 가리키고, 모두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사람이 날고 있어?”
그곳엔 검은색 가죽 코트를 길게 늘어뜨린 남성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유유히 하늘을 날고 있었다.
덕분에 참호를 향해 날아드는 총탄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대신 줄어든 탄환은 그대로 하늘을 나는 남성에게 날아들었는데, 그는 피하지도 않고 적의 위치를 파악하듯 주변을 살폈다.
-티티티팅!
그리고 많은 탄환들은 그에게 닿지 못하고 투명한 막에 가로막혔다.
“뭐야, 저게?”
아마 이 순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너무도 비현실적인 풍경에 벙찐 표정을 지어야 했다.
하늘을 나는 사람이 손을 휘젓자, 발아래 블랙홀 같은 느낌의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이어서 그가 움직이자 검은 구멍에서 범용폭탄들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콰콰쾅!
지천이 흔들리고, 엄청난 소음과 충격파 로빈 대위의 전신을 두드렸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진 IS진영.
반면 당혹스럽긴 해도 로빈 대위의 부대는 안도했다.
저 정체 모를 것에 전투기까지 합세한다면 미약하게나마 생존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방심하지 마십시오.”
“……!”
그렇게 하늘만 올려보던 로빈 대위의 등 뒤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부터 거기 있던 걸까?
3명의 특이한 복장을 갖춘 남녀가 로빈 대위의 뒤에 서 있었다.
-티티티팅!
동시에 코앞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총격.
하지만 하늘을 나는 남성처럼 로빈 대위의 앞에 푸른빛의 방어막이 생겨났다.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현상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고, 황당하게 검과 방패를 쥔 새하얀 갑옷 차림의 여성이 로빈 대위 머리 위의 방어막을 딛고 섰다.
“알라후 아크바르!”
사방에서 인디언처럼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IS 병사들.
쪽수가 워낙 많다 보니, 폭격으로 적군을 날리더라도 이 모양이었다.
“저기요!”
로빈 대위는 총기 앞에 검을 뽑아 든 여성을 향해 황당함을 담아 외쳤다.
-촤아악!
“끄악!”
그러나 그의 외침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는데, 그녀가 검을 휘두른 순간 푸른빛이 채찍처럼 주변을 휩쓸더니, IS 병사 수십 명을 동강 내버린 것이다.
“미친.”
꿈이라도 꾸는 걸까?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들은 지금 무엇을 목격하고 있는 거지?
뭐, 애초에 이 땅 자체가 비현실적인 장소지만, 이들의 모습은 영화 속 슈퍼히어로 그 자체였다.
다만 미국인으로서 아쉬운 점은 이들 모두가 동양인이란 걸까?
하지만 뭐 어떠랴, 이들은 생명의 은인이었는데.
잠시 후, 전투기가 합류하고 대대적인 폭격이 이어지면서 IS의 공격부대는 일시적으로 후퇴했다.
***
-수행자 연맹에서 위험지역 방위를 위해 미군과 NATO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번에 무장세력에게 향해진 대대적인 폭격에 대해 미군과 NATO측이 내뱉은 변명이었다.
더불어 테러리스트의 일망타진을 위해 ‘연합군’을 창설하여 이전까지와 비교되지 않는 수준의 군사력을 투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까지 했다.
전쟁터가 된 이라크와 예멘, 아프가니스탄 정부 입장에선 황당할 것이다.
느닷없이 수행자 연맹에서 패러사이트를 들먹이며 세계의 안위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자신의 나라에 쳐들어와 일부 지역을 폐쇄했으니.
더구나 군부대까지 주둔시키는 망발을 저질러 놓고, 이젠 남의 땅에서 전쟁까지 벌인단다.
아니, 이미 전쟁은 벌어졌다.
세 정부 입장에서 이것은 명백한 ‘침략’이었다.
다만 함부로 대응할 수가 없는 것이 수행자 연맹의 뒤를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봐주고 있으며, 패러사이트란 최악의 몬스터를 상대로 인간들이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수행자 연맹에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성충 패러사이트 3마리가 땅속을 기어 다니며 중국 충칭시 곳곳에 거대 싱크홀을 만들어 도시를 마비시키는 짓을 벌인 적도 있었다.
다행히 연맹에서 땅속에 잠든 패러사이트의 좌표를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대대적인 벙커버스터 사용으로 퇴치하긴 했지만, 전 세계에 아직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패러사이트는 토벌 막바지 단계지만, 방심하면 다시 수가 늘어 날 수 있으니, 성수를 통한 꾸준한 예방과 철저한 조사는 필수였다.
덕분에 난리가 난 국가들은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잠자코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렇게 이상 지형은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선물했다.
“느껴져요?”
“네!”
나는 개마고원의 탑 아래서 편한 자세로 누워 있는 소년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짜 되네.”
뮤대륙과 지구.
두 세계의 근본적인 환경의 차이는 마력의 농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뮤대륙은 마력이 풍부하여 마법과 오러 등, 지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초능력이 발달한 반면, 지구는 그러지 못했다.
지구에도 분명 마력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농도는 굉장히 낮았으며, 안개나 던전, 이상 지형 근처가 아니라면 마력의 회복속도도 느려서 포션의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아마도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 마력의 존재가 전자장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꾸준히 수련을 하면 충분히 가능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건가요?”
“현재로썬 그래 보입니다.”
나는 이번에 성직자들이 신성력을 손에 넣는 모습을 보며 한 가지를 시도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수행자가 아닌, 오리지널 마법사와 기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말이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놀랍게도 내게 직접 교육을 받은 12살의 소년이 마력을 깨닫고 마력을 순환하기 직전까지 간 것.
이제 마력을 순환할 줄 알고, 꾸준히 마법의 이론을 뇌에 새기며 공부를 하다 보면 심장에 서클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놀랍긴 하지만, 역시 수행자완 다르네.’
분명 이는 놀라운 발견이긴 했으나, 지금까지의 연마 속도를 보면 수행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뮤대륙 인들이 일반적으로 마법사가 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수학적 능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만큼, 제로부터 가르치는 게 아닌지라 조금은 났다고 볼 수는 있겠다.
나와 소년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NSA의 테리 요원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다른 수행자들도 마법이나 검술을 가르칠 수 있나요?”
“네, 충분합니다. 우리가 빠르게 배운다고 해서 힘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대대적으로 마법사와 기사를 양성할 수 있는 거네요?”
“그건 아니에요. 이것도 재능의 차이가 있어서 마력을 느낀다고 끝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수행자처럼 희귀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음…… 그렇죠.”
한국은 인구가 5천만 명인데 수행자의 수가 80명 정도고, 중국의 경우 인구가 14억인데 수행자의 수는 단 70명이다.
확실히 대대적인 육성에 들어간다면 한 명을 얻기 힘든 수행자보다 효과적인 전력 증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장 도움이 안 된다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을 순 없으니.
“이거야 원,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연맹에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겠군요.”
“인력 부족 때문에 기사와 마법사 양성이 힘들까요?”
“선행자(낙오자)들에게 일을 맡겨봐야죠. 대신 나중에 수준이 높아지면 수행자들이 직접 나서야겠지만요.”
그들도 이곳에서 평범한 방식으로 수련을 하다 보면 정체된 힘을 더욱 키울 수도 있을 테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럼 결정이군요.”
마법사와 기사 육성 시스템의 도입.
시대가 바뀐다면 그에 따른 대비는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수행자와 달리 일반인에게 오러와 마법을 가르치려면 빠른 성취를 위해 15세 미만의 미성년을 육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것이다.
당연히 수행자는 나이의 벽이라는 것이 없지만, 뮤대륙에선 이게 상당히 큰 문제였다.
때문에 우린 윤리적인 문제와 부딪히게 된다.
과연 안전을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가, 라고.
“전투에 나서는 것은 본인들의 몫이죠. 최소한 어른들이 등만 떠밀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난 다음을 생각하면 싸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다.
이 일은 멀리 내다보고 진행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우리끼리 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각국 정상들과 논의를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