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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11화 (111/247)

# 11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11

51. 신수 봉봉 (1)

사무실에서 북한에 대한 뉴스 속보를 보던 중 하성훈 대통령에게 연락이 왔다.

[북한의 일로 전 세계가 난리가 났어. 덕분에 여기저기서 떠돌던 이상한 소문들이 감춰졌지.]

“나름의 소득이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거 아나? 지금 내 지지율이 85%를 넘긴 거. 버나드 대통령의 상황도 비슷할 거네.]

역시 정치인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 상황이 돼서도 지지율을 따지다니.

“좋네요. 나중에 D-DAY를 앞두고 대통령님께서 국민들에게 호소를 하면 혼란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겠군요.”

-이 긴박한 세상에서 자네의 존재는 이 나라의 복일세.

복이라.

나는 스스로가 하는 일이 무조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위치에 따른 책임감은 느끼겠지만, 목적을 위해선 타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성격이니까.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희생시킨 사람은 이제 일이백 수준이 아니다.

-요! 요!

통화를 하던 나는 테이블 위에서 내 말을 따라 하듯 입을 벙긋거리는 봉봉이를 쓰다듬었다.

[이제 문제는 패러사이트인데, 이 녀석들이 잠잠해서 더 불안하군. 반드시 무언가를 해올 텐데……. 나중에 기생충들로 인해 인간끼리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네.]

“한시라도 빨리 패러사이트 퀸을 찾아야 합니다. 명령을 내리는 두뇌가 있기에 체계적인 거지, 패러사이트 자체의 지능은 높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겠나. 퀸이 어디 지하에만 처박혀서 명령만 내린다면 찾을 수가 없을 거네.]

확실히 그건 그렇지.

하지만 패러사이트 퀸이 지구에 적응하고 지구의 지식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선 조금 더 활동적인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퀸이 분명 인간들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패러사이트 퀸을 찾아도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그게 자네보다 강하다면서?]

지구의 화기가 효과적인 무기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크 수준의 몬스터는 총만 있으면 일반인이라도 쉽게 사살할 수 있고 아무리 소총에 끄떡하지 않는 오우거라 해도 대가리에 토우 미사일을 꽂아 넣으면 죽는다.

하지만 지능이 낮은 몬스터라면 몰라도, 지능이 높은 몬스터를 상대한다면 꽤나 귀찮아진다.

분명 현대 무기에도 공략법은 존재하니까.

그게 아니면 귀찮게 고민하지 말고 주변 지형을 이용해 접근하여 공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귀찮은 것은 특수 능력을 지닌 몬스터의 존재다.

현대 기술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전투기를 와이번이나 드레이크 따위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와이번이나 드레이크보다 등급이 낮은 하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피는 현혹 스킬을 사용하는데, 전투기가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그것을 조종하는 존재가 인간인 이상 당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지구는 마법이나 스킬 등에 너무 취약했다.

패러사이트 퀸은 그런 특수 능력으로 무장한 몬스터.

일반적인 현대 무기로 녀석을 잡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자네가 퀸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마스터 급의 인간이나 몬스터가 일반 속성이라면 힘들겠지만, 악마 종의 경우 아이템빨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퀸은 나와 비슷한 마전사 스타일이니, 하나의 능력에 통달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장담은 힘들지만, 적절한 지원이 더해진다면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생각해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정 안되면 퀸과 함께 한 지역을 날릴 수밖에 없죠. 전술무기를 사용해서 말입니다. 녀석은 순간 이동의 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제가 붙잡고 시간을 끌다가 도망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중에 패러사이트들이 지구를 차지한다면 얼마 되지 않는 수행자의 힘만으로 대처할 수가 없을 테니.

이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미 늦어버린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점점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것은 우리다.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수긍하곤 몇 마디 형식적인 안부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하아.”

나는 책상에 턱을 괴며 봉봉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한탄했다.

“패러사이트 사태는 해결방법이 잘 보이지 않네.”

-네! 네!

내 끝말을 따라하는 봉봉이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식물의 생김새가 아니다.

얼굴은 완전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반신욕을 하듯 화분에 몸을 반쯤 감추고 있지만, 뿌리가 팔다리 형태가 되어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시킨 듯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머리 위의 이파리와 넝쿨은 머리카락 같은 느낌이고.

단 며칠 사이 극적인 변화를 거두었는데, 봉봉이의 성장 비밀은 성수에 있다.

봉봉이는 트리아스란 신수의 묘목.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성수를 조금 주었더니, 매우 좋아하며 계속 성수를 요구했다.

결과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누구나가 귀여워할 요정 같은 생김새가 되었다.

신기하게 식물인데도, 뺨은 살갗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다.

덤으로 남잔지 여잔지 확인하기 여기저기 살펴봤는데, 육안으론 확인이 불가능했다.

역시 식물다운 방법으로 번식하는 걸까?

“너 신수잖아. 혹시 악마종 못 찾냐?”

성수를 사용하면 반응이 일어나기에 감염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방법으로는 숨어 있는 패러사이트까진 찾을 수 없었다.

-똑똑.

“네.”

그때, 노크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답했고, 수행자 연맹 본부 회장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국정원 직원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는 김선아가 뒤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단 사실을 모르는지, 급하게 자기 할 말을 했다.

“지훈 님. 이형식과 함께 행방불명이 되었던 K대 학생들의 위치파악 됐습니다.”

패러사이트 사태를 몸소 알려준 장본인이자 동창생인 이형구 기자.

그를 감염 시킨 것이 동생인 이형식이었다.

“어딥니까?”

“대전입니다.”

이형식은 K대 사태 때 안개 속에서 감염된 것이 확실해 보였는데, 현재 안개 속을 함께 배회했던 학생들과 행방불명이 된 상태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퀸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것이다.

퀸이 어느 나라의 안개에서 탄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세계 곳곳에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을 보면 패러사이트들을 중계기로 이용해 자신만의 통신망을 꾸린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리고 그 지시는 번식을 위한 비밀장소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죠.”

이번에는 다수의 패러사이트와 전투를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오리하르콘 무기로 무장한 내게 패러사이트는 덩치만 큰 샌드백이었으니.

-죠!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는 문뜩 봉봉이에게 시선이 향했다.

사역마는 주인과 함께 전투를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강해진다고 한다.

봉봉이가 악마 종에 강한 신수이기도 하고 패러사이트에게 경험치라는 게 있다면 그 양은 상당할 테니, 이김에 데려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이 갈래?”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봉봉이가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

대전 옥계동 외곽의 어느 모텔.

그곳 지하에서 또렷하게 느껴지는 마력에 헛웃음을 흘렸다.

마력이 느껴진다는 것은 성체 또는 아직 알이 되지 않은 유충 상태의 패러사이트가 있다는 뜻.

더구나 그 수가 무려 10개에 달하니, 알 상태인 패러사이트는 얼마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지구에서 패러사이트는 알이 되고 3일이면 부화할 수 있다.

하지만 3일이 지난 상태에서 굳이 부화를 안 하고 버틸 수도 있는데, 퀸은 이를 이용해 패러사이트들의 기운을 감추고 있다.

“주변 차단해주세요. 아마도 안개가 생길 겁니다.”

“네.”

내 요구에 국정원이 주변을 통제했다.

이어서 나는 봉봉이가 담긴 화분을 허공에 띄운 채 모텔에 들어섰다.

모텔에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꼬릿꼬릿한 냄새.

마치 밤꽃 냄새 같기도 하고 곰팡이냄새 같기도 하다.

그때 무언가를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봉봉이의 나뭇잎 사이에 숨겨진 머리위로 줄기 두 개가 안테나처럼 V자로 솟아났다.

“혹시 마기를 느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그 줄기가 지하실 계단을 향해 다우징처럼 움직이며 꺾이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모든 장비가 장착되고, 손에는 공간이 좁다 보니 창보다 단검을 선택해 들었다.

오리하르콘 단검을 전투용으로 착용하긴 처음.

이런 식으로 장소와 상황에 맞게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여러 무기를 만든 것이다.

사고 가속과 단검의 조화가 기대된다.

기본적인 파지법과 사용법을 클로이에게 배우면서 몇 번이고 연습했다.

-끼익.

모텔 지하실은 원래 세탁실 용도로 사용했던 모양이다.

한쪽에 대용량 세제가 쌓여 있고, 널찍한 공간 전체에 수건이 널려 있었다.

다만 환기가 잘 안 되는 건지 일부로 환기를 안 시키는 건지,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어서 그다지 위생적인 환경은 아니었다.

“으으.”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려온다.

지하실의 어두운 환경은 내가 일전에 포인트 샵에서 구매했던 야간시가 발동하면서 제법 또렷하게 보였다.

‘성체는 없는 것 같군.’

안에는 대략 20여 명의 사람들이 접착제를 칠해놓은 듯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눈빛은 마치 약이라도 한 것처럼 몽롱했고, 누군 잠꼬대처럼 혼잣말을 했다.

나는 그중에서 마력이 느껴지는 사람들, 즉 아직 유충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성수를 먹였다.

“으윽! 으으…….”

처음에 몸부림을 치던 그들은 곧 해탈한 듯 축 늘어지고 나는 그들이 깨어나기 전에 슬립 마법으로 재웠다.

이어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곧 부화할지 아니면 사멸할지 모르는 알을 품은 사람들에게 성수를 먹였다.

“으아아악!”

이들의 반응은 매우 격렬했고, 이어서 성수를 뿌리자 누구 할 것 없이 고통에 찬 신음을 토했다.

전부 곧 부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란 것이다.

-핏!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배에서 검은색의 촉수가 뚫고 나와 내게 쇄도했다.

-텁!

“응?”

그런 촉수들을 막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바로 봉봉이의 넝쿨이었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녹색의 덩굴 두 개와 검은색의 촉수 다발들이 허공에 뒤엉켜 있었다.

화분에 바짝 달라붙어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모습이 제법 필사적이다.

나는 얌전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패러사이트들이 한두 마리씩 기어 나오자, 붕붕이에게 명령했다.

“본체를 공격해.”

-끄덕.

그에 봉봉이는 넝쿨을 풀고는 도망치는 패러사이트들에게 총알처럼 넝쿨을 쏘았다.

-휙! 휙!

덕분에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봉봉이의 넝쿨이 정확하게 패러사이트들을 꿰뚫으며 전멸시켰다.

‘응?’

뿌듯하게 바라보던 것도 잠시.

나는 이어진 봉봉이의 행동에 당황해야 했다.

갑자기 패러사이트의 잔해를 주워서 한데 모으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넝쿨을 쓰레받기 모양으로 만들어 쓸어담더니, 입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삼켜 버렸다.

괜히 탈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혐오스럽게 생긴 패러사이트를 우물우물 씹더니 삼킨 봉봉이의 체구가 갑자기 커졌다.

덕분에 여유 있던 화분이 비좁아 지고 흙이 밖으로 흘러넘쳤다.

“괜찮아?”

“괜차나?”

계속 끝말만 따라 하던 봉봉이가 이젠 제법 긴 말을 따라했다.

웃음을 터뜨린 나는 봉봉이의 뺨을 긁적이며 주변을 살폈다.

마력 탐색에 걸리는 것이 없다.

더불어 이형구의 동생도 보이지가 않았다.

“혹시 이놈들 또 있어?”

-끄덕.

이번에도 봉봉이는 넝쿨 두 개를 안테나처럼 뻗어 벽을 가리켰다.

-드드드드!

잠시 후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콰아앙!

지하실 옆이 터져나가며 성체 패러사이트 촉수가 내게 날아들었다.

봉봉이가 어떻게 막아낼 수가 없는 사이즈.

나는 단검으로 그것들을 가볍게 쳐냈고, 투창을 위해 네비노스트를 소환했다.

이어서 동시에 안개가 우릴 덮쳐왔다.

***

그리스 아테네 대통령궁.

“뭐야 왜 신수가…….”

패러사이트 퀸은 내무부 장관의 껍데기를 쓴 채 인간의 생식활동이란 것을 대통령을 통해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노동이라 판단하여 앞으로 할 일은 없겠지만, 그녀와 어울린 대통령은 매우 만족한 모습으로 퀸의 옆에 누워있었다.

퀸은 한국의 패러사이트가 보내오는 정보를 살피다가 예상치 못한 신수의 등장에 당황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땅 속성의 탐색 능력까지 갖고 있네.”

운이 안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지훈의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은밀하게 성장을 진행해온 패러사이트 진영에 변수가 등장해 버렸다.

오래 걸리지 않아 패러사이트가 모두 지훈에게 정리가 되며 그녀에게 돌아오는 신호는 없었다.

“귀찮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런 신수가 단 한 마리뿐이라는 것이다.

“처리해야겠어.”

그냥 둬도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녀에게 위기로 다가올 것 같지 않지만, 변수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남기는 것보단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패러사이트만 움직여도 세상을 뒤엎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목표는 혼란이나 파괴활동이 아닌, 패러사이트에게 너무도 이상적인 지구를 온전히 손에 넣는 것이다.

그래서 숨을 죽이고 힘을 축적하고 있는 거였다.

“다소 무리한 짓이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지. 신수가 더 성장해 봤자 좋을 게 없으니.”

그녀는 살기를 띤 눈빛으로 차갑게 웃다가 자신을 더듬어 오는 대통령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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