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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83화 (83/247)

# 8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83

39. 중국 잘 가 (1)

나는 머리를 쓸어넘긴 후 2회차 수행자들에게 돌아가자는 손짓을 보냈다.

안개가 사라지고 하나둘 복귀하던 2회차 수행자들은 별다른 활약이 없었음에도 무사히 일이 끝난 덕분인지, 아무 불만 없이 정부에서 내어준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떤 보상 나왔어요?”

내 물음에 김선아가 말했다.

“공적치가 2%밖에 안 되었음에도, 선택형 중급 보상카드 한 장이 나왔습니다. 포인트는 100이고요.”

확인해보니, 유이도 김선아와 보상이 같았으며, 히로시는 7%의 공적치를 달성하여 선택형 중급 보상카드 2장과 포인트 400을 획득했다.

이어서 그 셋이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허공을 응시하는 걸 보니, 중급 보상 카드에서 무엇을 얻을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하나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선아의 제안에 나는 고민 없이 즉답했다.

“개인적으로 검술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기술을 보유하고 안 하고에 따라 오러의 성장 속도가 꽤 차이가 나거든요.”

뮤대륙의 상식으론 무기술 없이 오러 익스퍼트를 달성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당장은 전력이 될 수 있는 스킬에 끌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따지고 보면 역시 기본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면 오러를 마법사면 서클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히로시는 이미 무기술을 익혔지만, 김선아와 유이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그녀들은 내 조언을 받아들여 선택형 카드에서 각자에 맞는 무기술을 익혔다.

유이는 나와 같은 노스티어 창술을 습득하고, 김선아는 공방이 뛰어난 한 손 검술을 습득했다.

히로시는 한참을 허공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는데, 아무래도 당장 꽂히는 보상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지금 당장 보상을 살피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었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보상을 개봉하기에 앞서 무의식적으로 오늘의 사건이 담긴 미래 신문을 펼쳤다.

[더 이상 테러 안전 국가가 아니다. K대학교에 폭탄 테러 발생!]

[갑작스런 휴교 소식에 학생들은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가 테러예고에 의한 것이라면 어떨까? 다행히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K대학 곳곳의 폭발흔적이 당시의 다급함을 보여준다.]

[경찰 측 ‘폭탄은 완전히 제거했다. 주변 시민들과 학생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해…….]

원래대로라면 메인에 K대학 살인사건이 크게 실려 있어야 하는데.

그 내용이 바뀌어 있었다.

“음.”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신문의 내용이 바뀐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현재 우리의 주식 투자금액은 1천억에 달한다.

그럼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영향을 줘야 정상이 아닌가.

아무래도 이쪽 분야가 예민한 장르인 만큼 꾸준히 살폈는데, 한 번도 변화가 생긴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신이 미래 신문을 주식 실황판으로 쓰지 못하게 하려고 제한을 걸어 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용이 바뀌다니…….

나는 추가로 대정전 사태가 기재된 7월 20일짜 신문을 펼쳤다.

신문 맨 앞 페이지에는 기억하던 대로 원전 가동 정지로 인한 대정전 사태가 실려 있었다.

신문을 넘겨 토픽에서 박성의 기사를 찾아봤다.

[정부에 납치를 당하고 인체 실험까지 받았다? 황당한 주장을 펼치며, 이목을 끌고 있는 자칭 초능력자 박모씨.]

그리고 변함없는 기사 내용에 황당함을 표해야 했다.

“뭐야, 이거.”

어느 것은 정보가 바뀌고 어느 것은 안 바뀌었다.

이건 박성이 돌발행동을 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광대 짓을 할 수밖에 없는 걸까?

좀처럼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때가 되면 알겠지.’

당장 머리를 굴려봤자 나오는 건 확신이 서지 않는 추측뿐.

어차피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미래 신문 소지자들에게 수시로 내용을 살피라는 말을 전해야겠다.

신문을 덮은 나는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보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

[선택형 현물 보상카드]

세 장의 카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배가 부른 느낌.

일단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를 사용했다.

그러자 마치 대기실의 포인트 자판기를 사용할 때처럼 눈앞에 시스템 창이 길게 떠올랐다.

역시 상급답게 신기한 보상들이 많았는데.

[다이어 울프 새끼 / 사역마]

-다이어 울프를 길들이고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다 성장한 다이어 울프는 탈것으로도 이용 가능합니다.

[밤의 황제 / 패시브 스킬]

-밤이 되면 이성이 당신에게 큰 성적 호감을 느끼며 당신의 말을 좀처럼 거역하지 못합니다.

단 정신 면역 효과를 지닌 이성에겐 효과가 감소합니다.

[레이저 빔 / 액티브 스킬]

-두 눈에서 마력으로 이뤄진 광선을 내뿜는다.

공격속도가 굉장히 빠르며 관통력이 높다.

4서클 수준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개성 넘치는 보상부터.

[언데드 생성 / 액티브 스킬]

-인간의 시체를 활용해 언데를 생성한다.

시체의 등급에 따라 생성되는 언데드의 능력치가 결정되며, 익스퍼트 중급, 4서클 이하의 시체로 언데드를 만들 수 있다.

생성 가능한 언데드는 최대 100마리이며, 생전 능력의 70%를 발휘한다.

단, 해당 스킬 보유 시 신전과 적대 관계가 된다.

[죽음의 불꽃 / 조건부 발동]

-수행자가 죽음으로써 발동되는 스킬.

수행자는 언데드로 부활하며 부활시 한 시간 동안 능력치가 5배 상승한다.

시간이 지나면 피부와 내장이 썩고 스켈레톤이 되며, 서서히 이지를 상실한다.

[힘의 폭발 / 액티브 스킬]

-공격력을 포함한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3배 향상된다.

지속시간은 10분. 시간 경과 시, 2시간 동안 경직상태에 빠진다.

리스크는 있지만,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스킬.

[감정의 눈 / 패시브 스킬]

-상대의 현재 감정이 색상으로 보인다.

[크리티컬 / 패시브 스킬]

-5% 확률로 상대에게 3배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다.

[범위 확대 / 액티브 스킬]

-광역 스킬과 광역 마법의 범위를 50% 향상시킨다.

단, 마력 소모가 크다.

그리고 딱 봐도 효율 좋은 스킬들이 눈에 띄었다.

덕분에 선택형 상급 보상에서 ‘전투 교범’을 발견하고 기뻐하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빠른 성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투 교범 한 개와 크리티컬을 고르려던 찰나.

선택형 보상이 2개이기에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 / 설치형]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한다.

다른 텔레포트 게이트의 좌표를 입력하면 거리의 제약 없이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

1회 사용에 중급 마석 1개가 필요하다.

한 번에 20명의 인원 또는 2톤의 짐을 이동시킬 수 있다.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 / 공용 아티팩트]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다.

오로지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로 단방향 이동밖에 되지 않으며, 베이스에서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로 이동하진 못한다.

공용 아티팩트로 뮤대륙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세계 간 이동은 불가능하다.

1회 사용에 중급 마석 1개가 필요하다.

한 번에 5명의 인원 또는 500㎏의 짐을 이동시킬 수 있다.

거리의 제약을 없애주는 장비의 등장.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를 안전 구역에 설치하고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를 지니고 다니면 언제든 비상탈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는 무려 공용 아티팩트.’

지구뿐만 아니라 뮤대륙에서도 사용 가능한 녀석이었다.

예전부터 뮤대륙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보며 지구에도 설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뮤대륙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지구에 설치해보려고 라이기스 아공간에 넣었더니, 이런 안내문이 떴다.

[다른 세상의 물품은 개인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나 혼자라도 이용이 가능한 만큼 아주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만, 텔레포트 게이트는 최소 설치비가 백금화 120개에 달한다.

혼자 이용하자고 여기저기 설치하기엔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지구에서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얻을 수 있다면 자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잘만 쓰면 여벌의 목숨이 될 수도 있다. 안개 속에서 밖으로도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베스트.’

나는 혹시 현물보상에서도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는지 살폈지만, 그곳에는 없는 보상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를 습득했습니다.]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를 습득했습니다.]

결국, 텔레포트 게이트의 유혹을 넘어가지 못했다.

당장 공격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닌지라,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

단 전투 교본을 포기한 것이 뼈아플 뿐이다.

“나중에 포인트 샵에서도 팔아줬으면 좋겠다.”

책 크기의 금속판과 커다란 액자 사이즈의 금속판.

작은 게 휴대용, 큰 게 설치형일 것이다.

나는 설치형을 우리 집 지하에 있는 벙커에 설치하기로 정했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날아올 수 있게끔 말이다.

하지만 당장 설치가 급한 것이 아니었으니, 마지막 남은 현물 보상카드의 내용물을 살폈다.

현물은 말 그대로 스킬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물질적 보상.

포인트샵에 없는 특색있는 물품이 많았던 상급 보상과 달리, 현물보상은 그다지 생소한 물품이 없었다.

대부분이 아티팩트였고, 장비 중에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관심이 가는 것이라면 다시 나온 ‘안전가옥’과 ‘지하본부’.

안전가옥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본부는 주택 없이 큰 규모의 벙커만 있는 것이었다.

‘집은 굳이 필요 없지. 그럼 선택은 지하본부.’

더구나 원하는 위치에 본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지하본부의 크기는 공간확장이 된 안전가옥 벙커의 2배에 달했다.

[지하본부 설치 스크롤을 획득했습니다.]

-원하는 위치를 정하시고 스크롤을 사용하면 본부가 설치됩니다.

그렇게 나는 큰 고민 없이 지하본부를 선택했다.

“역시 안개가 보상이 좋아.”

이참에 미국처럼 대대적인 탐색 장비를 갖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해봐야겠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안개가 발견될 때마다 안으로 뛰어들어가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

일전에 중국의 특수부대에게 공격을 당했던 일로 지훈은 뮤대륙에서 철저하게 중국인들의 존재를 배제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인 수행자들은 연맹에 소속될 수 없으며, 어떤 사업을 진행하든지 반드시 지훈으로부터 견제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런 중국인들을 어스 클랜의 클랜장인 웨이준이 대대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어스 클랜과 지훈과의 관계는 시간에 따라 개선되는 일이 없이 점점 최악으로 치달았다.

중국인들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어스 클랜의 몫.

덕분에 어스 클랜원들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우리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연맹 회장과 어스 클랜의 잡음은 간부들의 질투에 의한 것이고, 중국인들의 파렴치한 행동에 어째서 싸잡아 욕을 먹어야 하냔 말이다.’

어스클랜 소속 비중국계 2회차 수행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들은 처음 선택을 잘못했을 뿐 수행자들의 정치질에 어울린 적이 없었다.

이들은 당장에라도 클랜을 벗어나 연맹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지훈이 적대 세력의 수행자들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그나마 희망은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이라는 식으로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것.

덕분에 어스 클랜 내부는 분열되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국가 세력에서 낙오된 이유는 중국인들과 어스 클랜이란 존재 때문이다. 이 둘을 배제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

연맹 소속 2회차 수행자들과 어스클랜 소속 2회차 수행자들의 능력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다.

연맹의 수행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강화에만 시간을 쏟을 수 있고, 제도적 자금적 지원이 따라오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기에 어스 클랜 소속 비중국계 수행자들은 점차 극단적인 사상을 품게 되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스 클랜의 무력을 대표하는 수행자 중 한 명인 니콜라이는 장원준의 이야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곧 쿠데타가 발생한다고! 지금 클랜이 엉망진창인데, 언제까지 방관할 거야! 우리도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니까!”

“에이, 무슨 독재정권도 아니고 쿠데타야.”

자신의 성장 말고는 다른 일에 큰 관심이 없는 니콜라이의 반응에 장원준은 혀를 차며 어스 클랜 창설에 크게 한몫한 나츠오를 바라보았다.

“질투심을 어쭙잖은 윤리의식으로 포장하고, 공공의 적으로 지목했던 사람이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라갔어. 이제 와서 모른 척 넘어간다고 상대가 용서해 줄 거라 생각해? 뭐라도 하자고!”

나츠오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닫고 답을 회피했다.

결국, 고개를 내저은 장원준은 혀를 차며 말했다.

“웨이준과 똑같네. 이런 새끼들을 따라온 내가 병신이지.”

그러면서 장원준이 등을 돌리자, 니콜라이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어쩌려고? 설마 내분에 편승해서 중국인들과 칼부림이라도 벌이게?”

“필요하다면 중국인뿐만 아니라 너희들에게도 검을 휘두를 생각이야. 나는 절대로 지금의 수준에서 만족할 생각 없어.”

그리고 같은 방에 있던 어스 클랜의 핵심간부 8명 중, 딱 절반이 장원준과 함께 여관방을 나섰다.

“야! 너 한국 정부 소속이잖아! 중국인이랑 대놓고 싸우면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어!”

하지만 니콜라이의 짜증 섞인 외침은 장원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는 차가운 눈동자로 말했다.

“여긴 지구가 아닌 뮤대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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