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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78화 (78/247)

# 78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78

35. 식인 식물 (2)

나는 가만히 화분을 관찰했는데, 계속 아무런 반응이 없자 태영에게 다시 다가와 보라고 지시했다.

-핏!

그랬더니 화분의 흙이 들썩이나 싶더니, 녹색의 줄기가 레이저처럼 직선으로 뻗어가는 것 아닌가.

“헙!”

태영이 헛바람 삼키며 줄기를 피하고 나는 다시금 화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나만 공격을 안 한다는 거군.”

멸종한 식물의 씨앗.

낯선 이의 침입을 차단하는 가디언의 일종으로 봐야 할까?

다만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분별없이 사람들을 마구 공격한다면 그냥 몬스터나 다름없으니.

뭐, 내 말만 듣는 몬스터를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이왕이면 내 지시에도 따라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슥.

어차피 자동 방어막이 있는지라 나는 배리어를 해제하고 화분을 집어 들었다.

슬쩍 이파리를 만지자 아직 어린 식물은 간지럼을 타듯 살랑살랑 흔들거렸다.

그리고 여기저기 주의 깊게 살피던 중 특이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재밌네.”

바로 흙에 반쯤 가려진 식물 줄기에 새까만 구슬 두 개가 눈처럼 깜박이는 거 아니겠는가.

식물에 눈이라니.

이 무슨 혼종이란 말인가.

나는 눈으로 판단되는 기관 주변의 흙을 살짝 거뒀다.

그랬더니 눈뿐만 아니라, 입처럼 생긴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스웜의 주둥이를 연상시키듯 빽빽하게 가시들이 돋아난 구멍을 보고 있자니, 왠지 물만 먹고 살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내가 누군지 아냐?”

내 물음에 대답하듯 이파리를 살랑였다.

나무줄기에 두 개의 눈과 흉악한 입까지 달린 끔찍한 생김새.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애완동물을 바라보듯 이 식물이 귀엽게 느껴졌다.

혹시나 싶어서 그 식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밖에 있는 사람들은 내 편이니 공격하지 마.”

그리고 태영에게 다시 다가와 보라고 했더니.

-샥!

여지없이 공격을 날렸다.

“스, 스승님!”

아무래도 식물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란 모양이다.

일단 안개 속에서 녀석의 정보를 다시 한번 살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 공격적이라면, 지하 벙커나 철판을 두른 공간에서 키워야 할 것 같다.

나는 그 식물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역 배리어로 감싼 후, 건물을 나섰다.

이어서 은신을 사용한 채 하늘을 높이 날아오른 후 안개 장막을 펼쳤다.

팟!

순식간에 주변에 구름과도 같은 안개가 펼쳐지고, 나는 화분의 정보를 살폈다.

[트리아스]

-세계수를 수호하던 신수의 모종으로 공격성이 강합니다.

굉장히 짧은 설명.

하지만 메시지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귀속된 사역마입니다. 이름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뜸 이름을 지으라니, 나 작명 센스 구린데.

“음.”

내 자식 이름 짓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애완동물 이름 붙이면 되려나?

“봉봉이.”

[사역마의 이름의 이름이 봉봉이로 정해졌습니다.]

정말 대충 지은 이름.

이름이 정해지고 화분을 바라보니, 봉봉이란 명칭과 함께 명령 선택지가 나타났다.

[공격]

[경계]

[대기]

마치 포켓X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

대기상태가 된 봉봉이는 더 이상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나는 봉봉이를 계속 손에 들고 다녔는데, 정우는 그런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

“레옹이냐?”

반면 화분의 정체를 아는 인식이와 태영은 나를 피해 다니기 바빴는데, 안전하다고 해도 당한 게 있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사무실 잘해놨네.”

나는 그렇게 화분을 든 채 수행자 연맹 본부 겸 사무실로 구한 빌딩의 여기저기를 살폈다.

“어제 가구와 전자제품 들어올 때 연맹원들이 도와줬는데, 다들 힘이 장사라고 배달원들이 놀라더라.”

내가 일본에 가 있는 동안 빌딩은 가재도구들이 들어오면서 제법 사무실의 분위기를 풍겼다.

빌딩은 총 5층인데, 한 층의 넓이가 대략 80평 정도다.

5층은 몸만 오면 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숙식 시설이 완비되어 있었으며, 4층은 사무공간, 3층은 접대실과 회의실, 2층은 철저한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1층엔 이것저것 비상용품을 구비 해두는 창고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수행자들은 연맹에 나와도 딱히 할 게 없어서 대부분, 2층 휴게실에서 게임을 하며 뒹굴거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고, 몇몇은 옥상에서 막대를 휘두르며 수련을 했다.

“1시간 후에 대통령께서 오신다는데, 따로 맞이할 준비를 안 해도 될까?”

뮤대륙에서나 지구에서나 이왕이면 정치계와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 없게 돌아가니, 어쩔 수가 없었다.

“비공식 방문인데, 어때.”

정우의 조심스런 반응에 나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맞아, 어차피 아쉬운 건 그쪽인데.”

그리고 항상 걱정이 많은 정우와 달리 인식이는 태연하게 꿇릴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정우는 그래도 이러면 안 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아, 맞다.”

나는 두 친구를 잠자코 바라보며 화분을 만지작거리다가,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매달 1일 새로운 신규 수행자들이 뮤대륙에 진입하는 거 알지?”

이미 뮤대륙의 지식은 수행자나 다름없는 두 사람이다.

인식이와 정우는 뜬금없는 내 물음에 별생각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너희도 수행자가 되고 싶은 생각 없어?”

수행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도 엄연히 두 사람은 일반인이다.

내색하진 않아도 조금은 부럽거나 위축되는 감정이 있을 것이다.

또 아무리 싸우는 것이 싫다고 한들 누가 인간을 벗어난 힘을 가질 수 있는 길을 거부하겠는가.

더구나 곧 다가올 재앙에서 안전을 도모할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의견이다.

두 사람은 당연하다며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되고야 싶지. 하지만 확률로 따지면 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현재 한국인 수행자의 수는 낙오자를 합쳐도 40명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인구대비 수행자의 수는 125만분의 1이란 소리다.

상식적으로 수행자가 될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까운 것이다.

나는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수행자 시켜 줄까?”

“응?”

인식이와 정우는 내가 말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두 눈을 크게 뜨며 빠르게 내 팔을 잡았다.

인식이는 잠시 내가 손에 쥔 화분에 움찔거렸지만, 그보다도 수행자의 유혹이 강한 듯 마른침을 삼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무슨 방법 있어?”

나는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형님에게 5장이 있거든.”

“뭐가?”

“수행자 지정권. 그걸 쓰면 다음 달 1일에 수행자로 뮤대륙에 들어설 수 있게 되는 거지.”

그에 두 친구는 크게 감탄사를 터뜨리며 동시에 외쳤다.

“형님!”

인식이와 정우가 뮤대륙에 입장한다면 태영, 사치코 이상의 지원을 해줄 것이다.

더불어 한 번에 풀세팅은 힘들어도 오토실드 링과 같은 필수 포인트 장비를 안전을 위해 지급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두 사람의 성장은 지금의 제자들보다 빠르면 빨랐지, 느리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래부터 두 사람을 염두하고 있었기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고맙다!”

“역시 잘난 친구가 있으니 좋네!”

그리고 나머지 지정권은 어떻게 쓸 거냐는 두 사람의 물음에 일단 우리 부모님과 인식이의 누나, 정우의 남동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제안은 하겠지만, 내켜 하지 않으실 가능성이 크고, 수행자 중에 중년이 없는 것처럼 나이제한이 있을 수도 있으니.”

완전히 인맥 중심의 인선이지만, 어차피 이 지정권의 권리는 내게 있으니 누가 뭐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 문득 지금은 완전히 연이 끊긴 상태인 우찬이와 초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차피 그들에게 지정권을 쓸 생각이 없지만, 만약에라도 두 사람이 수행자가 된다면 웃길 것 같다.

***

잠시 후, 일정대로 대통령이 비공식적으로 우리 사무실에 방문했다.

“반갑네.”

“안녕하세요.”

“이틀 전에 찾아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본으로 날아가서 얼마나 놀랐는지…….”

첫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우리 수행자와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드러낸 만큼, 필요 없다며 내쫓을 수는 없었다.

미우나 고우나 그는 우리나라의 수장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요. 만약 사전에 약속을 잡았다고 해도 취소하고 일본으로 날아갔을 겁니다.”

“이해하네. 그만큼 경악스런 사태였으니.”

비록 그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곤 해도,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가 되어 있던 만큼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내 뒤론 박성을 포함해 국정원에 잡혀 있던 낙오자 6명이 위치해 있다.

나는 슬쩍 옆으로 물러났고, 대통령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낙오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대통령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정말 미안하네.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인권유린을 방조하고 말았지. 대통령 실격이야. 원한다면 무릎도 꿇고, 분풀이한다고 해도 받겠네.”

수행자가 안 됐다면 얼굴도 마주하지 못할 대통령의 공손한 사과.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내게 시간을 주지 않겠나? 자네들이 받은 피해는 수행자와 수행자들의 가족에 대한 극진한 대우로 갚도록 하겠네.”

“음…….”

어쩌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인체 실험 피해자들.

대통령이 사과에도 크게 표정 변화가 없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별로 용서하고 싶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난리를 피워봐야 득 될 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은 모른 척 넘어가겠습니다. 그만 하세요.”

웬일로 박성이 제대로 상황판단을 한다.

분명 그는 트라우마로 남을 만큼 불쾌한 일을 겪긴 했지만, 대를 위해 자신이 받은 피해를 묵과했다.

의외의 모습.

“시간을 갖고 계속 사과를 하겠네.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 보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세.”

박성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고, 김선아는 그런 낙오자들을 다독이며 응접실을 나섰다.

그때 서야 나는 대통령에게 자리를 권했고, 우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대통령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흐트러진 복장을 정돈했다.

나는 슬쩍 대통령 뒤에 자리를 잡은 경호 실장과 마력이 느껴지는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미 이들에 대한 조사는 뮤대륙에서 끝낸 상태이다.

“어스 클랜의 인원수를 생각해보면 한국인이 있는 것은 당연하죠.”

내 시선에 네 명의 수행자들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그중에는 1회차 수행자도 있었는데, 어스 클랜의 무력파 핵심간부 중 한 명인 장원준이다.

아마도 그가 박성을 포함해 뮤대륙의 정보를 꾸준히 정부에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내 차가운 시선을 받은 장원준은 슬쩍 눈을 깔았다.

현재 어스클랜은 유명무실해진 상황,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날려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고, 2회차 수행자들을 중심으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부디 이해해주었으면 하네. 이들은 이들 나름대로 나라에 헌신한 사람들이거든.”

“하지만 제 적대 세력임을 표방하는 곳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그 마음으로 어스클랜에 가입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단지 니콜라이란 러시아 수행자와 친했고, 그를 따라 어스클랜에 가입한 것에 지나지 않네.”

어스클랜 소속원들이 모두 내게 반감을 품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것은 안다.

실제로 지금은 방치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어스 클랜 소속 수행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연맹에 가입하고 싶어 하니.

“어스 클랜은 요즘 어때요?”

나는 직접 장원준에게 물었다.

내 물음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망했죠.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 분할된 상태인데, 언제고 두 세력끼리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무력파 내부에서도 중국인들을 뮤대륙에서 추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만 녀석들의 쪽수가 많아서 문제죠.”

중국인들은 수행자 연맹에 가입하지 못한다.

그건 수행자 연맹을 쥔 나의 방침이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어스 클랜에 몰려들었고, 현 어스클랜의 클랜장 역시 중국인이었기에 이들을 모두를 받아들였다.

덕분에 어스클랜은 어느 정도 덩치가 커졌지만, 내부적으로 중국인과 그렇지 않은 국가 출신으로 세력이 양분되었다.

뮤대륙에서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 정도.

그런데 그 10%가 모두 어스 클랜에 집중되어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나쁘지 않은데요? 그럼 여러분에 대한 내 생각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차가운 반응에 장원준이 마른침을 삼켰다.

내 대답은 마치 그렇게 하면 자기들을 받아주겠단 의미처럼 들렸으니.

“그리되면 8월 18일에 대비한 중국 측의 피해가 커질 것이네.”

갑자기 인권주의자가 된 대통령의 반응에 나는 오해하지 말라며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그러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몇백 명의 수행자로 중국 전역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접적으로 국민들을 지키는 것은 수행자들이 아닌 군대였다.

입으론 상관없는 일이라며 부정하고 있지만, 장원준을 바라보는 내 눈빛은 그게 아니었다.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처신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은 헛웃음을 흘리고는 이내 진지하게 말했다.

“정부와 연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였으면 하네.”

언제 사건이 발생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대비를 위해 정부와의 협력은 필수였다.

“네, 동의합니다.”

그리고 우린 떠보는 것 없이 실질적인 대안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2시간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잠시 후 회의를 통해 나온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연맹과 정부는 주 1회 정기적인 회의를 가지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다.

2. 국내 던전 탐사에 수행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관련 연구에도 힘을 보탠다.

3. 정부는 수행자 연맹에 활동지원금 및 부동산, 시설을 지원한다.

4. 국정원과 국방부에 수행자를 위한 지원 부서를 설립한다.

5. 비상시, 국방부 본부(용산 삼각지)를 중심으로 대처 상황실을 꾸린다.

6. 비상시, 수행자들의 가족을 국방부 본부 쉘터에서 수용한다.

7. 비상시, 수행자들은 군과 지휘 계통을 같이한다.

단, 연맹 지휘부는 군의 요청 거부할 권리가 있다.

8. 비상시, 수행자들은 군 계통상 최소 대위의 대우를 받으며, 필요에 따라 병력 또는 군사 물자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크게는 이렇게 8개지만,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따지면 양은 훨씬 많다.

이는 언제든지 내용이 바뀔 수 있는 1차 협의서였다.

내가 아무리 이기주의자여도 여력이 된다면 당연히 민간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는 우리와 같은 수행자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게 가족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그리고 인체 실험 피해자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연구를 통해 얻은 자료들을 폐기하기엔 너무 아깝더군. 이 연구 자료들을 활용하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하네.”

그건 그렇지.

인체 실험은 미국에서조차 하지 않은 짓이니.

비난받아 마땅해도 그 연구자료 자체를 폐기하는 건 나 역시 아깝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 연구에 연맹의 지분이 있음을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피해자들이 아닌 연맹 말인가?”

“그들도 연맹원이고 앞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수행자들의 자발적인 지원이 필요하잖아요. 폐쇄된 시설에서 얻은 자료보단 지금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될 연구가 중요한 거죠.”

내가 갖겠다는 게 아니라 연구 성과의 일부를 수행자 연맹에 귀속시키겠다는 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생각한다.

당연히 인체 실험 피해자들이 들으면 눈살 찌푸려진 대화긴 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챙길 수 있는 건 전부 챙겼다.

긴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이해한 대통령은 실소를 흘리며 알겠다고 답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도록 하게, 활동지원금은 매주 월요일에 입금토록 하지.”

“감사합니다.”

좋지 않았던 첫 만남과 달리 우린 미국에 이어 한국 정부와도 무사히 협력관계를 맺었다.

‘앞으로는 던전 탐사로 지구에서도 바쁘게 움직여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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