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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52화 (52/247)

# 52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52

23. 새싹 자르기 (1)

-끼기기긱!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풀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의자에서 위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박성은 이를 악물며 힘을 줬다.

“끄으!”

하지만 결국 거기까지.

“익!”

아무리 마력방출이 있다고 해도 박성은 50일 차를 넘기지 못한 수행자였다.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장사라 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지녔지만, 목재도 아닌 금속 재질의 의자가 이 정도로 뜯길 리가 없었다.

-철컥! 철컥!

“씨발! 뭐냐고 진짜!”

점차 박성의 얼굴에 공포심이 어리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하실의 문이 덜컥 열렸다.

“진짜군. 진짜 특수한 힘을 사용하고 있어.”

그리고 들어선 인물은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쓴 말끔한 정장 차림의 사내였다.

지하실에 검은 선글라스라니.

앞이 보이기는 하는 걸까란 의문을 표했던 박성은 고개를 내저으며 소리쳤다.

“당신 뭐야!? 이거 안 풀어!?”

“머리가 나쁘다곤 생각했는데, 이렇게 머저리일 줄이야.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나?”

상대의 조롱에 박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핏!

그때.

방심하고 있던 정장 사내의 발밑에서 작은 물줄기가 생성되더니, 화살처럼 쏘아졌다.

“어이쿠!”

하지만 그 공격은 재빠른 회피 동작에 명중하지 못했다.

“당신 정돈 묶인 상태로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어. 좋은 말할 때 풀어.”

“일부러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 유인한 거고만?”

박성은 차갑게 눈을 빛내며 물 화살을 띄웠다.

그러나 정장 차림의 사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코웃음을 치며 박성의 가슴을 가리켰다.

“어?”

언제부터 붙어 있던 걸까?

박성의 가슴엔 이상한 것이 덜렁거리며 붙어 있었는데, 그게 어떤 용도의 물건인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역시 머저리야.”

그건 바로 마취탄.

어느새 빼 든 건지 볼펜 크기의 검은색 원통형 물건이 사내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마도 그게 발사체일 터.

“씨발. 개나 소나 날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 따윈 간파하고 있다는 듯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는 사내의 모습에 열불이 나지만, 이 이상 박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스르륵.

깨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정신이 몽롱해져 간다.

약 기운에 취해 고개를 떨군 그는 차라리 눈을 떴을 때 뮤대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존재가 될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었다.

“몇 명…….”

“……네 명……. 아직 소재가…….”

정신을 완전히 잃기 전 정장 사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정신이 온전치 못해 제대로 들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

-똑똑

“지훈아. 엄마 아빠 출근한다.”

보상카드를 모두 개봉하고 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노크 소리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8:10]

일어나고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나는 얼른 차 키를 챙겼다.

동시에 잠옷 형태를 하고 있던 트랜스폼 슈트는 외출복으로 바뀌고, 방문 손잡이를 잡으며 클린 마법을 사용했다.

“언제 씻었니?”

덕분에 어머니는 말끔한 내 모습을 보며 물었으나 대충 얼버무린 나는 미소 지었다.

“한동안은 제가 차로 출퇴근시켜드릴게요.”

“뭐? 에이, 안 그래도 돼.”

어머니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으셨지만, 표정은 내심 바라시는 눈치였다.

“어차피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잖아요.”

“그럼, 그럴까?”

그리고 못 이기는 척 제안을 받아들인 어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버지에게 내가 출근시켜준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나야 좋지.”

그렇게 두 분을 모시고 차고로 향하니, 레인지로버와 기름을 아낀다고 거의 타고 다니지 않으신 아버지의 오래된 국산 중형차가 눈에 띄었다.

“아마 이번 주 중으로 새 차가 또 올 거예요. 그럼 아버지가 이 차 끄세요.”

레인지로버는 오프로드로도 유명하지만, 솔직히 도심에 최적화된 SUV란 느낌이다.

하지만 추가로 구매한 벤C G500 4X4는 완전한 오프로드 차량으로 차체가 높고 타이어도 커서 아버지가 몰기엔 부담스런 녀석이었다.

“있을 때 아껴야지. 너무 낭비하는 거 아니냐?”

“걱정하실 정돈 아니에요.”

“하긴, 너라면 잘하겠지.”

그러면서 나중에 내리는 어머니께서 내 조수석에 앉으시고, 먼저 내리시는 아버지가 뒷좌석에 앉았다.

아버지는 신도림, 어머니께선 구로에서 근무하신다.

두 분이 직장이 가까우셔서 시간이 맞으면 이렇게 함께 출근하시는데, 어머니가 조금 더 여유 있는 편이셔서 신도림부터 들리기로 했다.

“괜히 회사에서 조금 더 일해달라고 해도 흔들리시면 안 돼요.”

“알았어.”

어머니는 지금의 생활과 그에 따른 상황 자체가 좋으신지 요즘 항상 싱글벙글 웃음을 달고 사신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도 부쩍 웃음기가 많아지셨는데, 아마도 나 때문일 것이다.

잠시 후, 도착한 신도림.

“어? 조 차장. 좋은 차 타고 오네?”

“아들이 퇴사할 때까진 직접 출퇴근시켜 준다고 하네요.”

“퇴사 사유가 아들의 성공 때문이라 해서 장난인 줄 알았는데.”

“왜 그런 거로 장난치겠습니까. 아들이 저 차를 저에게 준답니다. 자긴 국내에 출시 안 된 5억짜리 벤C를 직수입으로 샀다고요.”

“허, 자식이 서울대 출신이란 소린 들었지만 대단하네. 어떻게 돈 번 거야?”

얼굴이 화끈거리는 노골적인 자랑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었다.

항상 겸손한 아버지에게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참 주책이야.”

어머니께선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황당하단 반응을 보이셨지만.

“자자, 여기 우리 잘난 아들.”

“아, 안녕하세요.”

“어머, 인물 훤하네.”

“우리 아들이 돈은 먹고살 만큼 충분히 벌어놨으니 나하고 그이한테 직장부터 관두라고 하더라고.”

애석하게도 어머니는 더하면 더하셨지 덜하지 않았다.

얼떨결에 아주머니들에게 붙잡혀 호구조사를 당한 나는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계속 실소를 흘려야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었는데, 모처럼 가식 없는 웃음을 흘릴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을 가식으로 대하는 일이 많다 보니, 가끔 지금 내가 연기를 하는 건지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굉장히 소중하고 즐겁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김인식: 야, 교수가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말란다 ㅋㅋ]

[김정우: 아 ㅅㅂ 나 그냥 튈까? 개새끼들이 퇴사한다고 하니까 엿 먹으란 식으로 일감 존나 몰아주네. 나 오늘 제대로 점심도 못 먹었다. 완전 왕따 됨.]

[김인식: 미친놈들 아냐? 그냥 튀어!]

[김정우: 그래! 내가 이딴 양아치짓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안 되겠네 개새끼들.]

[김인식: 그럼 내일부터 지훈이네 집으로 출근이다!]

집에 도착한 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나는 다시금 소리 내어 웃었다.

***

23. 새싹 자르기

“갑자기 초대해 주셔서 놀랐습니다.”

아드리안 시에서 조든 크리스 상회의 거점으로 사용되고 있는 저택을 방문한 김선아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나를 응시했다.

“돈은 도움이 되셨습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크게 오버액션을 취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덕분에 클랜 전체의 장비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지훈 님께 진심으로 감사해 하고 있죠.”

“마음에 들어 하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씩 자금적인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저희야 감사하지만, 너무 무리하시는 건 아니신지.”

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듣기로 김선아는 백금화 100개를 지원받으면서 정해진 리더가 없던 클랜의 클랜장으로 추대되었다고 한다.

돈으로 리더를 정하는 게 속물 같지만, 지금까지 클랜을 위한 성과를 낸 사람이 그녀가 유일했기에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굉장히 만족스런 상황이다.

“실은 선아씨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와달라고 했습니다.”

부탁이란 말에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웬만한 것이라면 무조건 들어주겠다는 의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제가 이번에 남작위를 하사받았거든요.”

“네?”

뮤대륙에서 100일이 넘는 기간을 생활한 수행자라면 이 세계의 귀족이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같은 수행자인 내가 작위 귀족이 되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경악했고, 이어진 말에는 크게 당황했다.

“남작은 기사를 서임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선아 씨에게 저의 첫번째 기사가 되어달란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어, 어? 네?”

똑 부러진다고 생각했던 김선아의 표정이 바보 같아졌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지켜보았고, 얼마 후 놀란 감정을 추스른 그녀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제게 기사 작위를 주신다는 뜻이죠?”

“그렇습니다.”

단호한 대답에 김선아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뜨거워졌다.

“왜 이렇게 저를 특별 대우하시는 건가요.”

“수행자 중에 저를 가장 잘 이해해주시는 분이 아닙니까. 그에 따른 호의라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녀의 마음이지만,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대충 예상이 된다.

애초에 내가 자신을 특별히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이런 귀찮은 짓을 한 거였으니.

기사를 수행자로 채울 생각은 없었지만, 확실하게 그녀를 내게 구속시킬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 생각한다.

“케일론 왕국의 기사 작위로 로엘제국에서 자유 기사 자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양국에서 통용되는 고급 신분을 얻게 되죠. 클랜 운영에 충분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이중국적자가 되어버리지만, 지금의 뮤대륙에선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중국적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예상대로 그녀는 크게 감명하며 내 제안을 덮썩 받아들였다.

“딱딱하게 주군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클랜의 방향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이 정도면 트루스 클랜을 뒤에서 조종하는 게 나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참,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요?”

“원랜 매일 현실에서 박성을 포함한 멤버들과 메신저를 주고받았거든요.”

박성의 이야기에 내 미간이 좁혀지자 그녀는 괜히 오해하지 말라는 듯 크게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했다.

“지훈 님의 말씀을 받아들여서 앞으로 현실에선 만날 생각이 없습니다. 애초에 메신저도 정해진 시간에 PC방에서 VPN을 돌려서 접속하거든요. 물론 신상정보를 기입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었고요.”

역시 그녀 딴엔 나름 조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완벽할까?

“그래서 이상한 일이라뇨?”

“어제, 예정된 시간에 접속한 인원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기 좋아하는 박성도 없었고요.”

“그게 이상하다 여겨질 일인가요?”

“하루에 한 번 메신저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저희끼리 정한 규칙입니다. 더구나 박성은 가장 열성적이었던 만큼 이런 경우가 없었고요.”

“음…….”

“그런데 접속을 안 한 사람들 대부분이 원래부터 박성과 활동하던 낙오팀입니다.”

하긴 박성 패밀리는 원래 뮤대륙에서 죽은 사람들로만 이뤄져 있었지.

즉, 뮤대륙에서 만나 볼 수도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네 가지다.

1. 귀찮아서 접속을 안 함.

2. 개인의 사정으로 접속을 못 함.

3. 박성의 중2병이 돋아서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음.

4. 예정된 대로 납치를 당해 인체 실험을 받는 중.

4번은 최악의 상황.

어쩌면 나중에 김선아에게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2번을 강하게 믿고 싶었지만, 결과는 본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죠. 최악의 경우 그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몸을 사리는 것 밖에요.”

“그렇죠.”

김선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몸조심하시고. 개인적으로 현실에서 다른 드림워커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순순히 내 말에 따르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다.

우리는 애써 박성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베르트 남작님, 너무 기다리게 하시는 거 아닌가요?”

“어? 클로이님?”

이후 그녀는 클랜원들을 통해 얻게 되는 미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언제부터 거깄던 건지, 응접실 입구 쪽에 어깨를 기댄 클로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혹시 저번에 말씀하신 계약 때문에 찾아오신 겁니까?”

한 번도 클로이쪽에서 나를 찾아온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 길드에게 내게 제안했던 독점 계약을 떠올린 나는 어색하게 그녀를 맞이했고, 느긋하게 내게 다가온 클로이의 시선이 김선아에 향한다.

“에이, 우리가 일적으로만 만나는 사인가요?”

일적으로만 만났잖아?

나는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 멀뚱히 눈을 껌벅거렸다.

“남작님께서 이런 스타일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셔서 머리를 묶어 봤답니다. 어떤가요?”

현대인인 내가 봐도 촌스럽지 않은 머리스타일.

개인적으로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선 훨씬 보기 좋았다.

“잘 어울리네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선객이 있으셨군요?”

정보길드의 그녀가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

두 여성이 서로를 훑는 눈빛에서 스파크가 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또 찾아와도 될까요?”

“물론이죠. 언제든 환영입니다.”

하지만 두 여성의 눈싸움은 길지 않았다.

내 시선을 의식한 건지, 김선아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클로이는 응접실을 나서는 김선아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저 여자, 남작님께 흠뻑 빠졌군요.”

어느 정도 그렇게 유도한 것도 있지.

어깨를 으쓱인 나는 클로이를 자리로 안내했다.

“하긴 능력 있는 사람에겐 이성이 따르게 마련이죠.”

내가 무슨 용건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클로이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오늘부로 지훈 님의 개인 정보원으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계약 안 했는데?

물론 그들과 몇 개 상품을 독점계약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기껏해야 심부름꾼 정도를 예상했던 전담 정보원에 설마 그녀가 배치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1급 정보원이란 존재가 어느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흔할 리가 없다.

아무래도 정보길드에선 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말이 개인 정보원이지, 실시간으로 제 정보가 새어나간다는 뜻 아닌가요?”

나는 아직 클로이를 완전히 신용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을 그녀도 이해하고 있을 터.

클로이는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이미 실시간으로 새어나가고 있는 상탠데요? 오히려 제가 붙어 있는 편이 정보를 중간에 차단할 수가 있죠.”

그런가.

머리를 긁적인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준비 중인 사업 몇 개는 정보길드와 계약하려고 마음먹은 상태입니다.”

“기쁜 소식이군요.”

요염한 미소의 클로이가 뒤로 묶은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렸고 나는 미리 우려낸 아이스티를 건네며 물었다.

“어스 클랜 소속 인원들에 대해 부탁한 것은 어찌 되었나요?”

그들이 나를 배제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어떤 조치를 취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달라고 부탁을 한 상태.

“안 그래도 홍차와 시가를 만들어 팔려더군요.”

머리 좀 굴렸네.

하지만 쉽지 않을걸?

“물론 미수로 끝났지만요.”

그럼 그렇지.

홍차와 시가는 이미 각국의 국립 마탑들과 연계해 판매되고 있는 상태다.

당장은 물량이 얼마 되지 않아 수익이 크지 않다고 해도 황실 또는 왕실과 계약으로 묶여 있는 만큼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업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우유를 대량으로 사들여 무언가를 실험하는 것 같더군요.”

우유라.

버터를 만들어 팔 생각인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홍차나 시가처럼 새로운 상품은 아니지만, 대량생산을 못 해서 버터는 굉장히 값비싼 식재료 중 하나였으니.

대량생산만 해낸다면 분명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긴 했다.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까?”

그녀의 물음에 나는 씨익 웃어 보이며 답했다.

“선점하기 전에 같은 걸 더 싸게 만들어 풀어야죠. 그들이 성장하는 걸 얌전히 지켜볼 생각은 없습니다.”

녀석들이 내 상품을 가로채려 했던 만큼, 똑같이 돌려주면 된다.

다만 그들의 상품은 아직 선점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었고, 자금과 인맥 또한 이쪽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과연 위스워드 제국의 카이트 자작이란 인물이 언제까지 어스 클랜을 싸고돌까?

손해를 감수한 상권 싸움에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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