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24
56. 힐러 추가(1)
-일단 바티칸에선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보 통제에 협조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국 정부에서 종교인들의 ‘이상 지형’ 접근을 막아야 하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다행이지만…….”
-협력을 거부하는 종교 단체들과 국가들은 문제에 대해선 다른 방법을 꺼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슬람 전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분명 문제를 일으키는 극단주의자들은 이슬람 소속이었고, 그들이 이런 신비한 힘을 손에 넣는다면 혼란을 막기 위해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을 묵살할 가능성이 컸다.
일단 종교인들이 ‘이상 지형’이라 불리는 곳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일반인과 다름없다고 한다.
그들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뮤대륙과 같은 환경일 때다.
신성력의 정확한 수준을 파악해야겠지만, 관리가 더 큰 문제였다.
그에 버나드 대통령은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행자 연맹에서 전면에 나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가요?”
[네, 따로 공식 석상에 서라는 건 아니고, 이상 지형의 관리를 연맹에서 맡는 것이죠.]
당연히 수행자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
그가 바라는 것은 타국의 개입이 쉽지 않으니, 아예 관계자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이름을 팔자는 것이다.
미국이 이슬람 국가 여기 저기에 개입을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UN처럼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국제단체로서의 인정받고 있는 우리가 직접 관계자로서 개입한다면 어느 정도 명분이 선다는 것이다.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패러사이트를 이유로 붙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아, 패러사이트 발생 위험지역으로 관리를 하자는 것이군요.”
확실히 패러사이트는 해당 국가의 문제만이 아니기에 조금 더 강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사실 그럼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있겠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었다.
“정 안되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해서 그 일대를 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방법이긴 하죠.”
[무서운 말을 하시는군요.]
“효율을 따지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생화학 무기가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해당 구역에 들어섰다가 사람이 죽어 버리면, 뮤대륙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들 입장에선 누군가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이상 지형’의 기본 옵션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그렇게 포장할 수도 있고.
다만 문제점은 주변으로 확산 되면 무고한 시민들까지 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최후의 선택인 거죠.”
내가 너무 매정한 걸까?
버나드 대통령은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거 너무 악당이 된 느낌이다.
뭐, 나 자체가 선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이거 나중에 D-DAY가 되면 종교의 힘이 더욱 강해지겠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죠.]
이김에 우리도 종교 하나를 만들어야 하나?
사이비라도 마법 한번 보여주면 껌뻑 죽을 텐데.
*
북한 개마고원 통제구역.
나는 신부 복장의 남성을 반갑게 맞이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십시오. 예하.”
그런 나의 인사를 받은 인물은 대한민국 출신 4번째 추기경으로 유명한 안기영 추기경이었다.
“이거 참 대단하군요.”
그는 나보다도 뒤에 위치한 신비한 탑을 보면서 감탄사를 흘렸는데, 내가 이곳에 그를 초청한 이유는 신성력의 위력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현재 주변엔 나를 비롯한 연맹의 간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주요 인사 역시 참관을 위해 참여했다.
“혹시 특별한 힘이 느껴지진 않으십니까?”
내 물음에 안 추기경은 주변을 스윽 둘러보더니 자신의 양손을 살폈다.
그리고.
-팟!
“오!”
그의 손 위로 새하얀 빛이 깃들었다.
오리하르콘을 사용하는 내겐 너무도 친숙한 기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신성력이다.
“허어.”
가장 놀란 사람은 추기경 본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깃든 힘의 원천을 의심하지 않는지 매우 감격한 모습이었다.
“사용법을 알고 계십니까?”
내 물음에 추기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하(교황)께 직접 전달을 받았습니다.”
“그럼 제게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능력을 사용해 보시겠습니까?”
추기경의 양손이 내게 뻗어지고, 마법진 없이 둥그런 원만이 떠오르더니, 하얀빛 가루가 내리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렸다.
“음.”
슬쩍 주먹을 말아 쥐니 조금 더 근력이 증가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순발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버프의 상승폭이 추기경이라는 최고위 성직자란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변동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신성 마법진이 떠오르지 않던 것을 봐선 뭔가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있는 것 같은데, 원인은 잘 모르겠다.
혹시 아직 이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은 걸까?
나는 성직자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치유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 아공간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럼 치유능력을 시험해 보도록 하죠.”
“설마 본인의 몸에 상처를 낼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이다.
아무래도 직접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니.
하지만 추기경은 내켜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떤 상처라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지체 없이 검을 휘둘러 팔에 살을 크게 도려냈다.
“헉.”
거침없는 손속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경악성.
그러나 아이템을 모두 해제한다고 해도 내 자동회복 스킬의 레벨이 10이라서 포션을 마신 것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했다.
당장 팔에서 거품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기겁한 추기경이 얼른 신성력을 내게 사용했다.
-팟!
하얀 빛이 상처 부위 깃들면서 상처의 회복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그러나 역시 효율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굳이 등급을 따지면 추기경이란 최고의 성직자임에도 뮤대륙의 정규 성직자와 ㅣ슷한 수준이라 해야 할까?
어쩌면 숙련도의 차이일 수도 있고, 뮤대륙의 성직자들에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한번 제대로 조사해 봐야겠다.
나는 오리하르콘 장검인 파이스를 소환했다.
파이스의 자동회복 옵션은 LV+14.
덕분에 깊게 파인 상처는 바로 회복되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추기경에게 검을 건네주었다.
“너무 이것저것 명령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애초에 협력을 약속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제 무기로 뮤대륙에서 신기로 치부되는 검입니다. 신성력을 증폭하는 힘이 있으니, 그것을 쥔 상태에서 힘을 사용해 보시겠어요?”
검을 바라보며 어딘가 몽롱한 표정을 짓는 추기경.
그러나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금 신성력을 사용했다.
이번에도 그가 사용한 것은 앞선 것과 같은 버프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는데.
파이스의 증폭효과는 135%지만, 증폭하는 힘이 신성력이라 그런 건진 몰라도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이것이야 말로 고위 성직자에게 알맞은 수준의 힘이었었다.
이로써 위력 실험이 끝이 나고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파이스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안기영 추기경은 역소환이 되는 무기를 보며 눈에 띄게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신성력의 다른 활용방법이었다.
패러사이트의 잔해를 향해 성속성 공격을 시도하고, 마속성에 대한 탐색 능력, 자가 치유 능력을 확인했다.
기본적으로 그도 뮤대륙의 성직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해냈다.
마지막으로 신성력의 보유량을 확인하기 위해 연달아 버프 능력을 사용했고, 약 300번 정도에 걸쳐 능력을 사용하니 결국 신성력이 고갈되었다.
위력과 달리 신성력의 양은 상당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추기경을 부축하며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내 그의 가슴 위에 얹어 놓았다.
오리하르콘은 자체적으로 신성력을 내뿜는지라 그의 회복을 도왔다.
“아닙니다. 저에게 주님의 힘이 깃들어 있단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평생의 축복인 걸요.”
나는 무교다.
하지만 그가 가진 믿음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생각했다.
***
신성력은 사이비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전통 있는 5개 종교 성직자들에게서 나타났다.
5개 종교는 크리스트교(천주교, 개신교, 동방정교회 등),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대교였다.
해당 종교의 성직자들이 보유한 신성력의 양은 뮤대륙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었으나, 신성마법의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아니 엄연히 따지면, 마법이 아니라 신성력을 때려 부어 비슷한 효과를 내는 느낌이랄까?
뭔가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성직자라 해서 모두가 신성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사에 따르면 믿음을 전파하는 것이 아닌 돈을 목적으로 하는 성직자들에겐 신성력 자체가 깃들지 않거나, 지위에 비해 매우 적은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신성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종교인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20만 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대단히 많은 숫자였다.
이상 지형을 국가에서 엄히 관리를 하고 있는 만큼 함부로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바티칸처럼 성역에 이상 지형이 경우는 비밀만 확실하게 유지만 해준다면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을 굳이 막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돌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훈 님!”
나는 내 집무실에 쳐들어온 테리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나타날 때면 항상 큰일이 들고 왔으니.
“이슬람에서 성역을 쟁탈하겠다며, 병력을 일으켜 이상 지형에 쳐들어오기라도 했어요?”
귀찮음이 가득 담긴 내 물음에 테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수니파의 무장세력이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났죠.”
솔직히 그가 설레발 칠 이유라면 ‘잔존 패러사이트 문제’와 ‘이상 지형의 문제’뿐이었다.
보통 시아파가 수니파보다 포악하게 그려지는 부분이 있지만,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장집단은 대부분이 수니파다.
IS와 알카에다, 탈레반이 수니파인 것만 봐도 말 다했다고 볼 수 있다.
“IS입니까?”
“아뇨, 전부입니다.”
“네?”
“IS, 탈레반,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이 각자의 지역에서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인근의 이상 지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일이 웃기게 돌아가네.
협조적인 국가면 모를까 비협조적인 국가에서 보유한 이상 지형은 버나드 대통령이 제안했던 대로 수행자 연맹의 이름을 팔아 억지로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수행자 연맹과 척을 지면, 성수를 얻을 수가 없고 잔존 패러사이트 처리에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으니, 정부 측에서 아무리 비협조적이라 한들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역시 말을 안 듣는 녀석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 녀석들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와 시아파 역시 추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발 빠른 대처를 요구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알아서 몰려나와 주다니. 일망타진의 기회려나요?”
“하지만, 군대가 대대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상대가 쉽지 않을 겁니다. 숫자가 워낙 많아서.”
미군이나 나토군을 전격 투입하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각 장소엔 수행자 연맹의 무력부대(사실 미군)라는 것이 배치되어 있긴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으니, ‘이상 지형’을 맥없이 빼앗길 수도 있었다.
“일단 공습으로 시간을 끌겠지만, 여차하면…….”
태리가 말한 ‘여차하면’은 내가 일전에 제안한 생화학 무기를 말하는 것일 거다.
생화학 무기를 사용해 아예 일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리면 접근할 수가 없을 테니.
상대가 상대인 만큼 윤리를 따져가며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도 바로 터키로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란 사태를 다시 재현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