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40화 (40/247)

# 4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40

17. 재정비 (3)

상급보상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최상급 보상이 튀어나왔다.

정상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해서 최상급 보상을 얻으려면 아마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급 보상카드만 해도 구성이 알찬데, 과연 상급을 뛰어넘은 최상급은 어느 수준일까?

‘엄한 것만 나오지 마라.’

이제 재산과 관련된 보상은 크게 필요 없다.

최상급 보상에서 나온 스킬이나 장비는 오랜 시간 드림워커 사이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할 게 분명하니, 스스로를 강화할 수 있는 보상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나는 방문을 잠그고 커튼을 친 뒤 최상급 보상카드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당첨은 바라지도 않는다.

부디 전투와 관련된 것이 나오길!

‘사용.’

보상카드가 신기루처럼 증발하고.

곧 화려한 이펙트가 발생했다.

-파악!

최상급 보상의 화려함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마치 각종 보석 가루를 뿌린 것처럼 형형색색 눈부시게 반짝이는 빛가루가 방안을 뒤덮고 그 중심에 떠오른 금빛의 기운이 내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떠오른 메시지.

[액티브 스킬 ‘사고 가속’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바라던 대로 돈이나 현물보상이 아니었다.

더구나 스킬이란 사실에 주먹을 불끈 쥐었던 나는 곧이어 떠오른 애매한 스킬명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고 가속?”

교통사고 같은 사고를 가속 시킨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닐 테고, 머리 회전을 빠르게 한다는 건가?

이름만으로 용도를 유추해선 최상급 보상에서 나올 만큼 좋은 건가 의문이 들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직접 확인해 보는 것.

최상급 보상에 걸맞은 스킬이길 바라며 나는 지체 없이 ‘사고 가속’을 사용했다.

그런데.

-띠잉!

‘큭!’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엄청난 어지럼증이 발생했다.

역시 ‘사고 가속’은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스킬인 듯하다.

하지만 이게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건지 가만히 있어선 잘 모르겠다.

나는 고통 속에서도 스킬을 멈추지 않고 이를 악물며 주변을 살폈다.

‘음?’

그리고 머지않아 이상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시계가…….’

탁상시계의 초침이 매우 천천히 흐르고 있던 것이다.

고장 났나 싶어서 책상에 다가가는데 마치 몸이 물속에 빠진 것처럼 무겁고, 신체 반응 속도도 둔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설마 이거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있는 건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것이 정상이고, 사고가 가속되어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사고 속도와 신체 반응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이걸 이용하면 마법의 캐스팅 속도가 노타임이라 해도 될 만큼 빨라질 테고, 무기를 활용한 직접 전투에서도 회피력과 공격 정확도가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시야에 들어온 풍경의 정보를 판단하고 몸에 전달하는 것은 쉬우니 전투에선 항상 최선의 선택을 전력으로 분출할 수 있게 된다.

과연 최상급 보상에 걸맞은 스킬.

이 스킬만 있다면 비슷한 실력으로 나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한두 단계의 실력 차이는 충분히 커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좋은 무기가 되어줄 터.

다만 엄청난 단점을 지녔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 이상은.’

-턱.

“크으으!”

‘사고 가속’은 사용을 중지하지 않으면 마력이 계속 소모되는 지속형 액티브 스킬이다.

마력 소모도 적지 않지만, 스킬 사용으로 인한 극도의 어지럼증과 두통은 평범하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웩!”

거의 기다시피 쓰레기통을 잡아당긴 나는 뚜껑을 벗기곤 그곳에 구토를 했다.

자다 일어난 만큼 나오는 것 없는 헛구역질이었지만, 한참을 고통에 시달리다가 뒤늦게 힐링 마법을 사용했다.

“흐읍, 후……. 흐읍, 후…….”

쓰레기통을 대충 밀어두고 바닥에 대자로 누운 나는 이를 갈아야 했다.

“이러면 실전에서 쓸 수가 없잖아.”

연습하면 적응할 수 있을까?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이것에 익숙해지려면 엄청난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비틀거리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끝에 걸터앉은 나는 불만스레 인상을 찡그렸다.

사고 가속을 아무런 문제 없이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면 비장의 카드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반쪽짜리 보상밖에 안 됐으니.

마치 쉽게 강해질 생각은 말라는 것 같지 않은가.

‘오기 생기게 만드네.’

***

“다녀올게, 운동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네.”

집을 나서시는 부모님.

자금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 보니, 두 분께 이제 일은 그만두고 쉬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에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시는 어머니와 중소기업의 차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아버지는 자식에게 손 벌리고 살 생각이 없다며 극구 사양하셨지만, 내 성화에 못 이겨 은퇴하기로 결정하셨다.

물론 당장은 아니고 인수인계를 마친 후에 말이다.

오랜 시간 일하셨으니 이젠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사시길 바란다.

비록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환경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두 분을 배웅한 나는 거실 중앙으로 걸음을 옮겨,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쥐었다.

-화악.

푸른 불꽃과 함께 멋들어진 창 한 자루가 허공에서 색이 입혀지듯 나타난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미스릴 창날과 플라스틱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의 매끈한 창대는 현대의 지구에서 만들어졌다 해도 믿을 만큼 높은 완성도와 비주얼을 갖추고 있었다.

이게 바로 이름도 거창한 ‘인크리스 스팅어’.

개인적으로 외치고 싶진 않은 이름이다.

‘창대는 길이가 비슷한 것 같은데, 날이 길어서 적응할 필요가 있겠어.’

내가 아직 냉병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창날과 창대의 연결부위가 하나인 것처럼 자연스레 이어져서 일체감이 대단하다.

창날도 요란하게 생기지 않고 실용성을 갖춘 직창이었다.

-스윽.

살짝 휘둘렀을 뿐인데, 공기를 가르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나는 거실에서 수차례 창을 휘둘렀다.

원래대로라면 마당에서 연습을 하겠지만, 이건 창날이 너무 위협적이라서 이웃에서 신고할까 나갈 수가 없었다.

거실이 넓고 천장이 높아서 다행이지, 정말 위험천만한 짓이다.

“좋은데?”

그런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창날이 훨씬 긴데도 오히려 더 가볍고 밸런스가 좋아서 다루기가 더 쉬운 느낌이다.

직접 겪어보니 ‘아, 이런 게 명창이구나.’ 싶다.

미스릴이 철보다 가볍고 바질리스크의 비늘로 만들어졌다는 창대도 엄연히 따지면 탄소 섬유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나는 창 위로 오러를 씌웠다.

그에 푸른 불꽃이 넘실대며 창을 뒤덮고 날에서 작은 공명음이 흘렀다.

마스터의 오러블레이드가 완전히 밀집된 검의 형태를 갖추지만, 익스퍼트의 오러는 단순히 무기 위로 방출되는 것이 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공격력과 파괴력을 지녔는데, 오러익스퍼트가 되기 전까지 자주 사용하던 마력방출이 소소하다 느끼게 할 정도였다.

오러와 마력방출을 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두 개의 특성은 섞이지 않았다.

그래서 위력이 높은 오러를 무기로 사용하고 마력방출은 특정 부위를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이게 20% 증가한 위력이라고?”

인크리스 스팅어의 오러 증폭률은 20%.

그런데 내가 느끼기엔 그 퍼센티지를 크게 상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금속의 특성 때문일까?

철의 경우 오러를 사용할 때 상당량이 검에 머무르지 못하고 방출과 동시에 흩어진다 들었다.

반면 미스릴은 오러, 마력과 상성이 좋아서 손실률이 매우 적어 본래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던데…….

그 차이가 오러가 강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수준이라니.

‘이래서 미스릴, 미스릴 하는 거구나.’

첫눈에 반해 충동적으로 구매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제대로 운동을 해야지.”

언제까지 거실에서 제한적으로 창을 휘두를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무기를 역 소환하여, 카본 창을 챙겨 들고 마당을 나섰다.

***

18. 난리

홍차에 이어 시가도 호평 속에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파이프 연초가 대세던 흡연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시가는 깊은 향과 풍미로 상류층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갔다.

그리고 그 입소문에 단골처럼 거론되는 것이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홍차 제조업체 ‘조든 크리스 사’에서 만들어낸 새로운 기호식품란 것이다.

홍차는 귀족들의 품격에 부합되는 아주 고급스런 식품으로 취급을 받고 있으며, 과자나 케이크 등을 만드는데도 향신료로 사용되는 등, 다과회의 향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일론의 국왕도 홍차를 즐긴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을 정도.

덕분에 잘하면 조든 크리스의 대표에게 작위가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덕분에 내 재산은 무섭게 덩치를 불려가고 있으며 마탑에서의 나와 고든의 대우도 특별해졌다.

참고로 시가도 홍차처럼 마탑과 독점계약을 맺었다.

아마도 내 물건을 스스로 지킬 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마탑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괜찮느냐?”

이제 몇 개 안 남은 3클래스 마법을 익히던 중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 나를 보며 고든이 걱정스레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하나도 안 괜찮다.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속은 메슥거리고, 몸은 물속에 빠진 것처럼 느리고 무거우니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이제 좀 적응할 때 되지 않았냐. 이 망할 몸뚱어리야.’

내 속마음에도 꾸준히 마력을 잡아먹는 괴물은 콧방귀를 뀌듯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그렇다.

나는 지금 사고가속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사고 가속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며 익숙해지기 위해 독하고 끈질기게 이 난리를 치고 있다.

그래도 계속 사용하다 보니 처음보다는 나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무리였다.

그래서 익숙해질 때까지 이렇게 난리 칠 생각이다.

“좀 쉬자꾸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원랜 말도 굉장히 느리고 들리고, 느리게 말하지만 이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내가 힘들어서 그런다.”

“그러시다면…….”

결국 고든이 내 걱정에 먼저 손을 떼고 나는 여전히 스킬을 사용한 형태로 힘겹게 몸을 움직여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사고가속의 가장 좋은 사용법은 필요할 때만 잠깐잠깐 사용하는 것이지만, 이 스킬은 사용한 직후가 가장 고통스럽다는 것이 문제였다.

“너무 무리하진 말 거라.”

스킬 유지로 마력이 꾸준히 소모되고 있기에 고든도 내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캐묻지 않고 묵묵히 응원해 주는 것이 고든의 스타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뮤대륙 102일 차.

예정대로라면 101일 차인 어제 새로운 드림워커들이 입장을 했을 거다.

이제부턴 뮤대륙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고정되는 만큼, 이들은 첫날부터 5일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밖으로 나갈 수가 있다.

나는 토끼를 잡고 얻었던 보상카드를 쥐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꿈이 아니란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토끼 퀘스트를 깼다고 뮤대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그저 꿈으로 치부하며 정신 못 차리고 뻘짓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괜히 숲속을 어슬렁거리다가 몬스터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고.

그렇게 개죽음을 당하면 제대로 된 능력도 얻지 못한 채 뮤대륙 체험만 하고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혹시 이 마을을 향해 누군가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닐지 신경이 쓰이지만, 나는 애써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안 되겠다. 좀 쉬어야지.’

마력이 거의 다 떨어진 것을 빌미로 사고 가속 스킬을 멈추고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착각일지 모르지만 평소보다 머리가 뜨거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전처럼 힐링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쉬면서 스스로 후유증이 회복되길 기다렸다.

-똑똑.

“주인님.”

간식이라도 내오는 걸까?

노크소리와 함께 고든의 시녀 메리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빈손인 걸 봐선 뭔가 알릴 내용이 있는 것 같다.

“마을에 낯선 사람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고든은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반응이었지만, 이어진 그녀의 말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데 맨발로 뛰어들어온 그들의 행색이 지훈 님께서 처음 카라스마을에 방문하실 때와 너무 비슷하다 하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