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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93화 (93/247)

# 9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93

42. 공격받는 중동의 수행자들 (2)

인도 뭄바이 CIA 비밀 안가.

“오! 마스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나는 반갑게 영어로 인사를 건네오는 인도 수행자 사지타와 가볍게 포옹했다.

“사지타도 반가워요.”

그리고 인도 수행자 20여 명과도 인사를 나눴는데, 분명 9시간 전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한국에 있던 내가 어쩌다가 인도까지 날아오게 된 건지 한숨만 나왔다.

“인도 지부는 어때요?”

“중동보다야 평화롭죠. 그리고 마스터께서 보내준 자금 덕분에 제법 여유가 생겼습니다. 수행자들 모두 가족을 이끌고 뉴델리에서 무리를 이루기로 했어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인도 정부는 아직까지 수행자들에게 간섭을 않고 있다.

차라리 중동보다야 낫다고 볼 수 있는데, 따로 나라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없다 보니, 어제 재벌들이 가져다 바친 지원금 중 5천만 달러를 수행자 연맹 인도 지부장인 사지타에게 건네주었다.

덕분에 나를 바라보는 인도 수행자들의 눈빛엔 호의로 가득했다.

“인도에도 이슬람교의 세력이 큰 걸로 알고 있는데 괜찮습니까?”

“아무래도 수행자의 존재를 조사할만한 세력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정부에서 우리들에게 관심을 안 가져준 덕분에 수행자의 위치가 퍼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인도가 좀 큰가요.”

인도의 수행자 수는 100명이 조금 넘는다.

인구를 생각하면 한국인 수행자 20여 명인 것에 비해 굉장히 적지만, 그래도 중국인들이 뮤대륙에서 쫓겨나면서 현재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수행자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군요. 언제든 자금지원을 원하시면 말해 주세요. 든든한 후원자들이 생겼거든요.”

“그거 기쁜 소식이네요.”

나는 시계를 보았다.

한국을 기준으로 현재시간 오후 10시.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뮤대륙으로 떠날 시간이다.

무려 9시간을 비행기에 있다 보니, 하루를 날린 느낌이다.

“이란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면서요?”

CIA는 시설을 방어하고 국정원 요원들이 내 근접 호위를 자처하며 따라다닌다.

과보호 속에 자리를 옮긴 나는 사지타의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인도까지 날아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란까지 비행시간은 13시간.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비행기 안에서 잠이 들고 말 것이다.

아무래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장소에서 잠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중간 경유지로 뭄바이에 방문한 것이다.

“직접 가서 확인해야죠. 연맹의 수행자가 죽었는데.”

더불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무력 개입을 할 생각이다.

“신이 배교라 정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멋대로 판단하고 공격을 하는데, 무슨 정의가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우리 인도에도 이슬람교도가 많다지만,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군요.”

모든 이슬람교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 21세기 지구에서 사람을 해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모인 종교는 대부분이 이슬람이다.

내가 무교라서 더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 자체가 종교의 문제가 아닌 일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거나 자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신이 배교자를 지정한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이 정한 것 아닌가.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아무리 특수부대의 에스코트가 있다고 해도 수행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사지타의 제안에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국정원과 CIA의 도움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움직이는 것은 조금 더 나중이 될 겁니다. 그리고 수시로 한국을 왔다 갔다 할 생각이라서 그리 힘들진 않을 거고요.”

걱정 어린 시선을 던지던 사지타는 내 뒷말에 의문을 표했다.

“한국을 왔다 갔다 하다니요?”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면 우리집 지하 벙커에 설치된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외의 방법으로 지정된 장소로 오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건 지하도시에서 얻은 긴급 전이 반지 덕분이다.

긴급 전이 반지는 사전에 지정해둔 좌표로 이동할 수 있는 아티팩트다.

현재 내가 보유한 긴급 전이 반지는 모두 9개.

이미 실험을 통해 한국과 인도 사이의 거리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원하는 대로 집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아공간의 소유주인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쫓아오겠다는 한국의 수행자들을 두고 이렇게 혼자 중동행을 선택한 것이다.

“새로운 장비를 얻었거든요. 그래서 잠은 언제나처럼 한국에 있는 제 집에서 잘 생각입니다.”

다만 이 아티팩트의 단점은 좌표 저장을 위해 꼭 원하는 장소에 들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오랜 시간 비행기에 갇혀 있던 것이고, 내일은 또 뭄바이에서 이란으로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그나마 이 반지를 9개나 보유하고 있기에 내가 부담 없이 해외를 나올 수 있던 것이다.

“대단한 물건이군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10시간 거리에 있는 한국을 오갈 수 있는 장비는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을 것이다.

사지타는 그런 게 있냐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요.”

분위기로 봐서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상이 된다.

현실에서 수행자가 죽음을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럼 여기서 우린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수행자가 지구에서 죽으면 뮤대륙에 있는 몸은 어떻게 될까요?”

“음…….”

수행자들이 뮤대륙에서 죽더라도 지구에선 아무 제한 없이 살 수 있다.

다만 뮤대륙에 존재하는 신체가 사망함으로써 다신 뮤대륙에도 방문하지 못하고 퀘스트도 수행 못 하는 낙오자가 되어버릴 뿐.

그럼 반대로 지구에서 죽은 수행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사지타에 물음에 쉽게 답을 못했고, 사지타도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확실한 건 오늘 밤에 잠들면 알게 되겠죠. 뮤대륙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

예정대로 인도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편하게 집에서 잠든 나는 뮤대륙에서 161일 차를 맞이했다.

베르트시 영주성.

-웅성. 웅성.

어제 이란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의 정보를 전달받은 연맹 소속 수행자들이 영주성에 몰리면서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이들은 모두 한가지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잠시 후 영주성 집무실에 클로이의 부하로 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성이 뛰어 들어왔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그녀는 내게 공손하게 인사를 올린 후, 곧바로 클로이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했다.

“라시드란 분은 무사하다고 합니다. 지금 이곳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클로이의 말에 나를 포함한 수행자들은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낮은 감탄사를 흘렸다.

가장 많이 느껴지는 감정은 안도감.

이로써 우리 수행자들은 뮤대륙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죽더라도 이상 없이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목숨이 두 개란 소리.’

비록 지구에서 죽는다면 완전한 뮤대륙인이 되면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든 여벌의 목숨이 존재한다는 것은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어쩌면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하긴 했다.

낙오자들이 문제없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며,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으니.

하지만 짐작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지금의 지구에서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좀처럼 없지만, 나중에 재앙의 날이 다가오고 몬스터를 상대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이 소식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뜻깊었다.

“오늘 바로 수행자 전체 회의를 했으면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진지하게 김선아를 비롯한 연맹의 간부들에게 물었다.

그에 모두 이견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이, 수행자들에게 이곳으로 모여달라고 해줘.”

“알겠습니다. 지훈 님.”

내 지시에 클로이는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신의 부하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이제 수행자 중에 연맹 소속이 아닌 사람은 없다.

중국인들은 모두 사살당했으며, 나츠오와 니콜라이를 포함한 어스 클랜의 잔당도 모두 연맹 소속이 되었다.

즉, 수행자라면 누구 하나 내 소집 명령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늘 수행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에 발생한 사실을 알리고, 자국에서 배척을 받는 수행자들을 다른 국가로 이주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배척이 아니더라도 수행자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국가로의 이주를 주선해줄 생각이다.

‘더 좋은 조건에 따라 팀을 옮기는 운동선수들처럼 말이지.’

당연히 소속 국가에서 반발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중동 사태를 비추어, 수행자들을 붙잡고 싶으면 알아서 그만한 대우를 하라는 표현이기도 하다.

수행자가 이주를 희망함에도 국가에서 계속 방해하며 강압적으로 붙잡고 늘어진다면 다소 거친 방법도 불사할 예정이다.

나에게 힘을 보태주는 국가들의 힘을 써서라도 망명을 시켜 줄 생각이다.

다소 잡음이 발생할 것 같지만, 이번 이란 사태로 명분은 우리에게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사전에 미국과 대한민국 정부 측에 알린 상황이다.

당연하지만 그 두 국가에선 트러블을 걱정했지만 내 생각을 부정하진 않았다.

그들도 수행자들을 더 얻을 수 있으면 얻고 싶다고 생각을 했으니.

***

“잘 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연맹주님.”

잠시 후, 이란에서 죽임을 당했던 라시드가 우릴 찾아 왔다.

나를 비롯해 연맹의 주요 인사들은 반갑게 그를 맞이했고, 그는 아직도 자신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 된 일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저도 꼼짝없이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러시겠죠. 가족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이란으로 향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대한 가족들은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입에 발린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수행자 연맹의 리더로서 당연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라시드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죽은 게 가족들 때문이거든요. 가족들이 신고했을 뿐 아니라, 유인까지 해서 기습에 당한 겁니다.”

“…….”

명예살인이란 건가?

나와 같은 자리에 있던 수행자들은 모두 비 이슬람계 인물이었기에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해하지 못하겠단 표정을 지었다.

“전 이제 이슬람교도도 뭣도 아닙니다. 뮤대륙에서 뒤통수 맞을 걱정 없이 살고 싶군요.”

태연하게 말해도 그의 눈빛 속엔 짙은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이슬람교의 신앙심은 대단하지만, 역시 배신으로 인한 죽음 앞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연맹 차원에서 도와드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혹시 다른 이상은 없나요? 퀘스트가 안 뜬다든지,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든지.”

조심스런 물음에 그는 맞다며 긍정했다.

“말씀대로입니다. 대신 스킬은 문제없이 사용되더군요. 오러 포인트 역시 느껴지고요.”

역시 예외는 없었다.

그는 이제 수행자라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전 뮤대륙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차라리 이곳에서 새로이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게 행복할지도 모르겠네요.”

하긴 이곳에선 적어도 D-DAY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테니.

***

수행자 전체 회의는 차질없이 진행되었다.

이란 사태에 수행자들은 하나같이 분노했으며, 같은 이슬람 문화권 수행자들의 동요는 상당히 컸다.

그리고 그 속엔 이미 공격을 받고 도주 중인 사람도 있었다.

일단 위기에 빠진 수행자들을 구하기 위해 현실의 위치를 파악한 나는 수행자 이적 계획을 발표했다.

당연히 이란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수행자는 비록 국적을 옮기더라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것이 맞다고 공감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를 희망하고 나섰는데, 그 수가 무려 전체의 3할에 해당 되었다.

수행자들의 현재 대우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수행자들이 이주를 희망하는 국가는 크게 한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 4개 국가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인기가 높았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한국을 추구하는 이유는 나로 인해 수행자들의 입김이 가장 강한 국가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아공간에 때려 넣은 나는 수행자들끼리의 친목을 다졌다.

이후 이틀에 걸쳐 1회차 수행자들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세부적인 사안을 논의했다.

그 회의엔 어스 클랜 소속의 1회차 수행자 8명도 참가했다.

우리 연맹은 수행자 전체의 방향을 정하고 각 국가의 협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보니, 회의에서 다뤄지는 내용의 규모 자체가 클랜과 달랐다.

그래서 어스 클랜 소속의 수행자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하다가, 이내 연맹에 합류해 다행이란 표정을 지으며 점수를 만회하겠다는 듯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회의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몬스터 사냥 퀘스트를 완료하니, 오리하르콘 가공을 위해 드워프를 찾아가려던 것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6월 13일, 이란의 서부 데즈풀.

데즈풀은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로, 큰 강을 끼고 있다.

그중 내 목적지는 중심 시가지에 위치한 저가 호텔.

이곳에 군에 쫓기고 있다며 도움을 구한 연맹원이 있었다.

-콰앙!

-타타타탕!

호위를 위해 따라온 국정원들을 두고 연맹원을 살피기 위해 먼저 날아왔는데.

아무래도 제때 도착을 한 모양이다.

목적지인 호텔에선 한창 폭음과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를 간 나는 아공간에서 장식이 없는 곡도를 꺼내 들며 호텔의 창문을 뚫고 들어갔다.

-콰아앙!

트랜스폼 슈트를 복면강도 스타일로 바꾼 나는 갑작스런 등장에 당황해 하는 이란의 군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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