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90
41. 보물지도 (2)
마력방출(액티브 / LV1)
직감(패시브 / LV1)
자동회복(패시브 / LV1+6)
전투보조(패시브 / LV1)
관통(액티브 / LV2)
기감(패시브 / LV2)
조준보조(액티브 / LV3)
출혈(패시브 / LV1)
사고 가속(액티브 / LV5)
진실의 눈(액티브 / LV1)
-잔여 스킬업 포인트 21개
현재 내 스킬의 종류는 총 31개.
그중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스킬은 이렇게 열 가지밖에 안 된다.
히든스킬은 기본적으로 레벨업이 불가능하고 퀘스트 보상으로 얻는 스킬 일부만이 포인트로 강화할 수 있다.
예전에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상카드와 함께 스킬이나 아이템 등 이것저것 주었지만, 이제는 스킬업 포인트밖에 나오지 않는다.
상급 퀘스트를 완료하면 기본적으로 3개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데, 던전 보상으로도 대량의 포인트를 얻게 되면서 많은 포인트가 쌓였다.
‘일단 사고가속 스킬은 보류.’
사고가속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며칠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레벨 5로 올린 게 며칠 전이니 한동안은 이대로 둘 예정이다.
어차피 퀘스트를 완료하면 새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으니 지금 갖고 있는 포인트는 다른데에 모조리 투자하면 될 것 같다.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스킬은 네 가지.
자동회복, 관통, 전투보조, 기감이다.
‘자동회복 스킬의 레벨을 보면 ‘LV1+6’이렇게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건 기본 레벨은 1이지만 장비(이지스 갑옷 상하의)로 추가되었다는 뜻이다.
자동회복은 레벨 1과 7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피로회복, 마력회복은 물론, 부상 회복도 레벨 1보다 정확하게 7배 높은 효과를 발휘했으니.
또한 신체에 많은 무리를 주는 ‘사고가속’ 스킬의 애용자인 내가 장시간 전투 능력을 이어가기 위해선 강화할 필요가 있는 스킬이라 생각한다.
‘관통’은 말할 것도 없는 내 주력 스킬.
관통을 사용하면 공격력이 상당히 높아지는데, 창과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나와 상성이 굉장히 좋은 스킬이었다.
그리고 ‘전투보조’는 전투를 진행함에 있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지금의 레벨로는 엉망인 자세를 그럴싸하게 고치고, 움직임을 매끄럽게 만드는 수준이지만, 거창한 설명을 떠올리면 시험적으로 레벨을 올려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기감’.
기감은 다양한 기운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인데, 마력과 오러의 운용능력을 높이고 적의 습격을 대비함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다.
사실 기감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직감’도 끌리긴 한다.
기감이 상세하게 존재감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직감은 조금 더 큰 그림에서의 위기를 알려준다.
일종의 예언과 비슷한 기능이라 할까?
물론 예언처럼 정확한 내용이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 불길한 느낌 정도라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아마 직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많은 포인트를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스킬의 가치는 자동회복, 관통, 기감, 전투보조, 직감 순.
직감은 너무 두리뭉실한 스킬이라 당장 전력 향상을 위해 투자하긴 아깝다고 생각해 배제했다.
‘우선 자동회복부터.’
스킬의 만렙이 몇인지 모르기에 일단 10개를 투자해보려 했는데, 기본 스킬 레벨이 4에서 멈췄다.
아무래도 스킬 만렙이 10이고, 장비로 6이 올라있는 상태기에 그 이상은 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잠시 장비를 해제하고 스킬 레벨을 올린 다음 다시 장비를 착용했더니.
자동회복(패시브 / LV5+6)
스킬레벨이 11이 되었다.
그래서 자동회복을 최대치인 16까지 레벨을 올렸다.
시험을 위해 단검으로 손바닥을 그었더니.
마치 포션이라도 뿌린 것처럼 빠르게 상처가 회복되었다.
“좋네.”
이 정도면 더 이상 인간이라 보기 힘든 수준이다.
아마 포션에 힐링 마법까지 함께 사용할 경우 회복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제 남은 스킬 포인트는 12개.
현재 관통과 기감의 레벨이 모두 2다.
그래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한 나는 결국 관통을 만렙 찍고 나머지는 모두 기감에 투자키로 했다.
아쉽지만 전투보조는 다음 기회로 미뤄놔야겠다.
자동회복(패시브 / LV10+6)
관통(액티브 / LV10)
기감(패시브 / LV6)
분산시키는 것보다 하나를 확실하게 강화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스킬의 포인트가 이렇게 투자되었다.
어차피 앞으로는 포인트를 쌓아두지 않을 생각이니,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은 포인트를 기감과 전투보조에 투자하면 될 것 같다.
***
-쏴아아아!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는 회색빛의 하늘.
나는 눈동자를 때리는 빗물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을 올려보며 말했다.
“현세의 지옥이라 불리는 것치곤 하늘은 미드랜드와 다를 바가 없네요.”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은 녹음이 비 비린내와 함께 풋풋한 향기를 풍기고, 습하긴 해도 폐에 깊이 스며드는 맑은 공기를 한껏 음미했다.
하지만 어딘가 힘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뚱한 표정으로 내 감상에 초를 쳤는데.
“그야, 그렇겠죠.”
“그렇게 안 봤는데, 시인이시구먼.”
바로 나츠오와 니콜라이였다.
비꼬는 니콜라이의 말투에 그라프가 은은한 살기를 내뿜고, 거구의 러시아인은 불에 데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우린 지금 미드랜드를 벗어나 이블랜드에 들어섰다.
‘몬스터 랜드’ 또는 ‘악마의 숲’이라고도 불리는 이블랜드는 미드랜드의 4분의 1 크기로 뮤대륙 3개의 영역 중 가장 작았다.
하지만 미드랜드 4분의 1이라고 해도 호주대륙보다 거대한 땅이다.
미드랜드도 아마존을 연상시키는 방대한 숲이나 산맥 등 몬스터로 인한 미개척지가 많았고, 아무리 소국이라 한들 그 영토는 지구의 국가를 기준으로 결코 작지 않았다.
거대한 대륙 본토를 고작 12개 국가가 나눠 먹은 건데, 좀 크겠는가.
미드랜드의 가장 소국인 프리우스조차 마차를 타고 국가 횡단을 하는 데 30일이 걸린다고 한다.
뮤대륙 마차의 하루 이동 거리가 길 상태에 따라 50~80㎞ 정도임을 떠올리면 최소 횡단거리가 1500㎞란 소리.
미드랜드의 두 제국(로엘, 위스워드)의 영토는 그런 프리우스보다 10배 이상 크다.
대충 미드랜드의 거대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자 이블랜드의 크기를 유추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목적지가 이블랜드 깊은 곳이 아니라 다행이군요.”
보물지도에 표기된 장소는 회색산맥이라 이름이 붙여진 장소.
그나마 회색산맥이 이블랜드와 미드랜드의 경계선인 마가디슈 강을 끼고 있어서 망정이지.
이블랜드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면, 감히 탐색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블랜드와 마주한 루이아스 왕립 마탑의 도움으로 그나마 알아보기 쉬운 회색 산맥 지도를 펼쳤다.
내용은 상세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지형을 확인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건데.”
나는 만약을 위해 플라이 아티팩트 4개를 준비했다.
하지만 날씨가 워낙 흐린데다가.
“저거 뭐예요?”
“아, 클라우드 서펜트인 것 같습니다. 구름 속에 사는 몬스터죠.”
비구름 속에 꿈틀대는 거대뱀을 발견한 나는 플로트 보드를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름 속에 몬스터라니…….
아무리 판타지 세상이라지만 별 황당한 몬스터가 다 있네.
“평소엔 영체나 다름없지만, 구름이 짙게 깔린 날씨엔 실체를 드러낸다죠. 마수로 분류되는 몬스터입니다.”
“강한가요?”
“일단 드레이크보단 상위종입니다. 싸우면 물리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저렇게 눈에 띌 정도면 구름 속에 몇 마리가 숨어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지상, 지하, 물속, 하늘까지 몬스터가 없는 곳이 없다.
실소를 흘린 나는 결국 일행들에게 민첩성 증가와 근력증가 마법을 사용했다.
“저공비행으로 어설프게 날아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뛰어다니는 게 더 빠르겠네요.”
나츠오와 니콜라이는 경지가 낮지만 신체 능력 보너스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단 마탑에서 받은 지도에 현재 위치를 표시하고, 나침반 기능이 있는 미니맵으로 이동 방향을 정했다.
더불어 거리를 측정하는 아티팩트를 꺼내 작동시켰다.
이러면 완벽하진 않아도 대략적인 위치를 분별할 수 있다.
참고로 미니맵은 표시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서 나침반 용도 외에 별 쓸모가 없다.
게임처럼 아예 세계지도가 표시되면 좋을 텐데.
“따라오세요.”
나는 거리를 표시하는 아티팩트를 허공에 띄운 채 앞으로 내달렸다.
힘: 45
체력: 46
민첩: 48
현재 내 신체 능력은 이렇다.
몬스터나 다름없는 능력치.
여기에 보조 마법과 오러로 인한 신체 강화가 더해지니, 산속을 거의 치타처럼 내달렸다.
이 상태로 한 시간 정도만 쉬지 않고 달리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콰아아앙!
하지만, 잊어선 안 되는 사실이 이곳은 이블랜드란 것이다.
지도에 피할 공간이 없을 만큼 빽빽하게 붉은 점이 찍히더니, 정면에서 커다란 바위가 연속적으로 날아들었다.
“헉!”
헛바람을 삼키는 나츠오와 니콜라이.
나는 즉시 4클래스의 배리어를 펼쳤고, 물리력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방어막은 가볍게 바위를 방어해냈다.
그리고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일리스 링의 효과로 방어막에 강력한 반발력이 깃들며 바위가 요란하게 튕겨져 나갔다.
“그라프 경. 오우거 무립니다.”
“네!”
내 지시에 그라프가 앞으로 달려갔다.
-쾅!
그라프는 자신을 노리며 날아든 돌도끼를 피하며 오우거 한 마리의 목젖을 베었다.
나는 빠르게 캐스팅을 끝내고 콜라이트닝에 10레벨을 완성한 관통 스킬을 더해 접근하는 오우거를 저격했고.
마법 단 한방에 무력화된 오우거가 무릎을 꿇자 그라프가 마무리 지었다.
이후로도 나와 그라프의 연계는 계속되었는데, 직접 창을 뽑아 들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10마리가 넘는 오우거를 처치했다.
그런 우릴 보며 나츠오와 니콜라이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오우거가 저렇게 약한 몬스터였나?’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걸로 가죽 갑옷을 만들어 새로 가입한 2회차 연맹원들에게 나눠주면 되겠네요.”
상단을 통해 벌리는 수익이 워낙 많다 보니 굳이 퀘스트 외의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지만, 오우거 가죽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렇게 직접 얻게 된다면 보급에 있어 원가 절감도 되니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그나저나 역시 이블랜드란 건가? 처음부터 오우거가 튀어나오네.’
이곳은 던전이 아닌 일반 필드다.
그런데 지도에 찍히는 붉은 점들의 숫자도 그렇고, 오우거가 오크마냥 떼 지어 나오는 모습도 평범치 않았다.
[레드 트롤]
[트윈헤드 오우거]
심지어 중간중간 보스처럼 처음 보는 변종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우리의 이동을 저지했다.
괜히 생김새만 튀는 게 아니라는 듯 변종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일반종을 초월한 능력치를 갖고 있었다.
레드 트롤은 연맹의 간부인 한냐와 비슷한 버서커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트윈헤드 오우거는 덩치를 포함해 모든 능력치가 일반 오우거를 크게 압도했다.
이 변종 몬스터들은 좋은 연구재료라는 생각에 도축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공간에 보관했다.
몬스터들이 하나같이 거대해서 아공간이 가득 차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그렇게 몬스터 덕분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예정보다 두 시간이나 더 걸리고 말았다.
나는 보물지도의 표시지점으로 추측되는 장소를 스윽 둘러보았다.
“분명 출발선은 같은 텐데.”
그런데 싸우지 않고 따라오기만 했을 뿐인 나츠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강해질 수 있는 거죠?”
그나마 민첩한 나츠오와 달리 니콜라이는 거의 반쯤 숨이 넘어간 모습.
그에게 힐링 마법을 사용한 나는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츠오의 물음에 답했다.
“물론 운도 좋았고, 경제적으로 여러분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렇게까지 격차가 벌어진 게 이해가 되지 않긴 마찬가지입니다. 어쩜 그렇게 변수 없이 예상 범위 내의 성장만 하는 건지.”
나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출나서 치고 올라온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보통사람들보다 조금 더 신중해서 개죽음을 당하지 않았고,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끼지 않고 활용했으며, 다른 수행자들보다 빨리 지구의 지식으로 상거래를 시작했을 뿐이다.
지능 상관없이 지구인이라면 누구나가 따라 할 수 있는 일들.
다만 나는 그것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취했으며, 다른 1회차 수행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이 점점 눈덩이처럼 부풀어져 지금의 차이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억울하군요. 저희 굉장히 노력했는데요.”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서만 노력했겠죠.”
물론 운의 차이도 있다.
하지만 그 운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 역시 내가 빠르게 위를 선점했기에 가능한 보상이었다.
나는 괜히 감상에 빠지지 말라며 손을 휘휘 젓고는 탐색을 이어갔다.
[송곳 바위]
현재 위치를 표기하는 지도와 보물지도의 그림이 굉장히 흡사하다.
다만 보물 지도에 동그랗게 표시된 포인트가 실제로는 굉장히 넓은 구역이라서 쉽게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마력 탐색도 사용해봤는데, 지하에 30여 개의 몬스터 반응이 나타날 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지하에 있는 30여 개의 몬스터 반응은 자연 상태의 몬스터인지, 인공적으로 배치된 건지 확실치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주변을 탐색하던 나는.
기감에 무언가가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도 오러도 아닌 이질적인 기운이.
그리고 송곳 바위라 이름이 붙은 날카로운 바위 뒤로 빼곡하게 자리 잡은 나무숲을 살폈고.
[고대 도시의 환풍구]
바오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나무 아래로 뚫린 인공적인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