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82
38. K대 살인사건 (1)
미래 신문의 내용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결국은 대참사는 막을 수가 없다는 뜻.
그러나 이내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에 박성이 한국 정부의 인체실험을 폭로해야 하는데, 지금 수행자 연맹과 정부의 관계를 생각하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으니.
나는 애써 대학생들의 시위가 우연의 산물이라 생각하며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았다.
신문에는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주변의 CCTV가 작동이 멈췄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즉 그때 안개가 발생한다는 소리인 만큼, 현재가 오후 6시였으니 아직 여유가 있다.
“회장님.”
그때, 김선아가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리키고.
그들이 하나둘 전화 받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언론사 상부를 통한 국정원의 요청이 지금에서야 전달이 된 모양이다.
기자들의 시선이 잠시 우리 쪽을 향하고.
이내 똥 씹은 표정으로 하나둘 짐을 싸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돌아가는 모습에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던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기자들을 부른 게 학생들이었던 모양이다.
“저 학생들만 빠지면 내부에 남은 사람은 없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귀찮은 문제가 하나 있어서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또 뭐가 문젠데.
기자들이 물러갔으니 이제는 반강제적으로 끌어내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국정원 직원이 연신 땀을 훔치며 내 시선을 피했다.
“학생 몇 명이 개인방송 중이라서 통신을 차단시켜야 합니다. 지금 작업 중인지라 곧 완료될 겁니다.”
안개 장막 스킬을 사용하면 바로 통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곧 안개가 발생할 장소에서 쓰는 것이 꺼려졌다.
“됐습니다. 통신과 인터넷 모두 컷 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국정원 직원이 총기로 무장한 특공대원들과 함께 학생들이 차지한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나도 수행자 몇 명과 함께 조용히 뒤를 따랐다.
그때, 농성 중인 건물 옥상에 숨어 있던 특공대원들이 레펠 준비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말로 해보고 안되면, 강제적으로 진압할 예정인 것 같다.
“학생이 제법 많군요.”
“네, 52명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내가 짧게 혀를 차자 국정원 직원은 확성기를 들어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찰특공대 주경민 경감입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오늘자로 K대에 폭발물 테러 예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진실의 눈을 통해 붉은 기운을 물씬 풍기는 국정원 직원의 능청스런 거짓말.
“누가 그딴 말을 믿겠냐! 부정입학! 청탁 비리! 김호곤 총장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진실의 눈이 없다고 해도 그의 말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오히려 짜증 섞인 표정으로 호통쳤다.
“이게 장난으로 보입니까! 누가 고작 대학교 시위현장에 이렇게 많은 경찰특공대를 보내겠습니까! 머리가 있으면 생각해보십시오!”
연기인 것 알겠지만 100번 지당한 말.
그러나 시위에 취했는지 가상한 뜻은 알겠지만, 학생들은 마치 생각하길 포기한 듯 계속 총장의 퇴진 시위를 이어갔다.
“해당 사안은 철저하게 정보 통제되고 있습니다! 현재 폭발물의 원격 조종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에 통신과 인터넷 기능을 차단했으며 이렇게 시간을 지체시킨다면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다소 강하게 제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서 나오십시오!”
보통은 이 정도까지 말하면 알아들을 텐데.
귀마개라도 한 모양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경찰은 믿을 수 없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작게 고개를 내저은 나는 국정원 직원에게 말했다.
“주변에 폭발 좀 일으킬까요? 말을 어느 정도 믿게 하려면 이게 으뜸인 것 같은데.”
“가능합니까?”
“네, 이걸로도 안 통하면 강제 진압하시죠.”
“부탁드립니다.”
나는 폭발 스킬인 제노사이드를 사람이 없는 야외 정자에 사용했다.
-콰아아앙!
“으악!”
순식간에 분해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정자의 파편.
그에 기세등등하던 학생들의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경찰 특공대 역시 기겁하며 급히 방패로 벽을 만들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제대로 겁을 주기 위해 연이어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콰아앙!
“꺄아아악!”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요란하게 폭음이 울려 퍼지자, 자연히 건물 속에 숨어 있던 학생들의 비명소리도 커졌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큰 폭발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내 모습에 국정원 직원들은 하나같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잠시 후.
폭발이 잠잠해지자, 방패 뒤에 숨어 있던 국정원 직원이 건물에 대고 소리쳤다.
“죽고 싶어!? 빨리 튀어나와!”
그때서야 학생들은 상황이 장난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건물의 잠금장치를 풀며 우르르 몰려나왔다.
“빨리 나가!”
“죄, 죄송합니다!”
완전히 기세가 꺾인 학생들은 손에 들고 있던 플랜카드도 집어 던지고 캠퍼스 밖으로 도망쳤다.
신념 가득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지들끼리 밀치고 밟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해는 된다.
누구라도 테러를 눈앞에서 보게 된다면 겁에 질리게 될 테니.
“내부 확인해 주시고, 주변 통제 확실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함께 있던 수행자들과 함께 캠퍼스 밖으로 이동했다.
잠깐 상황을 살피며 휴식을 취한 후 안개가 생기면 들어설 생각이다.
“커피 어떠십니까?”
임시로 세워진 야외 지휘소에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나를 향해 이름 모를 국정원 직원이 비위를 맞추듯 캔커피를 건네왔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였는데, 주변을 포위하듯 둘러싼 특공대원들이 내 정체를 궁금했다.
아무래도 우리와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해서 모두 사정을 아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 어! 회장님!”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시계를 살피던 나는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풉!
그리고 갑자기 캠퍼스를 삼키듯 무섭게 확산하는 안개를 발견하곤 입안에 머금고 있던 커피를 뿜어버렸다.
그도 그럴 게 아직 예정 시간이 되려면 50분 가까이 남아 있었다.
“어째서?”
방금까진 신문의 내용이 충실히 이행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예정대로 살해당하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서일까?
건물을 수색하던 특공대원들과 그것을 지휘하던 국정원 직원 다수가 안개에 휘말리고 말았다.
어쩌면 미처 도망치지 못한 학생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나는 혀를 차며 태영과 은우, 사치코에게 말했다.
“주변을 감시하세요.”
이미 사전에 예고했던 상황인 만큼, 그들은 이견 없이 5~6명씩 6개의 조를 만들어 흩어졌다.
“가죠.”
맨손인 내 뒤를 따라 묵직한 무기 가방을 짊어진 김선아, 히로시, 유이가 따랐다.
예정보다 빠르다곤 해도 사건이 일어난 이상 지켜볼 순 없었다.
“아무도 안으로 들여보내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국정원 직원들에게 당부를 한 나는 그대로 안개 속으로 스며들듯이 들어섰다.
안개에 들어서자 바로 지도를 활동화하고, 적지 않게 표기되는 흰색 점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던 건물 주위에 흰색 점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빠르게 달리며 인크리스 스팅어를 소환했고, 신발도 군화에서 페가수스 부츠, 이팩트가 요란해서 눈에 띄는 카르디스 건틀릿 대신 베히모스의 건틀릿만 장착했다.
안개 속의 가시거리는 1미터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도기능에 익숙한 우리는 앞이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이 집중된 장소로 달렸다.
[퀘스트 발생]
등급: 상
내용: 살아남아라
보상: 선택형 보상카드(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
포인트(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
그리고 떠오른 퀘스트 내용.
나는 내용 중 선택형 보상카드를 발견하곤 웃음을 흘렸다.
“역시 안개는 보상이 좋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안개 속에서는 수행자들의 말이 통역되면서 히로시가 맞장구를 쳤다.
이어서 나는 일행들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시민들을 보호하되. 자신의 목숨은 희생하지 마십시오. 가장 최우선으로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는 겁니다.”
“네.”
냉정하지만 뮤대륙에서 생활한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내용.
직접 전투를 벌이는 우리의 곁엔 항상 죽음이 가까이 있다.
괜한 영웅심으로 희생되면 나중에 더 큰 일을 못 할 수도 있고 그것이 가족들과 관련될 수도 있는 만큼 몸을 사리는 것이 당연했다.
“건물 주변을 지키겠습니다. 여러분은 내부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끌고 나오세요.”
-타타타탁!
우리는 일제히 달리는 속도를 높였고, 머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담당관님! 이쪽입니다!”
허공도약 스킬을 지닌 히로시는 건물 외벽을 따라 뛰어오르며 옥상으로 향하고 유이와 김선아는 그대로 건물 내부로 뛰어들어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지훈 님?”
“빨리 모이세요! 곧 그것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에 국정원 담당관이 안도하며 크게 외쳤다.
“모두 지시에 따르세요!”
나는 머리 위로 붉은빛의 라이트를 띄우며 사람들을 유도했다.
순조롭게 나를 중심으로 모이는 흰색 점들.
하지만 머지않아 지도에 변화가 생겼다.
-크아아아아!
붉은 점이 무수히 찍히기 시작한 것이다.
포효소리를 들어보건대, 상대는 늑대인간과 다이어울프였다.
오크 등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 지금의 내겐 적수가 아니다.
몬스터는 안개 외곽에서 나타나 서서히 중심을 향해 다가왔고,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안개의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약간의 시간은 있지만, 건물 내부에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지라 다 모을 때까지 충돌은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일단 외부에 있던 사람들을 건물 1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건물의 입구를 지키고 서서 지도로 방향을 잡은 후 마법으로 중간 요격을 시작했다.
‘아이시클 랜스! 아이시클 랜스! 아이시클 랜스!’
지난 안개 때와 달리 지금은 공용 아공간을 갖고 있어서 마력 소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 아공간엔 항상 백금화 50개치의 포션들이 담겨 있으니.
-케엑!
나는 확실하게 처리한다는 생각으로 높은 관통력을 지닌 아이시클 랜스를 몬스터가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 난사했다.
덕분에 붉은 점이 꾸준히 제거됐지만.
숫자가 워낙 많아서 별로 티도 나지 않았다.
지금 지도에 찍힌 붉은 점만 200개에 가까워 보인다.
역시 안개는 수행자의 능력치에 영향을 받는 것이 확실하다.
사방에서 늑대인간과 다이어울프가 달려든다면 히로시도 감당할 수 없다.
-크아아악!
몬스터의 숫자가 많다 보니, 결국 한두 마리씩 접근을 허용했고 나는 건물 입구를 등진 채 몬스터들과 근접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은 안갯속.
제한된 가시거리 때문에 나는 창을 짧게 쥐고 사고 가속의 속도를 높였다.
-챙! 촥!
단검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뻗어오는 늑대인간은 괜찮은데, 아가리를 벌리며 몸통 박치기를 해오는 육중한 다이어울프는 부담스럽다.
시야가 확보되는 안개의 중심이라면 모를까, 전투가 꽤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경험이 있는데, 이 정도로 위기라곤 할 수 없지.’
나는 차근차근 접근하는 몬스터를 처리했고, 녀석들이 건물 창문을 깨고 들어가려는 낌새가 보여 중간중간 마법으로 요격했다.
“회장님! 끝났습니다!”
드디어 등 뒤에서 들려온 김선아의 목소리.
동시에 나는 전방 좌우에 제노사이드 스킬을 난사했다.
-쾅! 콰앙! 쾅!
마치 융단폭격이라도 시작된 것처럼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땅이 흔들리고, 주변이 정리된 것을 확인한 나는 사람들보고 나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특공대분들은 절대 총을 사용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중앙으로 이동합니다. 따라오세요.”
그리고 족히 30명은 될법한 인원을 이끌고 안개의 중심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웅성. 웅성.
아무리 훈련을 받은 특공대원이라 해도 상황파악이 안 된 만큼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거슬렸지만, 국정원 요원들도 돌발상황에 당황했는지 이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다.
그나마 생존 본능일지, 조용히 내 뒤를 따라와 점점 중앙과 가까워졌다.
하지만 중심과 가까워질수록 몬스터의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전투는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
내가 화살촉을 담당하고 김선아, 히로시, 유이가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수행했다.
“으악!”
누군가가 몬스터의 사체를 밟고 넘어지기라도 한 걸까?
곧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나아갔고, 결국 얼마 안 걸려 안개의 중심이 다다랐다.
시야가 넓게 트인 그 순간.
비로소 사고 가속이 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극강의 공격이 쏟아졌다.
마법으로 원거리 공격을 난사하면서 동시에 최대 스피드로 몬스터들을 썰어 넘긴다.
근처에 있으면 썰리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터져나간다.
마치 지도에서 붉은 점을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빠르게 숫자가 줄어갔다.
“뭐, 뭐야.”
역시 학생들이 남아 있었다.
뒤늦게 특공대원 속에 민간인이 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상복 차림의 남녀 6명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왠지 금방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김선아가 재빠르게 나서서 그들을 통솔했다.
“중심에 방어라인을 구축합니다. 다시 한번 경고 하지만 특공대는 절대로 총은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이 이상한 곳에서 나가면 안 됩니까!”
“못 나가니까 이러죠. 살고 싶으면 하란 대로 하세요.”
학생들과 이 상황에 대한 언질을 받은 적 없는 특공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랐다.
***
살아생전 누가 이런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 누가 생각해 봤을까.
학교의 비리를 바로잡고자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목격하곤 패닉에 빠졌다.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마법과 냉병기로 몬스터들을 주살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었다.
요란하진 않지만 깔끔하게 창과 검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두 명의 여성과 중2병의 기운을 물씬 풍기며 쌍검을 사용하는 검은 코트의 남성.
하지만 가장 압권은 홀로 9할의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남성이었다.
중간중간 대원들이 총기를 만지작거렸지만, 그의 전투력이 괜한 간섭을 거부했다.
“우웩!”
그러나 피와 내장이 튀는 광경은 결코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
시각적인 자극이 너무 강하다 보니, 학생들 여럿이 토악질을 해댔고, 심장이 울리는 듯한 진동과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폭발음은 조금씩 이성을 갉아 먹었다.
“나, 난 갈래!”
그리고 결국 몇몇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돌발행동은 미수로 끝났는데, 돌연 기절하듯 그 자리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잠든 거니까 놀라지 말고 그 사람들 잘 챙겨주세요.”
대장으로 보이는 초능력자, 즉 지훈의 말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가 어떤 수법으로 도망치려던 사람을 기절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쾅! 콰아앙!
그렇게 얼마나 더 전투를 이어갔을까.
“끝났나?”
잠시 복장을 고치며 휴식을 취하는 지훈 일행의 모습에 더 이상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곤 사람들이 환호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지훈의 말에 사람들은 합죽이가 되어 입을 닫았다.
“저, 총기로 지원을 하는 편이.”
어느 용감한 특공대원이 지훈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살기 섞인 눈빛과 위협적인 행동이었다.
“그런 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총기를 사용하는 순간 여러분을 버릴 테니 그렇게 아세요.”
이는 어디까지나 화기를 사용하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화기의 사용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추측했다.
덕분에 특공대원들은 모두 총기를 잠금 상태로 두었다.
-크아아악!
-쿵!
하지만 제2파로 집채만 한 몬스터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
늑대인간과 다이어울프에 이은, 오우거 10마리와 트롤 20마리의 등장.
내 무력을 알고 있는 이들조차 표정을 굳히기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전투는 결국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났는데, 이게 모두 히로시가 이를 악물고 몹 몰이를 해준 덕분이다.
“주, 죽는 줄 알았네.”
덕분에 우린 오우거와 트롤을 각개 격파할 수 있었다.
나중엔 라인이 엉키면서 개판 싸움이 되었지만, 어떻게든 희생 없이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압도적인 활약.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퀘스트 MVP 공적 89% 달성.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 2장을 획득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선택형 현물 보상카드 1장을 획득했습니다.]
[포인트 3000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함께 안개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시작하고.
우린 아무런 희생 없이 안개를 처리했단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인명 구조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미래 신문의 내용이 무조건 이행되는 것이 아님을 몸소 증명하게 되었다.
“가, 감사합니다!”
여전히 상황파악 못 한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왔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국정원 담당자에게 말했다.
“잘 처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귀찮은 상황이지만, 여기서부턴 국정원의 일이다.
급격히 피곤해진 나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다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을 선택형 보상카드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상급 보상의 내용물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달콤한 보상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