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74화 (74/247)

# 74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74

34. 대응 (1)

콜 라이트닝과 파이어 스트라이크, 제노사이드에 파이어볼까지.

녀석의 목 관절에 강력한 공격이 쉬지 않고 쏟아졌다.

20% 확률로 발동하는 더블샷의 영향인지 거의 난사 수준으로 보이는 폭격이었다.

-콰콰콰콰쾅!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폭발음에 돔형태의 보스룸이 흔들리고 다채로운 이팩트가 시선을 어지럽혔다.

-콰아앙!

하지만 보스의 덩치에 비해 전투 공간이 좁다 보니, 천장이든 벽이든 녀석이 손만 뻗어오면 모두 닿는 거리였다.

더구나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민첩해서 공격이 날아든다 싶으면 모험을 하지 않고 그림자 이동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공동 바닥에 라이트 마법을 설치하니 천장은 온통 그림자투성이였다.

‘스턴이라도 걸리면 조금은 더 편할 텐데.’

내가 새롭게 구한 베히모스 건틀릿에는 확률에 따른 스턴 효과가 있다.

그런데 보스가 생명체가 아니라서 그런지, 한 번도 스턴이 발생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몇 초라도 스턴이 발생한다면 여유를 부릴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녀석을 공격했을까?

바위를 숟가락으로 긁는 것처럼 목 관절에 공격을 집중했음에도 좀처럼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는데.

-찰칵.

마치 카메라 셔터음 같은 소리가 골렘에게서 울려 퍼지더니.

-타아앙!

총성과 비슷한 폭음과 함께 녀석의 몸 전체에 돌기처럼 둘려진 장검 길이의 송곳들이 공동의 모든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며 발사되었다.

황당하지만 경악할 만큼 무서운 공격.

더구나 송곳 하나하나에는 강력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송곳들이 동시에 발사된 거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1파를 피하기만 하면 되지만, 계획한 건지 송곳마다 약간의 시간 차이가 있었다.

결국은 피할 공간이 없어서 쳐내거나 방어막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사방으로 빼곡히 날아드는 이 공격 범위에 나만이 아니라 문밖의 동료들까지 포함되어 있단 사실이었다.

그들은 눈을 크게 뜰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그들의 앞으로 이동했다.

‘배리어.’

그리고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4서클의 배리어를 펼쳤다.

-콰아앙!

단 0.1초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는 배리어.

하지만 그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바로 이어서 캐스팅된 배리어가 다시금 송곳을 막아내고, 또 같은 방법으로 몇 겹에 걸쳐 배리어를 사용했다.

얼마 안 가 상당량의 송곳들이 힘을 잃고 튕겨 나갔으며 끝까지 뚫고 들어온 것들은 창으로 쳐냈다.

“떨어져 있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내 지시에 모두 불에 덴 것처럼 화들짝 놀라 뒤로 도망쳤다.

고개를 돌려 보니 공동 전체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게 보였다.

-후두둑.

덕분에 보스룸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콰아앙!

단순한 광역 공격에 이은 단순한 펀치 공격.

여기저기 균열이 심해지는 것을 본 나는 혀를 차며 다시금 녀석의 목을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뭐, 이딴 몬스터가 있어.’

이후로도 요란하게 전투를 거듭했지만, 다행히 공동이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3시간 후.

-콰앙!

가까스로 철거인의 머리를 몸에서 떼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생물이 아닌지라 머리쯤은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 공격을 이어오는 보스를 보며 질린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이런 식이면 언제 토벌을 끝내겠는가.

아무래도 보스 토벌은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패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덕분에 시간만 허락한다면 충분히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견고함을 보면 하루 이틀 싸운다고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응?”

그런데 너무 실망하지 말란 걸까?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목의 단면이 드러났는데, 그 중심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작다는 건 어디까지나 녀석의 사이즈에 비해 작다는 것이지 인간 한 명 정돈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은색의 영문모를 액체가 찰랑이며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구멍속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혹시 내부에 직접 공격하는 게 가능한 것 아닌가 싶어서 그 구멍에 마법을 난사했더니.

-끽!

외부 장갑을 두들길 땐 큰 효과를 얻지 못했던 콜 라이트닝에 보스가 멈칫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야 해법이 보이네.’

***

스파이크 아머란 이름을 가진 보스 몬스터의 내부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고.

-콰아아아앙!

은색의 액체가 비처럼 쏟아졌다.

아무래도 신체를 움직이는 핵심 기관이 폭발한 모양이다.

연이은 낙뢰에 결국 보스는 내부부터 파괴되었고, 빌딩이나 다름없는 거대한 몸통이 맥없이 쓰러졌다.

지도에서 커다란 붉은 점이 사라지는 걸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괴물을…….”

“정말 대단하십니다.”

약 4시간 반에 걸친 전투.

지쳤어도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애써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김선아, 히로시, 유이뿐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미국의 수행자들도 잔뜩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수행자란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 거군요?”

감탄한 마크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강해질 수도 있죠.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요.”

그는 진심으로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자신이 지금까지 뮤대륙에서 살아남았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우락부락한 미국인들이 의외로 히어로에 대한 열망이 강하지 않은가.

그러면서 마크는 누군가의 이름을 거론하며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북미의 2회차 수행자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연맹원인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드릴 겁니다.”

내 말은 다른 연맹원들에 비교해 특별 대우는 없을 것이란 뜻이다.

히로시는 계속 나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코트를 만져보고, 갑옷을 두들겼다.

의외로 귀찮게 이것저것 묻지는 않았는데, 역시 행동이 이상해도 눈치는 있었다.

나는 거대한 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축을 사용하면 이전처럼 은색 액체는 사라질 수도 있으니. 이 상태에서 샘플로 채취하죠.”

내 말에 미국 측 수행자들이 챙겨온 물통에 골렘의 피 같은 은색의 액체를 담았고, 나도 아공간에 남아도는 2리터짜리 생수 여러 개를 비워 그곳에 채워 넣었다.

그리고 도축을 사용하니.

갑옷 차림의 골렘이 수습할 수 있는 크기의 금속들로 분해가 되어 작은 산을 만들었다.

[강철]

[흑철]

[은]

[미스릴]

[최상급 마석]

뿐만 아니라 무려 미스릴이 덩어리로 나왔다.

물론 강철이나 흑철에 비하면 한 줌도 되지 않는 양이었으나, 3㎞ 이상은 되어 보이는 미스릴 뭉치가 무려 6개나 나온 것이다.

총 18㎏.

미스릴 1㎏이 백금 200개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이 광물들의 소유권은 제게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내 물음에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

씩 웃어 보인 나는 히로시에게 미스릴 덩어리 한 개를 던졌다.

“그걸로 지구에서 히로시씨와 선아씨가 쓸 장검과 유이씨가 쓸 창을 만들어 주세요.”

내 말에 이미 던전에서 장검을 하나 받았던 히로시는 그래도 되냐며 크게 놀랐다.

미스릴이라서 가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뮤대륙에서도 하는 것을 지구에서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2㎏ 정도면 창날과 장검 두 자루 만드는 덴 문제 없는 양이었다.

미스릴은 무게가 가벼워서 철로 따지면 4~5㎏에 달하는 부피였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미스릴은 은색에 은은한 푸른빛이 도는 광물.

잘만 만들면 히로시의 감성을 충족시키기엔 충분할 것이다.

나는 연구용으로 미스릴을 조금 떼어 마크에게 건네주고, 나머지는 모두 아공간에 챙겨 넣었다.

“이거 졸지에 지구의 무기가 뮤대륙보다 좋아지겠네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보스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분명 어딘가에 던전 클리어를 위한 코어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여기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두 힘을 합쳐 보스룸을 탐색하던 중 나침반을 든 미국 수행자가 손을 들었다.

던전 내부에서 나침반이 계속 한 방향을 가리켰는데, 그가 서 있는 곳에선 나침반 바늘이 미친 듯이 회전했다.

바닥에서 손잡이 같은 장치를 찾아낸 나는 그것을 잡아당겼다.

-쿵!

바닥에 작은 균열이 생기며 드러나는 계단.

나침반으로 던전 코어를 찾을 수 있다면 다음부턴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단 탐색 스킬을 써보니 몬스터는 더 이상 없었다.

그러나 기계식 함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우린 무사히 던전의 크리스탈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크리스탈 룸의 풍경에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바스락.

바닥에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해골.

더불어 톡 건들면 부서질 것처럼 녹슨 검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꽂혀 있었다.

설마 이것 때문에 던전의 이름이 검의 무덤인 걸까?

그런 것치곤 이름이 지나치게 거창한 느낌인데…….

“단장님 지도를!”

그때, 무심히 지도를 살피던 히로시가 다급히 나를 부르고.

반사적으로 사고 가속을 사용한 나는 갑자기 코앞에 나타나 검을 휘두르는 흑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마력 탐색을 했을 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는데.

-새애액!

워낙 갑작스러웠던 탓에 기습에 대한 반응이 느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겐 자동 방어 능력이 있다.

포인트 샵에서 구매한 오토실드 링과 등급을 따질 수 없는 신의 가호까지.

두 개 다 하루에 한 번밖에 발동이 안 되는 스킬이지만, 내 여벌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먼저 6클래스급의 오토 실드가 펼쳐졌다.

-콰아아앙!

그러나 붉은 기운이 서린 검은 6클래스 급의 방어마법을 유리처럼 깨뜨려버렸다.

-키기기기긱!

다행히 바로 펼쳐진 신의 가호가 발동되면서 흑기사의 검이 막혔지만 나는 너무 놀라서 두 눈을 부릅떴다.

‘오러 블레이드?’

오러블레이드를 본적이 없는데, 6클래스급의 방어막을 파괴하는 위력과 압축된 오러는 이야기로만 들었던 오러블레이드와 흡사했다.

‘젠장!’

절대 이길 수 없다.

단 한 번의 충돌이었지만, 전투력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꼈다.

나는 급히 콜 라이트닝을 캐스팅했다.

거의 ‘즉시’나 다름없던 마법 캐스팅이 유독 길게 느껴지고, 그 사이 흑기사가 제 2격을 날려왔다.

1일 1회 방어라는 옵션에 따라 신의 가호 방어막이 색을 잃기 시작하고, 나는 이를 갈며 내가 낼 수 최대 속도로 날아드는 검을 향해 양팔을 밀어 넣었다.

-까아아앙!

-콰릉! 쾅!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팔 전체가 울리는 충격이 밀려오고,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낙뢰가 떨어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콜 라이트닝은 그 흑기사가 아닌, 던전의 코어 위로 떨어져 내렸다.

-쨍!

동시에 코어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흩어졌다.

그에 눈앞의 흑기사가 순순히 뒤로 걸음을 물리고, 그때 서야 나는 적의 머리 위를 볼 수 있었다.

[데스 나이트]

불사형 몬스터 중 적수가 없다는 마족급의 몬스터.

나는 마치 비웃듯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퀘스트 완료]

[기여도 91%로 던전 클리어 MVP가 되셨습니다.]

[상급 보상카드 2개를 획득했습니다.]

[포인트 4550을 획득했습니다.]

[상급 MVP 보물상자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상급 던전을 클리어하여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지도를 보고 이상을 외쳤던 히로시, 김선아와 유이를 비롯한 미국의 수행자들도 돌발상황에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국 측 수행자들은 던전의 코어가 파괴될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못 알아챈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길게 상처가 난 카르디스 건틀릿과 베히모스의 건틀릿을 보며 안도했다.

이 두 장비가 아니었다면 내 목이 날아가고 말았을 테니.

눈앞에 나타난 보물상자 4개.

그중 가장 큰 것은 당연히 나의 것이었으며, 나머지 세 개가 동료들의 것이었다.

하지만 보상을 눈앞에 두고 기분 좋게 웃음을 흘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 거죠?”

굳은 표정을 한 김선아의 물음에 나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를 위해 던전을 바로 클리어하지 않고 며칠 남겨둘 생각이었는데, 일정이 꼬여버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