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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05화 (105/247)

# 105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05

48. 북한 이야기 (1)

“출세요?”

빤히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그냥 한 말은 아니었다.

“저는 꾸준히 자기 강화를 위해 수련과 전투를 치러야 하는 입장입니다. 지금 정치 다툼은…….”

“아아, 정치 다툼은 내게 맡기게. 자네의 사정은 잘 알고 있으니. 일단 백작위까지 작위를 올리면 뒤는 내가 봐주지.”

아무래도 편의를 봐줄 생각인 것 같은데, 백작이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건가?

“케일론 왕국 제일 상단의 주인이라면 충분히 백작위가 하사될 만할 거라 생각하는데.”

왕국 제일 상단이라니.

분명 백작 이상의 권력자가 되면 좋긴 하다.

나는 수행자들의 리더인 만큼 뒤따라오는 동료들을 이끌어 줄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나는 왕자의 의중도 모르고 따를 만큼 충성심이 강하지 않았다.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에 잠시 뜸을 들이며 커피를 들이켠 미하엘 왕자가 말했다.

“크리산트 공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크리산트 공작은 1왕자의 외할아버지이자, 케일론 왕국 유일의 소드마스터.

더불어 왕국군 총사령관이란 직함도 갖고 있는 만큼 왕국군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왕국 최고의 전력인 근위병과 근위기사단, 수도방위군은 ‘왕실군’이란 편제 아래 국왕의 명령에만 움직이지만, 왕실군의 병력의 수는 왕국군 2할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1왕자파에 크린산트 공작이 있다면 2왕자파엔 대마법사 엠브리오 공작과 마탑이 버티고 있다.

혹시라도 내전이 벌어지면 양측에 크나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기정사실.

누가 되었든 내전을 통해 왕태자의 자리를 손에 넣더라도 대왕국으로 치부되는 케일론의 군사력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짧게 혀를 차며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분명 크리산트 공작을 포함한 형님의 세력은 막강하네. 하지만 폐하가 계시는 한 왕태자는 되기 힘들 거야.”

국왕이 후궁의 소생인 1왕자보다, 왕비의 소생인 2왕자를 각별히 여긴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런 국왕의 성향 때문에 왕립마탑이 2왕자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1왕자와 달리 2왕자의 외가는 변경백이긴 해도 공후작에 비빌 수 있는 가문이 아니었다.

하인츠 백작가의 하위 호환 버전이라 볼 수 있을 정도.

만약 국왕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2왕자가 1왕자와 왕태자의 자리를 놓고 동등하게 경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초조해할 만해.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지.”

“하지만 아무리 그쪽이 군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폐하께서 무탈하시지 않습니까? 반란으로 지정이 되면 왕국군 측에 동요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왕국군 병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애석하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왕실기사단 내부에도 1왕자와 크리산트 공작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 되니까.”

대충 2왕자의 의도를 알겠다.

그는 지금 자기 진영의 군사력 강화를 위해 나를 이용하는 것이다.

내전이 발생하면 왕국군과 왕실군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지원을 해주는 영주들의 사병이다.

금력을 지닌 내가 변경백이 된다면, 공후작에게도 밀리지 않는 군대를 만들 수 있을 테니,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합리적으로 군사를 확충할 수 있다.

더구나 말도 안 되는 그 제안을 해낼 능력을 지닌 귀족도 나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나를 이용하는 게 되지만, 반대로 나는 뮤대륙의 권력자로서 큰 힘을 얻게 되기에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여건만 갖춰지면 바로바로 국왕이 새 작위를 하사해 줄 테니.

“시간은 충분한 건가요?”

내 반문이 긍정적이라 생각하는지,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장은 여유가 있지. 하지만 길어도 반년은 넘기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아니, 전혀 여유 있는 게 아닌데?

반년 만에 어떻게 백작위를 쟁취하고 군대까지 키운단 말인가.

뮤대륙 반년이면 한국 시간으로 고작 35일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길어도’라는 건 더 짧아질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내가 황당하단 표정을 짓자 그는 들어보라는 듯 말했다.

“현재 자네가 보유한 두 상회의 금력을 합치면 왕국 내에서도 4위에 해당되지. 하지만 1위와의 격차는 5배가 넘어.”

상회를 다섯 배 이상으로 키우고 변경백이 된다 해도 원하는 수준의 병력을 제때 갖추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자네가 보유한 두 개의 상회보다 은행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네. 그 은행을 활용하면 그 충분히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

“음…….”

높이 평가해 주는 것은 좋지만,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

하지만 어차피 지금 내가 할 대답은 정해져 있다.

“어쩔 수 없죠.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 말을 기대했네.”

“대신 확실하게 지원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이지.”

이미 2왕자에게 줄을 대기로 한 이상, 그와 반목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이를 해낸다면 내 힘은 2왕자 진영에서도 주축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제가 병력을 만든다면, 1왕자님 보다 확실히 우위에 설 수 있는 건가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게 생각이 있으니 기대하게나.”

아무렇지 않게 형제에게 칼을 벼르는 그의 모습은 이질적이기 그지없다.

왕위 계승 싸움이 원래 이런 거겠지.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조선의 역사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내용 아닌가.

아마 1왕자의 행동을 사전에 알아챈 만큼 그는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왕 봉건 국가에서 한자리 차지한다면 공작까진 찍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당분간은 무리하더라도 사업 확대에 힘을 쏟아야겠다.

‘이럴 때 카카오라도 발견하면 좋을 텐데.’

뮤대륙에선 권력다툼을 벌이고, 이제 꿈에서 깨어나게 되면 페러사이트 사태가 나를 반겨줄 것이다.

진짜 쉴 틈이 없구만.

“아, 그런데. 하인츠 백작가 소영주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노역으로라도 굴리게나. 그럼 창피해서라도 빨리 데려가겠지.”

***

연맹에 가입한 수행자 중 가장 특수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따지자면 단연 북한 사람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연맹에는 북한 수행자 5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그들은 결코 같은 나라 사람끼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덕분에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몰랐으며 모든 수행자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편하게 생활하는 것과 달리, 아직까지 신변 보호를 위해 사람들 앞에선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안타깝지만 나는 굳이 이를 고치기 위해 그들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북한의 특수성은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잘 알고 있으니.

대신 나는 북한 사람이라고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으며, 북한이 중국 측에 정보를 파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유예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이젠 중국에게 정보를 팔건 말건 상관이 없어졌지만 말이다.

북한 사람들은 어렸을 적부터 종교와 같은 국가체제의 세뇌 속에 성장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힘을 나라를 위해 쓰지 않고 개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던 이유는 북한 정부가 수행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쉽게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 딴엔 ‘수령님을 존경해 마지않지만, 수행자로서 다가가기엔 좀…….’ 이란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알게 되고, 대한민국과의 격차를 깨닫게 되면서 애국심이 많이 옅어지게 된다.

그런 환경에도 나라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온전히 가족들 때문이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북한이 이상하다니요?”

[전방의 군 30%를 빼서 평양을 봉쇄하듯 재배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김정훈이 앞으로 업무를 지하 벙커에서 보겠다는군요.]

생각에 따라 단순히 제 몸을 지키기 위함이라 볼 수 있지만,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성수는요? 국민들을 검사하고 있나요?”

[네, 하고 있지만, 북한이 행정적으로 워낙 구멍이 많아서…….]

패러사이트 사태는 전 세계적인 위협.

그리고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과 붙어 있는 폐쇄국가 북한이 과연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설사 우리의 요구에 따르더라도 제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이러다가 퀸이 북한의 특성을 이용해 패러사이트의 부화장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에 감시를 부탁했었다.

“북한지도부에 연락은 해봤나요?”

[거부당했습니다.]

근래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솔직히 나쁜 것보다는 낫지만, 최근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에서 차지하는 우선순위가 크게 밀리게 되면서 거의 관심이 끊긴 상태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북한 역시 마찬가지.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대이변에서 북한도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가 수행자들의 협조가 없기에 정보도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제 살길을 강구하고 있었다.

때문에 군을 물린 것도 이해가 되긴 한다.

다만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의도파악을 위해 조금 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할 뿐이다.

혹시라도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훈 위원장’과 북한 고위 인사들이 페러사이트에 감염되면 대참사였으니.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서도 연락해봤지만, 그들도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한 모양입니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

나는 뒷목을 주무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한 번 넘어갔다 올게요.”

[네?]

나는 제법 잠입에 능하다.

공중 도약은 기본이며 은신에 비행, 그림자 이동, 텔레포트로 복귀까지 할 수 있으니.

더불어 긴급 전이 반지를 이용하면 수시로 북한을 오고 갈 수도 있다.

[회장님의 위치를 생각하십시오. 이건 너무 위험한 행동입니다.]

북한을 한번 살펴봐야겠다고 마음먹으니, 지금 통화 중인 국정원장의 만류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위치랄 것 있습니까? 제 가족의 안위를 위한 것이기도 한데.”

[…….]

결국, 그는 내 결정을 꺾지 못 했다.

[지훈 님의 숭고한 정신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낯간지러운 대사를 잘도 내뱉는구나.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내 판단을 포장하는 인간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뭘 하든 의미를 부여하고 역시 대단하다며 감탄하니, 가끔은 놀리는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나라를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내가 살고 있는 거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나중에 강력한 몬스터들이 우르르 밀고 내려오면 D-DAY 속에서도 가장 안전할 것 같다고 생각한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진짜 우리나라는 이웃들이 너무 불편하게 만든다.

“이동 경로 좀 짜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김정훈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고위층이 패러사이트에 감염이 되었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갑자기 그들이 미쳐서 너 죽고 나 죽자란 식으로 원거리 무기를 난사하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더불어 그들을 제거한다고 해도 이후의 대처 또한 문제.

북한은 어떤 상황이든 골치 아픈 존재였다.

한번 의견을 나눠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얼떨결에 북한 나들이를 하게 생겼네.’

***

김정훈.

세계 최악의 지도자를 꼽으면 빠지지 않는 인물.

그는 북한 내에서 왕이나 다름이 없으며 원하는 것을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산해진미로 배를 채우고, 여색을 즐기고, 슈퍼카와 고급 바이크를 수집하며 겨울엔 주민 수십만 명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돈을 자신을 위한 스키장의 유지비로 사용한다.

국민들이 굶고 있음에도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사람들이 부러워할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고방식.

하지만 이런 생각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되리라곤 상상치도 못했다.

-꿀렁!

“읍!”

아름다운 금발의 러시아 여성들과 긴 밤을 보내던 중, 갑자기 그녀의 입을 통해 목구멍으로 무언가가 넘어온 것이다.

그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여성의 힘이 어찌나 센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얌전히 정체 모를 무언가를 받아먹어야 했다.

-커허어업!

그리고 이어서 그녀의 입이 떨어져 나가자 그는 크게 숨을 들이켰고,

“위원장 각하!”

그 작은 소리에도 경호원들이 들이닥치며 김정훈의 안부를 물었다.

“이년이 날 죽이려 했다!”

그에 기겁한 경호원들은 차가운 눈으로 살기를 뿌리며 몽롱한 표정을 짓는 여성의 금발을 움켜쥐었다.

“왜, 왜?”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소리를 질렀지만, 알몸으로 짐짝처럼 끌려 나갔다.

삼엄한 경비 속에 가슴을 쓸어내린 김정훈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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