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70
32. 던전 in 도쿄 (1)
“일본 도쿄 한복판에 지도와 신분증 기능이 활성화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네?”
얼핏 들으면 별것 아닌 것 같은 내용.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 말은 도쿄 한복판에 뮤대륙이나 안개 속과 같은 환경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때 사치코가 다가오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장소가 시부야입니다.”
사치코 있었구나?
히로시의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사치코가 있는지도 몰랐다.
따로 번역이 없어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사치코의 대답에 나는 망자의 던전에서 보스룸에 들어섰을 때 시부야로 이동됐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그리고 이어진 히로시의 말에 나는 크게 당황했다.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탐색스킬을 사용했더니 지하에서 무수히 많은 마력반응이 감지 되었습니다.”
“…….”
그 말은 즉.
도쿄 지하에 던전이라도 있단 뜻인가?
히로시가 말한 탐색 스킬이란 나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마력 탐색을 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던전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
“주변 조사해봤어요?”
던전을 모르는 대부분의 2회차 수행자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트루스 클랜소속 1회차 수행자들은 코볼트 광산이라는 하급 던전을 클리어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김선아는 던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는 히로시의 모습에 뒤에서 얌전히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던 유이란 이름의 일본인 수행자가 그를 옆으로 밀쳐내며 말했다.
“결과 지하 하수구에서 던전 입구를 발견했죠.”
설마 설마 했는데 지구에 던전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전개다.
“던전을 확인했다면 퀘스트가 떴겠죠?”
“네, 던전의 이름은 검의 무덤. 난이도는 상급입니다.”
히로시가 특이한 인간이긴 하지만 실력은 나를 제외하면 가장 특출나다.
거기에 유이도 1회차 수행자인 만큼, 둘이 팀을 이루고 2회차 상위권 수행자 몇 명이 더해진다면 중급까진 어떻게 해볼 만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던전이 지하 신전과 비슷한 상급의 난이도라면 이들의 실력으론 몰살을 당하고 말 것이다.
“과연……. 그렇군요.”
괜히 오기를 부리지 않고 날 찾은 것은 칭찬해줄 만하다.
그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수행자는 아직 나밖에 없었으니.
“그리고 한 가지 특이사항이 더 있습니다.”
알아야 할 게 더 있단 말인가?
분명 상급의 난이도는 헬이지만 보상의 달콤함을 맛보았던 나로선 바로 일본으로 날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벽에 등을 기댄 채 한껏 폼을 잡은 히로시가 비장하게 말했다.
“해당 던전에는 시간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퀘스트 받고 제한 시간 안에 클리어를 못 하면 재입장 안되는 거요?”
내 물음에 히로시는 그게 아니라는 듯 손을 내 젖고, 유이가 다시금 그의 대사를 빼앗으며 답을 대신했다.
“던전 자체 제한 시간입니다. 정해진 시간까지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던전이 개방되어 몬스터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답니다.”
히로시는 유이보고 왜 자꾸 자신의 말을 끊냐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남은 시간은 1700시간 정도입니다. 대략 70일 뒤이죠.”
미간을 찌푸린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김선아를 바라보았다.
“여권 있어요?”
***
32. 도쿄의 지하 던전
‘진실의 눈’으로 살펴본바 이들의 이야기는 포장과 거짓 없는 진실이다.
괜히 뜸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인식이와 정우에게 연맹을 맡겨두고 일본행을 결심했다.
다행히 나와 김선아는 여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따라나서길 원했던 태영과 최은우는 여권이 없어서 한국에 남아 두 친구를 돕기로 했다.
“그런데 당일 항공권을 바로 구할 수 있을지.”
김선아의 걱정에 히로시가 자켓의 안주머니에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듯 티켓 두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의외의 일 처리.
덕분에 히로시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높아졌다.
그리고 건네받은 티켓을 살피니 퍼스트 클래스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부탁에 응해주셨는데, 당연한 대우입니다. 여권과 그 티켓 가지고 데스크 가시면, 항공권으로 바꿔 줄겁니다.”
통역을 해주던 최은우가 자리에 없다 보니, 히로시는 번역기로 그렇게 말했다.
뭐 히로시 정도면 상당한 양의 돈을 보상으로 벌어들였을 테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티켓의 탑승시간은 오후 6시 30분.
일단 일본에 도착하더라도 오늘은 기초 탐색만 하고 본격적인 던전 공략 및 조사는 내일 이어가야 할 것 같다.
“가, 갑자기 일본행이시라니.”
“우리들의 관계가 있는데, 그 정돈 알려주셔야죠.”
하지만 쉽게 출국장으로 들어설 수가 없었는데.
NSA의 테리와 국정원의 요원이 부랴부랴 뒤쫓아와서 나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음…….”
이걸 바로 설명해도 되는 걸까 싶어서 히로시와 유이를 바라보았더니, 그들은 내 판단에 맡기겠다며 사태를 방관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보상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히 이 상황을 우리만의 비밀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사실대로 상황을 밝혔다.
“네?”
그에 두 사람은 하나가 된 것처럼 기겁했고, 나는 지금부터 던전을 탐색하러 갈 생각이란 것도 분명히 밝혀뒀다.
“그, 그 말씀은 이번과도 같은 상황이 일본만이 아니라 지구 전역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닙니까?”
선례가 생겼으니 그렇게 되겠지.
아직 도쿄의 던전을 직접 살핀 게 아닌지라 뭐라 확답을 할 순 없지만, 만약 지구에 생긴 던전에는 모두 시간제한이 걸려 있고 몬스터가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구조라면…….
지구 곳곳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내가 싸웠던 지하 신전의 보스들이 등장한다면, 미사일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요격이 힘들 것이다.
특히 그림자 이동을 사용하던 몽크같은 경우는 지구의 군대 체계와 상성이 굉장히 안좋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선 던전을 탐색해 사전에 위협을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또 쉬운 게 아니다.
숨겨진 던전을 찾기 위해선 수행자들을 쓰는 방법이 가장 편한데, 몇 안 되는 수행자로 드넓은 지구를 커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던전의 수가 많다면 클리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나는 말을 잃은 국정원 직원과 테리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점점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싫어도 체감을 하게 되니.
당장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위에서 꽁꽁 정보를 틀어막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상황은 최악이지만, 수행자들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어.’
수행자들의 중요성이 부각 된다는 뜻은 그만큼 안전성도 높아진다는 뜻이었다.
세상이 뒤흔들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체류 기간은 얼마나.”
나는 국정원 직원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탐사가 끝나봐야 알겠죠.”
“그렇군요.”
테리와 달리 국정원 직원은 권한이 많지 않은지 뒤로 물러나 누군가와 무전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당장 던전을 공략하실 생각입니까?”
무언가 크게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테리의 조심스런 물음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던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클리어를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요.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죠.”
물론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이번 던전의 난이도가 이전과 같거나 더 높은 수준이라면, 오늘 밤에 뮤대륙으로 돌아가서 포인트를 긁어모으고 대기실에 입장할 생각이다.
“그럼 우리 미국의 수행자들과 연구진이 탐색에 참여해도 될까요? 아, 일정을 미루라곤 하지 않겠습니다. 내일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도록 하죠.”
“상관은 없지만 가능하시겠어요?”
미국이 일본처럼 가까이 있는 나라도 아니고 시간을 맞출 수 있냐는 물음에 그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대한 사안일 걸요. B-1B 랜서 폭격기라도 타고 와야죠.”
세계적인 위협인 만큼 연구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시간의 여유를 가져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측에서 알아서 시간을 맞춰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죽음의 백조를 운송용으로 쓰다니, 새삼 미국이 무서운 나라란 생각이 든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는 안도하며 정확한 던전의 장소와 함께 우리가 묵을 숙소의 위치를 물었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테리는 바쁘게 어디론가 달려갔고,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국정원의 모습에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출국장을 나섰다.
이쪽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유이는 한국 측 요원을 저렇게 무시해도 되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어깨를 으쓱인 나는 태연하게 번역기를 돌렸다.
“아직 친하지 않아서요. 일본도 그렇지 않나요?”
“뭐…….”
만약 이 사태를 일본 정부에서 직접 나서 해결하려고 했으면, 우리에게 기회가 안 왔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은 아예 이쪽으론 반응 자체를 안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히려 현 상황에 대한 연구와 관심도는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연구 자료들이 박성과 동료들의 몸을 불사르는 눈물 나는 희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말이다.
간단하게 출국 심사를 마친 우리는 여유가 없어서 바로 탑승구로 향했다.
어차피 느긋하게 면세점을 돌아볼 상황이 아니었으니.
***
일본 나리타 공항.
나는 우릴 반겨주는 쓸데없이 기다란 자동차를 보며 말을 잃었다.
“밴C S600 풀만가드 차량이네요.”
의외로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김선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유명한 차라서 나도 알고 있다.
해당 차량은 국가원수들이 애용하는 방탄 리무진이었으니.
못 해도 가격이 10억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그런 차량이 두 대나 주차되어 있다는 것.
“히로시씨가 대단한 부자라는군요. 원래부터 일본에서 유명한 집안이라고.”
놀란 내 모습에 사치코가 다가와 말했고, 그 말을 옆에 있던 정장차림의 남성이 통역해 주었다.
나는 남성을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는데, 이유는 공항을 나서자마자 반겨준 그가 국정원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통역을 자청하고 나선 그 국정원 직원 덕분에 편하긴 한데, 감시를 당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
“어차피 곁에 없어도 감시를 받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냥 부리기 편한 부하라 생각해 주십시오.”
너스레를 떠는 국정원 직원을 보며 혀를 찼다.
틀린 말은 아닌데, 아직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그들이 친한 척하는 게 거슬렸다.
“그런 말을 잘도 하는군요.”
“원래 오늘 중으로 대통령님께서 은밀히 지훈 님을 찾아 추후 관계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막 전화를 하려던 찰나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일정이 틀어진 것이죠. 대통령님께선 지훈 님을 비롯한 수행자들과의 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비굴하게 내 표정을 살피며 웃음을 흘리는 국정원 직원.
붉은 기운을 풍기지 않는 것을 보아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덕분에 마냥 밀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국정원이 일본에도 있군요?”
“의외로 북한 소식의 메카가 일본이라서요.”
결국 나라의 백업이란 걸 실컷 누려보겠다고 마음먹으며 동행을 허락했다.
“일본에선 아직 이 상황을 모르고 있나요?”
“네, 하지만 국정원과 미군, NSA가 움직이면 싫어도 알게 되겠죠. 아마 생각이 많을 겁니다. 요즘 일본 정부는 정말 답이 없거든요.”
일본은 시스템이 정해지면 충실하게 매뉴얼대로 행동하지만, 그 시스템이 정해지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들었다.
‘지금 뜸 들일 때가 아닐 텐데.’
잠시 후.
우리는 시부야에 도착했다.
히로시가 한국을 찾아오고 약 3시간 30분 만의 일이다.
한글 대신 일본어가 가득한 거리를 걷고 있자니, 비로소 해외에 나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입니다. 여기서부터 뮤대륙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 말이.”
유이의 말이 통역을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번역되어 들린다.
마치 뮤대륙에서 자신도 모르게 미드랜드 공용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덕분에 국정원 직원은 30분도 되지 않아 쓸모없어졌다.
[시부야 우다가와초]
지도를 펼쳐보니, 정말 제대로 작동한다.
더불어 안개 속에서와 달리 전자장비도 사용이 가능한 상태.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TV에서 본 적 있는 건물들을 지나 골목길을 따라 걷던 우리는 잠시 후 낡은 폐건물에 들어섰다.
현재가 저녁 9시로 한창 사람들로 붐빌 시간이다.
그 와중에 길 한복판에 있는 하수구 뚜껑을 열고 안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다행히 히로시가 폐건물 지하를 통해 하수구로 통하는 길을 뚫어놨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의외의 면모.
꽤 일 처리가 깔끔한 인간이었다.
“그럼, 탐사는 어떻게 할까요?”
하수구와 연결된 지하실의 문을 앞에 두고 김선아가 말했다.
그에 나는 구성원들을 바라보았는데, 히로시와 유이, 김선아까진 그럭저럭 괜찮다고 해도 사치코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의 일본인 수행자들은 상급 던전에 들어서는 것은 무리다.
“일단 던전 안으로 우리 네 명만 들어가고 나머지 분들은 대기하고 있는 걸로 하죠.”
내 말에 모두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어떻게 할까요?”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가리키자, 아무 능력도 없는 네가 왜 따라 들어오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뮤대륙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일반인은 던전에 접근할 수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그를 근처까지 끌고 가기로 했다.
“자, 잠깐만요.”
“응?”
그리고 하수구와 연결된 지하실로 들어서려는데, 유이가 얼굴이 새파래져서 나를 막아섰다.
“알지 모르겠지만, 도쿄의 하수구엔 그 녀석들이 득실거립니다.”
“그 녀석들이라니.”
“바퀴벌레 말입니다.”
나는 그게 뭔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김선아까지 크게 움찔거리자 한숨을 내쉬었다.
‘뭐 나도 혐오스럽긴 마찬가지니까.’
단지 참을 수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실드를 펼친 나는 이거면 되겠냐며 그녀들을 살폈고, 안도한 두 사람의 모습에 문을 열고 지하실에 들어섰다.
-사사삭.
“힉!”
일본 하수구에서 바퀴벌레가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많긴 많았다.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불길이 한차례 지하실을 휩쓸며 해충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던전이 멀어요?”
“아뇨, 저 구멍으로 들어가면 바로 앞입니다.”
나는 플로트 마법으로 동료들을 띄워 실드를 유지한 채 하수구에 들어섰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합성한 것처럼 콘크리트 벽면과 어울리지 않는 토굴의 존재였다.
[퀘스트 발생]
등급: 상
내용: 검의 무덤 던전 코어를 찾아 파괴하라.
보상: 보상카드(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급)
포인트(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급)
보물상자(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급)
[해당 던전은 1702시간 이내 클리어가 되지 않을 경우 외부로 개방이 되어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이 탈출합니다.]
진짜네.
나는 고개를 돌려 국정원 직원을 살폈다.
“어? 전 다가갈 수가 없는데요?”
예상대로 그는 어느 정도 떨어져서 던전 입구에 다가오지 못했다.
결국, 그를 위로 올려보낸 나는 마력 탐색을 사용했고.
머릿속으로 무수히 입력되는 마력 신호를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규모가 상당한 것 같다.
더구나 단층이 아닌 복층구조고.
그리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드니, 잠깐 제대로 작동하나 싶다가 이내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확인결과 국정원 직원이 다가오지 못하던 곳에서부터 전자장비가 불능이 되었으며, 그 밖으로 일정 구역은 전자장비와 뮤대륙의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공용구간이라 볼 수 있다.
“챙겨온 카메라가 소용이 없어졌네요.”
“그나마 안개와 같은 방식이면 던전을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것 같군요.”
현재 미국에선 통신 장비를 이용해 안개를 찾고 있다.
일정 신호를 발산하는 장비를 넓게 펼쳐 신호가 끊기면 그곳에 안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인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안개처럼 던전도 전자장비가 먹통이 된다면 같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단 뜻이었다.
물론, 이렇게 땅속에 숨어 있는 던전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럼 내부를 살펴볼까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뒤를 부탁드립니다.”
내 물음에 세 사람은 어울리지 않게 긴장하며, 각자 챙겨온 장비들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