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60
26. 조건부 퀘스트 (2)
“강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건 뭐…….”
분명 시작점은 같을 터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차이 때문인지 모두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게 충격만 더해준 것 같다.
특히 쌍검을 사용하는 히로시는 누구보다 실력에 자신이 있었는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스템의 오버 어시스트라도 쓰는 건가?”
그건 히로시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에 유이란 여성은 히로시에게서 더욱 거리를 벌렸다.
분명 언어가 번역되어 들릴 텐데, 이상하게 그의 말은 알아듣기가 힘들다.
오타쿠 같은 건가?
왠지 중2병 박성과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인물이다.
두 눈을 껌뻑거린 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지도에 붉게 칠해진 아드리안 숲 중심을 가리켰다.
“준비운동은 이쯤 할까요?”
이제 서로 보여줄 건 다 보여줬으니 본격적으로 퀘스트 수행을 위해 힘을 쓰면 될 것 같다.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싸우면서도 항상 바닥 진동을 살피세요. 이상이 느껴지면 서로 자리를 피하라 알려주시고요.”
“네!”
아드리안 숲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어스웜의 존재는 이미 사전에 공지했다.
그럼에도 만약을 위해 주의사항을 다시금 고지한 나는 용병들과 수행자들을 살피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몬스터 소탕을 실시하죠. 퍼슨 경 사제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임무는 남작님을 호위하는 건데…….”
이미 호위란 단어가 무색해진 나다.
더구나 클로이가 한창 내 기사 후보들을 알아봐 주고 있는 상태인데, 그들까지 영입하게 되면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줄어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왕 영입한다면 제대로 전력이 되는 인물을 영입해야 하지 않겠는가.
유력가문의 기사단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인물들로 호위를 꾸릴 생각이다.
능력은 있으나 돈이 궁한 사람들 말이다.
그나마 익스퍼트 중급인 퍼슨은 괜찮지만, 마탑소속의 두 기사는 언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위급 시에 도망치는 능력은 소드 마스터도 혀를 내두를 정도일 겁니다. 걱정마세요.”
내 대답에 퍼슨은 뒷목을 긁적이며 어쩔 수 없단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우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늑대인간을 처치하며 앞으로 나아갔고, 수신호로 진형을 갖추라는 지시를 내리자 용병들이 4명씩 5개 팀으로 쪼개져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거리를 벌렸다.
“부디 무사하시길.”
“회장님 파이팅!”
“감사합니다.”
이어서 수행자도 4명씩 4개 팀으로 나누어졌다.
김선아와 한냐가 이동하며 내게 한마디씩 하고 다른 수행자들도 조금 전 무력검증 덕에 더욱 공손해진 태도로 인사를 건네왔다.
나와 사제, 기사들을 중심에 두고 용병과 수행자들이 넓게 반원 형태의 방어진을 꾸렸다.
이는 사제들의 힐을 수월하게 받기 위한 형태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팀을 짜봤자 제대로 싸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프리롤을 선택했다.
지도를 보면 방어진을 꾸린 우리가 붉은 영역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몬스터를 나타내는 붉은 점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지도 한쪽이 붉게 칠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 이곳에 자리를 잡기만 해도 늑대인간들이 알아서 달려들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몬스터 사냥이지 전쟁이 아닌 만큼, 그 이상 무리하게 파고들지 않았다.
‘대체 차원의 균열이 뭐길래.’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온 건진 모르겠지만, 한두 시간 싸운다고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아마도 중간중간 후퇴를 거듭하며 마력, 체력, 허기도 채워가며 싸워야 할 것이다.
-퉁!
지구전이 될 게 뻔한 만큼 수행자들은 각자 배낭에 걸어 두었던 자동 쇠뇌를 하나씩 빼 들었다.
-크엉!
신중하게 장기전을 염두 하며 싸우는 수행자들.
뒤에서 그 모습을 얌전히 지켜보던 나는 진지하게 걸음을 옮겼다.
세는 게 불가능할 만큼 엄청난 몬스터들이 집결해 있다.
적어도 3천 마리 이상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방어진을 나선 나는 창을 빙그르르 돌리며 각자 한 마리씩 침착하게 몬스터를 상대하는 동료들과 다르게 속도를 높여 적진을 향해 달렸다.
-퉁!
순식간에 몬스터 무리에 파고든 나는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거친 숨결에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금 ‘사고가속’을 사용했다.
솔직히 늑대인간들은 사고 가속이 없더라도 손쉽게 제압을 할 수 있다.
마력을 아끼기 위해서도 동료들의 틈에 끼는 것이 낫지만.
내 아공간엔 100단위가 넘는 포션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체력과 마력도 뮤대륙에선 얼마든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아마 이 정도면 반나절은 문제없이 전투를 지속할 수 있겠지.
‘경지 향상에 무아지경이 되어 보는 것도 좋다고 했지.’
어차피 이번 퀘스트는 성과에 따른 보상 지급인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더불어 보상 중, ‘안개 장막’이란 것이 있는데, 왠지 그것을 꼭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본적으로 수행자들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무력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마법과 오러는 3서클과 익스퍼트 초급을 달성한 이후로 성장이 매우 더디게 느껴진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뮤대륙인들의 기준에선 말도 안 되는 성장이며, 천재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
현재 3서클과 익스퍼트 초급에 머물고 있는 1회차 수행자들은 스킬에 따른 전투력 고저가 있지만, 개개인의 능력치는 오차범위 내.
그나마 히로시가 준수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코 지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정말 대단해.”
김선아는 늑대인간의 전투 패턴이 익숙해지면서 제법 능숙하게 사냥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쾅! 콰직! 투투투투퉁!
하지만 그녀는 어딘가에 시선을 빼앗겨 계속 위험한 상황에 연출했다.
이번에도 늑대인간 한 마리를 해치우고 버릇처럼 시선을 돌린 곳엔 한 사람이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창이 출두하면 어김없이 몬스터의 얼굴이나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창을 크게 횡으로 휘두르면 묘기처럼 목이 떨어져 나갔다.
한 마리가 자신을 희생해 가슴에 박힌 창을 움켜쥐자 지훈은 미련 없이 창을 놓고 마법을 무기처럼 휘두드며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콰아앙!
하늘 높이 뛰어오르자 파이어볼이 폭격처럼 지상을 강타하고, 매캐한 연기를 밀어내며 착지한 그의 손에 푸른 불꽃이 일렁이며 창이 재소환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난전.
-쾅! 쾅!
아마 수행자와 용병들이 처치하는 것과 지훈이 혼자 처치하는 몬스터의 수가 비등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압도적인 전투였다.
“마검사는 다 저런 걸까요?”
김선아와 같은 팀을 짠 창수의 의문에 김선아는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분명 마법과 오러를 동시에 다룬다는 것은 대단하다.
더구나 두 개가 모두 정규기사와 마법사 수준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마법과 오러를 동시에 다룬다고 저런 싸움이 가능할까?
전력으로 내질러지는 일격은 자신들도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녔지만, 문제는 그것을 운용하고 컨트롤하는 능력의 차이가 컸다.
지훈의 모든 움직임은 물 흐르듯 공격으로 이어진다.
회피도 다른 몬스터를 공격하는 것으로 피하고.
한발 빠른 움직임으로 사전에 공격 자체를 차단하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늑대인간들이 공격 일변도인 지훈을 제대로 때리지 못하고 계속 헛손질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죽기 위해 달려드는 것처럼 말이다.
“스킬일까요?”
“글쎄요. 원래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받은 싸움꾼일지도 모르죠.”
“저건 재능을 논할 수준이 아닌데요.”
“이유야 어쨌든 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수행자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잘되지 않았습니까. 우린 같은 편이니까요.”
분명 지훈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눈으로 좇기에 부담 없는 속도인데, 마치 잘 짜여진 안무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미스 없이 몬스터를 학살했다.
만약 지훈에게 달려드는 것이 몬스터가 아닌 자신이라면?
수행자들은 괜한 상상에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김선아의 말대로 그는 아군이자, 자신들을 이끌어줄 리더였으니 말이다.
오히려 여기선 든든하다며 기분 좋게 여겨야 할 부분이었다.
***
‘슬롯 1번, 2번.’
일상생활에서도 사고 가속을 사용하며 적응훈련을 한 덕분에 장시간의 스킬 사용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구토감과 두통은 익숙해졌다고 해도 완전히 고통이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물약빨로 버티며 적을 공격했다.
-쿠쿠쿵!
땅을 뚫고 나와 위협적으로 거대한 몸을 세우는 어스웜.
분명 위협적인 모습이지만, 이미 녀석의 몸은 넝마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나는 칠성장어를 연상케 하는 아가리를 향해 마력을 쏟아부어 파이어볼을 난사했다.
어스웜은 화기에 약한데, 입을 벌렸다 하면 백발백중 파이어 볼이 날아드니 녀석도 미칠 노릇일 거다.
결국, 어스웜이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기 위해 땅속으로 머리를 처박으려 했으나, 그때마다 폭발이 발생해 녀석을 밀어냈다.
-키에에에엑!
당혹스러운 상황에 어스웜이 포효를 길게 내질렀다.
“그냥 좀 뒈져라.”
두 다리로 힘껏 땅을 디딘 나는 온몸을 비틀며 창을 던졌다.
스트롱 마법과 패스트 마법에 육체능력을 향상 시키고 오러와 관통스킬이 더해진 창 앞에, 가속과 불 속성 부여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치 과녁을 관통하는 것처럼 두 개의 마법진을 뚫고 나아간 창은 위협적인 빛을 내 뿜었으며, 직선에 가깝게 몸을 펼친 어스웜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쿵! 쿵! 쿵!
좀비처럼 발작하듯 몸을 들썩이는 어스웜.
더불어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콰아앙!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기름 주머니에 창이 틀어박혔는지, 커다란 폭음과 함께 어스웜의 옆구리가 터져나갔다.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내장을 쏟아낸 녀석이 쓰러지고 주변에서 나를 백업하던 수행자와 용병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회장님!”
몽롱한 정신을 애써 움켜쥐며 마주 달려오는 김선아에게 어깨동무한 나는 깨끗해진 지도를 보고 나서야 전투가 끝났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기계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적을 처치하고 또 처치하다 보니, 싸움이 끝났는지도 몰랐다.
“휴, 지치네요.”
“그야 당연하죠. 5시간을 쉬지 않고 싸우셨는데요.”
주변을 둘러보니 나를 바라보는 수행자들의 시선은 더없이 따뜻했으며, 용병들은 완전히 내게 매료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건부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압도적인 위용, 영웅적인 행보. 모든 능력치가 2 향상됩니다.]
[조건부 퀘스트 성과 100% 달성. 예정 위치에 웨이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성과에 따라 상급 보상카드 1장이 지급됩니다. 지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성과 보상으로 안개 장막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안개 장막 / 액티브 / LV- / 히든(중)]
-200m
***
200m 크기의 안개 장막을 생성한다.
-안개 장막의 내부는 뮤대륙과 같은 환경을 띄며 지구에서 사용할 경우, 지도기능을 포함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다.
-안개 장막 내부에선 전자회로가 포함된 장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수행자가 생성한 안개 장막에선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안개 장막은 스킬이 해제되지 않는 이상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친절한 스킬 설명.
두 번째 히든 스킬이자, 현실에서 내 능력치를 적극활용 할 수 있는 보물의 등장이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안개를 임의로 생성할 수 있는 스킬이라니.
“음?”
또한 스킬도 스킬이지만 무아지경 속에 싸우다 보니, 오러와 마법을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잘하면 머지않아 다음 경지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절로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비비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디 안 좋으십니까?”
걱정 가득한 김선아의 물음.
친밀도를 확인할 순 없지만, 이번 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더욱 강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눈빛을 보내는 게 그녀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정신 차려보니, 무슬림인 한냐도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
27. 수행자 연맹
조건부 퀘스트 외에 일반 퀘스트도 같이 수행하면 좋으련만, 일반은 조건부가 완료된 다음에야 새롭게 부여됐다.
그 내용은 어스웜 3마리 처치.
만약 퀘스트가 진작에 나왔다면 한 번에 클리어할 수 있었겠지만, 이전과 달리 내용이 중복되는 퀘스트는 동시에 부여되지 않는 모양이다.
요즘 계속 4장 이상의 보상카드를 얻다 보니 딸랑 한 장의 보상카드만 손에 쥐어진 게 살짝 아쉬웠다.
[상급 보상]
‘양보단 질이란 건가?’
하지만 달랑 한 장이긴 해도 처음 만져보는 상급 보상카드에 아쉬움을 떨쳐냈다.
최상급 보상카드에서 얻은 사고가속은 내 전투력을 월등히 끌어 올려주는 주력 스킬이 되었다.
만약 상급 보상카드에서 그에 준하는 보상이 나온다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스킬 나와라.”
어스웜 퀘스트도 겨우 중급으로 분류가 되는 만큼, 평범한 경로로 상급 퀘스트를 얻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스킬이든 뭐든 전투에 직접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나오길 기대했다.
‘운 수치 33의 힘을 보여줘!’
나는 카드를 들어 올리며 비장하게 사용을 외쳤고, 푸른 빛과 붉은 빛이 뒤섞인 화려한 이팩트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패시브 스킬 진실의 눈을 획득했습니다.]
“진실의 눈?”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 상급 보상카드에서 발생한 빛이 내 눈에 스며들고.
“크윽!”
마치 인두로 눈을 후벼 파는 듯한 격통이 밀려왔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억누른 나는 필사적으로 힐을 캐스팅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통증이 가시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이번에도 스킬이 보상으로 나왔다.’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상급 이상 스킬들은 왜 이렇게 고통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
양손으로 마사지를 하듯 눈을 감싸고 있던 나는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자 안도하며 주변을 살폈다.
진실의 눈.
이름만 봐선 진실 거짓을 판별하는 눈이라 생각되는데, 어떤식으로 스킬이 적용되는 건지 딱히 바뀐 무언가를 느낄 수 없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거울에 다가간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나는 여자다.”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내 모습에선 아무런 변화가 없다.
사람에게 직접 확인해봐야 하는 걸까?
“어머니!”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찾아 거짓말을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영문 모를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머니.
그러나 큰 고민 없이 내 부탁에 응해주셨다.
결과 거짓말을 하면 붉은 기운이 은은하게 퍼지고, 진실을 이야기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스킬의 작동 원리는 알아챘지만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쁘진 않은데, 이게 과연 상급보상에 어울리는 스킬이라 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수긍했다.
‘분명 좋은 스킬이다.’
이걸로 절대 눈앞에서 배신을 당할 일이 없어졌으며, 유도심문을 통해 상대가 숨기려는 진실에 접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괜한 함정에 걸릴 일도 없을 테니, 협상과 생존, 어느 쪽이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마침 오늘 미국과 협상이 잡혀 있고, 한국 정부와도 접촉을 시도할 예정인 만큼 시기적절하게 얻은 베스트 스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