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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71화 (71/247)

# 7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71

32. 던전 in 도쿄 (2)

검의 무덤이라.

이번 던전도 마속성의 던전일까?

음산한 분위기에 일행들이 마른침을 삼키는 게 보인다.

나는 트랜스폼 슈트를 전투용으로 바꿨다.

복장은 내가 군대에서 실제로 입었던 군복에 방검복을 걸친 것으로 바뀌고, 인크리스 스팅어(창)와 이번에 새로 얻은 카르디스 건틀렛을 소환했다.

카르디스 건틀렛은 미스릴을 뛰어넘는 방어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착용한 왼팔 전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검은색 비늘로 만들어진 건트렛 본체도 충분히 느낌 있게 생겼지만, 왼팔 전체에 일렁거리는 보랏빛의 기운은 오타쿠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했나 보다.

“다, 단장. 왼팔에 흑염룡이 봉인되어 있는 겁니까?”

“그냥 아이템 이팩트입니다.”

히로시의 물음에 나를 비롯한 동료들이 헛웃음을 흘렸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로 인해 지나치게 경직된 분위기가 풀렸다.

“그럼 들어가죠. 항상 주변 경계하시고, 순간 이동처럼 나타나는 몬스터도 있을 수 있으니 적이 멀리 있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네.”

그리고 우리는 본격적인 던전 탐사를 시작했다.

그들은 내 뒤로 5미터 정도 떨어져서 걸어왔는데, 지난번 차원의 균열사태 때 함께 싸웠던 경험 때문인지, 누구도 오기를 부리지 않고 뒤를 지켰다.

유이는 원래 트루스 클랜 간부 출신이고 히로시는 이번에 연맹에 가입하기 전까지 솔로를 고수하던 수행자 중 한 명이다.

트루스와 어스 클랜에 가입하지 않은 1회차 수행자가 3명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그였다.

어쩌면 혼자서 싸워왔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질 수 있던 것 아닐까 싶다.

안정성으로만 따지면 파티를 짜는 것이 최고긴 하지만, 나 역시 지금까지 솔로 헌팅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중급 익스퍼트를 목전에 둔 상태인데, 잘하면 오늘 밤 중으로 다음 경지로 나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나중에 전력 강화의 일종으로 히로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없는 만큼, 강력한 동료를 수중에 보유하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

-후우웅.

하수구의 역한 공기를 밀어내듯 던전 내부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던전은 토굴이었는데 곳곳에 천장이 무너지지 않게 나무가 덧대어져 있었다.

전투를 치르기엔 좁은 공간.

그런데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가 도쿄 한복판이 맞나 싶을 만큼 몽환적인 자연 동굴이 나왔다.

라이트 마법의 빛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크리스탈과 길 한복판에 흐르는 물에 반사가 되어 일반 던전보다 더 밝게 느껴졌다.

첫 번째 몬스터와의 거리 50m.

하지만 동굴이 밝은 편임에도 몬스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있어야 할 위치에 아무것도 서 있지 않았다.

나는 동료들에게 잠시 멈추라는 사인을 보내고는 조용히 말했다.

“버프 드리겠습니다.”

“버프요?”

버프란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료들.

그리고 나는 S급 히든 스킬인 ‘여명의 봉화’를 사용했다.

나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무형의 기운.

그 기운에 닿자 동료들에게 붉은 기운이 깃들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스킬, 마법, 오러의 공격력을 20% 향상됩니다.]

[상태 이상을 치료합니다.]

[외상을 치료합니다.]

여명의 봉화는 하루 세 번밖에 쓰지 못하지만, 아군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스킬이 적용되기 때문에 혼자 사냥을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이건.”

“진짜 능력치가 올랐어.”

동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나만 해도 능력치가 무려 53개가 더해진 상태니.

그뿐 아니라 모든 기술의 효율도 20% 상승하지 않는가.

게임처럼 수시로 버프를 주는 성직자의 존재가 없기에 경험할 적 없는 상황이었다.

김선아와 유이뿐만 아니라, 한창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던 히로시까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나는 대답 대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전진을 지시했다.

“역시 지훈 님.”

“뭔가 치트키를 쓰는 것 같네.”

김선아와 히로시의 감상.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적을 찾아 열심히 눈을 굴렸다.

조금씩 다가가자 지도에도 붉은 점이 새겨지고, 마력 탐색에도 같은 위치에서 신호가 잡혔지만.

여전히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투명화?’

-스윽.

그때 들려오는 바람 가르는 소리.

나는 바로 사고가속의 속도를 최대로 높이며, 붉은 점이 찍힌 방향을 향해 ‘콜 라이트닝’을 사용했다.

-콰앙!

하늘 없는 동굴에 낙뢰가 떨어지고, 동시에 스파크에 둘러싸인 무언가가 나타났다.

[자마다르]

그건 온몸이 검은색으로 물든 인간의 형태를 한 몬스터였다.

특이한 것은 손과 발이 송곳처럼 뾰족했으며, 나머지 부분은 구체관절인형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형태만 인간의 모습을 빌리고 있지, 인간은커녕 생명체로 보이지도 않았다.

마네킹 같은 느낌이랄까?

-지이이이.

콜라이트닝에도 묵묵히 전진하는 몬스터의 모습에 나는 강하게 창을 찔러넣었다.

-까앙!

각종 버프가 더해진 내 공격에 콜라이트닝도 버티던 몬스터의 몸통이 관통되었다.

녀석은 몸 전체가 검은 금속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창에 의해 뚫린 구멍에서 은색의 액체를 쏟아졌다.

잠시 후 지도에서 붉은 점이 사라지고, 녀석이 바닥에 쓰러지자 나는 해당 몬스터에 대한 품평을 했다.

‘투명화만 빼면 히로시도 싸워볼 만하겠는데? 그 투명화가 문제인 거지만.’

콜 라이트닝을 버텨냈다는 것에 잠깐 놀랐지만, 그것은 금속으로 이뤄진 녀석의 속성 때문인 듯하고 개인적으로 느낀 전투 난이도는 그렇게 높은 느낌이 아니다.

자마다르란 몬스터가 콜 라이트닝으로 경직이 된 영향도 있으니, 다음엔 직접 몸으로 부딪혀 봐야 할 것 같다.

“이거 몬스터 사체를 지구에서 수습할 수 있는 거죠?”

유이의 물음에 나는 확인하듯 죽은 자마다르에게 도축을 사용했다.

[흑철]

[중급 마석]

그에 불규칙적으로 생긴 금속 덩어리와 마석이 나왔다.

“그런 것 같은데요?”

마석을 이용하면 간단한 마법 인첸트가 가능하다.

아직 내가 인첸트 방면의 교양이 낮아서 그렇지, 작정하고 배운다면 간단한 아티팩트까지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포인트 샵에서 두 세계로 물건을 옮길 수 있는 아공간을 구입할 예정이지만, 개인적인 용도 외에 다른 세계의 물건을 함부로 옮길 수가 없는 만큼, 이곳에서 마석 같은 뮤대륙의 소재는 굉장히 귀중했다.

아직 지구에서 사용 가능한 아공간이 없는 만큼, 나는 검은 빛을 띤 특이한 금속 덩어리를 두고 마석만 챙겼다.

“연구자들이 좋아 할 것 같은 물건이네요.”

문제는 친 수행자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 중 제대로 된 관련 연구소를 갖추고 있는 곳이 미국뿐이란 것.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다른 나라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걸 일일이 따질 상황은 아니지만.

이어서 우린 계속 안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자마다르 3마리와 조우했다.

한 마리는 지도를 나침반 삼아 던진 투창에 꿰뚫려 정리됐고, 나머지 두 마리는 워터와 샌드 마법으로 흙범벅이 되어 내게 송곳 같은 팔을 휘둘러 왔다.

-후웅!

공격속도.

-쾅!

파괴력.

-깡!

내구력까지 종합적으로 살핀 결과 투명화를 빼면 특별할 것 없는 몬스터란 것이 확인되었다.

물론 늑대인간 따위완 비교되지 않는 전투력을 지녔지만 말이다.

김선아와 유이에겐 버겁지만 맥없이 당할 정도는 아니고, 히로시라면 분명 쓰러뜨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직접 확인을 위해 한 마리를 히로시에게 양보했는데.

“스위치!”

가끔 위기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매섭게 휘두르는 쌍검으로 어렵지 않게 던전의 몬스터를 처치해냈다.

그리고 유이와 김선아의 경우에도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한 마리는 거뜬히 잡을 수 있었다.

버프빨이 없다곤 볼 수 없지만, 충분히 전력으로 써먹을 수 있을 정도.

사실 기여도를 생각하면 이들은 쉬게 하는 것이 가장 낫지만, 지금 여기서 연맹원들을 상대로 독점욕을 부려 봤자 마이너스다.

리더답게 양보할 거 양보하고 이들의 성장에 힘을 보태는 것이 올바른 행동일 터.

어차피 보스전에서 이들은 큰 도움이 안 될 테니, 가장 큰 기여도를 차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전투를 이어가며 전진에 전진을 거듭했다.

“오늘은 이쯤 하죠.”

그렇게 얼마나 나아갔을까.

결국, 중간 보스 방까지 다다른 우리는 탐색을 중지하기로 했다.

손목시계를 보니, 현재 시각이 11시.

곧 있으면 뮤대륙으로 진입해야 하기에 슬슬 안전 구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전투 전리품인 흑철은 무거워서 내일 수습하기로 하고 우리는 부랴부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무사하셨군요!”

사치코가 걱정했다는 표정으로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국정원 직원도 크게 안도했다.

예상대로 던전에서 수습한 마석은 그대로 가지고 나와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지구에서 생성된 던전의 전리품은 지구의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 집에 방 많습니다. 같이 가시죠.”

그리고 우리는 호텔이 아니라 히로시의 자택으로 향했는데, 도쿄 부촌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일본식 거대 저택을 보며 새삼 그의 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그 저택이 부모님의 것이 아닌 히로시 자신의 것이라 하니, 놀라울 따름.

딱 봐도 200~300평은 될법한 부지였다.

아마 이 집만 해도 내 전 재산보다 값이 나갈 것 같다.

“연맹에 투자 좀 하시죠?”

내 제안에 히로시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일본 지부 설립엔 사비를 투입하려 했습니다.”

“그거 좋은 소식이군요.”

아무래도 일본 지부 설립은 예정보다 더 빠르게 마무리가 될 것 같다.

“그럼 뮤대륙에서 뵙겠습니다.”

잠깐의 회의 후 우리는 각자에게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나는 히로시의 방과 미닫이문 하나를 사이 둔 옆 방에 묵게 되었는데, 화려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다다미로 된 전형적인 일본양식의 소박한 방이었다.

이불은 새로 빤 것처럼 상쾌한 향이 났으며, 베개도 재질이 궁금할 만큼 부드럽고 푹신했다.

“링크 스타트!”

히로시 방에서 영문모를 말이 비장하게 들려 왔다.

그러나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곧 찾아올 수마를 기다렸다.

‘오늘은 정말 긴 하루였다.’

***

타국에 입국할 때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물품 중엔 식물과 흙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지훈은 잘 지니고 다니던 ‘멸종한 식물의 씨앗’이 심어진 화분을 새로 얻은 빌딩 지하에 숨겨놓고 왔다.

그 씨앗의 용도를 모르다 보니, 지훈은 수행자들을 시켜서 수시로 이상을 확인하란 지시를 내렸다.

자그마한 화분에 무슨 일이 있겠냐만, 지훈의 말에 따라 수행자들이 수시로 빌딩 지하를 살피고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수행자들이 모두 잠이 든 깊은 밤.

-퍼슥.

화분의 흙을 뚫고, 영문모를 씨앗으로부터 앙증맞은 새싹이 돋아났다.

아직 씨앗을 심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성장 속도였다.

새싹은 지하실의 형광등을 태양 삼아 광합성을 위해 이파리를 펼쳤는데, 파리 한 마리가 화분 근처를 날아다니며 광합성을 방해하듯 수시로 작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위이잉.

그런 파리가 거슬리는지 새싹은 천천히 이파리를 좌우로 흔들거렸다.

-파앗!

그런데 그 순간.

놀랍게도 화분 속에서 튀어나온 녹색의 실들이 빠르게 쏘아지고, 그대로 파리를 관통해 버렸다.

이어서 낚시줄을 감듯이 파리를 매단 녹색 실이 화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는데, 사람들이 보았다면 누구나 기겁할만한 장면이었다.

-슥.

파리가 흙 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새싹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느릿느릿 이파리를 살랑였다.

***

33. 포인트 샵 털기

‘마석분해, 마석분해, 마석분해, 마석분해, 마석분해…….’

지하신전을 클리어하고 얻은 백금화 300개와 그동안 모아놓은 백금화 400개, 상회에 쟁여 놓았던 비상금까지 모두 긁어모은 백금화 900개로 모조리 마석을 구매했다.

케일론 왕국에서만 구매하면 가격이 급등할 테니, 텔레포트 게이트로 각국의 주요 도시를 돌면서 마석을 싹쓸이했다.

덕분에 구매초 내 아공간에 쌓인 마석의 수가 무려 6000여 개에 달했다.

마석분해도 마력을 잡아먹는 스킬이고 한 번에 하나밖에 분해를 못 하기 때문에 뮤대륙에 들어서고 5일째인 지금까지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서 계속 마석분해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죽은 동태눈으로 마석을 증발시키는 내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클로이가 슬쩍 아이스티를 내 앞에 놓으며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물러났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기계적으로 아이스티를 들이킨 나는 다시금 작업을 이어갔다.

원래부터 적지 않은 양의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구매한 마석을 모조리 포인트로 변환하면 나 한 명을 고급장비로 무장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마석분해, 마석분해, 마석분해, 마석분해, 마석분해!’

그렇게 달콤한 과실을 기대하며 얼마나 오래 마석을 분해했을까.

마지막 남은 마석이 손에서 증발하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테이블에 앉아 많은 서류를 검토하던 클로이가 크게 움찔거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두들기며 기분 좋게 말했다.

“잠깐, 다녀올게.”

“어디 가시게요?”

“신의 공간에.”

“네?”

그리고 지도기능 한 구석에 위치한 대기실 입장 버튼을 과감하게 눌렀다.

[이용권을 사용하여 수행자 대기실에 입장했습니다. 대기실 사용 가능 시간은 3시간입니다.]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집무실에서 사방이 새하얀 공간으로 바뀌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자판기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판기에 다가가자.

[포인트 환산 중입니다…….]

이런 메시지가 떠오르며 꽤 긴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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