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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89화 (89/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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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89

41. 보물지도 (1)

붉은 기운을 풍기지 않는 것을 보니 진실의 눈이 나츠오와 니콜라이의 이야기가 허풍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슬쩍’ 내 시선이 두 사람 뒤에 서 있는 장원준에게 향했다.

장원준은 선처를 부탁한다는 듯 깊게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행동은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장원준 님을 비롯한 나머지 어스 클랜원 전원이 연맹에 가입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물음에 나츠오와 니콜라이가 순서대로 답했다.

“그들의 바람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을 위협으로 여기고 어스 클랜에 방향을 정한 것은 나와 나츠오, 웨이준이었어. 엄연히 따지면 그들은 선택을 잘못한 것뿐이지. 우리처럼 당신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어.”

과연 왜 이 두 사람의 어스 클랜의 실질적 리더라 칭해지는지 알 것 같다.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던 웨이준과 달리 비굴함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비록 적대 세력에 소속되어 있었다곤 해도 존중해줄 만하다.

“좋습니다. 장원준 님을 비롯해 연맹에 가입을 희망하셨던 분들을 받아들이도록 하죠.”

장원준과 함께 중국인들에게 대항하려 했던 1회차 수행자들이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럼 이제 두 분의 처우를 결정토록 하겠습니다.”

나는 슬쩍 영주의 좌 근처의 발코니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새하얀 로브 차림의 클로이가 햇빛을 받으며 서 있었는데, 차가운 표정이 나츠오와 니콜라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어서 김선아를 바라보니, 그녀 역시 클로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눈빛이었다.

내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실소를 흘린 나는 생각을 정리하곤 입을 열었다.

“미안한 일이지만, 두 사람은 뮤대륙에서 퇴장해 주셔야겠습니다. 참고로 이건 연맹의 회장으로서가 아닌 저 개인으로서의 판단입니다.”

“지, 지훈 님!”

막연히 내가 두 사람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장원준뿐 아니라, 전 어스 클랜의 클랜원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웨이준을 포함한 중국계 클랜원의 행위를 방관하고, 나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 했으며, 끝까지 관계 개선을 시도하지 않았죠. 이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만.”

웃는 낯으로 태연히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김선아와 클로이는 당연한 결과란 듯 호응했고, 그라프가 내게 선물 받은 미스릴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하, 하지만 어스클랜 출신들에게 그 두 사람의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관용을 베푸심이.”

장원준의 호소에 답을 한 것은 내가 아닌 의외의 그라프였다.

“그 말은 이 자들을 죽이면 주군을 따르지 못하겠다는 뜻인가?”

많은 수행자들이 개념 없이 NPC 취급하는 뮤대륙의 원주민.

하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다.

아마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이렇게 대놓고 살기를 뿌리는 원주민을 마주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익스퍼트 최상급에 달하는 그라프의 살기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저릿할 만큼 전신을 압박하는 감각에 장원준을 비롯한 구 어스 클랜의 클랜원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건……. 아닙니다.”

힘겹게 내뱉은 장원준의 이야기에 그라프의 살기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마치 내 선고를 기다리는 것처럼 여전히 검을 뽑아둔 채 한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변론할 기회를 주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습니까?”

이곳은 지구가 아닌, 뮤대륙이다.

그리고 나는 판사가 아닌 영주고, 그들은 내 적으로서 이 자리에 끌려 온 것이다.

이들을 뮤대륙에서 퇴장시키게 되면 어스 클랜 출신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남겨둔다면 계속 뒤통수를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실리를 추구한다면 뭐가 더 나은 상황인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만약 당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한다면 살 수 있는 건가?”

대범한 척해도 죽긴 싫은 모양이다.

뜬금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괜한 소리 말라는 듯 니콜라이의 옆구리를 찌르는 나츠오.

진심으로 당황한 듯한 그의 행동을 보니 나름의 비장의 카드가 있는 모양이다.

“계산을 내팽개칠 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면 안될 것 없죠.”

어차피 괜한 허풍으로 날 속이려 든다면 진실의 눈에 걸릴 것이다.

“분명 약속한 거다.”

“니콜라이!”

“어차피 여기서 뒈지면 소용없잖아!”

나츠오의 제지를 가볍게 뿌리친 니콜라이는 자신의 힙쌕에서 곱게 접힌 종이를 꺼내 김선아에게 던졌다.

자신에게 날아든 그것을 낚아챈 김선아는 마치 안전한 물건인지 확인하듯, 펼쳐보고 먼지를 턴 다음 내게 건네주었다.

그건 양피지가 아닌, 종이로 된 고지도였다.

아이템 이름은 ‘카타프로스의 지도’.

확실히 심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이긴 한데, 용도를 모르니 뭐라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이게 뭡니까?”

내 물음에 니콜라이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물지도.”

보물지도?

붉은 기운을 풍기지 않는 것을 보면 그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의 어딜 보고 보물 지도라 하는 걸까?

확실히 한 장소가 강조되어 있긴 하지만 이걸 보고 보물지도라 판단하기엔 무리라 생각한다.

“그 지도가 숨겨져 있던 상자에 쓰여 있었어. 지도에 표시된 포인트에서 어느 보물을 원하던 그 이상의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역시나 거짓말이 아니다.

때문에 지도를 바라보는 내 입꼬리는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린 세이프인가?”

니콜라이의 물음에 잠깐 고민하던 나는 가볍게 답했다.

“보류하죠.”

“보류?”

“아직은 이게 확실한 이득을 안겨 줄지 알 수 없으니, 확인될 때까지 보류하는 겁니다.”

그들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확인될 때까지 우린 어떻게 됩니까?”

나츠오의 물음에 나는 잠시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괬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도주를 대비해 자유를 제한토록 하겠습니다. 한동안은 편하게 쉬고 있으면 될 것 같군요.”

“설마 감옥에…….”

“죽이면 죽였지 고통을 즐기는 타입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방에 식사도 제때 지급이 될 겁니다.”

나는 보물지도를 아공간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기사들에게 두 사람을 손님방에 감금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나츠오와 니콜라이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장원준.

“아직 완전히 산 건 아니에요.”

“그래도 물건만 받고 처리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거야 신뢰도 문제죠. 앞으로 여러분은 연맹 소속입니다. 피아구분은 확실하게 하셔야 할 겁니다. 특히 마지막까지 저 두 사람 편에 섰던 분들 말이죠.”

내 경고에 장원준을 비롯한 구 어스클랜 소속 수행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어스클랜은 정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수행자 중 내 방해가 되는 세력은 더 이상 없다.

뭔가 후련하면서 경쟁자가 사라졌단 사실이 묘하게 허전하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손님방으로 이동 후 니콜라이가 그라프한테 얻어터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

‘감히 주군께 말을 편히 하다니. 아무리 같은 수행자라 하더라도 네 녀석은 평민이다. 또 그런 짓을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것이야.’

아무래도 그라프는 니콜라이의 반말이 계속 거슬렸던 모양이다.

덕분에 이후로 니콜라이가 내게 말을 놓는 일은 없었다.

***

‘조든 크리스 상회’의 홍차, 커피, 시가, 버터, 목욕용품, 화장용품과 새로 설립한 ‘베르트 상회’의 고급문구류, 인쇄소까지.

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상업적 성장세가 워낙 가팔라서 모든 귀족들이 주시하고 있는 상태.

그나마 향신료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사지타의 사업체가 눈에 띄긴 하지만, 수행자 중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

그런 내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사업은 뭐니 뭐니해도 ‘은행’이다.

나는 큰 자금이 유통되는 상단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케일론 왕국 5대 상단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

앞으로 내 상회와 거래를 하는 업체들은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여 이체를 통해 돈을 수령 하거나 자기앞 수표로 결제를 받게 될 것이다.

비록 갑자기 결제 방식을 바꾼 데에 따른 잡음이 발생하겠지만, 상거래에서 은행이 가져올 편리함은 금속화폐를 통한 직접 거래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대형 상단에 적금과 예금에 대해 홍보를 하여 이용을 권할 예정이다.

지금은 예금, 적금, 이체, 입출금 서비스만을 진행하지만 나중에 예금 보유량에 여유가 생긴다면 대출과 사업 투자도 진행할 것이다.

참고로 보험에 대해선 조금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은행으로 자산이 집중되고, 그 예금을 활용하여 시장에 간섭을 한다면 얼마든지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은행이 별 탈 없이 성장을 거듭하면, 뮤대륙의 로스차일드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닐 것이다.

‘사실,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지만.’

이미 돈은 충분할 만큼 벌어들이고 있다 보니, 거창한 목표에 비해 마인드가 살짝 가벼운 편이다.

그래도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각국 조든 크리사 상회 지부 옆에 은행이 설립되고 있으며 직원을 대거 고용하여 은행장으로 낙점된 행정관에게 한창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경호 인력 확보, 해당 은행지점이 설립되는 지역의 영주, 또는 왕실과 설립허가 및 세금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이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

덕분에 엄청난 돈이 깨지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뮤대륙 수행자 연맹의 유지비도 100% 내가 내는 상황이고, 포인트 확보를 위한 마석 구매에도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더불어 기사와 사병, 영지 행정관의 급여와 정보길드에서 세력을 키워가는 클로이의 지원금까지.

그나마 내가 이 모든 것을 커버 할 만큼의 돈을 벌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마구잡이로 일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은행은 이제 막바지라 앞으로 큰돈이 들어갈 일은 없고, 수행자 연맹도 인력을 고용해 자체 상회를 꾸리고 있다.

아마 연맹도 머지않아 자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실 하나.

상회의 일을 돕던 내 스승 고든이 열심히 주판을 두들기다가 깨달음을 얻어 5서클을 달성하여 고위 마법사가 되었다.

내게 서클이 따라잡히면서 스승으로서 체면이 안 선다고 하더니, 결국 5서클을 달성해 냈다.

덕분에 고든도 단승 작위지만 남작 위를 받게 되면서 더 이상 제자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도 되었다.

황당하게 찾아온 깨달음이 과연 시스템의 조치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기뻐하는 고든을 보고 있으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괜히 마음이 들떴다.

“확실히 두 분의 말씀대로 이건 이블랜드에 위치한 회색산맥의 지도라는군요.”

“저희도 그 지도가 가리키는 포인트를 찾아가려 했지만, 도무지 접근할 수가 없더군요. 이블랜드로 넘어가는 순간 트롤이 오크처럼 등장하고, 오우거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 데다가, 하늘에선 수시로 와이번과 드레이크가 포효를 내지르는 것을 보며 기가 죽고 말았죠.”

지도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편한 차림의 나츠오와 니콜라이가 자신들은 거짓말을 안 했다는 태도로 성실히 답했다.

그들에게 건네받은 보물지도는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 결과 미드랜드가 아닌 이블랜드의 구역임을 알 수 있었다.

“지훈 님께서 익스퍼트 최상급 수준으로 강하다고 하지만 당장 그곳에 출입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언제 어디서 고위 악마종이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뮤대륙은 크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 수행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인간들의 세력권인 미드랜드.

드래곤, 엘프, 드워프, 거인족 등 신화 종이 살고 있는 하이랜드.

악마종과 언데드, 몬스터들의 땅인 이블랜드까지.

인간에겐 하이랜드, 이블랜드 모두 위험한 땅이지만, 특히 이블랜드는 현세의 지옥이라 칭해질 만큼 악명 높은 곳이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 둘은 지도의 가치가 진짜라 판별이 되면 자유를 주기로 했는데, 이대로라면 언제까지 이곳에 가둬놓을지 확신할 수 없다.

“아무리 위험하다곤 하지만, 탐색정돈 해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는 내 모습이 이질적이었을까?

두 사람은 눈빛에 불안감이 깃들었다.

그에 나는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같이 가시죠. 그곳에서 도움이 된다면 두 분의 처우를 해소해드리지 못할 것도 없으니.”

“가서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어제와 달리 존댓말을 사용하는 니콜라이였다.

길게 말할 생각이 없는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건 무조건 죽는 것과 달리 기회가 있잖아요?”

“차라리 감금 상태로 있다가 나중에 효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풀어주시는 것이…….”

“내키지 않는군요. 애초에 두 분을 이곳에 가둔 이유가 보물 지도의 가치를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했던 거니까요.”

결국, 그들의 선택항목은 한 가지였다.

“가진 것도 많으신 분이 너무 위험하게 행동하는 것 아닙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나츠오의 표정.

하지만 뭐든 이유가 있으니 이러는 것 아니겠는가.

“어떠한 일이 생기던 저만은 도망칠 자신이 있거든요.”

내 대답에 두 사람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되도록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겁니다.”

탐색인원은 나와 그라프, 용병으로 잡다한 지식이 많은 익스퍼트 상급의 빌리엄, 그리고 이 두 사람이면 될 것 같다.

위급 상황에선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로 도망치면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미끼가 필요하다면 이 두 사람이 희생될 확률이 높다.

분명 자신들도 그걸 느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 말에도 표정이 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 쉬고 계세요. 준비는 제가 해놓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감금된 방을 나선 나는 다시금 지도를 살폈다.

아무래도 이블랜드에 들어가기 전에 그동안 미뤄놨던 스킬업 포인트 분배를 해야겠다.

현재 스킬업 포인트가 쌓이고 쌓여 21개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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