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08
48. 북한 이야기 (3)
돈을 벌기 위해선 상품을 파는 방법도 있지만, 돈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쉽다고 생각한다.
사실 귀족들의 놀이터로 카지노를 만드는 것이 베스트라 생각하지만, 괜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에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그것이 바로 복권이다.
복권도 도박과 비슷한 사행 행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 복권이 도박과 달리 괜찮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정당하게 국가의 허가를 받고 운영하기 때문이며, 아무래도 소비 금액이 적다 보니 문제의식이 낮은 게 컸다.
그리고 이곳 역시 한국이 그러는 것처럼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매수를 정해 놓으면 된다.
그럼 복권하다가 망하는 사람은 발생하지 않을 테니.
“남작님, 왕실에서 판매 허가가 났습니다.”
당연하지만 2왕자가 미뤄준다고 했던 만큼, 복권의 국내판매 허가는 아주 간단히 떨어졌다.
계약 조건은 복권 판매로 발생한 순이익 중 6할을 내가 가져가고, 해당 영지의 영주와 왕실이 2할씩(6:2:2) 가져간다.
대신 복권 판매 점은 베르트 상회에서 직접 설치하기로 했으며, 시세에 맞는 토지 사용료를 해당 지역 영주에게 지불하기로 했다.
1인의 복권 최대 구매치는 하루를 기준으로 평민 5동화, 자유민 1은화, 준귀족 이상이 5금화로 지정되었으며, 당첨금에 대한 세금은 영지 세법에 따르기로 했다.
판매하게 될 복권은 종류는 아래와 같다.
1. 보통 즉석복권
2. 당첨률이 높은 대신 당첨금액이 보통보다 낮은 즉석복권
3. 당첨률이 낮은 대신 당첨금액이 보통보다 높은 즉석복권
4. 번호 지정 방식, 주 1회 당첨번호 발표.
1금화 이상의 당첨금은 은행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으며, 당첨금을 명목으로 계좌개설을 유도토록 했다.
거액의 당첨자의 경우 어차피 거금을 손에 쥐고 있어 봤자 평민은 그것을 지키기가 쉽지 않으니 계좌개설은 필수였다.
복권 판매로 돈을 벌고 당첨금은 은행에 예치하고, 그야말로 1석 2조가 아닌가.
“좋아, 좋아.”
당장 복권을 통해 큰 돈을 벌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기점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더불어 정보길드를 이용해 여기저기서 헛바람을 넣으면 더욱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은 케일론 왕국에서만 진행할 게 아니라 미드랜드 모든 국가를 상대로 진행할 예정인 만큼, 좋은 돈벌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복권 하나 만들고 안심할 순 없지.’
당연하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겠다.
“확 다단계 해버려?”
돈을 벌어야겠단 생각에 윤리의식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원래대로라면 윤리의식이고 뭐고 개나 줘버리라고 외쳤겠지만, 지금의 나는 수행자 단체를 이끄는데다가 뮤대륙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있으니, 이미지를 깎는 짓은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 두기로 했다.
***
케일론 왕국의 수도 카르디아.
평민 입장에서 카르디아는 지방 영지에서 농사나 짓는 것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대왕국의 수도인 만큼 상업이 발달하고 물류의 이동으로 일자리가 많았으며, 노역을 하면 평민치곤 제법 큰 돈을 만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카르디아에선 배움의 기회도 많은데, 상회에서 일을 하며 글을 떼는 사람이 적지 않아 문맹률이 가장 낮은 도시였다.
하지만 이는 같은 평민으로서 지방에 사는 것보다 좋다는 것뿐이지 결코 풍족함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수도의 물가가 지방 도시의 물가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뮤대륙에서 풍요로움을 영위할 수 있는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선택을 받은 사람들뿐이다.
“후우, 빡세다.”
농축산길드에서 하역일을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끌며 집으로 향하던 ‘카터’는 무심코 길가 게시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부자가 될 방법이 있는데 시도조차 안 하겠습니까?]
[베르트 복권으로 부자의 꿈을 꾸세요.]
요즘 도시 게시판 곳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
하나같이 문구가 눈에 띄고, 글을 못 읽는 사람을 위해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
마치 마법처럼 화려하게 그려진 포스터는 집에 전시를 하고 싶을 정도.
하지만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고작 5평 남짓한 자신의 집에는 그런 것을 붙일 공간도 없고 게시판 훼손은 큰 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을 했을까?
쪽방들이 길게 이어져 있는 개미굴 같은 평민 거주구에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응?”
-웅성. 웅성.
사람들이 처음 보는 가게 앞에 길을 길게 서 있는 것이었다.
뭔가 싶어 몇 번이고 얼굴을 본 적 있던 청년에게 물었다.
“이 줄이 뭡니까?”
“아, 게시판 곳곳에서 홍보하던 복권이라는 거 있잖아요. 그 가게라네요.”
평민들을 유혹하는 메시지로 안 그래도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복권.
설마 그 가게가 이렇게 볼품없는 동네까지 들어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사시게요?”
“네, 워낙 게시물의 문구가 눈에 띄어서 동화 1개짜리 복권 하나 사보려고요.”
자신도 방금 그 게시판의 문구를 보긴 했지만, 선뜻 영문 모를 물건에 동화 1개를 쓰기엔 너무 아까웠다.
동화 1개면 이틀 치 식대였으니 말이다.
“당첨됐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북쪽 지구에선 이틀 전에 복권가게가 생겼는데, 파란 복권으로 3등, 4등 당첨된 사람이 꽤 있다고 하더군요.”
파란 복권이면 당첨금이 낮은 대신 당첨확률이 높은 복권을 뜻했다.
평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복권이었는데, 1등 당첨금이 백금화 10개, 2등이 백금화 1개, 3등이 금화 1개, 4등이 은화 1개였다.
금화 1개만 해도 평민 입장에선 엄청난 거금.
카터가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노역을 해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금액이었다.
“음…….”
하지만 카터는 1동화가 너무 아까워서 고개를 내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길게 늘어선 줄을 지나쳤다.
[1등에 당첨되는 상상을 해보세요.]
파란 복권: 1등 백금화 1개
녹색 복권: 1등 백금화 10개
빨간 복권: 1등 백금화 100개
그런데 막상 가게 벽에 붙어 있는 홍보문구가 다시금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금화만 해도 그가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이 없는 주화였다.
자신이 평생을 일하면 백금화 10개는 모을 수 있을까?
한 달 일하면 손에 쥐는 것은 평균적으로 은화 6개.
이중 식대로 은화 1.5개를 사용하고 방값 및 기타 생활비로 은화 2개를 사용하면 은화 2.5개 정도가 남는다.
이걸 꾸준히 1년 모으면 금화 3개가 되고, 10년을 일하면 백금화 3개가 된다.
물론 이는 계속 독신으로 살 경우의 이야기고 부양가족이 생긴다면 소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음.”
마치 유혹 마법이라도 걸어 놓은 듯한 문구에 홀려 정신을 차려보니 카터는 어느새 붉은 복권을 사고 있었다.
“붉은 복권이라니, 의외로 승부사네요?”
당첨률이 높은 파란 복권을 든 이웃의 이야기에 카터는 주변을 살피고는 당첨금 수령창구 옆으로 이동했다.
혹시라도 당첨되면 괜히 복권을 품에 품고 오느라 공포에 떠는 것보다 바로 창구로 찔러 주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손에 쥔 작은 종이.
그곳의 중심엔 검은색의 밀랍이 얇게 칠해져 있었다.
카터는 궁상맞게 목을 움츠려 남들이 보지 못하게 밀랍을 조금씩 떼어냈다.
“어?”
그런데.
[1등 당첨! 백금화 100개!]
상상했던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하, 하하.”
거의 충동적으로 구매한 거였는데…….
‘잘못 본 거 아니지?’
잠시 비틀거린 카터는 다시금 복권을 살폈지만, 여전히 같은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응?”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옆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아까 대화를 나눴던 이웃이 자신의 복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겁한 카터는 얼른 당첨금 수령창구에 복권을 찔러 넣었다.
“저기요! 저기!”
그에 창구에 앉아 있던 여성은 복권의 내용을 살폈고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붉은 복권 1등이야! 이 사람 1등 됐다고!”
그건 창구 여직원이 내뱉은 말이 아니며, 카터가 내뱉은 말도 아니었다.
방금 자신의 복권을 훔쳐본 이웃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뭐!?”
“진짜? 백금화 100개?”
“카터! 너, 카터 맞지!?”
덕분에 복권가게는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변화며 카터는 당첨금에 기뻐하기보다 공포심을 느껴야 했다.
그도 그럴 게, 만만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살기조차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철컥. 철컥.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험악한 남성들이 가게 안쪽에서 걸어 나오며 소리쳤다.
“이쪽 신경 쓰지 마시고 각자 할 일 하시게!”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 들 것처럼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의 등장에 가게는 바로 조용해졌다.
“반갑습니다. 베르트 상회 소속 호위무사인 파이톤입니다. 함께 안으로 이동하시죠.”
그리고 크게 놀라 벌렁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있던 카터가 안도하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붉은 복권을 쥔 여성이 위치한 금고형 창구 안으로 들어갔다.
“축하드립니다. 설마 이렇게 빨리 붉은 복권의 당첨자가 나올 거라곤 예상치 못했군요. 아마 베르트 남작님께서도 놀라실 겁니다.”
“저, 저! 진짜, 백금화 100개 받는 거예요?”
“물론이죠. 이곳에서 베르트 은행 계좌를 바로 신설해드리겠습니다. 그 계좌에는 당첨금이 들어 있을 겁니다. 돈은 원하는 대로 은행 전 지점에서 찾을 수 있으며, 요청하시면 검증된 호위를 붙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
카터는 자신의 뺨을 꼬집고, 때리기도 했다.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힘든 하루였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백금화 100개를 가진 부자가 되었다.
“하, 하하.”
카터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그는 인근 영지에서 농사를 짓고 사시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앞으로 힘없는 부자라는 이유로 많은 겁박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거금을 손에 넣은 것은 좋지만, 그것을 지키실 힘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어진 호위무사의 현실적인 이야기에 그는 흐르던 눈물을 닦으며 표정을 굳혔다.
“그런 것을 이겨 낼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베르트 영지로 가시는 게 어떨까요? 베르트 남작님께서 당첨자분과 같은 사람을 위해 안전 구역을 만들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더불어 집값을 포함해 모든 물가가 수도보다 저렴합니다.”
수도에서 산다면 앞으로는 계속 호위를 달고 다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야죠. 수도는 범죄자도 많고 사람들이 삭막해서……. 안 그래도 돈이 생기면 지방 도시로 내려갈 생각이었습니다.”
카터는 친절했던 이웃이 자신의 복권을 보고 지었던 표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복권의 당첨금은 은행에 자동 예치가 되고, 또 거액의 당첨자들을 유도하여 베르트 영지에 정착을 시킨다.
돈 많은 평민들이 베르트 영지에서 소비활동을 하면 그들의 돈은 고스란히 지훈에게 되돌아온다.
밥풀 하나 소홀하게 흘리지 않는 악마 같은 계획이었다.
***
많은 수행자들이 장사판에 뛰어들면서 지구의 지식을 활용한 사업은 점점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향신료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인도인 사지타는 얼마 전에 만났더니 마탑에서 백금화 100개에 판매되는 아공간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속옷을 팔아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나 싶던 일본인 유이는 방어구에 미스릴 코팅을 해버렸다.
이제 하루 벌이가 백금화 400개에 달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뭔가 다른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복권의 매출이 대단하군요?”
“사람들 많은 데서 1등 복권을 깐 카터란 사람이 한몫했지. 클로이가 바람을 잘 넣어 주기도 했고.”
“9할 이상이 평민과 자유민의 매출이라던데…….”
“평민과 자유민이 돈은 적지만 숫자가 귀족보다 월등히 많으니까.”
복권 판매를 시작하고 10일째.
첫날 판매량이 2만 장으로 저조하던 성적은 10일째가 된 지금 30만 장으로 늘어났다.
미드랜드에서 대왕국으로 손꼽히는 케일론 왕국의 인구수는 3천만.
그리고 약 2천만 명이 성인이었으니,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게 복권가게가 성행하다 보니, 점점 점포 수가 많아지고 자연히 당첨자의 수도 증가했다.
덕분에 보름은 가지 않을까 생각했던 붉은 복권의 1차 생산분이 일주일 만에 동이 나버렸다.
즉석복권은 복권의 특성상 기존의 것이 못해도 절반은 소진이 되어야 추가 생산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인쇄소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복권을 30만 장 판매하면 매출은 백금화 300개.
이중 절반이 당첨금으로 분배가 되며 나머지 절반이 수수료로 내 상회와 왕실, 복권 판매지역의 영주가 나눠 갖는다.
덕분에 나는 복권으로만 오늘 하루에 백금화 90개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건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른 국가들도 오늘부터 복권 판매에 들어가니,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루 실수익이 백금화 1000개를 찍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복권은 독점판매가 아니다.
케일론 왕국에선 국왕이 나를 밀어준다고 다른 사람들의 허가를 잘 내려주지 않겠지만, 다른 국가들은 발매 전부터 이제 막 시작한 복권 사업을 따라 하려는 곳이 많았다.
이제 내가 뭐만 한다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따라 하니 점차 독점권을 얻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량의 복권을 찍어낼 인쇄 기술을 가진 곳이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어부지리로 매출을 지켜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복권 붐은 시간이 지나면 한풀 꺾일 테니.
은행과 함께 복권은 베르트 상회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직 부족해.”
“그, 그런가요?”
클로이는 만족 못 하는 내 모습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이대로도 충분히 왕국 제일 상단이 될 수 있겠지만, 2왕자와의 약속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매출을 단기간에 확장 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더 필요했다.
-똑똑.
“단장, 접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문밖에서 들려온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의문을 표했다.
“히로시?”
그는 다름 아니라, 연맹의 아시아총괄이란 서열 3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타쿠 히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