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61
27. 수행자 연맹 (1)
이거 예상치 못한 스킬 덕에 불공정 계약으로 엮일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원래부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온다면 어울릴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해.”
원래대로라면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 될 부모님이지만, 어제 일로 인해 내가 출근을 못 하게 막아서 졸지에 집을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나는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누르라며 방범 벨을 건네주고는 두 친구가 머무는 옆집으로 향했다.
“어떻게 됐냐?”
정우와 인식이의 시선에 나는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펼쳤다.
“잘 된 거야?”
“응, 한국인 수행자들이 이곳으로 모일 거야. 지방 사는 사람들은 좀 늦겠지만, 전부 모이면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야지.”
두 친구의 물음은 당연히 연맹에 대한 것이었고, 내 대답에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총 몇 명인데?”
“일단 나 포함해서 한국인은 21명. 다른 나라까지 합치면 372명.”
“허, 372명? 뮤대륙에서 영향력이 대단한가 본데?”
“내가 말했잖아.”
“그리고 한국인이 생각보다 많네.”
연맹에선 인도사람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인도네시아, 일본, 독일, 영국, 한국 순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인구 대국인 브라질 등은 처음에 분명 한국인보다 많은 수행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생존률이 처참해서 한국의 뒤로 밀리고 말았다.
“어스클랜에도 아직 몇 명 있어. 그리고 일본인이 40명인데, 그 사람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서 합칠까 고민 중이야. 그러려면 주거지가 확보돼야 하고, 일본 정부의 간섭이 없어야겠지만.”
일본이란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인식이는 살짝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북한 사람은 없냐?”
“겨우 4명이지만, 있긴 하지. 일단 연맹에 가입시키긴 했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처우해야 할지 모르겠다.”
“북한에서 중국 측으로 정보를 팔아넘기면 귀찮은 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데.”
“맞는 말이야.”
정부를 무서워하는 건 우리보다 북한 사람들이 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북한 정권에 소속되어 있을지 확인이 불가능하단 사실…….
아, 아닌가.
이젠 확인 가능하구나.
‘진실의 눈’이 있으니까.
“수행자들이 북한 정권에 소속되어 있다면, 그냥 쳐내는 게 나으려나?”
“그렇지 않을까?”
냉정하지만 정우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데리고 있다가 쿠데타 시키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인식이가 느닷없이 영화 같은 큰 그림을 그려서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일단 저쪽으로 돌아가면 북한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자세히 나눠봐야겠다. 그 사람들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있으니까.”
“만약 정부와 관련없는 민간인일 경우엔 어쩌게?”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그런데 정 위협이 될 것 같다면 아예 뮤대륙에서 탈락시켜버리는 게 낫고.”
말이 탈락이지 뮤대륙에서 제거하겠단 이야기였다.
냉정한 내 말에 정우가 놀라며 물었다.
“그 말은 중국인들도?”
“당연히 작업에 들어가야지. 그냥 넘어갈 순 없잖아.”
아마도 작업 대상은 어스 클랜이 될 것이다.
연맹에 가입하지 못한 중국인들이 향할 곳은 이제 그곳밖에 없다.
그럼 기존의 수행자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입맛에 맞춰 연맹에 들어오거나, 중국인에게 점령당한 길드를 지키던가.
그 외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 연맹의 존재 자체가 수행자들의 보호를 위한 것인 만큼, 적은 인원이 뭉쳐봐야 소용이 없다.
심지어 2회차 수행자들에게 충성심이란 것을 바랄 수 없을 테니, 독자 노선은 그냥 1회차 수행자들의 솔로 플레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너는 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니까.”
정우의 말에 인식이도 동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정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일단 미국은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배수의 진을 친 나와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서 득 될 게 단 하나도 없으니까.
문제라면 역시 한국 정부다.
분명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수행자가 있는데, 이번 연맹 사태도 귀에 들어갔을 게 뻔하다.
낙오자만 납치하는 등 굉장히 조심하는 반응을 보였으니, 이번 일로 느낀 바가 많을 터.
나는 나라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애국자는 아니지만, 역시 정부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왕이면 말로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딩동!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
시계를 살펴보니, 아직 9시 30분 정도로 연맹 소속 수행자들이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30분은 일렀다.
“침실에 가 있어.”
나는 만약을 대비해 두 친구를 1층의 안쪽 방으로 이동시켰다.
인식이와 정우는 별말 없이 내 말에 따랐다.
“누구세요?”
그리고 현관문을 여니, 잘 가꿔진 몸매의 20대 여성이 예쁘게 차려입고 나를 새침하게 올려보고 있었다.
“선아씨?”
“안녕하세요, 지훈씨. 아니, 회장님이라 해야 하나요?”
화장 때문에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
뮤대륙에서도 예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특출나단 느낌은 없었는데, 화장이 더해지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우리끼리 있을 땐 굳이 격식 차리지 말죠.”
대충 김선아를 대할 태도를 정한 나는 누가 들어도 오해할 법한 대사를 내뱉으며 그녀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저, 저도 왔습니다!”
이어서 문을 닫으려는데, 지극히 평범한 인상의 남성이 달려오며 손을 흔들었다.
“오, 태영씨.”
나는 선아에 이어 모습을 드러낸 태영을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부회장님.”
“반갑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멤버는 전에 신길의 공원에서 함께 안개를 체험했던 멤버다.
당연히 김선아는 내가 스승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치코와 태영과도 구면이었기에 큰 거부감없이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김선아가 나와 태영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랐다.
내겐 사근사근 웃어 보이지만, 태영에겐 무표정하고 형식적으로만 대한다고 할까?
그게 일반적인 모습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와 마주할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솔직히 너무 대놓고 호의를 표하는 건 자제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깊게 고민치 않고 침실의 방문을 두들겨 인식이와 정우에게 나와도 된다는 사인을 보냈다.
“친구들입니다. 이 두 녀석과 함께 연맹을 계획했죠.”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의 등장에 인식이는 어울리지 않게 긴장하며 인사를 건넸고, 정우와 나는 그런 인식이를 보며 혀를 쳤다.
“인식이와 정우의 경우처럼 연맹 운영에 외부에서 낯선 사람을 고용하기보다 능력이 되는 친인척을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기업이 아니니, 인맥운영을 해도 욕할 사람은 없겠죠.”
내 말에 김선아는 큰 고민 없이 답했다.
“회장님께서 방향을 정해주시면 저흰 따라갈 뿐입니다.”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지 호칭이 바뀌었다.
김선아의 맹목적인 충성에 정우와 인식이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후 중으로 미국과 협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때 선아씨도 참석하도록 해요.”
“영광입니다.”
덕분에 두 친구는 나보고 뮤대륙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거냐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
김선아, 이태영과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10시에 가까워졌고, 사람들이 한두 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행자들도 가득 찬 거실이 시끌벅적해지고, 다 같이 통성명을 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27살 조지훈. 회사에서 잘려 백수로 살던 중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잘렸다는 말에 사람들은 격 없이 웃음을 흘렸다.
예전이라면 불편했을 이야기지만, 이전 직장에서의 일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과거가 되어버렸다.
“대학은 어디 나왔어요?”
아무래도 수행자들은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딱히 숨길 이유가 없어서 답할 수 있는 건 그대로 답했다.
“서울대요.”
“오올.”
물음에 답해준 것일 뿐 자랑하려고 한 말이 아니다.
솔직히 우리에게 학벌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니.
연맹이란 이름으로 모여 웃고 떠들다 보니, 우리는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원래부터 서로 안면을 트고 지낸 수행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처럼 자신의 상황을 노출 시키지 않고 폐쇄적인 자세를 취해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렇게 같은 수행자끼리 모여 편안하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각별하게 느껴질 만했다.
아직 지방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아서 향후 방향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고 있지만,
저마다 특별한 힘을 손에 넣은 만큼, 국가적으로 그만한 대우를 받길 바라고 있었다.
“제가 착각하고 있는 거면 좋겠는데.”
그때 김선아가 슬쩍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다.
“왠지 감시당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마 그녀도 직감 비슷한 스킬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고, 실소를 흘리며 답했다.
“착각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이어서 선글라스에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우리가 있는 집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손님이 온 것 같습니다.”
내 이야기와 동시에 초인종이 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현관으로 향했다.
나는 여유롭게 문을 열며 굳은 표정의 사내들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조지훈씨.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나름 무게감을 잡고 건네온 인사지만, 이쪽이 위축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생각보다 느리네요. 바로 올 줄 알았는데.”
이미 그들의 등장은 예측했던 부분.
심지어 함께 있던 수행자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들어오세요.”
나는 그들을 수행자로 가득 찬 거실에 안내했다.
덕분에 요원들이 자리에 앉으니 포위를 당한 모양새가 되었다.
“올라가 있을까요?”
태영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치 빠른 마검사 최은우가 박수를 치며 수행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자자, 우린 회장님께서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비켜드리죠.”
“괜찮은 겁니까?”
그에 수행자들은 자리를 지키는 편이 안전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나는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우르르.
10명이 넘는 수행자들이 2층에 올라가고 자리에 남은 사람은 나와 김선아뿐이었다.
“부디 인상 찡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들은 연신 굳은 표정으로 귀에 손을 얹었다.
무전기를 착용한 것을 보니, 위험할 수도 있는 공간엔 부하들만 찔러 넣고 지휘자는 뒤에서 명령만 내리는 모양이다.
조심하는 게 좋지만 참으로 한국다운 모습이 아닌가.
“일단 연맹의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방문을 예상하셨군요.”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인사치레는 됐으니, 바로 본론을 밝히라며 턱짓을 하자 3명의 국정원 요원 중 가운데 인물이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어제 있었던 중국 특수부대의 공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여러분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기 위해 협의를 했으면 합니다.”
“그 협의라는 게 우리에게 득이 된다면 못할 이유 없죠. 저는 수행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내 태도가 나쁘지 않다고 여겼는지,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일단 우리 정부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태해결을 위해 여러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려야 했다.
이유는 그가 착용하고 있는 무전기 이어폰에서 붉은 기운이 풍겨져 나와 귓속에 파고들며 입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거 참.
진실의 눈의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단 생각이 들면서도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는 정부의 태도에 짜증이 밀려왔다.
평범한 인사치레가 거짓말이라니.
그래서 자연히 그들을 향한 내 답변도 곱지 못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분이 이어폰 뒤에 숨어계십니까?”
“…….”
“제대로 이야기가 하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오세요. 어차피 근처에 계시잖아요?”
내가 팔짱을 끼며 차갑게 바라보자, 국정원 요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피 냄새가 몸에 배면서 살기를 풍기는 데 익숙해진 나다.
아무리 국정원이라 한들 나와 눈싸움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얼마 안 있어 내 시선을 피했다.
“이 상태로도 충분히 협의를 이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서로의 입장부터 확인하자는 것이니까요.”
이번엔 붉은 기운이 풍기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간 보기 외에 다른 생각은 없다는 뜻이 아닌가.
나는 김샌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딱히 나라에 혼란을 야기할 생각도 없고, 정부에 반기를 들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안심하며 일상을 이어가길 바랄 뿐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와 의논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굳이 이런 형태를 취하시지 않으셔도.”
“낙오자들을 납치해간 정부와 말입니까? 농담이죠?”
“그 부분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다시금 선명하게 풍기는 붉은 기운.
이들은 지금 대화를 하자는 건지 농담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국정원에서 이것저것 실험을 하고 있잖아요.”
“실험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우린 알 수 없는 힘을 보유한 인물들을 보호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솔직히 요즘 십수 년간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다지 정이 가지 않더라도 태어난 고향을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수시로 입만 열면 붉은 기운을 풍기는데, 어찌 신뢰하겠는가.
“그럼 그 인원들부터 해방하시죠.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는 건 그 뒤가 될 겁니다.”
그들은 내게 무엇을 바랬던 걸까?
대화를 나눌수록 관계가 틀어지는 느낌인데.
그에 국정원 요원은 작게 고개를 내저으며, 달래듯 말했다.
“솔직히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 봐야 여러분만 피곤하고 힘들어집니다. 조금은 유연하게 서로 협력을 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확실히 그건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
“아예 국정원 한 곳에 여러분을 위한 부서를 만들 생각입니다.”
“우리보고 국가 소속이 되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힘은 나라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뮤대륙을 좌지우지하는 인물들이 한국인이란 사실에 관계자 모두가 자랑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에 나는 김선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입을 꾹 닫았다.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솔직히 첫 스타트를 잘못 끊는 바람에, 여러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의 의지를 보였어야죠.”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목을 꼿꼿하게 세워 뻗대니, 좋게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쪽의 요구는 들어볼 생각도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네요?”
당연히 한국 정부에도 자신들의 입장이란 것이 있을 터.
정확한 전후 사정은 모르겠지만, 이들의 대응은 아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정부의 장단에 놀아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이건 요구가 아니라, 권고입니다. 납치해간 수행자들을 내일까지 해방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강제 집행에 들어가겠습니다.”
차가운 대답.
그러나 이에 대해 국정원 세 사람은 명백한 적의를 보였다.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그들 입장에선 내가 반란 분자로 보이는 모양이다.
솔직히 크게 다르진 않으려나?
“이대로 우리와 척을 지는 것이 이득일지. 아니면 잘못을 바로잡고 관계를 새로 정비하는 것이 나을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국정원 세 명을 돌아가라며 쫓아냈다.
“특수한 힘을 얻었다고 세상이 자신의 것이 된 것 같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이렇게 숨어 살지도 않았겠죠.”
“국가를 우습게 알다간 다칠 겁니다.”
“상대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여러분입니다.”
그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리고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부대 돌려보내세요. 제압하기 전에.”
이어서 문을 ‘쿵’ 닫은 나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저 새끼들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국정원들의 태도가 거슬렸는지, 김선아의 물음은 거칠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범위니까 괜찮아요.”
언제 격한 반응을 보였냐는 듯 여유롭게 웃음을 흘리는 내 모습에 그녀는 두 눈을 크게 꿈벅거렸다.
“정 말이 안 통하면 겁 좀 주면 되죠. 가끔은 단순한 게 효과적이거든요.”
“네?”
“여차하면 청와대 산책이라도 하고 오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