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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49화 (49/247)

# 49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49

21. 망자의 던전 (2)

[좀비]

호러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좀비.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게 된 좀비의 모습은 영화가 상당히 미화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각적인 충격이 컸다.

온몸 곳곳이 회색으로 물든 근육과 뼈가 드러나 있으며, 단순히 습해서 생긴 물기인지 진물인지 모를 액체를 뚝뚝 흘리며 걸음을 옮긴다.

몇몇 좀비의 얼굴 살 가죽은 접착력이 떨어진 테이프처럼 늘어져 흘러내리기 일보 직전이고, 누런색의 구더기가 구석구석 안 붙어 있는 곳이 없다.

혐오감, 더러움, 불쾌함 등 마주하는 것만으로 온갖 마이너스 적인 감정이 솟아난다.

“힉!”

“윽.”

사치코와 태영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고, 나는 그런 좀비를 이리저리 관찰하다가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다.

-퍽!

신체 내구력이 낮아서 겨우 매직미사일에도 머리가 꿰뚫리는 좀비.

하지만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다가왔고, 나는 시험을 하듯 신체 여기저기에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다.

-키익.

결국 온몸을 난사 당한 좀비는 바닥에 쓰러졌는데,

딱히 어딜 맞고 죽었다기보다,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되니 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목과 몸통을 분리해보고 상체와 하체를, 사지를 모두 끊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쇠뇌는 별다른 타격을 주기 힘들 것 같네요.”

내 말에 자신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착각한 사치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내가 아공간에서 메이스 세 개를 꺼내 들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 이걸로 뭘 하시려고.”

당연한 걸 왜 묻는 걸까?

“때려잡아야죠. 좀비는 찌르고 베기보단 부순다는 생각으로 잡아야 되는 것 같습니다. 힘은 제법 강한 것 같지만, 느려터져서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나는 실험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끝까지 다가온 좀비의 어깨를 후려쳤다.

그에 검은색의 액체와 구더기가 터지듯 사방으로 확산했다.

당연히 내 가죽 갑옷에도 튀었는데, 나중에 클린 마법으로 청소하면 된다는 생각에 좀비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확실히 마법을 여러 번 사용하는 것보다, 메이스 두 방에 죽는 좀비를 보니 내 선택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아무래도 너무 큰 부작용을 낳는 것 같다.

“우웨엑!”

“쿠웩!”

두 사람이 벽을 붙잡고 구토를 하자 메이스를 내려야 했다.

나는 마력을 아끼자고 한 짓이었지만, 이런 식이면 그냥 마법을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괜찮으세요?”

사치코와 태영에게 다가가니, 아직 지구 물이 덜 빠진 두 사람의 어깨가 동시에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몸에서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결국, 나는 클린 마법에 공기 정화 마법까지 사용해야 했다.

내가 지나치게 무감각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왕 좋은 사람을 연기할 거면 시각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좀비에게 도축을 써봤지만 건질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숲속은 몬스터의 영역인데 좀비는 왜 모두 인간형일까요?”

태연한 내 물음에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안 했음에도 지친 표정으로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

좀비의 전투력은 아무리 높게 쳐줘도 고블린과 비슷한 수준.

겨우 이정도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의 등급이 중급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좀비들을 상대로 연습하듯 마법을 난사하고 나아가던 우리의 눈앞에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다.

[스켈레톤]

-달그락.

턱이 부딪혀 두개골을 통해 울리는 충돌음.

그것이 녀석의 피어인 듯하다.

스켈레톤은 파워는 부족해도 민첩성이 뛰어나 모처럼 무기를 휘두를 맛이 나는 상대였다.

내가 앞장서서 스켈레톤을 무력화시켜서 뒤로 넘기면, 사치코와 태영이 좀비 때 나서지 못한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듯, 메이스로 뼈를 잘게 부숴버렸다.

마와 싸우는 전투 성직자들이 왜 메이스를 들까 했는데, 이 던전에 들어오고 나니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초급 언데드들은 두들겨 패는 것이 최고였으니.

“그냥 좀비는 몬스터의 형태를 한 쓰레기네요. 주는 것도 없이 역겹기만 하고.”

좀비와 달리 스켈레톤은 종종 괜찮은 무기를 들고 나타날 때가 있어서 싸우면서도 그다지 손해 보는 느낌이 없었다.

역시 수중에 떨어지는 것이 있어야 싸울 맛이 나는 것 같다.

그렇게 시각적인 충격이 사라지니 몸도 마음도 한결 편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이상한 게 마력탐지 중에 나타났다.

지도의 기능이 제한되면서 계속 마력탐지를 사용하며 이동하는데, 처음으로 몬스터가 아닌 지형에서 이상이 표시가 된 것이다.

“함정일까요?”

나도 처음 와보니 그것까진 모르지.

혹시 몰라 창으로 마력이 느껴지는 벽을 두들겼는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비밀 공간일까 싶어서 언락 마법을 사용했더니.

-쿵!

“오오오!”

벽이 자동문처럼 열리며 정말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비밀 공간이 튀어나왔다.

그 공간 중심엔 자그마한 상자가 있었는데, 딱 봐도 수상해 보였다.

나는 앞으로 나서려는 사치코를 말리며 신중하게 매직미사일을 사용했는데.

-쿠와아악!

“꺅!”

갑자기 상자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아가리를 벌려왔다.

-콰아앙!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무 생각 없이 다가갔으면 큰일 날뻔했다.

기습공격을 하려다가 오러에 당한 상자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도축을 사용하니, 은화 몇 개 나온 것이 다였다.

‘던전 참 개털일세.’

이후로도 우린 스켈레톤 무리와 싸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스켈레톤 솔저]

[스켈레톤 아처]

그리고 스켈레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숫자도 많아졌는데, 마법사가 없었다면 이 인원으로 절대 깰 수 없는 난이도였다.

사실 인원이랄 것 없이 나 혼자 근딜, 원딜, 탱커 역할을 다하고 있는 상태지만 말이다.

“왠지 여기가.”

“게임으로 치면 보스방 같은 분위기군요.”

던전에 들어오고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좀비랑 스켈레톤 합쳐서 사냥한 몬스터의 수가 족히 200마리는 될법하다.

몬스터의 밀집도가 높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대량의 몬스터를 잡고 끝에 당도할 수 있었지만, 문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워낙 대단해서 쉽게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괘, 괜찮을까요?”

본인들이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짐이란 걸 알기에, 나를 바라보는 태영과 사치코의 표정엔 미안함이 가득했다.

“만약을 대비해 두 분은 문 쪽에 숨어계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여차하면 도망치란 소리.

사치코와 태영은 아직 미숙하지만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이 주제 파악을 하고 괜한 오기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열겠습니다.”

내 물음에 두 사람은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여 보이고 나는 지체없이 보스룸의 문을 확 열었다.

-투투투툭!

그런데.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하나같이 말을 잃었다.

“…….”

어두운 밤하늘.

빠르게 스쳐 지나기는 구름.

뺨을 때리는 굵직한 빗줄기.

흙내음 가득한 비 비린내.

“이, 이게 무슨.”

보스룸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야외라서 놀란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눈 앞에 펼쳐진 화려한 풍경 덕분이다.

“시부야?”

사치코의 말대로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선 곳은 아무리 봐도 지구로밖에 보이지 않는 도심이었다.

일본어와 한자, 영어가 가득한 장소.

일본의 도심 한복판이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쏟아졌다.

“코스프렌가?”

“으아, 오타쿠?”

얼른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열었던 던전의 문이 아니라 영업이 끝난 어느 상가의 유리문이 눈에 들어왔다.

‘안개도 없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

사치코와 태영은 익숙한 지구에 있음에도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을 했는데, 그건 나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휘이이익!

“실드!”

굵직한 불덩어리가 우리에게 날아들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방어막을 펼쳤다.

-콰앙!

2서클의 실드가 폭발에 날아가 버리고, 오러가 깃든 창을 휘둘러 덮쳐 오는 마법의 불꽃을 갈랐다.

“뭐, 뭐야?”

“꺄아아악!”

덕분에 주변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도심 속 색색의 우산들이 사방으로 도망친다.

나는 불꽃을 날린 존재를 살폈는데, 가로등 위로 낡은 로브자락을 펄럭이는 마법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리치]

그런 마법사의 머리 위로 떠 있는 익숙한 명칭.

지구에선 시스템이 먹히지 않을 텐데…….

하지만 그 순간.

녀석의 머리위의 리치라는 글자가 깨져 보였다.

또한 지도를 바라보니, 노이즈가 잔뜩 껴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대체 뭐지?”

역시 평범한 상태가 아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나아갔다.

“몸 간수 잘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창을 길게 늘어뜨린 나는 무서운 속도로 리치에게 달려갔다.

당혹스럽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밖에 없다.

이게 환상이라면 리치가 쓰러졌을 때 알아서 깨질 테고, 환상이 아니더라도 분명 어떤 이상이 발생할 것이다.

리치는 마법사형 언데드 중 기본이 되는 녀석.

그 위로 엘더 리치와 아크 리치가 존재하는데, 엘더 리치만 되도 감히 싸울 엄두를 못낼 것이다.

나는 공중 도약 스킬을 이용해 허공을 달려 녀석에게 접근했다.

-훅! 훅!

그런 나를 저지하기 위해 불의 화살이 연이어 쏟아졌지만, 어렵지 않게 피해내며 면전까지 다다랐다.

-깡!

그러나 창은 견고한 방어막에 막혔는데, 주변 사람들이 도망치다 말고 나와 리치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력증가, 불속성 부여, 관통.’

시간을 길게 끌어 좋을 게 없다.

창과 신체에 모든 강화옵션을 때려 박았다.

-콰앙!

순식간에 리치의 방어막이 무너지고, 내 창이 녀석의 어깨를 스침과 동시에 캐스팅 속도가 노타임이나 다름없는 1클래스 매직미사일에 관통 스킬을 더해 연사했다.

-퉁! 퉁!

푸른빛이 무방비한 녀석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리고 마치 구형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꺼지는 것처럼 지구의 풍경이 몸을 적신 빗물과 함께 사라졌다.

뒤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도쿄 도심가의 네온사인이 아닌, 사방이 가로막힌 넓은 공동의 모습.

예상했던 보스룸의 풍경이다.

“환상?”

과연 그걸 환상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리치를 노려보았다.

[마법에 오러라…….]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해골바가지를 들어 올리며 낮은 웃음을 흘리는 리치.

몬스터가 말을 걸어온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방금 전 겪은 이상이 워낙 강인하게 인식이 돼서 리치가 말한다고 놀랍지도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을 했군, 마검사라니. 오러와 서클의 불균형으로 언젠가 신체가 무너질 거다.]

자기가 무슨 스승이라도 되는 양 지껄이는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나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물었다.

“방금 다른 세계를 보여준 건 네 마법인 거냐?”

그러나 리치는 내 물음에 명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슨 말이지?]

경계심이 가득 담긴 반문은 연기로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연기할 이유도 없고.

나는 짧게 혀를 차며 창을 고쳐잡았다.

“그럼 그냥 죽어.”

그리고 다시 시작된 리치와의 공방전.

접근하려는 나와 그걸 제지하려는 리치.

리치는 4서클의 마법까지 사용했는데, 그것만 있으면 모를까.

웬만한 공격엔 죽지 않는다는 언데드의 특성이 귀찮고 까다로웠다.

[그리스!]

-비틀.

몬스터를 향해 그리스 마법을 많이 사용해봤지만 직접 당해보긴 처음.

오러가 깃든 창을 휘두르면 쉽게 깨지겠지만, 나는 굳이 바닥을 타격하기보다 공중 도약으로 그 잠깐의 시간을 리치에 접근하는 데 사용했다.

마법과 오러가 더해진 전투 방식에 녀석은 단 한 차례도 나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상대하기 어렵네.’

그런데 문제는 몰아치곤 있지만, 이쪽도 결정적인 유효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녀석은 일반적인 4서클 마법사와 전혀 달랐다.

공격횟수는 이쪽이 압도적으로 많으나 리치의 특성인지 지나치게 빠른 캐스팅 속도로 적지 않게 위험한 광경을 연출했다.

[이 녀석들!]

그러다가 돌연 리치가 크게 뒤로 물러나며 호통을 쳤다.

-퉁!

그 호통은 내가 아닌 사치코과 태영을 향한 것.

두 사람은 천장을 향해 석궁을 발사하고 있었는데, 뭔가 싶어서 보니 사람 크기의 박쥐 같은 게 천장에 붙어 있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아무래도 사치코와 태영은 그것이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크게 당황하는 리치의 모습을 보니 뭔가가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퀘스트 내용이 떠올랐다.

‘던전의 코어를 찾아 파괴하라.’

그랬지.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법은 눈앞의 리치를 처치하는 것이 아니다.

“설마 저게 코어?”

내 물음에 답이 없었지만, 리치의 모습을 주시하던 나는 씩 웃어 보이며 허공을 내달렸다.

[이 자식!]

그런 나의 뒤를 따라 리치가 다급하게 날아오며 파이어볼을 날려댔다.

당연하지만 그 공격을 맞아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순간 가속은 자신이 있는 만큼 천장과 내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지고, 리치는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콰아아앙!

그리고 내지는 창에 별다른 전투 능력이 없어 보이는 거대 박쥐가 꿰뚫렸다.

-키에에에엑!

[뭐, 이런 놈이…….]

무섭게 쫓아오던 리치는 허무하게 재가 되어 흩어지고 나는 길게 떠오르는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박쥐 제가 발견했어요!”

사뿐히 착지한 나를 향해 만세를 부르며 달려오는 사치코.

분명 퀘스트의 완료는 기쁘지만, 방금 전 보았던 지구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왜 던전에서 문을 여니 일본이 튀어나왔던 걸까?

[기여도 87%로 던전 클리어 MVP가 되셨습니다.]

[중급 보상카드 3개를 획득했습니다.]

[포인트 870을 획득했습니다.]

[중급 MVP 보물상자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계속 이상한 징조만 내놓지 말고 확실한 답을 주면 좋겠는데.’

머리를 긁적이던 내 앞에 작은 상자 두 개와 큼지막한 상자 한 개가 나타났다.

딱 봐도 보상인 보물상자였는데, 아까 당한 게 있어서 모두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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