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23화 (123/247)

# 12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23

55.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3)

나는 미국인들을 위해 영지 내 저택 3채를 내려주고 영주의 권한으로 신분도 해결해 주었다.

처음엔 매우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이제는 뮤대륙이 다른 세상이란 것을 받아들이고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에게서 강탈한 마트의 물품은 아주 비싼 값에 처리하여, 판매금의 일부는 미국인들에게 쥐여주었다.

워낙 물건들이 비싸게 팔리고 있어서 그들이 100명이 넘는다 해도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돈의 양은 적지 않았다.

자금이 생기자 판타지를 동경하거나 뮤대륙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몇몇은 이 세상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했고, 이성을 만나고자 하는 경우에도 굳이 막지 않았다.

덕분에 처음엔 강압적으로 그들을 위협했으나 지금은 제법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베르트 백작에게 변경백의 지위를 내리며 국경 수호를 위한 군사력 증강을 공식적으로 허가하는 바이다.”

“망극합니다.”

현재 내가 있는 장소는 케일론 왕국의 왕성.

백작위와 변경백의 지위를 받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주인공으로 참여한 상태다.

국왕이 근엄한 표정으로 왕실 대전 단상에서 나를 내려보고, 그 양옆으로 1왕자 진영의 귀족들과 2왕자 진영의 귀족들이 줄지어 서 있다.

원래 왕실 대전의 자리는 파벌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닌데, 하도 다툼이 많이 일어나다 보니, 임시방편으로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파벌 싸움에 밀린 왕족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왕자의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가족끼리 이렇게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이 현대적인 감성으론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띠는 2왕자 미하엘과 불편한 감정이 고스란히 표정에 드러나는 1왕자 도미니크.

대귀족의 작위식이다 보니, 이름만 들어본 후작과 공작위의 귀족들도 볼 수 있었다.

왕국군 총사령관이자 소드 마스터인 크리산트 공작과 왕립마탑주이자 7서클 대마법사인 엠브리오 공작도 자리했다.

“우리 케일론의 새로운 수호자가 탄생했도다.”

거창한 지칭에 괜히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짝짝짝!

국왕의 선언과 함께 왕실 대전이 박수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잠시 후 새로운 대귀족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로 옮겨지고, 나는 불편한 정치전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듣기로는 백작위를 받는 것을 대비해 이미 불법적으로 병력을 늘리고 있었다던데, 사실인가?”

나를 중심으로 법무대신 레이튼 후작을 포함한 2왕자 진영의 귀족들이, 앞쪽에는 군무대신 알서스 백작을 포함한 1왕자 진영의 귀족들이 신경전을 주고받는 중이다.

군무대신을 옆에 끼고 내게 보이지 않는 칼날을 날리는 하인츠 백작.

일전에 아들이 감금되어 온갖 수모를 당한 하인츠 백작인지라 어떤 식으로든 한마디 해올 것이라 생각했기에 여유를 잃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처음 듣는 일인데요?”

내 대답에 1왕자 진영의 귀족들이 하나같이 발끈하고, 하인츠 백작은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에 베르트 상회와 조든 크리스 상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호위무사 부서를 신설했더군. 그곳에 소속된 기사급의 용병만 3백 명에 달하고, 수습기사급의 용병이 3천 명에 달한다는데, 이게 병력 증강이 아니면 뭐겠나?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를 영지의 기사로 전환할 예정이라 들었네만?”

나름 열심히 정보 수집을 한 모양이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는 1왕자 쪽 귀족들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하인츠 백작께서 착각하고 계시는데, 해당 병력은 우리 상회 소속이 아닙니다. 엄연히 용병길드 소속의 용병이죠. 호위무사 부서는 용병들을 고용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하지만 용병들과 계약을 계속 자동 연장하며 운영하고 있지 않나. 그들은 용병이란 탈을 쓰고 있을 뿐이지 엄연히 상회 소속이라 볼 수 있네!”

상회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호위무사의 수는 정해져 있다.

당연하지만 그 수는 형식적인 수준이어서 상행에 나설 때마다 용병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용병 길드에 상단 호송 임무가 많은 것이다.

일반적인 상회는 물류운송 중심.

물건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용병을 고용한다면, 우리 상회는 복권방과 은행 등 시설관리직으로만 3천 명 이상의 용병이 고정으로 필요했다.

상회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 보니, 용병을 일용직으로 쓰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위법을 피해 일종의 아웃소싱 형태로 용병길드에서 파견을 받는 형식으로 장기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형태는 의외의 장점이 있었으니, 바로 하인츠 백작의 말처럼 영지군으로 영입하는 것이 수월해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하인츠 백작의 말은 틀린 게 없다.

실제로 상회에서 고용한 용병들을 예비 영지군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래서 그것의 어디가 위법인가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나 이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해도 엄연히 위법이 아니었다.

내가 법무대신인 레이튼 후작을 바라보자, 그 또한 비웃음을 흘리며 내 말에 동조했다.

“법무대신께서 아무 문제없다는데요?”

하인츠 백작은 발끈해서 내게 삿대질을 했다.

“뭐가 위법이 아니란 것인가! 호위무사 부서가 상회를 위한 것이라면 애초에 영지군으로 그들을 끌어들이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나! 이건 누가 봐도 예비병력 취급이네! 엄연히 왕국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위법행위지!”

이번엔 그쪽으로 끌고 가는 건가?

케일론 왕국의 국법은 허점이 많은 데다가 모호한 조항도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식이면 하나를 논파해도 다른 법을 들고 와서 말을 끌 게 분명하다.

나는 결국 귀찮다는 식으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럼 신고를 하시던가요. 여기서 귀찮게 소리쳐봐야. 해결되는 것도 없잖아요?”

“뭐? 자네 지금 날 우롱하는 겐가?”

귀족들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문제를 따지고 싶으면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건데, 뭐가 문제인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미간을 좁히자 하인츠 백작이 주먹을 말아쥐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더니, 딱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군.”

그때, 옆에서 날 선 목소리가 들려오고, 벌레가 피부를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한 감각에 고개를 돌리니,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썩소를 짓고 있었다.

“부디 오해 마시길. 저는 그저 상황에 따른 대처를 했을 뿐입니다. 크리산트 공작님.”

바로 케일론 왕국 유일의 소드마스터이자, 왕국군 총사령관, 1왕자의 외조부인 크리산트 공작의 등장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그의 실제 나이는 60대.

아무리 내가 잘났다 한들 소드마스터에게 개길 정도는 아니다.

패러사이트 퀸이 소드마스터급으로 분류되지만, 공격력과 순발력이 비슷하다고 대등한 것은 아니었으니.

솔직히 전투의 깊이는 오랜 세월 검을 휘둘러온 소드 마스터가 퀸을 압도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마 그와 지금 당장 싸운다면 쉽게 개죽음을 당하진 않더라도 이기긴 불가능할 것이다.

“신입 백작 한 명 잡겠다고 우르르 몰려온 것이 더 꼴사납지 않습니까?”

“귀족으로서의 품위는 어디에 팔아먹은 건지.”

내가 소드마스터의 등장에 난감함을 표하자, 때마침 원군이 등장했다.

소드마스터와 같은 선상에 놓이는 마탑의 탑주인 7서클의 대마법사 엠브리오 공작과 정통 귀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재상 크로이센 공작이었다.

이들이 바로 케일론 왕국의 중추인 3대 공작이었다.

“품위라니. 크로이센 공작, 내게 한 말인가?”

“그렇게 느끼셨소? 뭐, 편한 대로 생각하시오.”

평범한 행정관인 재상이 소드마스터, 대마법사와 동등한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문의 힘 덕분이다.

현재 왕국 최고의 귀족으로 크리산트 공작을 꼽겠지만, 왕국 최고의 귀족가문은 이견 없이 크로이센 공작가를 꼽을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 공작에 오른 두 사람과 달리 크로이센 가문은 처음부터 공작가로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두 가문에서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작위가 강등이 되겠지만, 크로이센 공작가는 앞으로도 지금의 지위를 영위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바로 케일론 왕국의 건국공신 가문으로 왕가처럼 영구적인 지위가 국법으로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아, 귀찮아.’

나라를 이끄는 거물들의 기 싸움.

여기에 왕자들까지 끼어들면 한 마디 한 마디가 내전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싸움의 중심에 속해 있음에도 귀찮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파벌 싸움에 끼어든 덕에 빠르게 작위를 높일 수 있었지만, 정치 싸움은 취향이 아니었다.

세 공작이 끼어들자, 나는 은근슬쩍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타깃은 나에게서 공작들로 바뀌었고, 자기들 딴에 교양있다고 생각되는 말투로 설전을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날카로운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단순한 말싸움으로 이어졌고, 소드마스터 크리산트 공작이 혀를 차며 물러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행동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네.”

크리산트 공작은 등을 돌리며 내게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

지구뿐만 아니라 뮤대륙에서의 제법 거물이 되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나는 2왕자 진영의 두 공작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주로 내 사업체에 관심을 보였지만, 대부분이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지라 함부로 따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추후 진행할 사업에 참여시켜 주겠다고 했고, 두 공작은 내게 호감을 표하며 호탕한 웃음을 흘렸다.

“엠브리오 공작님.”

이 기회에 나는 마탑주인 엠브리오 공작에게 지구와 뮤대륙에 일어나고 있는 변고에 대해 상의했다.

“자네 말대로 보기에 따라 두 세계가 융합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어.”

지구 곳곳에 생기고 있는 이상 지형과 얼마 전 뮤대륙에서 발견된 지구의 마트.

이 부분만 보면 두 세계의 좌표가 뒤섞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의외로 엠브리오 공작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야.”

“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세계의 물건이 뮤대륙으로 넘어오는 것은 제법 흔히 일어나는 일이거든.

처음 듣는 이야기.

내가 금시초문이란 표정을 짓자 그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야 모를 수밖에. 그렇게 발견되는 것들은 모두 가이아 교단에서 수거해 가거든.”

“아, 그렇군요.”

“자네, 성녀님과 어느 정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고 있네만?”

패러사이트 사태로 몇 번이고 방문했지만, 그것을 친분으로 쳐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 일은 내가 아니라 그분에게 상담하는 편이 나을걸세.”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이 사태는 마법사인 엠브리오 공작보다, 신의 대리인인 성녀가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성녀의 신분 때문에 괜한 추궁은 하지 못했지만, 패러사이트 사태처럼 지구에 생긴 문제를 빌미로 상담하면 받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엠브리오 공작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내가 대화에 정신이 팔려있는 그때.

등 뒤에서 크리산트 공작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단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

뮤대륙의 경우 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증명할 신성력이란 것이 있지만, 지구에는 그런 것이 없다.

무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믿음만으로 종교가 발달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비록 이번에 있던 패러사이트 사태로 각 종교의 성수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 믿음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이를 알 리가 없었다.

내가 갑자기 종교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런 의문 때문이다.

‘지구와 뮤대륙은 신이 따로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동일한 신이 다른 형태로 전래가 된 것뿐일까?’

지구에까지 가이아의 영향력이 닿는 것을 보면 실은 모두 같은 신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확신할 순 없다.

지구의 신이란 존재가 가이아의 행태를 묵인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어찌 한낱 인간이 신의 깊은 뜻을 알겠냐만.

놀랍게도 이런 내 의문에 답을 주는 듯한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성녀에게서 아무런 소득 없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미국 대통령에게 걸려온 전화에 황당함을 표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바티칸의 교황께서 신성력을 연상시키는 능력을 발현했다고 합니다.

“…….”

-더구나 교황님만이 아니라 바티칸에 체류 중인 고위성직자들도 손에서 하얀빛을 내뿜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깃들었죠. 신성력이란 걸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뮤대륙과 같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정보는 꾸밈없는 진실입니다.

버나드 대통령의 놀라운 소식에도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잠자코 있던 나는 혹시나 싶어 한 가지를 물었다.

“혹시 바티칸에도 ‘이상 지형’이 있습니까?”

-네, 바티칸 대성당 인근에 개마고원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양식의 오벨리스크가 등장했습니다.

결국, 고위 성직자들이 신성력을 각성한 이유가 뮤대륙과 같은 환경 때문이란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뮤대륙과 지구의 종교들이 같은 신을 모시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당연히 변수가 있겠지만, 지금 밝혀진 상황만 보면 그렇다.

뜬금없는 힐러의 등장.

D-DAY 이후 큰 힘이 되어 주겠지만, 당장은 관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성력이 이슬람교에서도 나타난다면.

어그로의 끝판왕인 그들이 가만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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