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06화 (106/247)

# 10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06

48. 북한 이야기 (2)

당연하지만 내 측근들은 평양행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러나 나는 이미 싸워봤던 이란 특수부대에 비해 북한군이 크게 뛰어나다는 생각을 않고 있기에 괜찮다며 안심을 시켰다.

‘대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긴급 전이 반지를 사용하시는 겁니다.’

김선아의 당부에 나는 당연히 그럴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사무실을 나설 수 있었다.

정부 측에서 내게 건네준 물건은 총 3개.

하나는 긴급 연락을 위한 위성 전화기였으며, 또 하나는 북한 주요 인사의 신상정보 수첩.

마지막은 총기를 사용할 경우가 발생한다면 외부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북한의 제식 무기를 건네줬다.

전부 쓸 일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한 물건이었으니 잔말 말고 챙겼다.

그렇게 챙길 거 챙기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금지인 북한에 잠입을 실시했다.

나는 파주 장단면에서 출발해 개성을 우회해 평양을 향해 다이렉트로 날았다.

‘왜 이렇게 황량하냐.’

은신을 사용한 채 저공비행을 하다 보니, 자연히 북한의 모습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같은 한국이니 자연경관은 당연히 우리나라와 비슷할 줄 알았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북한 땅은 산인데도 마치 탈모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성한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어딜 가나 인위적으로 산을 파헤쳐 만든 밭에서 곡물들이 힘없이 자라고 있었다.

겨우 10여 분밖에 날지 않았음에도 확연히 눈에 띄는 환경 차이에 눈살을 찌푸렸다.

북한은 제재 때문만이 아니라 나라의 환경 자체도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정신이 지치는 듯하다.

‘이러니까 산사태가 자주 나는 거지.’

새삼 자연의 녹음이라는 것이 시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러면서 지는 개인의 취미를 위해 수백억씩 쓴다는 거지?’

북한의 지도자는 아무리 좋게 생각할래도 좋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대동강.’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저공으로 빠르게 비행을 이어가다 보니 1시간이 되지 않아 대동강이 펼쳐졌고, 곧 중국의 신도시를 연상시키는 평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날아오면서 본 건 뭐였는지, 이곳만큼은 꽤나 잘 꾸며져 있었다.

나는 대동강을 따라 주석궁이 있는 평양의 대성구역을 거쳐 김정훈의 집무실이 있는 중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김정훈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집무실 건물 옆으로 지하시설의 입구가 보였고, 국정원과 CIA에서 김정훈은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했다.

주변에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걸 보면 사실인 것 같다.

“어디서 바람이.”

나는 최대한 기척을 감추며 지하시설의 입구로 향했고, 유형하듯 허공을 날았다.

몇몇 감 좋은 병사들은 인기척을 느끼고 주변을 살폈지만,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며 경계근무를 계속했다.

열 감지, 적외선 센서가 달린 지역은 그림자 이동으로 피하고, 아무것도 없는 장소는 천장에 바짝 붙어서 날아다녔다.

역시 여기저기 침입자를 막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었지만, 마법과 스킬이 더해지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거 왠지 암살자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깊숙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나는 마력 탐색 스킬을 사용했는데,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마력 탐색에 잡히는 게 없다고 괜찮은 건 아니다.

부화 전 ‘알’ 상태의 패러사이트는 마력 탐색에 잘 잡히지 않으니.

패러사이트가 마력탐색에 걸리는 경우는 부화하고 난 다음이거나, 아직 유충인 상태일 때 분이다.

“들었어?”

“뭐가?”

경계근무를 하던 병사 하나가 옆에 있는 병사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북한이 빡빡한 나라라 해도, 경계근무 중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건 다름이 없는 모양이다.

“위원장 각하께서 인민을 위한 격무에 잠을 이루지 못하시고 결국 한차례 쓰러지셨다는군.”

“세상에, 그게 무슨 재앙이란 말인가.”

“더구나 깨어나시자마자 다시 업무를 보고 계시다는군. 아까 5층에서 잠깐 뵀는데, 다행히 안색은 괜찮아 보이셨네.”

그들의 대화에 흥미를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자신의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김정훈은 이상한 이질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영상이랑 똑같이 생겼네. 머리 스타일 보소.”

그런 그의 눈앞에 웬 젊은 청년이 서 있었는데.

“뭐, 뭐하는 녀석이냐.”

북한 내에선 왕이나 다름없는 권력자인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김정훈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청년은 실소를 흘리며 손에 쥔 물병을 열어 자신에게 쏟아부었고, 그 물에 닿는 순간 전신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으아악! 바, 밖에 아무도 없나!”

“불러봐야 소용없습니다. 그나저나 설마 했는데…….”

더불어 청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김정훈의 입을 벌리더니 그 물을 쏟아부었다.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많은 위협을 받았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해를 입히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김정훈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 물을 받아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발버둥을 쳐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어째 큰 고통을 준 것치곤 몸에 상처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영문 모를 물까지 마셨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김정훈은 서서히 고통이 가시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손과 낯선 청년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이내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거 성수냐?”

“맞습니다.”

“그, 그럼 나는.”

그도 지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알고 있다.

실제로 북한도 대한민국으로부터 성수를 지원받아 배포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하지만 북한은 폐쇄적인 만큼 누구도 감염되지 않은 상태였고 혼란에 빠진 세계를 보며 비웃던 차다.

그런데 하필이면 많고 많은 인간 중 설마 자신이 감염되다니.

김정훈은 자신에게 이상한 것을 먹였던 러시아 여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인상을 험악하게 찌푸렸다.

“언제 감염되었는지 기억합니까?”

청년은 아마도 수행자라 불리는 신기한 힘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깊은 곳까지 아무 상처 없이 찾아올 수 없을 테니.

새삼 수행자란 존재가 무섭게 느껴졌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에 따른 이후의 상황이었다.

“젠장, 엊그제 저녁일 거다. 웬 년이 잠자리에서 내게 이상한 것을 먹였고, 그다음 바로 기절했지. 아마 그때 감염된 걸지도.”

청년은 다시금 성수를 꺼내 김정훈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끄악!”

그에 김정훈이 얼굴을 감싸 쥐며 바닥을 뒹굴었다.

“확인할 거면 한두 방울만 부으면 되는 거 아니냐! 이 자식 말투 보니 남한 놈 같은데,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하지만 김정훈의 위협에도 청년은 위축되긴커녕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 뱃속에 있는 괴물새끼가 방금 먹은 성수에도 사멸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 줄 압니까? 곧 부화한다는 겁니다.”

청년의 말에 김정훈의 눈이 동그래졌다.

“남한 방면으로 배치된 군대 중 3할을 평양으로 후퇴시켰죠? 그 이유가 뭡니까?”

“그, 그야 당연히…….”

뜬금없이 그런 걸 왜 묻냐는 듯 답을 하려 했지만, 답을 할 수 없었다.

“왜 그랬더라?”

“뱃속의 패러사이트가 그렇게 명령을 내린 거니까 모르죠. 정작 자신은 뭐가 이상한지도 모르고.”

“헙!”

“또, 어떤 지시를 내렸습니까?”

“부모 없는 자식들을 한데 모아……. 어?”

자신이 내뱉은 말을 좀처럼 이해 못 하는 김정훈.

청년는 그를 보며 짧게 혀를 찼다.

그리고 이 사태를 대비해 미리 짜놓았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텔레포트. 워싱턴 DC.”

***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고 내게 납치를 당한 김정훈은 어안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헙, 지훈 님?”

텔레포트 게이트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NSA요원들은 기겁하며 나를 살폈고, 내게 끌려온 사람의 얼굴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김정훈 위원장을 데려왔단 뜻은.”

“네, 곧 부화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어제도 방문했던 미국 레이븐록 벙커다.

지금 김정훈은 내게 납치를 당해 강제로 미국에 끌려온 것이다.

이미 사전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정한 플랜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씨발! 빨리 수술해서 적출 해야지 왜 날 이리 끌고 온 거야!”

김정훈은 이곳이 증오해 마지않는 미국의 땅이라는 것보다 자신의 뱃속에서 언제 부화할지 모르는 괴물을 두려워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걱정 마세요, 당신이 죽는 일이 없을 겁니다. 아무리 김정훈 위원장이 악랄하다 한들 지금 죽어버리면 수습하기가 힘들어지거든요.”

내 확언에 김정훈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신뢰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은 착실하게 D-DAY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대한민국의 북쪽에는 통제가 되지 않는 폐쇄 국가가 버티고 있다.

이번엔 운이 좋아 사전에 알아채서 다행이지, 만약 김정훈이 북한을 패러사이트 부화장으로 만들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가 입었을 것이다.

더구나 핵무기를 포함해 수많은 미사일의 버튼을 패러사이트에 조종당하는 인물이 쥐고 있다면 불안해서 하늘도 바라보기 힘들 터.

그래서 우린 이 작전을 최악이자 최선의 플랜이라 평가했다.

“앞으로 당신은 패러사이트가 아니라 우리의 꼭두각시로 살아줘야 합니다.”

“무슨?”

“어느 의약 회사가 참 편리한 약을 만들었죠. 타임 데스라는 약인데, 그걸 먹고 5일 이내에 다시 그 약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고 합니다.”

세계의 악동인 북한을 손에 쥐고 움직일 수 있다면 D-DAY 이후로도 북쪽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위협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니 이해가 일치했다고 볼 수 있다.

“끄으윽!”

믿기 싫은 이야기에 몸부림을 치는 걸까?

그런데 그 순간 김정훈의 뱃속에서 검은색의 촉수가 내게 쏘아졌다.

“지훈 님!”

놀랄 필요도 없다.

촉수를 가볍게 낚아챈 나는 김정훈의 뱃가죽을 뚫고 나오는 작은 패러사이트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촉수를 잡아당기자, 아직 완전한 성체가 되지 못한 패러사이트가 맥없이 끌려오고, 번개처럼 휘두른 오리하르콘 단검에 두 동강이 나며 즉사했다.

패러사이트가 가장 약한 타이밍.

그건 바로 부화 직후다.

단 1초라도 여유를 주면 녀석은 어디론가 모습을 감출 것이고 순식간에 거대해져서 온전한 성체가 될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던 NSA요원이 다가왔고, 나는 주변에 성수를 뿌리며 혹시모를 바이러스를 사멸시켰다.

이어서 피를 꾸역꾸역 쏟아내는 김정훈의 상처 부위에도 성수를 부은 뒤 바로 증발시켰다.

“사, 살려줘…….”

김정훈의 애원에 나는 손짓을 했고 NSA대원들과 함께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다.

“대장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가 끊어지더라도 제대로 접합만 시켜 놓으면 내가 마법으로 상처 부위를 붙일 수 있으니, 금방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회복된 김정훈에겐 타임 데스 알약이 기다리고 있다.

***

수술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상처 부위의 봉합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힐에 아주 간단히 접합부위가 이어졌다.

마법과 현대 의학이 더해지니 그 효과는 대단했다.

“비열한 놈들.”

예정대로 김정훈은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약을 받지 않으면 죽고 마는 알약을 복용했다.

살고 싶으면 이제 충실히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나는 그의 악담에도 실소를 흘리고는 미리 위치를 저장해 두었던 두 개의 긴급전이 반지 중 하나를 김정훈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저장해 놓은 위치는 평양 벙커의 화장실 안이었다.

“위원장 각하!”

“응? 아아, 무슨 일인가?”

“갑자기, 호위 인력이 모두 기절한 상태에서 각하께서 사라지셔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2시간 만에 귀환.

난리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신경 쓰지 말고 아무 이상 없다고 연락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암살하려 했던 러시아년은 어떻게 되었나?”

“바로 불태워 죽였습니다.”

“그 과정에 이상은 없었고?”

“네, 그렇습니다.”

나는 이 모습을 은신을 사용한 채 지켜봤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 계집에게 생채기 입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고 바로 보고해. 앞으로 출입자는 모두 남한에서 보내온 성수로 감염 여부 확인하고.”

하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김정훈만 느끼게 어깨를 두들긴 뒤 벙커를 벗어났다.

내 손길에 그는 크게 움찔거렸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아마 짜증이 상당할 것이다.

굉장히 과격한 해결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최고의 결과라 생각한다.

김정훈이 이제 우리의 손아귀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통일을 위해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역사에 기록될 일은 없겠지만, 이 정도면 꽤 애국자가 아닌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