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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86화 (86/247)

# 8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86

39. 중국 잘 가 (4)

뮤대륙은 게임과도 같은 세상이지만, 엄연히 현실이다.

비록 수행자는 뮤대륙에서 죽더라도 생은 지구에서 그대로 이어갈 수 있지만, 지금 내가 하는 행위가 유쾌한 것이 아님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를 죽이려 했던 인물들을 넓은 이해심으로 품기엔 나는 속이 좁은 편이다.

-쾅! 콰앙!

범위 3미터, 위력은 4서클 수준인 제노사이드 스킬을 난사하자 순식간에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폭발에 휘말려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대부분이 2회차 수행자였지만, 그중에서도 이상을 빠르게 알아채고 공격을 피한 사람들도 있었다.

2회차 수행자라고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이제 이들도 무려 53일 차를 맞이하고 있으니.

더구나 1회차 때와 다르게 수행자 간의 교류도 활발하고 퀘스트 공략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고 있으며 자금지원까지 받는 만큼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게 당연하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가벼운 손동작과 함께 이어진 1차 공격.

어스 클랜 소속 중국인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변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들도 하루가 멀다 하지 않고 전투를 치러온 수행자.

머뭇거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은 단 두 가지였다.

도망치던가, 덤비던가.

“도망치지 말고 포위 공격해!”

“씨팔!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웨이준을 포함한 1회차 수행자들의 외침에도 곳곳에서 탈영병이 발생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명의 이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탈영병들을 집중 공격했고, 결국 녀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내게 무기를 들이밀었다.

아마 익스퍼트 최상급인 그라프라도 이들을 모두 쓰러뜨리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라프는 1대1 전투가 주력인 반면, 나는 집단 전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콜 라이트닝, 아이시클 스파이크.’

원거리 마법 또는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오러를 두른 창을 휘두르느니 멀리 도망치거나 가까이 다가오거나, 공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쇠뇌를 써! 장식으로 보급한 게 아니라고!”

그래도 아예 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몇몇 수행자들이 쇠뇌를 꺼내 나를 겨눴다.

나는 어렵지 않게 볼트에 독을 칠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느긋하게 날아드는 볼트는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으악!”

오히려 내가 피하자 난전 속에서 발사된 볼트가 동료들에게 꽂혔다.

독화살에 당한 이들은 바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는데, 통증이 엄청난 모양이다.

그리고 상처 부위만이 아니라 전신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하던 이가 곧 거품을 물며 정신을 잃었다.

나쁘지 않은 수단.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후로도 독이 발린 볼트가 기습적으로 날아들었으나, 창으로 쳐내는 방식으로 다른 녀석들에게 돌려주니 서서히 사용빈도가 줄어갔다.

“미, 미친! 이 녀석 익스퍼트 초급이 아니야!”

제대로 검술을 익혔는지 오러로 내 창을 막아낸 어스 클랜의 간부가 그렇게 소리쳤다.

내가 마창사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런데 오러만 하더라도 어스 클랜의 간부들보다 경지가 높고 동급의 마법까지 더해지니, 전의를 상실하는 것이 당연했다.

“컥!”

내 창에 목젖을 베인 클랜 측 간부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급히 아이템 슬롯으로 포션을 섭취하는 상처 부위가 빠르게 아물어 갔다.

당연히 나는 그런 행동을 허락지 않고 무방비로 놓인 그의 가슴에 창을 꽂아 넣었다.

“겨우 이 정도 대비로 잘도 덤빌 생각을 했네.”

뻔하다.

아마도 녀석들은 항간에 알려진 내 소문이 부풀어진 것이라 생각했겠지.

그렇지 않은 이상 무모하게 덤빌 생각을 못 할 게 뻔하다.

“자, 잠깐! 당신이 이겼소!”

빠르게 숫자가 줄어 어느새 80명이 절반인 4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에 웨이준의 측근으로 보이는 사내가 크게 외쳤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항복을 표한 인물에게 콜 라이트닝을 선물해 주었다.

-콰아아앙!

무서운 기세로 떨어져 내린 낙뢰가 한 사람을 숯으로 만들어 버렸다.

“죽이려 해놓고 불리하니, 항복이야? 너흰 내가 항복하면 받아줄 생각이었냐?”

차가운 대답과 함께 스피드를 더욱 높였다.

익스퍼트 중급으로 인한 근력 강화 능력에 초인의 범주에 든 신체 능력치.

더불어 가속과 근력증가 마법을 더하고 사고 가속 안에서의 브레이크 없이 모든 능력을 전력으로 투사하니, 인간 형태를 한 바람에 가까웠다.

[장원준]

[모하메드]

[삼]

[솜차이]

지도에 새롭게 추가된 하얀 점.

그것이 어스 클랜 소속 비중국계 수행자임을 알아챈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그리고 얼마나 싸웠을까?

평화롭던 카이트 영지의 한 숲속은 풋풋한 풀 내음 대신 피냄새와 고기 태우는 냄새가 진동했고, 녹림이 우거진 풍경 속에 핏빛 카페트와 흉측한 인간의 시체 조각이 굴러다녔다.

나는 홀로 남은 웨이준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앞으로 3회차 이후 중국인 수행자들이 뮤대륙에서 무사하길 바란다면 올바른 대응을 해야 할 거야. D-DAY 이후의 세계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으면?”

전의를 잃고 바닥에 주저앉은 웨이준은 완전히 겁에 질려 벌벌 떨어댈 뿐이었다.

***

‘웨이준이 조지훈의 독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중국인들을 끌어모아 직접 공격을 하려 한다.’

이 내용은 아편 판매에 분노를 표하며 양심선언을 한 어느 중국인 수행자가 건네온 정보였다.

그래서 예정보다 빠르게 움직여 기습을 시도했으나, 중국인들의 집합 현장에 도착한 장원준은 말을 잃어야 했다.

“…….”

시체 더미.

그 속에 유유히 서 있는 인물은 중국인들의 타깃이 된 지훈이었고, 웨이준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중국 수행자들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다.

비록 인구수 대비 수행자 수는 적지만, 그래도 인도와 함께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수행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권력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인 간부들이 같은 나라의 수행자들만 편애했기에 비중국계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퀘스트를 진행해왔다.

이는 곧 능력향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눈 앞에 펼쳐진 참상은 좀처럼 믿기 힘들었다.

“설마 혼자?”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해?”

지훈이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눈으로 본 것은 처음.

저 많은 중국인들이 그에게 당했다는 뜻은, 상황 여하에 따라 자신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른 침을 삼킨 장원준은 그나마 지훈과 안면이 있는지라 조심스럽게 피의 카펫 위를 걸었다.

그런 장원준의 뒤를 1회차 수행자들이 따랐다.

“장원준!?”

장원준을 반긴 것은 지훈이 아닌, 자신들의 적으로 분류된 웨이준이었다.

“사, 살려줘! 그가 전부 죽였어! 우리 클랜원들을!”

그의 외침에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비중국계 클랜원들이 하나같이 움찔거렸다.

웨이준의 말은 누가 들어도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장원준은 그런 웨이준을 걷어차며 말했다.

“너흰 당해도 싸.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너희도 죽음을 각오했어야지.”

그리고 장원준은 지훈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저희가 한발 늦었군요. 안 그래도 짱깨들이 지훈 님을 치려 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달려온 것인데.”

“그 인원으로 이들과 싸우려고 했어요? 잘해야 공멸일 것 같은데요.”

태연한 지훈의 물음에 장원준은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대답 대신 안 주머니에서 마석 하나를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콰아앙!

그에 파이어볼에 비견되는 폭발이 일어나고, 지훈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석 폭탄이군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물건인데.”

마석 폭탄이란 ‘연금술 길드’에서 판매하는 물품으로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는 1회 성 공격 아이템이었다.

“이외에도 많은 대비를 해놓았죠.”

장원준 입장에선 마력 폭탄 하나도 아깝지만, 이 정도 퍼포먼스로 지훈의 의심을 돌릴 수 있으면 싼 것이라 생각했다.

“뭐 좋습니다. 딱히 여러분께 해를 가할 생각도 없으니, 긴장 푸세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지훈은 장원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동시에 웨이준의 머리 위로 낙뢰가 떨어졌다.

-콰아앙!

마지막 한 명까지 봐주는 것 없이 깔끔하게 처리한 지훈이 장원준의 동료들과 비중국계 클랜원들에게 말했다.

“여기저기 뒤져보면 건질 만한 재산이 많을 겁니다. 그건 선물로 드리죠.”

“가, 감사합니다.”

아무리 돈이 귀해도 시체 더미를 뒤지는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감사하단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아직 클랜 소속입니다. 앞으로의 관계를 갱신하고 싶다면 나츠오와 니콜라이를 제 앞에 끌고 오세요.”

이번 일로 이들은 확실하게 알았다.

절대 지훈과 적대해선 안 된다고.

이어서 지훈에게서 텔레포트 반응이 일어나더니, 이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

미 백악관 화상회의실.

-우리 중국인 수행자들이 연맹 회장이란 작자에게 몰살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유감이라고요? 말장난하잔 겁니까!

미국의 버나드 대통령은 입에 거품을 물며 한국 대통령에게 윽박을 지르는 중국 주석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80명이 1명을 치려고 수 쓰다가 도리어 당한 건데, 정당방위 아닙니까? 심지어 독살시도까지 있었는데요.

그러나 중국 주석의 반응에 돌아온 것은 한국 대통령의 조소였다.

뿐만 아니라 다른 정상들의 반응도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마약의 개념이 없는 세상에 아편을 제조해 판매하고, 현지 귀족의 조사와 클랜 내부의 여론이 분리되자 화풀이 식으로 연맹회장을 공격한 중국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만약 뮤대륙에 마약이 널리 퍼지고 그로 인해 현지 국가들이 칼을 빼든다면 수행자 자체의 존립이 위태롭게 됩니다. 저는 오히려 수행자끼리 이 일을 처리한 게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정보는 충분하리만큼 공유가 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주장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상은 없었다.

그에 얼굴이 붉어진 주석이 짜증 섞인 말투로 반론했다.

-그것과 이것은 별개입니다! 애초에 이번 일로 인해 당장 피해를 본 곳은 우리 중국뿐이지 않습니까! 우리의 손실을 어떻게 보상해 주겠냐는 겁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사고방식.

뻔뻔하리만큼 당당한 중국 주석을 보며 모두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상을 누가 한단 말입니까?

-당연히 한국 아닙니까! 더불어 연맹 회장의 처벌도 확실하게 이뤄져야 할 겁니다.

-논할 가치도 없군요. 여기는 목소리 크다고 이기는 자리가 아닙니다. 이는 중국 측에서 자초한 일이니 알아서 하세요.

한국 대통령의 냉담한 반응에 중국 주석이 책상을 탁 치고 일어났다.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보복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을 낸다고 기적 논리를 펼치는 주석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은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중국인은 뮤대륙에서 볼 수가 없겠네요.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이상하네요. 협박은 내가 당한 것 같은데.

버나드 대통령은 진지하게 중국 주석을 추방할까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주석은 분명 대화의 질을 낮추고 있지만, 지구에서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버나드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야 했다.

“그럼 다수결로 결정하도록 합시다.”

-아니, 다수결이라니요?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무력행사를 할 테니, 무조건 요구를 들어 달란 겁니까?”

버나드 대통령의 차가운 물음에 주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짧게 혀를 찼다.

-이건 중국과 한국의 문제입니다. 다른 국가가 끼어들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만만한 한국을 흔들어 분풀이를 하겠다는 뜻.

버나드 대통령은 실소를 흘렸다.

“이건 두 국가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문제입니다. 중국이 어떤 조치를 한다면 우린 그 조치를 막기 위해 힘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는 주석의 비위를 맞춰주는 신하들의 간신 경연장이 아니다.

그렇게 계속 억지를 부려가며 화를 내던 주석의 목소리가 서서히 낮아지는 것이 당연했다.

“이번 일은 분명한 정당방위임을 인정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결국,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던 주석은 아무런 호응도 얻지 못하고 분만 삼켜야 했다.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주석은 눈을 동그랗게 떠야 했다.

-반갑습니다. 수행자 연맹의 회장인 조지훈입니다.

각국 수장으로 이뤄진 정상회의에 방금까지 자신이 물어뜯던 인물이 새롭게 참가했기 때문이다.

중국 주석은 어떻게 된 일이냐며 버나드 대통령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뮤대륙 전문가로서 초빙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국가 정상들은 지훈의 등장을 신기해했으나, 방금까지 그의 처벌을 부르짖던 주석 입장에선 농락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주석은 분노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훈의 이야기가 한발 빨랐다.

-회의에 본격적인 참여에 앞서 여러분께 한 가지 발표와 제안을 할 것이 있습니다.

말이 끊긴 주석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어진 지훈의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헛바람을 삼키며 크게 놀랐다.

-이번에 우리 수행자 연맹에서는 마력을 연료로 사용하여 고출력의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냈습니다. 대정전 사태를 극복할 훌륭한 대안이 될 이 시스템을 전 세계 국가와 공유하고자 합니다.

등장과 동시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지훈이었다.

***

토끼 눈이 된 중국 주석의 모습.

피식 웃음을 흘리던 나는 청와대에서 마련해준 화상회의실에서 일어났다.

“이야! 말씀을 굉장히 잘하시네요.”

이런 나를 보며 마전기의 발견자 신태화 교수는 감탄하며 박수를 쳤지만, 광대 노릇이 내키지 않은 나는 차갑게 말했다.

“정말 마전기는 제 마음대로 처리해도 되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저는 이제 연맹소속이고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회장님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마전기와 같은 보물을 공짜로 알려줄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마전기 생산 로열티를 챙기기로 했는데, 이를 반대하고 나서는 국가는 없었다.

심지어 불편한 표정을 보이던 중국 주석도 잠자코 있던 것을 보면 말 다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마전기 생산 공정은 숨기기가 힘들다. 제조과정이 너무 간단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먼저 뿌리고 로열티를 챙기는 것이 났다고 판단했다.

마전기의 효율은 상상 이상.

당장은 마석을 비롯해 마력을 얻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D-DAY 이후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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