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73화 (73/247)

# 7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73

33. 포인트 샵 털기 (2)

던전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몬스터가 갑자기 나타나는 걸까?

정확한 방식은 신문에 나와 있지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걸로 ‘D-DAY’가 정해졌단 사실이다.

우린 이제 이 신문의 내용을 갖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적어도 미래를 알게 되었는데 더 나은 결과를 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대외적인 활동을 결심한 만큼 일반 시민도 지키겠지만, 가장 최우선 사항은 나를 중심으로 한 내 사람들의 안전이다.

“무슨 일입니까?”

내 표정이 평범치 않아서인지, 모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네요.”

나는 숨길 것 없이 미래신문의 내용을 밝혔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겁하며 말을 잃었다.

“접니다.”

“지금 수행자 연맹 회장과 만났는데, 그의 말이…….”

그리고 국정원 직원과 일본 NSA 정보원들이 바쁘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는군요.”

아직 시간은 70일이 남아 있다.

이 기간은 우리 수행자들에게 1년이 넘는 기간인 만큼 개인 전력을 강화하기 충분한 시간이지만, 수행자만으로 세계를 수호한다는 꿈같은 이야기는 절대 불가능했다.

70일 뒤면, 3차에 이어 4차 수행자까지 입장하게 된다.

현재 한창 성장 중인 2차와 나중에 합류할 3~4차 수행자를 성장을 시킨다고 해도 제대로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익스퍼트 급의 인원은 3천 명이 채 안 된다.

이 인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

한국의 경우 100명이나 채울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수행자뿐만 아니라, 군대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변화가 필요하다.

신문에 거론된 전자 장비 먹통이 세계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면, 첨단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군사력의 9할 이상이 날아가는 셈이다.

“어떻게 해야 하죠?”

걱정 가득한 김선아의 물음에 나는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부야 던전에서 몬스터 소탕을 해야죠.”

“네?”

“예정된 상황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과 변함이 없어요. 나머진 나라가 나서서 처리해야 할 일이죠.”

지금 우리가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사안은 바로 개개인의 전투력 상승이다.

“가죠.”

내 말에 패닉에 빠졌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따랐다.

***

어제에 이어 다시 찾은 시부야 지하 던전.

우리는 던전에 들어서기에 앞서 몇 가지 실험을 거쳤다.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습니다.”

안개는 마치 내부의 전기를 밀어내듯 경계에 미미하게 전류가 모여 있다고 한다.

“안개랑은 조금 달라요. 외부에 전류가 흐르지 않네요.”

하지만 던전의 경계는 그런 것이 없고, 일반인도 삼키는 안개와 달리 던전은 일반인 자체를 거부했다.

“그래도 낙오자는 수행자라고 입장이 가능하군요. 하지만 안개처럼 퀘스트는 뜨지 않습니다.”

이어서 본체는 외부에 두고 잠망경처럼 기다란 봉에 달린 카메라를 안으로 밀었으나, 온통 검은 화면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던전을 외부에서 공격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밖에서 던전 내부를 향해 총을 쐈는데.

-툭.

총알은 던전 내부에 들어섰으나 물속에 빠진 것처럼 서서히 힘을 잃고 5미터도 못 가 바닥에 떨어졌다.

추진력을 가진 소구경 전차 미사일도 마찬가지였다.

밖에서 던전을 향해 쏘자 추진체가 꺼지면서 얼마 못 가 떨어졌으며, 폭발하지도 않았다.

결과는 수행자가 쏴도 마찬가지였다.

-탕! 쿵!

-콰아앙!

그런데 외부에서 던전을 향해 쏘는 것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는데, 던전 내부에서는 총, 수류탄, 대전차 미사일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부에서 던전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차올랐으나.

“던전이 무너져서 몬스터가 생매장을 당한다고 해도 나중에 시간제한 끝나고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요? 어차피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이 밥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언데드도 많은데요.”

히로시의 지적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보상을 버리고 화기로 무장한 낙오자나 수행자들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급 던전부턴 화기로만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가 훨씬 많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지금 연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들을 수집하는 것뿐이었다.

흙 푸고, 돌 줍고, 몬스터 사체와 마석 몇 개를 연구진에 건네주었다.

그사이 열심히 장비를 만지작거리며 각종 조사를 진행하던 연구진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뭐 반응이 있어야 연구를 할 텐데.”

“이거 안개보다 난적인데요. 가져온 장비들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렇게 1시간을 미국 연구원과 어울린 우리는 당장 소득이 없어 던전에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미국 수행자들의 책임자인 마크가 내게 물었다.

“마크씨를 포함해 뮤대륙에서 100일을 채웠던 수행자들은 괜찮지만, 2회차 수행자들에겐 너무 위험한 장소입니다.”

“부디 관전자라 생각해 주십시오. 절대 방해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걷겠습니다.”

“2회차 수행자도 데려가시게요?”

“연구자이면서 수행자인 사람이 있거든요.”

그나마 전력으로 써먹을 만한 100일 차 수행자들에 비하면 2회차 수행자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도움 안 되는 수행자가 연구자라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어쩔 수 없죠. 대신 그분은 여러분이 확실하게 보호하세요. 아무리 연맹 소속이라 해도 돌발행동에 대해선 책임 못 집니다.”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추가로 한 가지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내부에선 화기 사용 금지입니다.”

화기를 사용하면 퀘스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미국 측에선 알고 있는 내용인지 거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크는 웃으면서 자동 석궁을 들어 올렸다.

“총 못지않은 녀석이죠.”

이어서 우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어제 수습하지 않은 몬스터들의 사체를 라이기스의 아공간에 때려 박았다.

“아공간 입니까?”

“이번에 새로 획득한 겁니다. 스킬과 비슷한 형태의 아공간이죠.”

“그 말은 두 세계의 물건을 옮길 수 있다는 뜻입니까?”

마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에 나는 공용 아공간의 제약에 대해 알려 주었고, 물건을 함부로 옮길 수 없다는 이야기에 아쉬움을 표했다.

“장비도 그렇고, 역시 뮤대륙의 최고 수행자답게 특별하시군요.”

나는 어제처럼 군복차림에 인크리스 스팅어와 카르디스 건틀렛, 추가로 ‘오토실드 링’만 착용한 상태다.

한 번에 전력을 드러내기보다, 나머지 장비는 상황 봐가면서 하나씩 꺼내쓸 생각이다.

“여러분은 연맹의 정예시죠? 과연 상위 수행자들의 전투가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요. 보고 배우겠습니다.”

그나마 그는 오러익스퍼트까지 오른 상태이기에 따로 퀘스트를 수행 못 해도 조금씩 자신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시스템적인 백업을 못 받기에 완전히 뮤대륙인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을 해나갈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가능성이라는 희망 덕분에 다른 낙오자들보단 나아 보였다.

“상급 던전부턴, 중간 보스가 있습니다. 일단 저만 들어가서 탐색을 할 테니, 여기서 대기하고 계세요.”

내 지시에 일행들은 별다른 이견 없이 걸음을 멈췄고, 뮤대륙에서 100일 차까지 채웠던 미국 측 수행자들은 나서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마크의 제지에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럼 문 열겠습니다.”

요란한 마찰음과 함께 거대한 문이 크게 열린다.

그리고 나는 사고 가속의 속도를 높이며 보스룸에 들어섰다.

[암살의 마카이라]

-크르르르.

다행히 보스는 자마다르처럼 귀찮게 은신한 상태가 아니었다.

얼핏 보면 사람으로 보일 만큼 인간에 가까운 골렘.

다만 팔이 원숭이처럼 길었으며 노인처럼 몸이 구부정했다.

녀석이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짐승처럼 으르렁거리고 내가 덤비라며 손을 까딱이자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순간적으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까앙!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내 눈앞.

모습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별다른 스킬이 아닌, 극한의 순발력이었다.

공격도 단순하게 직선으로 달려들며 단검을 내지른 찌르기.

하지만 사고 가속을 지닌 내겐 아무리 폭발적인 스피드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단순한 공격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나는 가볍게 창으로 막으며, 4서클의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사용했다.

-투퉁퉁퉁!

녀석은 사고가속으로 인해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지는 세상 속에 홀로 평범한 속도로 움직였다.

저 스피드를 백분 활용해서 변칙적인 공격을 해온다면 꽤나 고전할 것 같다.

녀석은 마법이 적중되기 전에 자리를 피했고 파이어 스트라이크는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지하신전의 몽크와 비슷한 계열이라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본에 더욱 충실한 느낌.

일반적인 마법으론 맞추기가 힘들 것 같다.

나는 포인트샵에서 구매한 스킬을 사방에 난사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황해서 여기저기 총을 난사하는 것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새파란 화살들은 하나하나가 정해진 타깃을 쫓는 ‘유도탄’이었다.

-쾅! 쾅!

하지만 유도탄은 아직 보스룸 벽을 따라 우회하는 중이고 그보다 빠른 마카이라가 난전을 유도하듯 단검을 찔러넣으며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스피드는 지난번 몽크보다 빨랐지만, 녀석은 자세를 무너뜨리거나 약점을 노리는 공격 능력은 다소 떨어졌다.

인간의 규격을 초월한 신체 능력치에 오러로 육신을 강화하고, 근력증가와 순발력증가 마법 사용은 보너스.

나는 공격 속도를 최대한 끌어 올리며 오러가 일렁거리는 창을 휘둘렀다.

더불어 중간중간 근접 공격에 더블 어택이 적용되면서 의외로 치열하게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유도탄이 마카이라의 근처에 다다른 순간.

포인트 샵에서 구매한 4서클급 폭발 스킬인 ‘제노사이드’를 사용한 후 ‘그림자 이동’으로 폭발 범위에서 도망쳤다.

-콰아아앙!

-쾅! 쾅! 쾅!

마카이라가 재빨리 몸을 빼려고 했으나, 제노사이드는 폭발 범위가 작지 않은 광역스킬이다.

제노사이드의 폭발이 한발 빠르게 마카이라를 집어삼키고, 뒤이어 유도탄 십여 발이 폭발 속으로 빨려 들어가 둔중한 소리가 울렸다.

지도를 보니 아직 녀석은 죽지 않은 상태다.

나는 잠깐의 경직을 바라며 콜 라이트닝을 떨어뜨린 후, 있는 힘껏 인크리스 스팅어를 투창했다.

20% 확률로 원거리 공격에 적용되는 더블샷.

덕분에 마카이라의 어깨에 두 개의 창이 틀어박히고, 이어서 하나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끼기기긱!

창을 재소환하자, 크게 뚫린 두 개의 구멍에서 은색의 액체가 쏟아졌다.

나는 삐거덕거리는 녀석의 등뒤로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나타났고.

-콰앙!

그대로 창이 마카이라의 머리를 꿰뚫었다.

-끼익.

강렬했던 첫 등장과 달리 마카이라는 의외로 쉽게 쓰러졌다.

지도에도 신호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처치한 게 맞는 모양이다.

입구 쪽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동료들이 환호했고, 새롭게 합류한 미국인들은 하나같이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렸다.

전투능력도 전투능력이지만, 사기적인 회복 스킬을 지니고 있던 지하신전과 난이도 차이가 꽤 심하다.

중급임에도 하급에 가까운 퀘스트가 있고, 상급에 가까운 퀘스트가 있다.

아무래도 이 던전 역시 난이도는 상급이지만 중급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상급이란 등급에 너무 쫄았나 보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굳이 급하게 포인트 샵을 이용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다.

그래도 안전이 제일이고, 포인트 샵에서 구매한 스킬들 덕에 전투가 더 수월했지만 말이다.

나는 보스의 잔해 바닥에 굴러다니는 단검 두 자루를 주워들었다.

[암살의 마카이라]

-흑철을 다마스커스 공법으로 제작한 단검.

-강력한 마비 독이 깃들어 있다.

-출혈 LV+1

-오러 증폭 10%

몬스터의 이름과 같은 무기.

던전 이름이 검의 무덤이라더니, 이곳에선 무기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모양이다.

자가수복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난이도에 비하면 보상이 상당히 좋았다.

“도축.”

[흑철 다마스커스 강]

[상급 마석]

[강화 보주]

이거 생각보다 쉽게 던전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 후로도 던전 정리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중간 보스방을 나서니 ‘츠바이핸더’와 ‘레이피어’란 이름을 가진 골렘들이 달려들었다.

츠바이핸더는 2.5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체구에 기형적으로 크고 긴 오른손을 갖고 있었으며, 레이피어는 처음 상대했던 자마다르와 비슷한 체형이었으나, 송곳처럼 뾰족한 손을 무서운 속도로 찔러왔다.

전투능력은 분명 자마다르보다 뛰어났지만, 속도와 괴력도 눈에 보이는 수준이어서 김선아와 히로시, 유이를 전투에 포함 시켰다.

그들은 처음에 꽤나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오래 걸리지 않아 익숙하게 전투를 치러냈고, 내 백업 덕분에 어렵지 않게 다음 보스룸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있을 건 다 있네. 중간 보스가 두 마리라니.”

다음 중간 보스는 ‘나이트 소드’라는 롱소드에 원형 방패로 무장한 표준형 골렘이었다.

나이트 소드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능력치가 골고루 높았으며, 기본기가 탄탄한 검술에 정확하게 빈틈과 사각을 노려와서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투창을 하면 방패를 비스듬히 세워 막고, 마법과 스킬 등 원거리 공격은 오러를 두른 검으로 상쇄했다.

정말 제대로 된 고위기사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거기까지.

기본에만 충실한 녀석은 내 사고가속을 뚫을 이렇다 할 결정타가 없었다.

결국 오래 걸리지 않아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나이트 소드가 떨군 롱소드를 히로시에게 던져주고, 방패는 김선아에게 주었다.

지구에서 높은 성능의 장비를 손에 넣은 두 사람은 크게 기뻐했다.

다만 유이는 나처럼 창을 사용했기에 당장 줄 만한 게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보스룸으로 향하는 구역에서 검의 이름을 가진 몬스터들과 싸우던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크큭, 힘이 넘친다! 힘이 넘쳐!”

놀랍게도 뮤대륙이 아닌 지구에서 히로시가 익스퍼트 중급을 찍은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들에게 일반 몬스터를 양보하면서 기여도를 나눴는데, 히로시가 익스퍼트 중급을 달성한 덕분에 오히려 이전 구역보다 수월하게 최종 보스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나설 공간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일행들은 보스룸 밖에 자리를 잡았다.

앞선 중간 보스들을 생각하면 최종 보스도 지금 상태로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드르르륵.

그런데 웬걸?

그것이 착각이란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길지 않았다.

[스파이크 아머]

머리 위로 표기되는 이름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목이 거의 90도 가까이 꺾였다.

지름 50미터 정도의 작지 않은 공동.

“……. 네가 있기엔 비좁지 않냐?”

하지만 그 중심에 선 철거인으로 인해 공동이 비좁게 느껴졌다.

높이가 20미터쯤 되어 보이는 철거인은 온몸에 날카로운 칼날이 돌기처럼 돋아 있었으며, 냉기가 느껴지는 두터운 금속 몸체는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끼기기기긱!

요란하게 금속끼리 부딪치는 마찰음이 공동에 울려 퍼지고.

녀석이 덤프트럭만 한 주먹을 뻗어오자, 나는 그림자 이동으로 자릴 벗어났다.

-콰아아앙!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던전이 요란하게 울린다.

나는 깊게 파인 크레이터를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이 던전은 결코 난이도가 낮은 게 아니었다.

그 난이도를 모두 이 녀석에게 때려 박은 것이 분명하다.

“회장님!”

“오지 마세요! 아직 괜찮습니다!”

온몸이 아릴 정도의 압력.

나는 여지를 두고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라는 생각에 포인트 샵에서 거금을 들여 구매한 장비들을 일시에 소환했다.

내 몸 곳곳에서 포인트 장비의 이펙트인 마력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장비들이 하나씩 장착되었다.

페가수스 부츠의 내장 스킬인 자율비행을 이용하며 사고가속을 최대 속도로 끌어 올렸다.

동시에 마력 소모를 신경 쓰지 않는 융단폭격이 시작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