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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20화 (120/247)

# 12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20

54. 3회차 수행자(2)

“상황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거죠?”

“네.”

“긴장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동료라 할 수 있는 사이니까요. 만약 주아 씨가 원하신다면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도 해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인식의 표정이 밝아졌다.

더불어 주아도 생각보다 호의적인 반응에 긴장이 풀렸는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판단은 본인의 몫이죠. 주아 씨는 뮤대륙에서의 생활에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습니까?”

마른침을 삼킨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요. 너무 혼란스러워서.”

지원을 해주더라도 받는 사람이 의지가 없다면 문제다.

그래서 그녀의 대답에 아쉬움을 느끼던 찰나, 주아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모두 진짜고 피할 수가 없다면 당연히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경쟁을 거쳐 온 아이돌의 특성 때문일까?

새끼강아지 같은 이미지와 달리 제법 야무진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의심을 이어가 봤자 당장은 득 될 게 없으니, 흐름에 따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 있는 3회차 수행자 5명의 후원인이 되어 드리도록 하죠. 이제부터 여러분은 연맹의 지원 외에도 나의 개인적인 지원을 추가로 받게 될 것입니다.”

내 선언에 지정권을 받은 네 명은 기대감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이고, 주아는 그저 상황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3회차 동기 중에선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지겠죠. 잘하면 2회차의 보통 수행자들을 따라잡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내 힘으로 가족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뮤 대륙에서의 하루하루를 게을리 보내지 마세요.”

나중에는 최은우처럼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이들도 추가적인 지원을 하겠지만, 우선적으로는 주변 사람 먼저 챙길 수밖에 없었다.

뭐, 결국은 나와 인맥이 닿은 인물일수록 유리하단 것이다.

내 재산은 한정되어 있고, 이미 많은 수행자들을 지원하고 있었으니.

“클로이.”

내 부름에 클로이는 자신의 아공간에서 팔찌 5개를 꺼냈다.

이어서 시녀들이 그것을 새로운 인원들에게 나눠줬는데,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의문을 표했다.

“뮤대륙에서 사용 가능한 아공간입니다. 약 10평 정도의 공간이 그 팔찌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거예요.”

뮤대륙에서만 사용 가능한 마탑제 아공간 팔찌는 예전에는 매우 귀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하루 벌이로 10개도 넘게 살 수 있다.

때문에 예비용으로 몇 개나 갖고 있어서 주아 몫으로 하나 더 챙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안에 보시면 각종 포션과 무기, 방어구, 뮤대륙의 화폐인 백금화 200개가 들어 있습니다. 백금화 한 개의 가치가 건장한 평민 남성 20명을 한 달 동안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니, 당장 부족할 일은 없을 겁니다. 굳이 이 상황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여러분은 플레이 시작과 동시에 치트키를 쓴 것이나 다름이 없는 거죠.”

처음엔 바로 용인족 뼈 무기를 건네줄까 생각했지만, 그건 조금 더 전투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 성향에 맞게 건네주기로 마음먹었다.

개인적으로 무기는 검을 추천하지만, 이들의 자율의사를 존중할 생각이다.

“돈은 얼마든지 지원해드릴 테니, 자기 강화 용도로 편히 사용하시면 됩니다. 무기는 여러 가질 써보고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으면 알려 주세요. 그럼 귀한 보물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사실 아공간에 들어 있는 장비만 해도 초보자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유명 장인들이 만든 것이다.

오크까지는 굳이 무기 능력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성장과 안전을 위해 기사급의 용병들을 호위로 붙여주겠습니다. 스승을 얻기 전까지 이들에게 무기 다루는 법을 배워두십시오.”

이후로 나는 뮤대륙 생활에 있어서 여러 주의사항과 함께 퀘스트 공략 방식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친구 외의 다른 3명과도 어느 정도 친밀도가 쌓인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주아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나는 이유를 물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 앞으로 뮤대륙에서 계속 여행을 하게 된다면 현실에 많은 제약이 생길 것 같아서요.”

“아……. 하긴 연예인은 새벽 스케줄도 많죠?”

“네.”

아마 그녀가 현실에서는 나보다 바쁠지도 모른다.

특히 인기 아이돌은 활동기간 동안엔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할 정도였으니,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까지 제가 처리해 드리죠.”

“처리요?”

“앞으로 규칙적으로 스케쥴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제대로 잠자는 시간을 보장하고, 그 시간은 누구도 방해를 못 하게 해드리죠.”

내 대답에 그녀는 고맙다는 반응은커녕 입을 꾹 닫았다.

하긴 그녀가 속한 SG엔터테인먼트가 좀 큰 회사인가.

뮤대륙에서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 보인다지만, 새파랗게 어린 내가 지구에서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긴 힘들 것이다.

“바로 조치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인기 유지를 위해서도 힘을 써드리도록 하죠. 추후 주아님께선 우리 수행자들의 얼굴마담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주아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별로 큰 기대를 안 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한 번 크게 놀라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수장과 대등하게 거래를 하는 입장인데, 고작 아이돌 스케줄 하나 조정 못 할까.

***

-3회차가 되면서 국가별 수행자 수의 밸런스 붕괴가 심하군요. 특정 국가에 수행자들이 너무 많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가별 수행자들의 활약도 및 성취도가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 아닐까 싶군요.

-충분히 일리 있는 추측입니다. 미국과 캐나다가 2회차 때 수행자가 급감했다가, 3회차가 되면서 급증했죠. 반대로 중국은 어느 정도 수를 유지하다가 모두 강제 퇴장을 당하고 난 다음 3회차 수행자가 급감했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인구수가 10분의 1도 안 되는 일본과 신규 수행자 수가 비슷하다니…….

나는 대책 회의에서 3회차 수행자 수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 3회차 수행자가 가장 많이 입장한 국가는 인도였으며, 놀랍게도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대표적으로 상위 국가의 신규 수행자 수를 분류하면 이렇다.

1. 인도 132명

2. 미국 105명

3. 중국 72명

4. 일본 65명

5. 한국 48명

6. 인도네시아 42명

7. 독일 31명

8. 브라질 30명

상위 8개국의 신규 수행자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그 뒤를 서구 선진국(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진영이 뒤따른다.

그런데 누가 뭐라 해도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은 3회차 수행자를 보유한 곳은 단연 한국이다.

그리고 인도는 인구수 값을 못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수행자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으며, 중국은 숫자는 처참할 정도였다.

나머지 국가들은 대체로 2회차와 비슷했지만, 한미일 3개국이 중국의 수행자를 뺏어 와 상승을 기록한 형태다.

그때, 주석을 포함한 몇몇 지도자들의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딱히 취조하는 것은 아니니 이해해 주세요. 혹시 연맹 회장께서 지정권이란 것을 사용하셨습니까?

그건 중국 주석의 물음이었는데, 이전과 달리 조심스럽고 공손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말만 조심스러울 뿐 그가 큰 불만을 품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2회차 수행자들을 통해 수행자 지정권의 존재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이다.

안 그래도 수행자 지정권의 사용 방식을 결정하고 그 내용을 밝히려 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발언 기회가 생겼다.

“네, 5장을 갖고 있었고, 한 장은 실험을 위해 낙오자에게 사용했으며, 나머지 4장은 지인들에게 사용했죠.”

-으음…….

중국 주석이 앓는 소리만 낼뿐 아무 말을 못 하자, 러시아 대통령이 그걸 왜 이제 말하냐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어차피 내가 높은 포인트를 소진해서 산 건데, 어떻게 사용하든 내 마음 아닙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나라 수행자들의 수가 줄어들게 되지 않습니까.

“그건 생각지 못한 사태입니다. 입장인원 1천 명에 지정권을 받은 인원이 추가되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낙오자는 결국 뮤대륙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지정권을 받은 네 명만이 추가되었을 뿐입니다.”

단 4명.

불합리하다며 따지고 들기엔 애매한 숫자였다.

더구나 고의가 아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럼 앞으로도 계속 수행자 지정권을 구매해서 한국인 수행자 수를 늘려갈 생각입니까?

중국 주석의 물음에 나는 고민을 해야 했다.

4명이란 수행자 숫자가 애매하긴 한데, 이 회의에 참석한 국가 중엔 신규 수행자 수가 겨우 3명인 곳도 있었다.

연맹원이 한국인만 소속된 것이 아닌지라 마냥 얼마 되지 않는 숫자라고 무시하기 힘들었다.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하지만 어차피 발뺌하면 누가 지정권을 사용했는지 알 수도 없지 않습니까?”

-후, 그건 그렇죠.

중국인 수행자가 몰살을 당하면서 현재 중국이 보유한 수행자 수는 한국보다도 적었다.

물론 낙오자는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말이다.

어차피 이젠 지정권을 남발할 생각이 없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은 몇 장의 지정권을 보유하고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21장입니다.”

어차피 누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나는 31장 중 10장을 빼고 21장의 지정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 숫자만 해도 놀랄만한 양이었고, 모두 말을 잃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금 다른 수행자들과 나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21장은 연맹 차원에서 모두를 위해 사용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모두를 위하신다면?

“이번에 대량의 지정권을 구매하면서 사용 방식에 대해 고민을 했죠. 어차피 이제 주변에 사용할만한 지인도 별로 없거든요.”

내 너스레에 모두 작게 안도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주아를 통해 떠올리게 된 계획을 밝혔다.

“그래서 수행자의 이미지 관리와 대외 선전용으로 인기 연예인과 큰 인지도를 지닌 유명인사들을 이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 생각이 나쁘지 않게 들렸는지, 대부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들을 활용하면 D-DAY가 되면서 국가에 쏟아질 국민들의 비난을 줄이고 관심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인지도 높고 친숙한 유명인을 영웅으로 이용하잔 거군요.

-하긴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존재가 필요하긴 하죠.

연예인은 수행자의 영웅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나 같은 생판 모르는 녀석이 수행자 대표라며 나서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하지만 양해를 해주셔야 할 것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일부 국가에 지정권이 편중될 수 있다는 겁니다.”

-팝가수나 헐리웃 배우같은 경우를 말하는 거군요.

“네,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지도를 지닌 K팝 가수나 한류 배우 역시 포함되지요.”

아무래도 이런 방식으로 지정권을 활용하면 혜택을 받는 국가는 몇 안 된다.

인도나 중국처럼 인구수가 압도적이면 모를까, 나머지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한 분산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역시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내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애초에 이 이야기가 수행자 수의 불균형으로 시작되었던 만큼, 바로 그렇게 하자며 나서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때로는 프로파간다도 필요한 법이죠.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 뻔한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에 누구도 내 제안을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최대한 공정을 가하자며 인원 선출은 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비싼 포인트를 주고 구매한 지정권의 사용처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꼴이 돼버렸군요.

“제안한 것은 저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나뿐만이 아니다.

분명 수행자 중에서도 지정권을 구매한 사람이 있을 테니 말이다.

단 1천 포인트만 갖고 있어도 가족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강화보다 지정권을 먼저 구매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일일이 찾아서 제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 나만 해도 10장은 숨겨 놓았으니.

중국의 주석은 내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주길 바랐으나, 나는 내 자신의 지정권이면 모를까 다른 수행자들의 지정권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

-이건 조금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덕분에 모두 머리를 싸매야 했다.

***

“네?”

주아는 기획사 사장의 이야기에 크게 놀라야 했다.

아니, 그녀뿐만 아니라 같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또한 반응이 비슷했다.

“앞으로는 저녁 10부터 아침 8시까지는 스케줄이 없을 거다. 잠자는 시간 확실하게 보장해 줄 테니, 컨디션 조절 잘하고.”

직장인도 아니고 한창 활동하는 인기 아이돌에게 하루 10시간의 휴식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업계 사정상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아이돌은 굴리면 굴릴수록 인기가 늘어난다고 하겠는가.

“저희가 뭐 잘못한 거 있나요?”

덕분에 주아를 제외한 멤버들은 사장이 자신들을 밀어내는 것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거 없어. 시범적으로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뿐이니까. 아이돌 혹사논란에 대한 기획사의 전략이라 생각해. 다만 일의 수를 줄이는 대신 고급화 전략으로 나갈 테니 그렇게 알아.”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아이돌이 넘쳐나는데, 이런 식으로 활동을 제한 해도 되는 걸까?

괜히 라이벌들에게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또 정산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사장의 이어진 말에 멤버들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S전자와 T통신, H건설, A은행으로부터 TV광고가 들어왔어. 조건도 아주 좋아. 아마 한동안은 광고 찍는 데만 스케줄을 할애하게 될 것 같다.”

활동하는 동안 하나도 하기 힘든 대기업의 광고가 쏟아져 들어오다니.

“그리고 다음 주부터 신곡 작업 들어갈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이번 앨범활동 끝나고 2주 뒤에 바로 새 활동 들어간다.”

아이윌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기뻐했지만, 주아는 솔직하게 좋아하지 못했다.

오히려 무섭다는 기분이 들 정도.

‘조지훈이란 사람의 조치가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

이미 보상카드를 통해 뮤대륙의 존재가 단순한 꿈이 아님을 확신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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