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10화 (110/247)

# 11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10

49. 카카오 섬 원정대 (2)

4서클 중반, 익스퍼트 중급 초반.

현재 내 경지는 이렇다.

개인적으로 5서클에 익스퍼트 상급이 되면 마스터와도 합을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마법의 파괴력도 월등히 높아지고 무엇보다 메모라이즈라는 체계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사고 가속 자체 사기스킬이라 의미가 약해지지만, 그래도 메모라이즈가 더해진다면 한 번에 쏟아부을 수 있는 마법이 월등히 많아진다.

더구나 중간중간 여유가 되면 메모라이즈를 다시 할 수 있으니, 5서클부터가 마법의 격변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5서클과 익스퍼트 상급은 거리가 먼 이야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한냐 이 광녀야! 네가 오우거보다 맷집 좋냐! 왜 그렇게 엉겨 붙는 거야!”

“시끄러!”

“트롤 한 마리 빠져나갔습니다!”

“히로시! 트롤 좀!”

“스타버스트으으!”

과연 이블랜드의 영역으로 칭해지는 장소답게 조드 섬은 입장과 동시에 거구의 몬스터들이 침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초입부터 오우거와 트롤이 오크처럼 몰려왔는데, 그 엄청난 위용에 2회차 수행자들은 일시적으로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막상 싸워보니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와 내 기사 9명이 순식간에 절반을 정리해버렸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연맹의 수행자들이 협력해서 처치했다.

나는 무리하게 나서지 않고, 일단 안전하다 생각될 때까지 몬스터 수를 줄인 후 동료들의 전투를 살폈다.

위험하다 싶으면 마법으로 도와주거나 그림자 이동으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와, 무슨 초입이 이러냐.”

이제 겨우 한번 싸웠을 뿐인데, 기진맥진한 동료들을 보면서 말했다.

몬스터의 사체는 대용량 아공간을 보유한 내가 수습했다.

당연히 나중에 수익으로 분배해줄 예정이다.

2회차 수행자들은 꽤 진을 뺀 모습이지만, 나는 아직 체력이 충분하다 생각하며 전진을 고수했다.

“제 말 맞죠?”

나는 주변을 가득 채운 열매를 보며 만족했다.

섬의 크기가 상당한지라 이곳을 차지하고 관리만 잘해도 충분히 큰 이익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트롤 오우거 조합과 두 번을 더 싸운 나는 곧 늪지대란 이야기에 아끼던 스킬을 사용했다.

[여명의 봉화 / 액티브 / LV- / 히든(S)]

-아군의 모든 능력치(스테이터스)를 20% 향상해준다.

-아군의 스킬, 마법, 오러의 공격력을 20% 향상해준다.

-스킬 발동 시 아군에 걸린 상태 이상을 회복한다.

-스킬 발동 시 아군에 3서클의 힐이 적용된다.

-해당 스킬은 전쟁 스킬로 하루 3회만 사용할 수 있으며, 지속시간 1시간이다.

늪지대부턴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 나오는지라 안전을 위한 방편이었다.

순식간에 피곤이 풀리고 눈앞에 연달라 떠오른 능력치 증가 메시지에 여명의 봉화 스킬을 알고 있는 몇 명을 빼고는 모두가 경악했다.

“모름지기 리더라면, 이 정도 스킬은 있어야죠.”

내 뻔뻔한 이야기에 돌아온 반응은 웃음이 아닌 감탄이었다.

나는 웃자고 한 말이었으나, 모두가 크게 공감하며 박수를 쳤다.

괜히 무안해진 나는 늪지대 바닥을 굳히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턱!

얕다고 생각했던 늪지에서 거대한 악어가 튀어나왔다.

-솨아아아! 쿠웅!

하지만 녀석이 얼굴을 빼꼼 내미는 순간 사람들이 놀랄 틈도 없이 나는 창을 날렸고, 무시무시한 기운을 머금고 날아간 창이 두터운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의 목을 통해 머리를 뚫고 나왔다.

“뭐, 뭐야!?”

뒤늦게 사람들은 거대 악어가 반발력에 의해 뒤로 날려지며 배를 드러낸 것을 보고 기겁했다.

“발밑 조심하세요. 마력 탐색 있으신 분들은 수시로 사용해서 주변에 알려주시고요.”

“네!”

단체 사냥도 연맹 차원에서 종종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수행자들의 반짝이는 눈빛에 괜히 웃음이 났다.

“어째 점점 가면 갈수록 차이가 좁혀지긴커녕 벌어지는 것 같은데.”

발터의 혼잣말에 주변에 있던 1회차 수행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조드섬의 크기는 서울의 두 배 수준.

강 위에 있을 만한 사이즈의 섬이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 지형이 험하지 않고, 대체로 완만했으며 습지가 많긴 하지만, 내가 마법으로 땅을 굳히니 이동에 불편함이 크지 않았다.

더구나 수행자란 존재는 평범한 인간의 신체 능력을 넘어선 초인들.

우리는 딱 5일 만에 조드섬의 몬스터를 일소할 수 있었다.

“없죠?”

“네, 동쪽에선 더 이상 마력 반응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력 탐색을 가진 수행자들을 통해 탐색을 완료한 나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섬의 중심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했다.

이걸로 나는 미개척지를 획득하였고, 언제든지 조든 섬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초콜릿을 독점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포트 게이트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본 수행자들은 서로에게 수고를 했다며 자축했다.

당연히 가장 활약한 건 나지만, 연맹원들도 충분히 도움이 됐다.

특히 중심에 있는 싸이클롭스는 처음으로 싸워봤지만, 그 전투력이 들었던 것 이상이어서 굉장히 애를 먹어야 했다.

내가 싸이클롭스를 상대하는 동안, 연맹원들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오우거와 트롤을 필사적으로 막아 주었기에 전투에 집중하여 쓰러뜨릴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기사들만 이끌고 혼자 나섰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을 것이다.

듣기론 싸이클롭스의 가죽은 드레이크의 가죽보다 훨씬 더 비싸다던데 그것으로 장비를 만들어 측근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더불어 초콜릿의 순이익 중 1할을 기부 명목으로 연맹에 건네주기로 했다.

사실 내가 연맹의 회장인지라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차피 현재의 연맹은 내 개인 재산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이곳으로 인부들을 보내 카카오를 수확하게 한 다음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영지로 보내면 될 것이다.

“관리에도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 강을 타고 다시 나타날 수도 있고, 공중 몬스터가 내려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죠. 중간중간 피난소도 만들어 놔야겠습니다.”

김선아의 이야기에 나는 긍정하며 수행자들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도록 하죠. 제가 5일을 빼앗았으니, 사과의 의미로 일괄적으로 백금화 20씩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몬스터 판매 대금은 별도로 지급하고요.”

“오오!”

나야 하루에 백금화 수백 개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일반적인 수행자들은 백금화 하나 벌기도 힘들다.

그러니 5일 일하고 백금화 20개를 받는 건 큰 득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야 그럭저럭 괜찮지만, 나를 제외한 수행자 중 가장 뛰어난 히로시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사람들이 편한 표정으로 뒤풀이를 위해 내 영지로 향했는데, 나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서 사람들이 10명씩 텔레포트 게이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렇게 나와 기사들, 김선아만 남아 텔레포트 게이트를 사용하려 하는데.

[마력이 흐트러져서 텔레포트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응?”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면서 처음 보는 사용 불가 메시지가 떴다.

마력이 흐트러지다니, 이게 무슨 뜻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우우우우웅!

-쿵!

공기가 밀려오듯 우리를 쓸고 지나가자 마치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과 함께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최상급 악마의 피어에 노출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90% 하락하며, 공포심과 착란 증세가 발생합니다.]

[내성 능력치가 적용됩니다.]

[능력치가 50% 회복하며, 공포심과 착란 증세의 효과가 약해집니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메시지.

나는 창을 지팡이로 의지하며 버텼고,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구름 속에서 검은색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얼핏 봐선 클라우드 서펀트라는 몬스터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곧 구름을 뚫고 검은색의 거체가 나타나자 범인의 모습을 확실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북쪽의 왕 라그나베일]

그것은 흑룡이었다.

길이가 1㎞는 가뿐히 넘을 것 같은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쌍두룡.

그리고 쌍두룡의 뱀과 같은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큭!”

새빨간 눈동자와 마주치자 극심한 두통이 밀려오며 손발이 떨려왔다.

그러나 이내 라그나베일이란 괴물은 무심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회색 산맥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뮤대륙 3대 악 중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나는 마치 물속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대다가 쌍두룡이 완전히 사라지자 안도하며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다.

“뭐야, 저게?”

손바닥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했으며, 주변을 보니 나와 그라프를 뺀 모두가 바닥에 쓰러져 거품을 물고 있었다.

나는 집단 폭행을 당한 것처럼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섰다.

그래도 자동회복 레벨이 30에 달하는 덕분인지 고통은 금방 가시고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모든 디버프가 해제됩니다.]

[텔레포트 게이트가 이용 가능합니다.]

“후우.”

쓰러진 김선아의 상태를 살폈더니, 다행히 기절만 한 것이었다.

여명의 봉화 스킬을 사용했더니, 일어나지 못하고 힘겨워하던 그라프가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고, 얼마 안 있어 기사들이 몸을 일으켰다.

“으음.”

마지막으로 김선아마저 정신을 차리는 것을 확인하곤, 쌍두룡이 사라진 회색산맥 너머를 바라보았다.

“3대 악이자 북쪽의 왕이라는데, 저게 뭡니까?”

내 물음에 그라프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이랜드에 드래곤이 있다면, 이블랜드엔 3대 악이 있다고 합니다. 드래곤과 동급으로 치부되는 악마종입니다. 저도 전설로만 듣던 것이라 실존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군요.”

내가 지금까지 만나보았던 몬스터 중 가장 강력했던 것은 데스나이트였다.

하지만 방금 보았던 쌍두룡은 데스나이트조차 가볍게 뛰어넘는 괴물이었다.

이제 와서 저런 괴물을 보여 주는 것은 뭔지 심히 의도가 궁금하다.

나는 애꿎은 하늘을 올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긴장감 풀지 말라는 뜻이냐?’

신마시대의 전설로밖에 치부되지 않는 괴물이 지구에도 출현할 수 있다는 경고 같았다.

“카카오 수확할 수 있겠죠?”

“아마도 괜찮지 않을까요? 방금 보니,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던데요.”

“저런 녀석들 입장에서 보면 우린 벌레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죠.”

“회장님. 전 대체…….”

“선아씨, 괜찮아요?”

“네.”

“일단 돌아가도록 하죠.”

나는 비틀대며 일어나는 김선아를 부축하며 기사들과 함께 텔레포트 게이트에 올랐다.

***

6월 22일.

복권 허가 및 생산, 판매, 정착까지 15일이 걸렸으며, 카카오를 얻기 위한 조든 섬의 정리에 5일을 사용했다.

즉, 현실 시간으론 북한에 쳐들어가고 4일이 흘렀으며, 성수를 활용한 패러사이트 탐색을 시작한 지 6일이 흘렀다는 뜻인데,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치곤 지금의 한국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국내 모든 국민들은 성수를 통한 검사를 받았으며, 수시로 성수를 섭취하여 마구잡이로 패러사이트가 확산하는 것을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저기 원인 모를 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범죄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안개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대부분 패러사이트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우리가 관리하고 예방을 해도 이런 식으로 패러사이트가 확산한다면 막기는 쉽지 않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세계에 숨어 있는 패러사이트들이 사람을 공격해 온다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나마 믿을 건 패러사이트를 잡기 위해 전세계 정부가 혈안이 되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보, 북한 완전 비핵화 합의. 한미북의 기습적 공동 서명.]

[즉시 북한은 비핵화 작업에 들어가며, 미국과 UN 전문가들을 통해 검증을 받는다.]

[미국, 북한의 비핵화 작업과 동시에 국제 제재에 대해 해제를 의논할 예정.]

[갑작스런 북한의 경제 개방. 김정훈 위원장이 직접 북한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단계적인 경제 개방을 이루겠단 의지를 밝혀.]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과 연방을 이루는 것. 통일에 대해선 시간에 맡기기로.]

[남북이 연방제의 틀 안에 함께 한다면 교류가 자유로워지며, 일반 국민도 여권만 있으면 북한에 입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패러사이트 사태로 인한 의외의 소득이라 볼 수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는 난리가 났다.

이것은 현 지구의 이상을 모르는 일반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일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과도 의논치 않았기에 이들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날벼락이다.

지금 세계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북한의 폐쇄성을 깰 필요가 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지만, 갑작스런 북한의 전향을 그 세 국가는 환영하지 않았다.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가 생지랄을 떨었으며 일본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가뜩이나 현 상황이 골치 아픈데, 외교적인 정치 이야기가 훅 들어오니 짜증이 나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이 일은 당사국끼리 합의를 한 것이고, D-DAY 이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데, 제3국들이 득실을 따지고 드는 것에 불편함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는 이미 결정 사항이었으니.

그리고 어차피 북한의 전향을 반대하는 것은 중국, 러시아, 일본 3개국뿐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지지를 했고,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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