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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41화 (41/247)

# 4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41

18. 난리 (1)

“두 사람이 같이 온 건가요?”

“네. 남녀인데, 손을 꼭 붙들고 같이 들어왔다 하더군요.”

절로 좁혀지는 미간.

고든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와 같은 경우겠지?”

“아마도요.”

나를 비롯한 수행자들이 소속 국가에서 받는 대우는 일반 국민들과 같다.

애초에 마법 신분증이 장식이 아니라는 듯 서류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데다가 신이란 존재가 신탁으로 직접 공증하고 나섰으니 의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신탁을 받은 인간이란 점에서 국가의 고위 인사들은 수시로 우리의 동태를 살피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아마 정보길드를 활용해 다른 사용자들을 학살한 게 나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나에게 아무런 간섭이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신의 지시였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클로이 앞에서 천사가 등장한 게 크게 한몫한 것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겠느냐.”

고든이 비록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스승인 만큼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다.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것은 몰라도, 신의 가호가 따라다니는 존재라고.

말도 안 되는 성장이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말이다.

“일단 무시할 생각입니다. 그들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동료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마을을 다녀도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겠다.

내 대답에 고든은 어깨를 으쓱이며 시녀인 메이에게 나가보라고 지시했다.

그들을 관찰하고 주시하긴 하겠지만, 도와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내 입장에서 초보 수행자를 도와주는 건 일도 아니지만, 자신의 앞가림은 본인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대신 인생을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가 문득 고든의 존재가 신경이 쓰였다.

분명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스승을 얻을 수 있는 돌발퀘스트가 발생할 텐데.

고든이 똑같은 실수를 할 것이라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젠 내가 있는데 고든을 위험에 빠뜨릴 리가 없지 않은가.

“스승님.”

“응?”

“혹시 저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연구 소재 구한다고 숲에 혼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내 당부에 그는 황당하단 표정으로 꿀밤을 날렸다.

“넌 내가 바본 줄 아느냐.”

“우리의 관계는 신께서 맺어주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파고 들어와 제 위치를 침범하는 것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피식 웃음을 흘린 고든은 손을 휘휘 저었다.

“널 가르치고, 사업으로 아드리안 시에 왔다 갔다 하는 것 때문에 시간도 없다.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내 정신을 신께서 조종하시는 거겠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인데?

내가 짧게 신음을 흘리자, 고든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설마 진짜 그런 일이 발생하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고든이 돌출 행동을 못 하게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과연 고든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을 거둘지도 궁금하다.

‘촌장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분명 수행자에게 초기자금을 건네주기 위한 퀘스트일 텐데, 여기가 아무리 악명 높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100일 만에 대대적인 세금 징수를 하진 않는다.

그리고 부탁하면 내가 공짜로 해줄 텐데 굳이 돈을 낼 이유도 없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내용이지만, 여러모로 그들이 맞이하게 될 상황이 궁금한 나였다.

***

다음 날.

잠깐 바람이나 쐴 겸 저택을 나선 나는 카라스 마을의 작은 신전 앞을 기웃거리는 주민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에요?”

내 물음에 얼굴이 눈에 익은 젊은 남성이 움찔 거리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아무래도 그가 머뭇거린 이유는 내가 눈 밑으로 베일을 복면처럼 쓰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시, 실례했습니다. 지훈 님. 좋은 아침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내가 사치품을 판매하는 상회의 주인인 것을 모르지만.

그런 타이틀이 없더라도 나는 온전한 3서클의 정규마법사이자, 익스퍼트 초급의 창수이다.

더불어 퍼슨을 포함해 기사를 세 명이나 달고 다니는 만큼 모두가 부담스러워 했다.

“어제 새로 마을을 찾아온 이방인들이 신전에서 빨래와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네?”

빨래와 청소?

그게 뭔 말인가 싶어 사람들 틈에 파고드니, 신전 옆 공터에서 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남성과 촛대들을 기름칠해가며 빡빡 닦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지훈 님. 안녕하세요.”

그때 나에게 나이 든 남성 신관이 미소를 흘리며 다가왔다.

‘지훈, 지훈.’

이름이 불릴 때마다 경계심이 피어난다.

마음 같아선 이름을 바꾸고 싶지만, 이 세계에선 이름의 가치가 너무 커서 가명을 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가명을 내뱉으려 하면 내 입에선 본명이 흘러나오고 만다.

아무래도 수행자는 가명을 쓰지 말라는 신의 제약 같다.

이러다가 언제고 현실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뭐하는 건가요?”

내 물음에 신관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답했다.

“정착자금을 건네 드리기 위한 작은 시련이죠.”

아, 나 때는 촌장으로 인해 정착자금을 손에 넣었다면, 앞으로는 신전에서 그 역할을 한다는 걸까?

“정착자금은 얼마가 지급되는데요?”

“은화 5개입니다.”

촌장 퀘스트와 같다.

그나저나 시련이라 불릴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더 쉽게 벌긴 했지만.

“앞으로 새로 수행자가 올 때마다 신전에서 정착자금을 주게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신전에선 앞으로 수행자가 계속 입장한단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은화 5개면, 이쪽 평민의 한 달 수입인 만큼, 하루 청소하고 빨래한다고 해서 벌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이정도면 기부라 해도 좋을 정도다.

-슥슥!

-촥촥촥!

새로운 인물들의 얼굴을 살피니, 작은 체구의 여성은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했을까 싶을 만큼 풋풋한 외모를 갖고 있었으며, 남성은 나와 체격도 나이도 비슷해 보였다.

두 사람 다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지나치게 리얼한 상황을 단순한 꿈으로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문득 여성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가 움찔거리자 묵묵히 고개를 돌렸다.

“인사를 안 나누셔도 되겠습니까?”

신관의 물음에 나는 그대로 걸음을 옮기며 답했다.

“전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이 끼어드는 것은 바라지 않죠.”

“그러시군요.”

“이왕이면 저들에게 제 이야기는 안 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죠.”

아쉬운 표정의 신관을 뒤로한 나는 조용히 산책을 이어갔다.

***

104일 차.

“협곡에도 리자드맨이 있었군요?”

중급 용병 바트의 물음에 내 옆을 나란히 걷고 있던 상급 용병 조드가 대신 답했다.

“그래, 안쪽에 작은 습지가 있는데, 그곳에 둥지를 틀고 있지. 아마도 베르트 산맥에서 넘어온 놈들이 아닐까 싶어.”

말이 작은 습지지, 지도상에 표기된 크기만 해도 카라스마을의 수십 배는 될법한 규모다.

내가 용병들과 함께 협곡을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퀘스트를 위해서였다.

“리자드맨은 어떤 특성이 있죠?”

“녀석들의 근력과 전투기술은 오크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터운 비늘로 방어력이 훨씬 높죠. 그리고 무기를 쥔 두 팔만 보고 싸우다간 꼬리에 당하기 십상이며, 날카로운 이빨도 조심해야 합니다. 녀석들은 목이 길고 유연하기에 자칫 목덜미를 물어뜯길 수 있거든요.”

요컨대 오크 정도의 전투 능력에 꼬리와 이빨이란 추가 공격수단이 있고, 비늘이란 갑옷도 입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엄청 까다롭네.

“우리가 싸우는 장소가 습지라는 것도 잊어선 안 되죠. 환경이 녀석들에게 유리하단 걸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지형적 이점까지 더해지니, 오크와는 공략 난이도 자체가 다르다.

[퀘스트 발생]

등급: 중

내용: 사라 습지 리자드맨 부락 토벌

보상: 중급 보상카드 3장

다행히 지난번 대규모 부락처럼 1000마리가 넘는 오크들을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리자드맨의 부락은 200마리 정도의 소규모였으니.

나를 비롯해 상급 용병 4명과 중급용병 12명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상급 용병이나 다름없는 기사 세 명이 항상 따라붙기에 안전성도 높다.

“대신 리자드맨의 가죽은 아주 비싸죠. 고생한 만큼의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큰 몬스터입니다.”

“다행이군요.”

요즘은 돈을 백금화 단위로 벌기 때문에 몬스터 사체로 얻는 은화, 금화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들에겐 분명 거금이었다.

“그런데 컨셉을 바꾸신 겁니까?”

바트가 얼굴에 복면을 하고 있는 날 보며 괜히 웃어 보였다.

엄연히 따지면 내가 뒤를 따르는 기사들보다 높은 존재라 볼 수 있는데, 유독 나에게만 친근하게 구는 그였다.

그렇게 우락부락한 용병 16명과 기사 3명을 끌고 다니며 대장 놀이를 하며 마을을 걷는데 자동쇠뇌를 쥔 두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태영과 사치코.

이번에 마을에 들어선 새로운 수행자들이었다.

두 사람은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힐끔 시선만 주고 유유히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고블린 사냥 퀘스트 하려나 보네.’

혼자라면 몰라도 두 사람이 자동쇠뇌로 무장하는 건 꽤 괜찮은 생각이다.

조심만 한다면, 무리 없이 고블린 정돈 잡을 수 있겠지.

“새로 왔다는 이방인들이군요.”

수행자의 존재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카라스 마을에 있으면 눈치를 챌 수밖에 없다.

상세 상황을 몰라도, 그들이 나와 비슷한 상황에 겪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여겨도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것이 의문점이다.

그게 계급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방식인지, 신의 조치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나 때와 달리 두 사람을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그리 살갑지 않았다.

‘괜히 도움받으려 하지 말고 자신들이 쓸모 있다는 걸 먼저 어필해라.’

솔직히 도움을 못 줄 이유는 없다.

나는 여유가 있는 편이고 내 입장에선 소소한 도움이 저들에겐 큰 힘이 될 테니.

그러나 아무리 소소하다 해도 절대 이유 없이 퍼줄 생각은 없다.

그러다가 뒤통수라도 맞으면 어쩔려고?

‘투자를 위해선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핫!”

“뒤져라!”

리자드맨 사냥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이 됐다.

애초에 나에겐 기습이 통하지 않고, 습지 바닥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전투 공간을 확보했기에 여유롭게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분명 리자드맨은 강력한 몬스터이긴 하나, 엄청난 위협은 아니었다.

덕분에 우린 하루 목표치인 100마리를 가볍게 넘겼고, 사냥당한 리자드맨들은 이번에 마탑에서 직접 구입한 뮤대륙 한정 아공간 팔찌에 차곡차곡 수납이 됐다.

“매일이 이랬으면 좋겠네.”

“정말.”

“지훈 님께서 용병단을 만드시면 무조건 가입합니다!”

지도 기능 덕분에 기습 걱정 안 해도 되지.

도축 스킬로 빠르게 시체 수습이 가능하지.

아공간으로 수레 없이 맨손으로 이동하고.

마법으로 싸우기 좋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힐과 실드가 더해진 백업도 완벽.

더구나 새로운 무기를 앞세워 백병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니 용병들 입장에선 나와 파티를 짜고 싶어 안달인 게 당연하다.

그래서 모두들 내 비위를 맞춰주려 열심히 손을 비벼댔다.

그러나 입에 발린 말에 형식상 응대는 하지만 그런 것을 좋아할 만큼 헤픈 성격은 아니었다.

사냥을 내일 이어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만 마을로 복귀를 했다.

“어머! 어머!”

“어떡해?”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서문쪽에 모여 웅성대는 것을 보며 또 뭔가 싶어 인파를 헤치고 들어갔다.

“…….”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남녀.

나와 비슷한 체구의 남성은 피를 심하게 흘려 의식을 잃은 듯 보이고, 작은 체구의 여성은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상태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보아하니 남자가 여자를 끌고 왔지만, 끝내 기절한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하면 고블린 사냥하러 가서 이렇게까지 당할 수 있는 거냐.’

팔이 뜯긴 거 보면 고블린이 아닌 오크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도기능이 있는데 뻔히 당했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신관님은요?”

“저기 오십니다!”

멀리서부터 신관이 헥헥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신관은 위급한 두 사람을 향해 다짜고짜 신성마법을 사용했다.

“힐.”

신관의 힐이 마법사의 힐보다 효율이 좋은 건 알지만, 그래도 결손 된 사지는 치료하지 못하겠지 싶었는데, 놀랍게도 떨어져 나간 팔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런 기적에 마을 사람들은 기도를 올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정도면 힐이 아니라 소생이라 봐야 할 수준.

신관 자신도 깜작 놀라는 걸 보면 아무래도 신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결국 우리는 죽지만 않고 마을에 들어오면 어떤 부상이든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신관이 힐을 해준다고 듣긴 했지만 이 정도 수준인진 몰랐다.

뜻하지 않은 고급 정보다.

“흑!”

이어서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다가, 그만 여자 쪽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내저은 나는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두 사람은 전투의 후유증이 큰지, 시간제한인 5일이 지나도록 마을을 나서지 못했다.

반면 나는 제때 리자드맨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고, 언제나처럼 상쾌하게 지구의 아침을 맞이했다.

“크, 미세먼지.”

하지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곧 당혹스런 상황과 직면하게 되는데.

[이상한 꿈꾸고 현실에서 보상카드 얻었다!]

[꿈속에서 판타지 세계를 여행했는데, 동생도 똑같은 꿈을 꿨다. 그 세계의 이름은 뮤대륙!]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 또 있어? 정보 좀 공유하자!]

지난번 테스트기간 동안 300명이 뮤대륙을 여행하게 되었을 때도, 개인방송을 하던 박성 같은 어그로 종자들이 나라별로 꼭 존재했다.

그런데 이번엔 1000명이 추가되고 말았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정답은.

3.3배 이상으로 병신들의 등장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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