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75화 (75/247)

# 75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75

34. 대응 (2)

미 백악관 화상회의실.

-신문 내용 중 이틀 전부터 사건이 일어났다는 언급이 있는 것을 보아 정확한 D-DAY는 8월 20일이 아닌, 8월 18일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이야기에 같이 화면을 공유한 세계 정상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시간이 촉박하군요. 일단 이 일은 어느 정도 준비가 갖춰질 때까지 철저히 함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점은 모두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죠.

-맞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버나드는 턱을 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각국 정부와 공기업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속 보이는 짓은 안 했으면 합니다. 누군 바보라서 안 하는 줄 압니까? 다른 나라도 뻔히 상황을 알고 있는데, 이 무슨 염치없는 짓이란 말입니까.”

버나드 대통령의 차가운 말투에 찔리는 것이 많은 중국 주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의 말은 납득할 수밖에 없는 내용.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불만을 토로하는 와중에 상관없는 일이라며 어깨를 으쓱일 순 없었다.

“이 기회에 확실하게 각국 기관과 대기업들의 부동산, 주식, 국채 등의 매도를 제한하도록 하죠. 문제가 발생하면 다 같이 손해를 보는 거고 또 거기서부터 수습을 해야 합니다. 괜히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식으로 국제 경제를 파탄 내는 짓은 하지 맙시다. 그러다간 자칫 몬스터가 아니라 같은 인간끼리 싸우게 될 겁니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선 암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었으나, 어디에나 주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 대통령의 시선은 똑바로 중국 주석에게 향하고 대부분의 국가 정상들은 긍정하며 혀를 찼다.

중국 주석은 이것이 자신을 향한 저격이라 생각했는지 눈꼬리가 심하게 꿈틀거렸다.

-여러분이 따로 차고 있는 주머니도 정리하지 않는 거겠죠?

상황에 맞지 않는 중국 주석의 이야기에 국가 정상들은 하나같이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계속 같은 짓을 하겠다는 겁니까?”

싸늘한 분위기.

더불어 버나드 대통령까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묻자 주석은 성질을 죽이고 그건 아니라는 듯 작게 손을 내저었다.

-버나드 대통령님의 제안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그저 이 제안이 우리를 저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굳이 이런 식으로 에둘러 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러게 왜 당연한 이야기를 하게끔 만드냔 말입니다. 지금 중국이 타국에 끼친 피해를 생각하면 사과해야 할 입장이란 걸 모릅니까?

-중국 주석께선 정말 뻔뻔하군요. 요즘 해외에서 식품을 미친 듯이 수입하고 있던데, 중국은 앞으로 자신들만 살겠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럼 이 자리에 낄 필요도 없겠군요.

프랑스 대통령과 베트남 주석이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도 그에 동조하자,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사는 중국이라 해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노골적인 불만을 들을 일은 없겠지만, 국가적 위기가 수장들을 거칠게 만들었다.

“그럼 이 건은 동의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기게 된다면 해당 국가는 손해를 끼친 만큼 경제, 무역, 군사 부분에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앞으로는 이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연히 정보 공유도 없고, 사태 수습에 대한 국제적 지원도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이어서 ‘비상식량’과 ‘식수 비축’, D-DAY에 대비한 대피 시설 확충과 국토방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건 3~5일 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촉박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 길어져 봤자 혼란만 가중될 뿐이니까요. 그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대피 훈련을 하거나 미리 안전시설에 국민들을 수용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정보 통제였다.

국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사실을 감출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5일 전에 사실을 공표하기로 정했다.

“마지막으로 수행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입니다만.”

그리고 버나드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수행자란 단어에 수장들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화상 회의에 참석한 국가 수장은 총 35여 명.

나머지 국가들은 종교 문제 또는 이상 현상에 대한 불신 등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가 수장의 안일함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들.

미국의 CIA와 NSA가 협력국들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새로운 국가의 참가는 저조하기만 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가한 국가들은 검증을 거쳐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마당에 그들을 마냥 부정할 순 없죠. 확실히 수행자들이 가져오는 정보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뿐입니다. 위험분자들이 내키는 대로 활동하게 하는 것보다 나라에 귀속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수행자 연맹이란 황당한 단체를 그만 감쌌으면 좋겠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의 이야기에 중국 주석이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상당수의 지도자들이 공감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성향의 국가들뿐 아니라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 또한 러시아의 이야기에 찬동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반응에 대해 미국의 버나드 대통령과 한국의 하성훈 대통령은 실소를 흘렸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한동안 잠자코 있던 중국 주석이 물었다.

-뭐가 웃긴 겁니까?

중국 주석의 이야기를 받은 것은 한국 대통령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수행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재밌어서 말입니다.

-실제로 우리 중국은 수행자들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그게 얼마나 갈까요? 당장 중국의 수행자들은 인원수 빼면 별 볼일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져 갈 겁니다. 세력도 월등히 커지고요. 저는 그들과 척을 지고 싶은 생각이 없군요.

너스레를 떠는 하성훈 대통령의 모습에 러시아 대통령이 실소를 흘렸다.

-얼마 전까지 인체 실험까지 했던 국가가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요.

-당한 게 있어서 말입니다. 한국의 수행자들은 굉장히 우수해서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고 보니 수행자 연맹이란 곳의 회장과 부회장이 한국인이라 들었는데, 설마 정부에서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뜬금없는 음모론에 하성훈 대통령이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대낮에 유유히 대통령 관저의 경비부대를 뚫고 들어오는 인간들입니다. 어찌 조종하겠습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

미국의 버나드 대통령만이 대충이나마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허, 이제 보니 협박에 굴한 것이군요. 한국 대통령 관저의 경비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닙니까?

-편한 대로 생각하시죠.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기업들과 협력하여 수행자 연맹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걸 마음대로 정해선 안 되지요. 얼마 되지 않는 인원이라 해도 연맹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입해 있습니다. 각지에 한국으로부터 전달된 자금이 더해진다면 위험도만 높아지게 됩니다.

-그건 여러분이 수행자들을 예비 테러리스트 취급을 해서 그런 겁니다. 그들을 우호적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미 미국에서 은밀하게 1억 달러를 전달했으나, 버나드 대통령은 굳이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국 대통령의 말이 맞습니다. 지금은 그들을 동등한 위치에서 대우해야 합니다. 오히려 정부와 반목하게 된다면 여러분이 걱정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버나드 대통령의 이야기에 일본 총리가 말했다.

-특수한 힘을 갖고 있어 봤자, 어차피 피륙으로 이뤄진 인간입니다. 제대로 전력을 갖춘 군대 앞에선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그건 총리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도 어서 수행자들과의 관계를 정리했으면 하는군요.”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제가 뭘 모른다는 것이죠?

“수행자들의 무력을 너무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께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진 않군요.”

미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정돈가 싶어서 수장들은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대통령은 오늘의 본제라 할 수 있는 도쿄 지하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국가의 수장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었다.

-무, 무슨? 왜 그걸 이제야 이야기하는 겁니까.

“이 사태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차피 말하려고 했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의제를 뒤로 미룬 것뿐이죠.”

던전의 등장으로 수행자들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버나드 대통령의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나선 게 연맹의 회장과 부회장, 간부까지 총 네 명입니다. 더불어 비전투원으로 우리 NSA소속의 수행자들이 탐색에 참가했죠.”

잠시 뜸을 들이며 물잔을 비운 버나드 대통령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NSA의 수행자가 던전을 클리어하며 올린 보고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절대 연맹을 도발해선 안 된다. 연맹 회장 개인의 무력만 해도 단순히 화력을 앞세운 군대로 당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요.”

-무슨 허무맹랑한…….

“총알을 맨손으로 잡는 인간이 순간 이동은 기본이고, 하늘을 날며 분당 수십 수백 발의 마법을 난사한다고 합니다. 그는 이제 같은 인간이라 볼 수 없죠.”

모두의 눈에 불신이 깃들지만 버나드 대통령은 허튼 말을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연맹의 회장이 테러리스트가 된다면 그 결과는 아주 끔찍하겠죠. 괜히 도움이 되는 인물과 등을 져서 상대를 테러리스트로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모두가 턱을 괴며 고민했다.

“저는 그들을 정식적인 국제기관으로 인정하려 합니다.”

-진심이십니까?

일본 총리의 당혹스런 물음에 버나드 대통령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행자들을 억압하지 마세요. 수행자 연맹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마세요. 이게 제가 당부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의 시선이 중국 주석에게 향했는데, 굳은 표정의 주석을 보고 있자니 괜히 헛웃음이 났다.

***

[상급 MVP 보물상자를 개봉했습니다.]

[일리스 링을 획득했습니다.]

[전투 교범을 획득했습니다.]

[스킬업 포인트 2개를 획득했습니다.]

[백금화 352개를 획득했습니다.]

[일리스 링 / 소환형 공용장비]

-잊혀진 신의 가호가 담긴 반지로 재질은 미스릴이다.

-오러, 마법, 스킬의 공격력이 10% 증가한다.

-모든 종류의 방어에 강력한 반발력이 깃든다.

-마력 소모를 20% 감소시켜준다.

-자가수복

[전투 교범]

-사고를 확장하여 능력(오러, 마법)의 성취를 돕는다.

-한 달간 지속

이것이 던전을 클리어하고 내가 얻은 보상이며, 동료들은 백금화 10개 전후와 소환 기능이 없는 장비를 하나씩 받았다.

히로시는 공격력 5% 증가 기능이 붙은 반지를 얻었으며, 김선아는 1일 5회 파이어 볼을 사용할 수 있는 팔찌를, 유이는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부츠를 얻었다.

그리고 상급보상 카드를 2개나 얻은 나와 달리 동료들에겐 중급 보상카드가 2장씩 지급이 되었다.

대책 없이 등장한 백금화는 아공간을 통해 뮤대륙으로 옮겼더니, 무제한 이동이 가능했다.

[파이어스톰 스크롤을 획득했습니다.]

[능력치 포인트 5개를 획득했습니다.]

[파이어스톰 스크롤]

-스크롤을 찢으면 7클래스 마법인 파이어스톰이 사용된다.

-일회용

그런데 이번 상급 보상카드 내용물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분명 7클래스급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스크롤은 진귀하지만 그래 봤자 일회용이고.

원하는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포인트 5개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까지 얻은 상급보상에 비하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어제 데스 나이트를 만난 이후 위기감이 강해져서 전력이 될 수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이 나오길 바랐다.

뮤대륙 142일 차, 수행자 연맹의 케일론 왕국 본부.

-콰앙!

“큭!”

오러와 오러의 충돌.

그리고 순수한 파워에서 압도된 나는 거칠게 뒤로 튕겨져 나갔다.

“주군!”

“괘, 괜찮습니다.”

최상급 익스퍼트인 그라프와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이어가던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이 지나치게 장비와 스킬에 의존하여 기본 전투능력을 갈고닦는 데 소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장비와 스킬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투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오러와 마법이었다.

마법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해도 오러 익스퍼트로서의 능력은 정말 보잘것없었다.

그라프의 걱정 어린 반응에 애써 웃어 보이며 다시금 창을 움켜쥐었다.

-척.

지금 나는 전투 교범을 사용한 상태다.

원래는 더 나중에 사용할까 고민을 했으나, 아끼면 똥 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능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빈틈이 없네.’

그라프는 정말 강하다.

무엇하나 의미 없는 공격이 없었으며, 가볍게 내지르는 검의 순간 스피드는 사고가속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반응하기 힘들 정도다.

모든 스킬과 마법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공략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련은 어디까지나 수련을 목적으로 한 것인 만큼, 각종 옵션이 떡칠된 장비를 벗고 ‘사고가속’을 제외한 나머지 스킬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네, 기쁘게 검을 들겠습니다.”

다른 스킬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고 가속’만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스킬 자체가 수련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

전투에서의 힘의 분배, 허초와 실초의 구분, 오러의 움직임 등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실시간 연구가 가능했다.

사실 사고 가속을 사용한 상태로 대련하는 것 자체가 반칙이나 다름이 없지만, 이 대련은 수행의 일환인 만큼 도리를 따질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오러와 순수 신체 능력만으로 그라프의 검을 쫓기란 매우 힘들었다.

-쾅! 쾅!

오러의 충돌에 소규모 연무장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새롭게 내 기사가 된 세 명의 상급 익스퍼트도 이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은 내 전투를 관찰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지적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맡은 바 임무에만 충실했으나, 지금은 나와 그라프의 대련이 흥미를 끄는지 하나같이 열의를 보였다.

-콰앙!

“윽.”

절묘하게 정면을 향해 내질러온 검.

나는 그것을 창으로 막았으나.

그라프의 검에 실린 힘을 온전히 상쇄하지 못하고 다시금 나가떨어졌다.

그나마 사고 가속 덕에 엉덩방아를 찧는 추태를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착지한 나는 사고 가속을 끊으며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켰다.

“오늘은 이쯤 하죠.”

벌써 대련만 5시간째.

그만할 때가 되었음을 느낀 나는 항복을 표했고, 하녀가 건네는 수건을 받으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고유스킬 덕에 전투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빠르다는 건 알겠는데, 힘의 분배가 여전히 적절치 못합니다.”

“맞습니다. 일격, 일격에 필살의 기운이 담겨 있어서 위협적일진 몰라도, 유연하지 못하군요.”

“고유스킬이 수련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긴 하지만, 항상 공격을 눈으로 보고 대응하기 때문에 돌발상황 시 대처와 응용력이 부족합니다.”

내가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걸 안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에 기사들의 직설적인 지적이 들어왔다.

이들은 사고가속을 내 고유 스킬로 알고 있었다.

실력이 실력이다 보니,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반응속도에 기인하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사고 가속이 훈련에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게 내 전투 방식을 의도치 않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

그렇다고 아무도 그 능력을 사용하지 말란 말은 안 했는데, 문제를 지적받고 이를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사들과 열띤 토론을 하던 나는 어느새 태양이 뉘엿뉘엿 저무는 것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군께서 모든 능력을 발휘하신다면 저조차 승리를 장담하긴 힘들 테죠. 이김에 능력검증을 거쳐 작위를 갱신하심이 어떨는지요.”

뜬금없는 그라프의 물음.

나는 그게 무슨 뜻인가 싶어 자세히 말하라 했다.

“주군께선 마창사이신 만큼 일반적인 규격으로 재단해선 안 되는 무력을 갖고 계십니다. 당연히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승 남작이 아닌 계승 남작위와 영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서클의 마법사 또는 최상급 오러 익스퍼트를 찍으면 나라에선 3대 세습이 가능한 계승 작위와 영지를 내려준다.

그런데 과연 수행자인 내가 원한다고 고스란히 작위를 내려줄까?

상황이 인심 쓰듯 단승작위를 내려주던 때와 다르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는 수행자들이 나를 중심으로 세력을 이루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기득권자들이 생기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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