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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54화 (54/247)

# 54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54

24. 미국과의 접촉 (1)

클로이에게 물어본 결과, 수행자가 수행자의 스승을 자처하는 경우는 나 이외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른 수행자를 성장시키라는 퀘스트를 얻기 위해선 해당 수행자가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 최소 조건은 중급의 오러 익스퍼트, 또는 4서클 마법사가 아닐까란 예상을 해볼 수 있는데.

고든이 4서클 마법사인 것처럼, 수행자들과 사제의 연을 맺고 있는 뮤대륙의 원주민들이 모두가 그 정도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3서클에 초급 익스퍼트의 흔치 않은 듀얼클래스라서 그 기준을 충족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스승이면 자연히 두 사람도 마창사 또는 마검사의 길을 걷는 건가 싶었는데, 태영과 사치코는 검사와 마법사로 확실하게 분류가 되었다.

초반에 삐걱거리긴 했어도 내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태영과 사치코의 퀘스트 진행 속도는 2회차 수행자 중 가장 빨랐다.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1서클을 만든 마법사가 사치코인 것을 보면 말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회차 수행자가 1000명이나 되다 보니, 별다른 지원이 없음에도 두 사람에 버금가는 성장세를 보이는 괴물들이 있다.

지금은 예의 주시하고 있긴 한데, 그중 한 명의 전투 방식과 행동 방식이 나와 너무 흡사해서 당혹스러울 정도다.

더구나 그의 국적도 한국.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군대를 갔다 와서일까?

아니면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는 특유의 노가다 근성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신만이 알고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성장세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유독 눈에 띄었다.

그래서 태영을 중심으로 아예 한국인들의 클랜을 만들어 볼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아직은 그냥 계획일 뿐이지만, 이제 23일 차를 맞이하게 된 태영은 내 말이라면 어떤 불합리한 일이라도 해낼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허세 스킬의 영향인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친밀도가 걸린 퀘스트의 영향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크엉!

바보처럼 뒤를 내주다니, 전투 중에 너무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위협적인 외침에 나는 창대를 뒤로 강하게 찔러 넣었다.

-컹!

일반인의 범주를 가볍게 넘어선 순발력과 근력이 더해져 한발 빠르게 뒤를 노린 괴물의 턱에 창대가 틀어박혔다.

그에 뒤를 덮친 늑대인간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 잠깐의 딜레이는 생사를 건 전투에서 아주 긴 시간이다.

나는 목을 노리며 날아드는 단검과도 같은 손톱을 피하며, 녀석의 발을 걷어찼다.

-쿠당탕탕!

관성에 의해 앞으로 고꾸라진 늑대인간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얼굴을 긁고.

녀석이 일어서기도 전에 불의 화살이 뒤통수에 틀어박혔다.

마치 사고 가속 스킬이라도 쓴듯한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망설임 없는 대처.

이런 전투 방식은 ‘신의 가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루에 단 한 번, 자동방어 효과를 부여하는 ‘신의 가호’는 전투에서 크나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덕분에 자동방어 기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선 대담한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것이 노스티어 창술과 어우러지면서 근접 전투 능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호위 기사들은 따라 하지 못할 대담한 묘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드리안 숲 늑대인간 [55/100]]

주변에 쓰러진 늑대인간의 수는 여섯 마리.

이제 퀘스트는 카라스 마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드리안 시 근방에서 발생한다.

게임을 진행하듯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수행하여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에 맞는 사냥터를 찾아 이동하게 되는 모양이다.

“도축.”

-팟!

하지만 내가 아드리안 시에서 하는 일이 많아지자 태영과 사치코의 수행을 돕기가 힘들어지고 마법을 연구하기 위해 고든을 내 사정에 맞춰 이동시켜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큰 마음을 먹고 카라스 마을에 아드리안 시와 통하는 간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했다.

필요 아티팩트의 값이 워낙 비싸서 공사비용이 무려 백금화 120개에 달했다.

그런데 돈도 돈이지만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를 위해선 영주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아드리안 백작의 허가를 받는 것이 꽤나 힘들었다.

아무리 외곽마을이라 해도 타인에 의해 영지에 새로운 텔레포트 게이트가 생기는 것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

그래서 허가를 위해 적지 않은 백금화와 각종 사치품을 가져다 바쳐야 했다.

사치코와 태영은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나에게 수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이 정도의 돈을 들이는 것은 다른 수행자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거야 원, 저희가 필요할까 싶군요.”

“안전장치인 셈이죠. 호위분들이 나서지 않는 상황이 제겐 베스트입니다. 여러분이 나서야 할 땐 그만큼 위험하단 뜻이니까요.”

현실이 6월5일, 뮤대륙 체류 기간으론 125일 차.

버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었던 게 벌써 2주일 전의 일이다.

그사이 나는 아드리안 시에서 퀘스트를 두 개 더 완료했었는데, 그건 바로 덩치가 곰 만한 다이어울프 100마리 사냥과 아울베어 100마리 사냥이었다.

이 두 퀘스트의 특징은 짐승의 민첩성을 기본으로 한 유기적인 집단과 전투를 행해야 한다는 것.

개체별 능력치는 리자드맨 수준이지만, 역시 난이도는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나는 아드리안에 오고부터 용병들을 고용치 않고 혼자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스로를 몰아붙여 정체된 성장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더불어 전투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비록 전투 시간이 훨씬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이미 저희보다 충분히 강하신데, 남작님께서 위급한 상황이면 저희 목숨은 끝일 겁니다.”

엄살을 떨어대는 마탑의 기사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내 오러 스승 퍼슨.

“그땐 다 같이 도망쳐야죠.”

나는 낮은 웃음을 흘리며 더욱 숲속 깊이 발걸음을 옮겼다.

“수행자란 참 불편한 것 같습니다. 귀족이 되신 데다가 이대로 순조롭게 시간이 지난다면 대귀족들도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을 지니게 되실 텐데, 몬스터 사냥을 위해 숲속을 뒤져야 한다니요.”

이젠 그들도 수행자란 존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나는 지도를 살피며 거의 반사적으로 답을 했다.

“이건 제 욕심 때문입니다. 이 상태로 시간을 보내도 상관은 없거든요.”

“그렇습니까?”

“이왕 마창사가 되었으니 대마법사이자 오러마스터가 되어 보고 싶고, 상업에 뛰어들었으니 최고의 부자가 되어 보고 싶은 겁니다.”

문제는 하나에만 매진해도 성공하기 힘든데, 어째서인지 나는 무엇하나 누구에게 밀리지않고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 4서클의 단서를 발견하게 되면서 한 단계 높은 경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상태다.

“욕심이라기보다 남작님의 입장이라면 누구나가 그 상황을 꿈꿀 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만한 행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너무 당연한 말.

그래서 나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좋게 말하면 올라운더 포지션이고, 포장 없이 말하면 잡캐인 것이다.

-크륵!

나는 눈에 보이는 몬스터라면 퀘스트와 관련이 없어도 무조건 처치했다.

어쩌면 나는 게임을 하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몬스터를 모두 죽이고 지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드리안 숲 늑대인간 [82/100]]

그렇게 얼마나 몬스터 토벌에 열을 올렸을까.

무아지경이 되어 마법을 사용하고 창을 휘두르던 내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타앙!

뜨겁게 달아오른 가슴을 차갑게 식히는 충격음.

날카로우면서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소음은 대한민국 성인 남성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다.

‘총격?’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총을 뮤대륙으로 반입하기 위해선 공용 아공간을 써야 할 텐데, 테스트 기간이 끝나고 입장했던 대기실에서 공용 아공간을 산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뭐죠?”

“저쪽 방향인데요.”

그래서 단순히 착각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타타타탕!

-콰앙!

난잡하게 울려 퍼지는 굉음이 미간을 절로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소리의 근원을 향해 내달렸다.

기사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내 뒤를 쫓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장소는.

-콰아아앙!

말 그대로 전쟁터를 연상시켰다.

늑대인간들에게 둘러싸인 8명의 사람.

케일론 왕국 인이 황인종인 것처럼 뮤대륙에도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는데, 그 무리는 통일성 없이 황인, 백인, 흑인이 다양하게 섞여 있었다.

통일성을 갖춘 것이라면 특이한 복장과 장비뿐이었다.

“슈엔다르크 인인가?”

슈엔다르크는 미드랜드 중앙에 위치한 국가로서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사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그래서 퍼슨이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처음 보는 무기를 쓰는데?”

“위력들이 엄청나, 저렇게 아티팩트로 떡칠을 한 부대를 운용하는 국가가 있던가?”

“용병인 거 아닐까요?”

“용병이 저런 장비를 어떻게 운용하겠어.”

“남작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작님?”

그런데 나는 이들의 추리에도 늑대인간들과 혈투를 벌이는 무리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누가 봐도 소총이었으며, 헬멧에 방탄조끼까지 갖춰 입은 현대의 군인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어서 오른쪽 어깨에 좌우가 뒤집힌 성조기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미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나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그 군대를 바라보아야 했다.

“남작님!”

“아, 네.”

퍼슨이 내 어깨를 잡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분전하고 있는 미군을 보며 말했다.

“일단 지켜보죠. 늑대인간에게 당할 것 같진 않군요.”

“알겠습니다.”

늑대인간이 아무리 빠르고 강력하다 한들 탄막을 뚫고 들어가 군인들에게 피해를 주긴 힘들어 보였다.

‘마력이 안 느껴져. 수행자가 아니야.’

수행자가 아닌 인간이 이곳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침착하게 몬스터에 맞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우연히 떨어졌다는 분위기가 아니다.

총기로 무장한 군인의 숫자는 총 8명.

2명은 기관총을 사용했으며, 나머지 여섯 명은 유탄발사기가 장착된 소총을 사용했다.

보통 유탄발사기 분대에서 한두 명에게 배치가 되는데, 일부러 화력을 늘린 듯한 모습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민첩함이 강점인 늑대인간도 현대 무기 앞에선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래지 않아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빠르게 가방에서 카메라로 보이는 물건을 꺼내 주변을 촬영했는데, 하나하나 수동으로 작동하는 것이 기계식 카메라로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를 뜯어 필름을 살핀 병사가 고개를 내젓자 더 이상 촬영은 이어지지 않았다.

거기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 그들은 안개의 특성에 대해 알고 있고 그래서 저런 장비를 준비했지만 정상적으로 사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들은 이곳이 안개 속이라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안개를 통해 이곳에 다다른 걸까?

“어? 남작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는 입술을 깨물고는 스킬로 얼굴을 변형시킨 후 수풀을 벗어났다.

“대장!”

“꼼짝 마! 움직이면 공격한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외쳤는데, 마치 뮤대륙의 언어가 번역되어 들리는 것처럼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당신들 미군 맞죠?”

내 물음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는 거야?”

그런데 나는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으나, 그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어서 내 뒤로 기사들 세 명이 흉흉한 표정으로 다가오자 그들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

“아무래도 공격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무장하고 있잖아. 냉병기라고 무시하면 안 돼. 이곳은 특수한 힘이 존재하는 세상이라고.”

역시 그들은 이곳이 뮤대륙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국은 지구에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과 수행자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고, 내가 모르는 어떠한 방법을 활용해 뮤대륙에 이들을 보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제스쳐와 함께, 매직펜이란 마법을 이용해 허공에 글자를 썼다.

[Hello.]

그에 군인들은 기겁하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수행자인가 봐요!”

“그런데 왜 문자는 쓰면서 대화는 안 통하는 거야?”

수행자에게 대화는 기본적으로 자동번역이 되고.

문자는 지식으로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

아마도 그들은 정상적인 수행자가 아니라서 이런 기본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Yes. I am from earth.]

지구인이 맞다는 말에 미군의 반응이 격해졌다.

이어서 그들은 반가움을 표하며 자신들은 탐색을 위해 파견을 온 미군임을 밝혔고, 내게 탐색을 도와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했다.

그래서 나도 합당한 정보를 제공받는다면 못 도와줄 게 없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그들은 꽤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대충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관계가 틀어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과연 이게 잘하는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 어어! 대, 대장!”

대화를 잘 나누던 그들이 나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고,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뒷걸음질을 쳤다.

‘왜 이러지? 내가 뭘 했다고.’

갑자기 왜들 이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그의 총구가 우리에게 겨눠지는 것 아니겠는가.

덕분에 나 또한 뒤로 물러나며 창을 움켜쥐었고, 기사들도 자신들의 무기에 손을 얹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며 문자를 썼지만, 마치 괴물 바라보듯이 노려보는 미군들의 표정에선 짙은 공포심이 느껴졌다.

-타앙!

그리고 기어코 한 군인이 총을 발포하고 말았다.

-팅!

나는 반사적으로 창을 이용해 그 총알을 쳐냈다.

총알을 냉병기로 쳐내다니, 스스로도 믿기 힘든 묘기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현대화된 장비로 무장한 군인들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것.

자연히 내 표정도 찌푸려지고 기사들의 눈빛에 살기가 깃들었다.

그래도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실드를 펼치며 ‘지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대체 왜 태도가 바뀌었나’등 필담을 시도했지만,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다.

마치 미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죽여어어!”

그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티티티티팅.

그러나 실드 마법에 가로막혀 단 한발도 우리에게 닿지 못했다.

2서클의 실드는 3서클 이상의 마법이나, 오러에 취약한 주제에 물리력엔 상당한 방어력을 보여주었다.

-철컥.

그런데 아무리 물리력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해도 2서클의 방어막으론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총알이 통하지 않자 그들은 직선으로 유탄을 발사했고, 혀를 찬 나는 ‘사고 가속’ 스킬을 사용했다.

-지잉

순식간에 주변의 흐름이 느려지고, 나는 매직 미사일로 유탄을 하나하나 요격했다.

-콰콰콰콰쾅!

거의 동시에 6발의 유탄이 폭발했다.

“아아악!”

몇몇 군인이 폭발에 휩쓸렸지만, 거리가 가까워서 어쩔 수 없었다.

이어서 바인드 마법으로 그들을 포박하면서 손쉽게 군인들을 무력화시킨 나는 사고 가속을 유지한 채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신 차려!”

나는 정신 차리라며 부대의 리더의 면상에 주먹을 꽂았다.

그러나 녀석들의 반응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그들의 무기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단검 16개, 권총 8정, 기관총 2정, 유탄발사기가 결합 된 소총 6정.

수류탄 40발을 비롯한 수천 발의 탄환까지.

압수라는 명목으로 전부 아공간에 때려 박았다.

그리고 사고가속을 끊으며, 미쳐서 바닥을 기는 미군들을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걸 어찌 처리해야 할지.

“남작님! 피하십시오!”

하지만 나의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걸까?

느닷없이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이 울리더니.

-크워어어억!

거대한 아가리를 가진 어스웜이 솟구쳐 오르며 미군 8명을 한입에 삼켜 버렸다.

우리는 무사히 자리를 피했지만 미쳐 그들을 챙길 수가 없었다.

이어서 다시금 땅이 울리며 어스웜이 튀어나올 기미가 보이자.

-드드드드!

“쯧, 이동하죠.”

나는 길게 고민할 것 없이 도주를 선택했다.

어스웜은 오우거 상위에 위치하는 강력한 몬스터.

잡아먹힌 미군의 존재가 걸리지만, 죽었을 게 뻔한 이들을 위해 강적과 싸워줄 만큼 인정이 넘치는 인물이 아니다.

뭐니 뭐니해도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니까.

“후우, 후우. 여긴 안전할 것 같습니다.”

한참을 달려 암석지대에 도착한 우린 숨을 고르며 물을 나눠 마셨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보며 생각했다.

‘대체 뭐였던 거냐.’

또 미국은 뭘 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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