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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91화 (91/247)

# 9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91

41. 보물지도 (3)

내가 손짓을 하자 주변을 탐색 중이던 일행들이 모이고 나무뿌리에 절묘하게 뚫린 구멍을 보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건.”

고대 도시의 환풍구라는 메시지는 수행자인 나츠오와 니콜라이의 눈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그럴싸한데요.”

나무 안쪽에 뚫린 구멍은 갑옷 입은 거구의 남성도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컸다.

나는 일행들에게 플라이 기능이 있는 아티팩트를 넘기며 말했다.

“따라오세요.”

내가 먼저 나서자 우리 베르트 남작가의 기사단장인 그라프와 용병출신 상급기사 빌리엄은 자신이 먼저 안전을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방어력이 가장 견고한 사람도, 도망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도 나다.

그래서 내가 먼저 내려가 살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런 내 행동에 미끼로 따라온 니콜라이와 나츠오가 의외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건 단순히 그들의 능력치가 보잘것없어서 언제 맥없이 죽을지 알 수가 없으니 아껴 두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나중에 사자가 달려들면 밥으로 던져줄 수 있게끔.

“천천히 내려오세요.”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환풍구에 몸을 들이밀었다.

플라이나 플로트 마법이 없다면 자연 추락을 할 수밖에 없는 수직으로 뚫린 구멍.

그 환풍구 내부는 사면이 이음새 없이 매끈한 금속으로 둘려져 있었다.

만약을 위해 베리어를 펼치고, 사고 가속을 사용한 상태에서 천천히 내려갔는데, 아무 변화 없이 계속 같은 금속의 벽만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나는 점차 내려가는 속도를 높였고, 종국엔 추락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파앗!

그렇게 얼마나 내려왔을까?

드디어 주변의 풍경이 바뀌고, 넓게 트인 거대 공동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도시 카테라를 발견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포인트 5000을 획득했습니다.]

[비밀 구역 카테라를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역시 먼저 나서는 게 정답이었다.

요란하게 떠오르는 메시지.

한 번에 모든 능력치가 3이나 올랐을 뿐 아니라, 무려 5000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았다.

던전이 아닌 비밀 구역.

아무래도 대단한 장소를 발견한 모양이다.

나는 바뀐 주변의 풍경을 살폈다.

공동은 넓다 못해 웅장할 정도로 광활했는데, 지하도시라는 게 허풍이 아니었다.

우리가 들어온 환풍구 옆으론 천장에 박힌 인공 태양이 고대 도시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게 아직까지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빛을 받은 고대도시는 전쟁이라도 겪은 듯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내 뒤를 따라 들어온 네 사람이 하나같이 헛바람을 삼켰다.

이거 어디서부터 뭘 조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갱신된 미니맵을 살폈다.

그리고 ‘왕성’이란 지명을 발견하여 그곳으로 이동했다.

“미니맵 보면 알겠지만, 몬스터가 몇 마리 있는 것 같습니다. 조심하세요.”

한눈을 파는 두 미끼에게 경고했다.

그에 나츠오와 니콜라이는 뒤늦게 표시되는 붉은 점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모르긴 몰라도 이블랜드 비밀장소에 있는 몬스터가 오우거 수준일 리 없다.

고개를 끄덕인 이들은 묵묵히 내 뒤를 따랐다.

우린 지하도시 중심으로 이동했는데, 대체 뭐에 당한 건지 도시 곳곳이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긁은 것 같은 상처가 무수히 새겨져 있었다.

더구나 그 상처의 폭이 50미터에 달해서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도착한 왕성은 깔끔하게 반이 도려져 나가 있었다.

“이거 보물지도 맞는 거죠?”

너무 음산한 분위기에 나는 나츠오에게 물었고, 그는 분명 지도를 얻은 상자에 보물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답했다.

이미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방금의 물음은 음산한 기운을 떨쳐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기운은 떨쳐낸다고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지하 공간에 마력처럼 충만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체 이 기운은 뭐죠?”

“주군도 느끼셨군요.”

내 물음에 그라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신성력의 일종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성력?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다만 이렇게 강하게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혹시 기감의 레벨을 높아진 덕분인가?

“그런데, 신성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게 음침한 분위기만 풍기네요.”

우린 성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왕성을 둘러보았다.

“도시의 기술력이 상당한 느낌이군요.”

나츠오의 감상에 나와 니콜라이는 동의했다.

건물의 단면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성은 암석을 쌓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철골과 조립식 판넬을 덧씌운 것 같은 형태.

건물의 반이 날아갔음에도 흔들림 없이 형태를 유지하는 것에서 견고함이 느껴졌다.

더구나 이 도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적어도 미드랜드의 기술력과 비교가 되지 않는 장소였다.

“주군! 서재를 발견했습니다!”

그때, 흩어져서 성 내부를 탐사하던 내게 빌리엄의 외침이 들려 왔다.

그에 딱히 이렇다 할 무언가를 찾지 못했던 나는 바쁘게 움직였고, 서재처럼 보이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건지, 책을 꺼내자마자 형태가 부스러지며 가루가 되었다.

그런데 딱 한곳.

책이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보존마법이 걸리기라도 한 것 같은 유리 장식장 속의 책들은 무사했다.

“음…….”

그래서 조사를 위해 이책 저책 뽑아보았지만.

[카테라의 역사]

[역공식]

시스템 메시지로 아이템의 이름만 출력될 뿐, 책 속의 문자들은 수행자의 번역 기능이 통하지 않아 읽을 수가 없었다.

“일단 챙겨야겠네요.”

바스러지는 책들도 마법으로 복원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 책장 채로 아공간에 보관했다.

“그런데 책 빼고는 진짜 아무것도 없네요.”

심지어 왕실 대전으로 보이는 장소도 임금의 침소로 보이는 장소에도 뭐하나 건질 것이 없었다.

사소한 장신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곳저곳 탐사하던 나는 다시금 고지도를 펼쳤다.

이것이 진짜 보물지도라면 뭔가 힌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상태라면 탐사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은 성을 탐사하게 두고 혼자 고지도와 씨름하길 또 30분.

“몬스터다!”

니콜라이의 외침에 나는 미니맵을 살폈고,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붉은 점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후우우웅!

창밖에는 대포알이 날아오듯 검은 물체가 포물선을 그리며 왕성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콰아아앙!

나는 굳은 표정으로 베리어를 펼친 채 정원으로 추측되는 장소에 내리꽂힌 그것을 바라보았다.

[기간트 아우구스트]

그것은 전신을 금속으로 두른 철거인이었다.

일전에 도쿄에서 겪었던 보스몬스터를 연상시키는 모습.

다만 크기는 8미터 정도로 오우거와 사이즈가 비슷했다.

순간 나는 고민해야 했다.

아직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싸워볼까?

아니면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철거인에게서 도망을 칠까.

‘일단 전투력을 살피는 게 먼저겠지.’

결정은 간을 본 다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인크리스 스팅어를 소환해 손에 쥐었다.

그리고 나츠오를 쫓는 기간트를 향해 오러와 관통, 증폭 등 각종 스킬로 범벅이 된 창을 던졌다.

그에 인크리스 스팅어가 푸른 섬광이 되어 기간트에게 날아갔고.

-까아아앙!

무서운 금속 마찰음을 울리며 창을 튕겨냈다.

“허.”

그걸 보며 기간트가 보통의 철이 아니라 미스릴, 또는 그에 준하는 금속으로 이뤄져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기간트의 붉은 안광이 내게 향하고, 나는 관통과 증폭이 더해진 콜 라이트닝을 연달아 선물해 주었다.

“나츠오 비켜요!”

마법은 어림도 없이 튕겨 나갔다.

말도 안 되는 방어력에 도망칠 법도 하지만.

‘느린데?’

녀석의 움직임이 예상 범위 내인지라, 전투 의지를 부추겼다.

창과 마법을 튕겨냈으나 완전히 피해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도쿄 던전의 보스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몸을 날렸는데.

-쿵!

“엥?”

갑자기 녀석이 바닥에 얼굴을 박고 쓰러졌다.

덕분에 기간트를 향해 호기롭게 달려들던 나나, 도망치던 나츠오.

현장에 모인 나머지 세 명의 표정이 모두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스스스.

이어서 기간트가 사막의 모래처럼 가루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하고, 지하도시의 공기가 순환되며 발생한 미풍에 먼지처럼 흩날렸다.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껌뻑거리다가 기간트가 있던 자리에 남은 무언가에 다가갔다.

그건 새하얀 유골이었다.

“설마 저거 로봇이었어?”

기간트가 사람을 잡아먹은 게 아닌 이상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종형 로봇이었다고.

하긴 판타지 만화 같은 것을 보면 조종형 골렘이 등장하는 건 희귀한 게 아니었다.

아마 기간트도 그런 것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 기간트는 사라지고, 남은 건 이 시체뿐이다.

유골은 팔목과 손가락에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

그나마 처음으로 책 이외의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기에 나는 호기심을 표하며 그것을 취득했다.

[신력 강화 팔찌]

-미스릴로 만들어진 카테라 고위기사의 팔지

-보유 신력 100% 증가

[신력 효율 팔찌]

-미스릴로 만들어진 카테라 고위기사의 팔찌

-신력 소모율 50% 감소

[긴급 전이 반지]

-미스릴로 만들어진 기간트 오너 아티팩트.

-사전에 지정한 안전 구역으로 전이한다.

팔찌 두 개에 반지 하나.

팔찌 두 개는 신물로 보여 수행자들에겐 별 쓸모가 없어 보였지만, 반지의 기능은 감탄사를 터뜨릴만한 것이었다.

“이건 제겁니다. 이의 없겠죠?”

내 물음에 나츠오는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니콜라이는 짧게 혀를 찼다.

두 사람은 반쯤 인질이나 다름없는 상태이며 보물 지도의 소유권은 내게 있다.

당연히 나는 이곳에서 나오는 금붙이 하나 넘길 생각이 없었다.

“주군, 이것 보십시오.”

아이템을 아공간에 수습한 나는 용병 출신인 빌리엄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고, 그때서야 사체의 정확한 생김새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악마종?”

놀랍게도 인간인 줄 알았던 시체의 두개골엔 20㎝ 크기의 뿔이 솟아 있었다.

나는 혹시 싶어 시체에 도축 스킬을 사용했다.

[용인족의 뿔]

-마력이 잘 깃들며 높은 강도와 가벼움은 드래곤의 뿔과 다름이 없다.

[용인족의 뼈]

-마력이 잘 깃들며 높은 강도와 가벼움은 드래곤 본과 다름이 없다.

[용인족의 마력 결정]

-최상급 마석과 같은 효율을 지니고 있다.

드래곤 본과 다름이 없다니.

설명을 읽은 나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드래곤 본은 미스릴에 비견되는 물건으로, 뼈임에도 금속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그 귀한 것이 이렇게 무더기로 나오다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대충 15㎏은 되어 보이는데.

미스릴이 1㎏에 백금화 200개인 것을 생각하면, 드래곤 본 그 이상으로 비쌀 게 뻔하다.

더구나 드래곤 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 뿔도 포함되어 있으니, 가치는 더욱 높았다.

“하하…….”

황당함의 연속.

나는 뜻밖의 보상에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얼른 사체를 챙기고는 주변을 살폈다.

아무래도 보물은 이 도시에 잠든 용인족의 사체인 모양이다.

딱히 인간 형태를 한 사체라고 해서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이미 몬스터의 사체는 잘만 사용하고 있는데, 용인족이란 알 수 없는 종족의 사체라고 못쓰랴.

“이 종족의 사체를 찾으세요.”

내 지시에 사람들은 다시 흩어졌다.

하지만 용인족의 사체는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바쁘게 날아다니며, 건물 잔해를 뒤졌지만, 용인족의 사체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증발하기라도 한 걸까?

“음.”

그러다가 내 눈에 가만히 동상처럼 서 있는 기간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아까 우릴 덮친 기간트는 에너지 방전으로 퍼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내 물음에 나츠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에너지든 간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에 입꼬리를 말아 올린 나는 기간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 주군!”

***

지하도시에서 표시되는 붉은 점은 모두 기간트였다.

8기의 기간트가 더 있었는데, 8기 모두 앞선 녀석처럼 바닥에 대가릴 처박고 쓰러졌다.

다만 쓰러지는 시간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가장 오래 버틴 녀석은 1시간 동안 쌩쌩하게 움직여서 꽤나 고생해야 했다.

제대로 움직이는 기간트는 굉장히 민첩했으며 공격력도 막강했는데, 내부에 오너가 온전했다면 어느 위력을 낼 수 있을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 끌기로 녀석을 달고 다니며 무리한 움직임을 강요한 결과 에너지 방전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덕분에 나는 드래곤 본과 다름없는 용인족의 뼈를 100㎏ 넘게 획득할 수 있었고, 용인족의 마력 결정 9개와 대량의 아티팩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신력 강화 팔찌 9개]

[신력 효율 팔찌 9개]

[긴급 전이 반지 9개]

누구 하나 덜 갖지도, 더 갖지도 않은 아티팩트는 보급품인 모양이다.

이왕이면 기간트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녀석들은 빠짐없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아무래도 어떠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잘 움직이던 녀석이 갑자기 가루가 되었으니.

이후 이틀 동안 마음 편하게 고대도시의 유적을 조사를 거듭했지만, 따로 나오는 건 없었다.

그렇게 나중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지하도시를 나서려는데.

“주군? 왜 그러십니까?”

“…….”

무심코 바라본 인공 태양에 시선이 꽂혔다.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빛을 잃지 않고 지하를 비추는 인공 태양이 평범할 리 없지 않은가.

왜 그동안 이상하단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눈 부신 빛을 차단하며 인공 태양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오래 걸리지 않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했다.

우리는 조심스레 그 안으로 들어갔는데.

[카테라 기상관제실]

미니맵이 인공 태양 내부를 가리키며 이런 명칭이 떠올랐다.

인공 태양의 내부는 표면과 달리 눈이 부시지 않았다.

우린 신기해하며 순백의 통로를 따라 이동했고, 곧 관제실이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악!

마치 몸을 떠미는 듯한 짙은 신성력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위이잉.

관제실은 푸른색의 입체 마법진이 빼곡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나는 묵직한 신성력의 압력을 잊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입체 마법진의 중심에는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것이 떠 있었다.

그것이 코어임을 확신한 나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걸 챙길 생각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도시 밖으로 나가 계세요.”

“네? 주군!”

그라프가 그렇게는 안 된다며 펄쩍 뛰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이러는 게 아니다.

나는 1일 1회에 한해 신의 가호라는 막강한 방어막의 보호를 받으니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탈출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긴급 상황이 생기면 이들은 챙길 수가 없다.

그래서 방해하지 말고 비키란 뜻인데…….

“이 자들을 사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뭐? 이 기사 아저씨가 진짜.”

그걸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선 당황할 만했다.

“저도 아무 대안 없이 이러는 게 아닙니다. 긴급 탈출 반지도 있으니, 징조가 심상치 않다 싶으면 바로 도망칠게요.”

긴급 탈출 반지는 도시 밖으로 연결해 놓았다.

“하지만 아티팩트를 사용하기 전에 이상이 생길 수도…….”

사람들의 오해를 굳이 풀지 않은 나는 반강제적으로 그들을 내쫓았다.

그리고 지상으로 올라가 있으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그들이 지하도시를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만약을 위해 마력 탐색을 사용했는데, 마법진 가득한 관제실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지상에서 동료들의 마력만 느껴졌다.

스킬이름이 ‘마력 탐색’이니, 신성력을 느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기운을 눈앞에 마주하고도 아무것도 탐색에 걸리지 않는다는 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는 코어에서 멀찍이 떨어진 다음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사고 가속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원거리에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랬더니.

[코어를 장치에서 제거하시겠습니까?]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원래 그럴 생각이었으니 당연히 동의했고, 코어를 마법으로 잡아당겼다.

-턱.

-지지이이이.

다행히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법진들이 서서히 빛을 잃고 주변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라이트.”

그리고 나는 손에 쥐어진 주먹만 한 인공 태양의 코어를 바라보았다.

[오리하르콘]

-신화시대의 보물, 감히 등급을 따질 수 없는 최고의 금속이다.

오리하르콘은 무색투명하며 강도는 미스릴을 상회하고, 무게가 가볍다.

별도의 마법적 가공 없이 모든 기운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자체적으로 강력한 신성력을 발산한다.

파마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오리하르콘을 매개체로 언데드, 악마종을 공격할 경우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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