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43
18. 난리 (3)
김선아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흐릿하게 푸른 빛이 반짝이고, 그 빛을 향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는 고작 1미터 정도.
들어 올린 주먹 위로 타오르는 마력은 훌륭하게 등대 역할을 해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박성이 답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입니다. 일시적으로 지구의 환경을 뮤대륙과 동일하게 만들죠. 지금은 지도와 신분증도 펼쳐질 겁니다. 아마도요.”
마지막에 ‘아마도’란 단어가 참 자신 없게 느껴진다.
박성은 안개를 겪어 본 적이 없는 모양.
안개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김선아뿐인 것 같다.
“이 안개엔 중심이 있습니다. 그곳은 시야가 확보되니 이동하죠.”
안개가 뿜어져 나온 근원.
그 곳이 안개의 중심일 것이다.
예상대로 김선아는 처음 안개가 발생했던 곳으로 이동했고, 시야가 트인 공간이 나왔다.
태풍의 눈 같은 구역.
마치 실드로 경계를 나눠 놓은 것처럼 안개의 벽이 눈에 띈다.
“아람아, 일반인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
사람들은 시야가 확보되었음에도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이거 위험한 건가요?”
그 중에서도 태영이 앞으로 나서며 김선아에게 물었다.
“안개에선 적지 않은 확률로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녀는 안심을 시키겠단 생각으로 한 말이겠지만, 태영은 더욱 차갑게 표정을 굳혔다.
“몬스터가 등장한다고요? 아까 말하는 거 보니까 어쩌면 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대안은 있는 거죠?”
지금까지 내가 겪은 안개도 우연히 발생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발동조건은 모르지만, 어쨌든 수행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많은 수행자가 모인다면 자연히 안개의 발생확률도 인원수만큼 증가하지 않을까?
“이 사태가 진짜로 일어날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이 친구를 데려왔으니 안심하세요. 여러분께 위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김선아는 일행 중 통통한 여성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그녀가 합장을 하듯 박수를 치자 투명한 실드가 펼쳐졌다.
박성을 이용해 드림워커를 모으는 과정은 그다지 좋게 봐줄 순 없지만, 나름의 준비는 갖추고 있었다.
“웬만한 공격은 충분히 막아 줄 거에요.”
“도망가면 안 됩니까?”
“안개 속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냥 사라질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김선아와 박성, 체격 좋은 남성이 물방울 같은 방어막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때.
[퀘스트 발생]
등급: 중
내용: 몬스터로부터 살아남아라.
보상: 보상카드(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 스킬(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드는 퀘스트가 뜨고.
제대로 된 전투 능력이 없는 신규 드림워커들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김선아는 동료가 메고 있던 스포츠 백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라운드 실드와 롱소드가 나타나 그녀의 손에 쥐어지고, 몸통에 방검복이 입혀졌다.
그건 아이템 슬롯 기능이었다.
‘제대로 된 장비네.’
대기실의 포인트 자판기에서 보지 못한 것인 만큼, 보상카드로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게 아니라면 상당한 재주를 가진 대장장이와 연결이 되어 있거나.
박성은 지난번처럼 정글도에 합성 카본재질로 보이는 방패를 집어 들었고, 덩치 좋은 남성은 차곡차곡 가방에서 8개의 쇠뇌를 꺼내 바닥에 깔았다.
탱커 역할을 하게 생긴 사람이 원거리 공격수라니 의외다.
사람을 덩치로 판단해선 안 되지만 말이다.
-크오오오!
“오크다 모두 조심…….”
오크 정도면 해볼 만하지.
지도에 30개 정도의 점이 찍혔지만, 김선아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크라악!
-쿵!
둔중하고 우렁찬 포효와 함께 여기저기서 땅이 울렸다.
그에 김선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트롤이다.’
김선아와 쇠뇌수는 트롤에 대해 알고 있지만, 박성은 모르는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연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분명 안개 속 퀘스트는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했는데?”
대충 들어도 사방에서 울리는 트롤의 발소리는 최소 6개 이상.
그녀가 익스퍼트 초급의 실력자라 해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이 아니었다.
더구나 트롤뿐만 아니라 오크도 다수 존재하지 않는가.
“뭐, 뭐야? 왜 그러는 건데!?”
김선아의 혼잣말에 누군가가 소리를 빽 질렀고, 방어막 안은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안개 안에서 죽어도 무사한 건가요? 이봐요!”
“야이, 씨발년아. 우릴 죽이려고 불렸냐!?”
트롤을 상대로는 쇠뇌수도 박성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결론은 이들만으로 절대 살아남지 못할 상황이라는 건데.
‘설마 이거 나 때문이야?’
그녀가 말한 대로 안개에서의 돌발상황이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하는 거라면 이 몬스터 웨이브는 내 전력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결국, 한숨을 내쉰 나는 방어막을 벗어났다.
‘어디까지나 성과급 퀘스트 때문에 움직이는 거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김선아에게 말했다.
“트롤은 제가 잡죠. 나머지 오크들은 정리해주세요.”
“그게 무슨.”
이어서 내 앞으로 안개를 뚫고 나타난 거인이 거칠게 달려들었다.
-쿵쿵쿵!
위협적인 트롤의 모습에 신입 드림워커들은 대부분 겁을 집어 먹고 움츠려들었으며, 김선아는 위험하다고 외치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왔다.
아마도 그녀의 눈엔 신입 드림워커의 객기로 보이는 모양이다.
‘와라.’
그러거나 말거나 불꽃을 머금으며 나타난 창을 움켜쥔 나는 속으로 외쳤다.
‘관통, 파이어볼.’
인크리스 스팅어의 마법 증폭효과는 40%.
그러나 오러처럼 미스릴은 마력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막아 주는 만큼 그 이상의 효과를 보인다.
덕분에 만들어진 것은 평범한 파이어볼과 크기부터 다른 위협적인 불꽃이다.
-콰아아아앙!
관통스킬이 더해진 파이어볼은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고, 그대로 트롤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쿵!
달려들던 트롤은 관성에 의해 앞으로 자빠졌다.
나는 새하얀 거품 토해내는 녀석의 머리를 향해 재차 창을 휘둘렀다.
창날에 도저히 익스퍼트 초급이라 볼 수 없을 위협적인 오러가 담기고 나는 그것을 휘둘러 녀석의 남아 있는 머리를 목에서 떼어 냈다.
손쉽게 트롤 한 마리를 제거한 뒤 벙찐 표정의 김선아를 향해 말했다.
“오크들 달려옵니다. 정신 차리세요.”
-크아아악!
그녀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검 위로 오러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오크의 공격을 피하며 가볍게 목을 날렸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익스퍼트의 검사였다.
익스퍼트 중에 여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지라, 아마 최근에 경지를 달성한 게 아닐까?
보통 여자의 힘이라면 쉽게 휘두르지 못할 장검.
하지만 우리 같은 수행자들에겐 능력치 상승이란 기능이 있기에 그녀는 장검을 단검처럼 가볍게 휘둘렀다.
가느다란 체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힘을 보이는 것을 보면 역시 뮤대륙에서 괜히 105일을 보낸 게 아니었다.
아마도 그녀면 1회차 수행자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인물일 것이다.
앞으로는 수행자 개개인의 능력치도 알아둬야겠다.
‘오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
박성은 오크를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실력자는 아니지만, 시간 벌이는 할 수 있고, 쇠뇌수와 김선아가 차근차근 오크를 정리하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라면 트롤인데, 그건 내가 해결할 일이다.
나는 땅을 흔드는 둔중한 발소리가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트롤을 처치하고 또 처치.
김선아와 동료들이 오크를 막아내는 동안, 어렵지 않게 트롤 7마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
안개의 중심으로 다가가자, 마지막 오크를 베어버린 김선아가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맞으시죠? 그분 맞죠?”
일반적인 경우 다짜고짜 그분 맞냐며 물어도 어찌 알겠냐만, 그녀가 지금까지 했던 말을 떠올리면 나를 뜻하는 게 맞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얼굴도 스킬로 바꾼 가짜고,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당장 이들과 섞여 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고 생각하여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 김선아는 소녀팬처럼 박수치며 굉장히 좋아했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 신규 드림워커들.
하지만 그중에서 유독 한 사람의 시선이 거슬렸다.
태영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움찔해서 피하는 것 아닌가.
분명 내가 전투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을 텐데, 내가 카라스 마을의 그 사람이라고 추측하는 것 같다.
이제 슬슬 그와 사치코의 처우에 대해 결정을 내리던가 해야지.
이번에 수행자들이 그룹을 이루는 것을 본만큼, 무조건 쳐내는 게 상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패막이를 마련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
“아직 퀘스트 완료 안 떴습니다. 긴장 풀지 마세요.”
지도상에 표기되는 붉은 점은 없지만, 이걸로 퀘스트가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내 말에 김선아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경계하는 척을 해도 그녀의 신경이 내게 쏠려 있다는 것은 곁눈질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라스트 보스가 등장한다.
-쿵! 쿵!
땅을 울림에서 느껴지는 육중함이 트롤과 차원이 다르다.
포효 없이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안개가 도망치듯 안쪽으로 밀려나며 회색의 살갗을 가진 거대 몬스터가 나타났다.
“오우거…….”
트롤과 같은 인간형.
하지만 체구가 2미터 정도는 더 크고, 덩치와 근육량은 트롤을 말라깽이로 만들어 버린다.
트롤이 마른 체형이라면, 오우거는 근육 돼지라는 명칭이 참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클리어 가능한 수준의 난이도가 발생하는 것 맞나요?”
당황한 내 물음에 김선아가 흔들리는 눈으로 이젠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상대의 내구력을 실험하기 위해 창을 강하게 말아 쥐며 관통 파이어볼을 선물했다.
-콰아앙!
-크르르륵!
마치 범소리와 같은 분노가 톱날 같은 이빨 사이로 새어 나오고.
트롤의 머리를 반쯤 날린 공격에도 오우거는 이마 가죽이 벗겨지는 상처밖에 입지 않았다.
저건 피부가 아니라 갑옷 수준이다.
‘오우거 가죽이 비싼덴 이유가 있구만.’
내 도발에 화가 났는지, 흉흉한 안광을 빛내는 녀석의 모습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며 급하게 그리스를 사용했다.
-크라라락!
그러나 그리스는 녀석의 포효 한 번에 깨져서 흩어졌다.
“무슨?”
나는 커즈, 디그, 결속, 번개 마법 등으로 오우거의 접근을 늦췄다.
그때 김선아가 외쳤다.
“박성, 아람이는 그분들 인솔해서 안개 속으로 들어가 있어!”
박성과 방어막 아람이란 여성이 방해되는 신규 드림워커들을 피난시켰다.
그리고 김선아와 쇠뇌수는 도와주겠다며 내 곁을 지켰다.
사람의 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롭게 싸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함께 싸울 사람들이 있음에도 어디서부터 공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치 소총을 들고 육중한 탱크와 맞서 싸워야 하는 기분이랄까?
“혹시 아이디어 있으신분.”
3클래스 이하의 방해 마법은 오우거의 발걸음만 느리게 할 뿐 제지를 못 시켰다.
내 물음에 두 사람은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많은 걸 바랬나.
“시간을 길게 끌 생각 없습니다. 쇠뇌 쓰시는 분은 녀석의 눈을 노리세요. 실명시키지 않아도 되니, 눈을 감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기회를 만들죠. 김선아씨는 저를 쫓아오다가 녀석이 무방비 상태가 되면 프리딜을 하시고요.”
간단한 지시와 함께 우리는 도약 스킬로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방금까지 우리가 서 있던 자리에 오우거의 몽둥이가 내리꽂혔는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는 보도블럭이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았다.
“가죠.”
내 사인에 김선아는 어쩔 수 없이 따라 달리고, 쇠뇌수는 진지하게 오우거의 눈을 노렸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볼트.
아쉽게도 첫타는 오우거의 손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2번째 공격이 정확하게 눈을 파고들었고 눈꺼풀에 막혀 안구에 볼트가 틀어박히진 않았지만, 바라던 대로 오우거의 눈을 감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오우거가 잠깐 눈을 깜박인 순간.
녀석의 얼굴을 향해 뛰어올랐다.
‘냄새 지독하네.’
눈을 뜬 회색 괴물과의 대면식.
나는 오우거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인크리스 스팅어를 투척했다.
오러와 관통, 근력증가, 순발력증가, 무게 증가까지 더해진 창이 녀석의 왼쪽 눈에 깊숙이 틀어박혔다.
워낙 거리도 가깝고 조준보조 스킬이 있다 보니, 빗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크아아악!
오우거는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발악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러 왔는데, 공중에서도 얼마든지 회피할 수단이 있음에도 집채만 한 몽둥이를 지켜만 봤다.
“선생님!”
30대 중반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일까?
비명을 지르듯 나를 부르는 김선아의 호칭이 이상하다.
-콰아아아앙!
참고로 그녀의 걱정과 달리 오우거의 공격이 내게 닿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엄청난 반발력과 함께 육중한 덩치가 뒤로 날려졌다.
7미터가 넘는 거구의 근육 돼지가 허우적거리며 허공을 나는 모습은 꽤 볼만한 광경이었다.
타임라인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은 신의 가호 중 하나인 ‘1일 1회 공격 방어 옵션’.
이미 몇 번의 실험을 통해 해당 옵션을 발동하면 극강의 방어력과 높은 반발력이 부여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거리낌 없이 오우거의 면 전에 파고든 것이다.
인크리스 스팅어를 재소환하여 손에 쥔 나는 김선아와 함께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웬만해선 쓰지 않으려 했던 스킬까지 사용했다.
‘사고가속.’
스킬의 부작용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극심한 두통과 특유의 어지러움증에 익숙해진 덕분에 단발성 일격필살용으론 사용이 가능하다 판단했다.
-띵!
사고가속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다.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고, 그 속에서 내 머리만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한다.
-퉁! 투웅! 퉁!
이 순간 나는 회피도, 공격도 개인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출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전력으로 내지른 창을 오우거의 미간에 찔러 넣고, 또 찔렀다.
가죽도 뼈도 워낙 튼튼해서 쉽게 뚫리지 않고, 발판도 불안정했지만 나는 1mm의 오차 없이 계속 같은 점에 공격 쏟아냈다.
-후우웅!
그리고 크게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나를 잡기 위해 큼지막한 손이 다가오는 게 측면으로 보였다.
지체 없이 도약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잠깐의 시간도 허비치 않고, 아이스 스피어에 관통마법을 더해 뼈가 드러난 미간을 연이어 타격했다.
이어서 오우거의 손이 스쳐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떨어져 내린 나는 그대로 온 힘을 실어 창을 내질렀다.
-콰직!
드디어 견고한 머리뼈가 부서지며 창이 수욱 들어가고.
창끝을 움켜쥔 나는 오우거의 머릿속에 직접 파이어볼을 선물해 주었다.
-쿵!
딜레이 없는 연속공격.
군더더기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동작.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눈엔 신들린 움직임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대로 굳어버린 오우거가 이내 축 늘어지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압도적인 활약.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퀘스트 MVP 공적 90% 달성.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중급 보상카드 5장을 획득했습니다.]
[선택형 중급 스킬카드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뜻은 오우거가 죽었다는 의미기에 나는 사고 가속을 멈추었다.
엄청난 구토감이 밀려오지만 보는 눈이 있는 만큼, 꾹 참으며 말했다.
“뮤대륙에서 한번 만나기로 하죠.”
내 말에 상기된 얼굴의 김선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서 몬스터들의 사체가 증발하듯 사라지자,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감사의 인사도 좋지만, 괜히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은 취향이 아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