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63
28. 청와대로 갑시다 (1)
안개의 중심은 나를 따라 이동했는데, 덕분에 불편함 없이 안개 속을 거닐 수 있었다.
아마 영문을 모르고 안개에 휩싸인 사람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통신도 안 되고 스킬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한다.
“저, 정지!”
청와대 정문은 정복 차림의 경비부대가 지키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이상 현상에 당황하다가 갑자기 시야가 트이자 기겁하며 소리쳤다.
‘슬립.’
그러나 나는 이들이 총기를 뽑아 들기 전에 마법을 사용했고, 마력에 대한 내성이 제로인 그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철제문을 바라보며 김선아에게 턱짓을 했다.
-탓!
우리는 신체 능력만으로 가볍게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괜히 문제만 더 커지는 거 아닐까요?”
“대통령께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싶은 거죠.”
다만 이렇게 청와대가 맥없이 뚫리고 내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압박감이 상당할 것이다.
수틀리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니.
“만약 말이 안 통하는 상대면 어쩔 생각이십니까?”
“한국을 뜨는 것도 방법이죠.”
“네?”
“그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거고요”
단순한 위협으로 생각이 바뀔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정부의 의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의 지시인 건지.
아니면 뭐가 잘못된 건지.
솔직히 지금 국정원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직접 대통령에게 의중을 묻기 위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가장 확실하게 상대의 생각을 알아보는 방법은 대면하는 것이니.
내겐 상대의 진심을 간파할 수 있는 스킬과 청와대를 마비시킬 수 있는 스킬이 존재하지 않은가.
-털썩.
나는 사람이 지도에 찍힐 때마다 그쪽에 슬립 마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아무런 방해 없이 청와대 안뜰까지 들어설 수 있었고, 안개의 끝부분에 다다르자, 장막을 해제하고 재사용을 했다.
“어!?”
안개는 사람을 물리고 인지능력을 떨어뜨리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발생하면 그 효과는 크지 않은 듯하다.
“정지!”
“누구냐!”
안개가 걷히자마자 청와대 경비대 소속 경찰들이 권총과 소총을 우리에게 겨눴으나, 그보다 슬립 마법에 쓰러지는 것이 더 빨랐다.
‘슬립 마법 최강이네.’
이거 뭐, 복잡한 마법을 쓸 필요가 없다.
-탕! 탕!
그때 우습게 보지 말라는 듯 지도의 탐색 범위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실드에 가로막혀 우리에게 닿지 못했고, 이어서 다시금 펼쳐진 안개가 청와대 관저를 완전히 짚어 삼켰다.
“젠장!”
누군가의 분노 어린 외침이 메아리쳤다.
사거리가 닿으면 슬립, 안 닿으면 무시.
그렇게 관저를 향해 다가가니, 10여 개의 흰점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긴 거 같죠?”
“아마도.”
김선아도 지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린 대통령이 위치해 있을 것으로 판단 되는 장소로 향했다.
예쁘게 지어진 한옥 건물.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현대식을 자랑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철제문 도어락에 달라붙어서 소란을 떨어댔다.
“정지!”
그러다가 전면에 선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권총을 겨눴고, 나는 경호팀에 둘러싸인 인물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자장비를 마비시키는 안개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내 물음에 TV에서 몇 번이고 보았던 대한민국의 높은 분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야기 들었네. 그런데 그건 개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이상 현상으로 알고 있었네만.”
그런데 겁에 질리거나 당황한 사람들 속에서 한 중년인이 유일하게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내 물음을 받았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가 바로 원리원칙주의자로 유명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하성훈’이었다.
“각하!”
경호실장이 대통령을 등 뒤에 숨기며 내게 권총을 겨눴다.
하지만 역시 한 나라를 이끄는 존재라는 걸까?
예상 못 한 위협 속에서도 괜찮다며 경호실장의 총을 내리게 하고, 잔뜩 쫄아 있는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을 밀며 앞으로 나섰다.
사람들은 기겁했지만, 나는 그런 대통령을 바라보며 적잖이 놀라움을 표해야 했다.
“나를 공격해봤자 득 될 게 없잖나? 미리 말하지만, 폭력에 굴할 스타일이 아니네.”
딱 봐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위기감이 없진 않겠죠.”
내 반문에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여전히 열리지 않는 벙커의 문에 달라붙어 있는 사람들을 한심하단 표정으로 바라보며 내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가, 각하!”
요즘은 각하란 표현을 잘 안 쓴다고 들었는데, 21세기에 충성심을 표현하는 걸까?
계속 각하라며 대통령을 찾는 경호실장의 모습이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똑똑한 사람들 좋지. 그런데 그런 인간들 특징이 머릴 너무 굴리거든. 그래서 곁을 지키는 인물들은 평범하더라도 우직하고 뒤통수 치는 일 없는 사람들로 배치할 수밖에 없었어. 대통령은 생각보다 위태로운 자리거든.”
그냥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 사람들이 덜떨어진다는 뜻인가?
생각해보니 그에게선 거짓말을 하면 풍기는 붉은 기운이 한 번도 발산되지 않았다.
솔직한 건지 성격이 안 좋은 건지.
-저벅. 저벅.
결국 나는 묵묵히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서재의 응접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으며 내게 자리를 권했는데, 큰 불만 없이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김선아는 그런 내 뒤를 지키듯 가만히 서 있고,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하기 힘든지, 대통령 측 인물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별수 없이 회의실을 포위하는 모습을 취했다.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내 물음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는 받았네. 아마 수행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리더역을 맡고 있다는…….”
“네, 조지훈이라 합니다.”
내 자기소개에 그는 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청와대를 찾은 이유가 뭐지? 수행자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내가 이 정도니까 무시하지 말라는?”
할 말 없게 만드는 인물이다.
잠시 낮은 웃음을 흘린 나는 이내 표정을 지우며 싸늘한 눈동자로 대통령을 응시했다.
“왜 왔을 것 같습니까?”
내 반문에 대통령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아마도 말 속에 은은하게 섞인 투기 때문일 거다.
“협상을 위해 온 것일지도 모르겠군.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진행한다면, 나는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으니.”
그런데 이어진 그의 추측은 무언가가 어긋난 느낌이다.
“국정원에서 우리에게 제안을 해오더군요. 자리를 마련해 줄 테니, 정부에 소속되라고요.”
“그건 이야기 들었네. 미국 측에서 접근을 해오고 있다지? 분명 대우는 그쪽이 더 좋겠지. 하지만 자네들도 미국보다 조국을 위해 일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할 말이 그게 다입니까?”
“설마 국정원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들어서 쳐들어온 것인가?”
진실에 눈에 아무런 변화가 포착되지 않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어깨에 힘이 쫙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마치 수행자 건은 국정원의 독단이란 것 같지 않은가.
“우리 수행자 중 일부가 국정원에 잡혀 있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내 물음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일이 있었나?”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표정.
더불어 진실의 눈의 판정 결과도 그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인체 실험도 받고 있습니다만.”
“무슨 야만적인…….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네에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겠군.”
정보를 전달해야 할 기관이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했다는 건가?
지금의 분위기로만 봐선 그랬다.
‘아니,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분명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게끔 상황을 유도했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내가 국정원장에게 즉시 수행자들을 풀어주라 하겠네. 그리고 책임자들도 처벌토록 하지.”
올바른 대처지만, 이제 와서 몰랐다는 말에 넘어갈 만큼 착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리라는 걸 전혀 몰랐다고요?”
진위확인을 위한 물음.
그에 대통령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이 일은 전적으로 국정원에 맡긴 채 보고만 받고 있었네. 설마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일 처리를 할 것이라곤 예상 못 했군.”
그리고 비로소 그에게서 붉은 기운이 풍겼다.
결국 직접 지시하진 않았어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단 뜻이 된다.
“…….”
이거 진짜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네.
덕분에 나는 고민을 해야 했다.
이대로 모른 척 넘어가서 정부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지, 아니면 확실하게 잘못을 짚고 넘어갈지.
“불운한 과거를 청산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는가.”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누굴 바보로 아십니까?”
“뭐?”
아무래도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청문회도 아니고 모르겠단 말을 내뱉으면 ‘알겠습니다’하고 넘어갈 거라 생각하셨어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건가?”
내가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반응일 것이다.
분위기가 살벌하게 돌아가는데도 그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저는 여차하면 모든 수행자들을 이끌고 다른 나라로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가기 전에 화풀이로 전부 엎어 버리고 갈 수도 있죠. 감당되시겠습니까? 나중에 저 같은 수행자가 천 명, 만 명도 될 수 있습니다.”
“…….”
대통령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우리 쪽 상황을 알고 있구만.”
“직접 지시를 안 내렸다고, 관여를 안 한 건 아니죠.”
내 대답에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알았지? 미국의 정보기관이라 해도 내 심중을 알기란 힘든 일일 텐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충분히 유추 가능한 부분입니다.”
실은 진실의 눈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통령은 새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각보다 유능한 인물이구만. 아니 다른 사람의 생각이려나?”
“일단 저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이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생각이 드셨나요?”
은근슬쩍 나와 대화로 잘 풀면 해결될 일이라는 분위기를 흘렸다.
덕분에 대통령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정치인에게 진심을 보이라니, 어려운 요구를 하는군.”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일 생각이 없는지라, 나는 위협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척!
경호원이 일제히 내게 권총을 겨누고 대통령은 알겠다며 손을 크게 내저었다.
“이 나라에 수행자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수행자는 대한민국의 구조와 체제를 위협하는 위험분자라 판단되었지.”
이제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든 모양이다.
나는 지그시 대통령을 바라보았고, 그는 내키지 않는단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제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현상이 위기심을 부추겼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던 안개와 관련성이 높은 뉴스들.
하지만 대통령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상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과 수행자들을 컨트롤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지. 그런데 머지않아 이 모든 것이 대재앙의 전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금은 완전히 국론이 분할되어 버렸어. 그래서 우왕좌왕 대다 보니, 이 꼴이 벌어지고 만 것이고.”
“국론이라니.”
“정부와 여야 수뇌부, 대한민국 10대 재벌이면 국론이라 평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신들의 이권밖에 생각 없는 이들의 의견이 나라를 대표한다니.
국민 입장으로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여야 정계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네들의 존재를 인정하려 들지 않아. 자신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라 판단하고 있거든.”
그래.
정치인 중에 진짜 신념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뻘짓을 다하는 인간들인데.
“반면 재계는 처음과 달리 태도를 바꿔 자네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건 조금 의외다.
재계라고 해서 정계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실리주의자들답게 무엇이 우선인지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요?”
내 물음에 대통령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은 중립이지. 정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야. 그래서 국정원이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게 된 거지.”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아무래도 모르쇠를 시전 했다가 본전도 못 찾아서인지 확실하게 진실을 밝혔다.
“하지만 자네를 보고나니 겨우 마음을 정했네. 지금은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아, 그렇다고 결코 위협에 굴한 건 아니네. 그저 수행자의 가치가 새롭게 정립된 것이지.”
이걸로 그의 의중을 알게 되었다.
청와대는 우리와 적대할 생각이 없다는 것.
내가 바라던 상황인 것이다.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가?”
의외로 말이 통하는 인물이라 다행이긴 한데.
왜일까?
입안이 쓰게 느껴졌다.
“응?”
하지만 그때였다.
“대통령님!”
허리춤에 군용 제식 검처럼 보이는 세이버를 찬 남성 세 명이 안개 속에 들어서며, 다짜고짜 내게 권총을 쏜 것이다.
간단하게 실드로 막으려는데, 총알에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것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침입자는 바로 수행자였다.
-쿵쿵쿵!
공기가 울리는 충격음과 함께 실드가 크게 출렁였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는데.
사고 가속 스킬로 급속 캐스팅이 된 매직미사일 수십 발이 산탄총처럼 전신을 두들겼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수십 발의 매직미사일을 흘리는 것 없이 하나하나 조종했다.
“큭.”
수행자의 기본 옵션인 체력에 따른 신체 내구력 증가로 관통상을 입진 않았지만, 이들을 무력화시키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파이어볼 10개가 도깨비불처럼 회전하자, 전의를 상실했다.
“잠깐, 잠깐.”
대통령은 내가 그들을 해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나를 말리려 했으나, 김선아에게 멱살을 잡히는 바람에 접근하지 못했다.
“그, 그들은 내부 상황을 모르고 내가 위험할 것이란 판단에 이런 행동을 취한 것이네. 이해해주지 않겠는가.”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외부로 연락할 방법은 없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무례한!”
이 상황이 벌써 몇 번째인지, 김선아에게 대통령의 멱살이 잡힌 바람에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고.
쓰러진 수행자들 중 한 명이 고통을 이겨내며 터프하게 빈틈을 파고들었다.
아무래도 마법사로 보이는 내게 근접전을 시도할 생각인 것 같았으나.
-쾅!
여지 없는 깔끔한 돌려차기에 달려들던 속도보다 빠르게 떨어져 날아갔다.
나는 마법뿐만 아니라 육체 능력 또한 익스퍼트다.
그리고 사고 가속이 더해진 상태인만큼 허접한 공격에 당할 이유가 없었다.
“선아씨, 대통령님 놔드려요.”
“네.”
내 지시에 풀려난 대통령은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잘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살짝 꼬인 모양새.
“그럼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나?”
“네.”
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국정원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지. 그리고 직접 지시하진 않았다곤 하나 내 책임이 없다곤 볼 수 없으니, 피해자들에겐 직접 사과를 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네.”
“이 상황을 주도한 관계자들은요?”
“일단 상황 파악이 먼저일 것 같군. 그리고 합당한 처벌을 내리겠네.”
약간의 돌발상황이 있었지만, 대통령은 우리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 수행자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인정해 주신다고 생각하면 됩니까?”
“물론이네. 앞으로는 협력관계를 이어갔으면 하는군.”
“협력 수준은 대처하시는 거 보고 결정하도록 하죠.”
나는 마지막 뒤돌려차기에 당해 개구리처럼 꿈틀대는 수행자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어스 클랜 소속인지, 박성과 같은 낙오자인진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들이 나선 덕분에 스트레스 발산도 되고 위협적인 모습도 모여 줄 수 있었다.
“일단 우리에 대한 감시는 풀어주시고요. 나중에 의논할 일 있으면 제대로 된 사람을 보내주세요.”
“그러지.”
그렇게 대통령과 담판을 지으면서 나를 얽매던 제약이 모두 사라졌다.
덕분에 당분간은 자기 강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