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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39화 (39/247)

# 39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39

17. 재정비 (2)

다른 사람들은 혹시 천벌이라도 받는 것은 아닌지 신을 향해 욕설을 내뱉은 용감한 인물을 걱정스레 바라보았지만, 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새로운 메시지 창을 띄웠다.

[대기실 내에 상점이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돌연 우리의 눈앞에 수많은 자판기들이 신기루처럼 등장했다.

하나하나의 생김새는 지구의 자판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홀로그램처럼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상품의 이미지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지구][뮤][공용][판매, 수선]

카테고리는 크게 네 가지.

그 각 카테고리 안에 5~6개의 자판기가 판매 품목별(무기, 방어구, 소모품, 스킬 등)로 놓여 있다.

네 개의 카테고리가 하나의 세트가 되어 반복적으로 설치되었는데, 양쪽 시야가 닿는 곳 끝까지 수백, 아니 족히 수 천대는 될법한 자판기가 놓여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찰 뿐, 갑자기 나타난 자판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새로운 시스템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나와 함께 몇몇 사람들이 움직였다.

[포인트 환산 중…….]

[잔여 포인트: 9,010]

깜빡이는 잔여 포인트 메시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짓하는 사람들을 보면 메시지 내용이 당사자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알 수 있다.

나는 거리낌 없이 터치했고 밑으로 내역이 주르륵 떠올랐다.

-최상급 퀘스트 완료 1,500 X 1

-중급 퀘스트 완료 50 X 6

-하급 퀘스트 완료 10 X 6

-최하급 퀘스트 완료 5 X 2

-1서클 달성 100

-2서클 달성 200

-3서클 달성 400

-오러유저 달성 200

-오러익스퍼트 초급 달성 400

-명성 840

-기타 5,000

유난히 높은 명성 보너스와 기타 보너스는 정확한 내역이 안 나와 있지만, 대충은 예상이 된다.

명성은 말 그대로 대중에 알려진 네임벨류일 테고, 기타는 어떤 조건을 충족하거나 신이 내킬 때 내려주는 보너스일 것이다.

아마 나 정도의 포인트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을 터.

오러익스퍼트가 된 사람들이나 간신히 1,000을 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열심히 자판기를 조작하고 있는 옆 사람을 힐끔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자판기를 조작하는 순간 홀로그램이 사라졌는데, 메시지처럼 개인의 정보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자판기를 주의 깊게 살피자, 한숨을 내쉰 다른 수행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판기로 다가왔다.

죽이려 했던 사람들이지만, 역시 같은 신세라 그런지 약간의 동질감이 느껴진다.

뭐, 그렇다고 이들을 각별히 여기겠다는 건 아니지만.

[지구에서 사용 가능한 용품들입니다.]

[뮤에서 사용 가능한 용품들입니다.]

[지구와 뮤에서 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용품과 스킬입니다.]

[포인트 상품을 자판기에 재판매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수선 및 도색, 형태 개조가 가능합니다.]

자판기 카테고리에는 모두 용도가 쓰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구와 뮤대륙에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를 끌었는데, 한 세계에서만 사용 가능한 물건과 달리, 외향과 필요 포인트가 차원이 달랐다.

예를 들면 가장 기본적인 강철 롱소드를 보더라도.

지구와 뮤대륙 것이 똑같이 100포인트가 필요하다면, 공용 제품 중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롱소드에는 ‘아론테이커’란 이름이 따로 달려 있었다.

가격도 무려 4,500포인트.

공용 장비는 이식형 또는 소환형 아이템으로 모두 한 가지 이상의 특성이나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템엔 등급이 없지만, 게임으로 치면 레어 이상의 물건들만 모아놨다고 볼 수 있겠다.

덕분에 가격들도 하나같이 헉 소리가 났다.

남들에 비해 나는 포인트에 여유가 있으니 이것저것 살 수 있는 형편이지만, 너무 종류가 많아서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그러다가 한 아이템에 시선이 향했다.

[라이기스의 아공간]

공용아이템인 그것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양쪽에서 사용 가능한 아공간을 구매하면 대놓고 무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신은 그런 사용법을 바라지 않는지, 홀로그램처럼 떠오른 아이템 설명에 불필요한 사족이 붙여 놨다.

[다른 세계의 물건은 개인용도 외에 사용을 금한다. 세계 간 무역금지, 무기배포 금지 등.]

나는 작게 아쉬움을 표했다.

지구의 지식을 이용해 돈벌이하고 싶으면 현지화된 상품을 직접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충분히 요긴하겠지만, 값이 무려 6,500포인트나 하는지라 제대로 된 무기나 스킬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음…….”

나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다른 수행자들도 모두 턱을 괴며 자신이 지닌 포인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엘릭서]

-자애의 여신이 지상에 내린 선물.

숨이 붙어 있는 상태라면 어떠한 부상과 저주라도 회복한다.

-공용, 1회 소모 아이템.

-1,000포인트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하나 정도 갖고 있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나는 공용아이템 중에 붉은 보석의 형태를 띠고 있는 회복아이템을 구매했다.

그러자 자판기에서 나온 붉은 기운이 내게 스며들며 메시지가 떴다.

[엘릭서가 1회용 스킬로 등록되었습니다.]

보통 엘릭서하면 물약의 형태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1회용 스킬 형태로 보관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당연히 이런 방식이 아니면 공용아이템으로 치부할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고심 속에 첫 아이템을 구매한 내게 남은 포인트는 8,010.

마침 스킬업 포인트도 3개나 쌓아 놨겠다.

강력한 스킬을 얻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기 중에 유난히 내 시선을 잡아끄는 녀석이 있었다.

[인크리스 스팅어 / 소환형 공용무기]

-다크엘프 대전사장 칼타르가 애용하던 ‘스피어 스태프’.

창에 매직스태프의 효과를 더했다.

창날은 미스릴, 창대는 바질리스크의 비늘을 말아 만들어졌으며 탄성과 강도가 굉장히 뛰어나다.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명창이라 칭하기 부족함이 없지만, 스태프로서의 능력치도 뛰어나다.

-창날 60㎝, 창대 140㎝. 무게 2.5㎏

-40% 마법증폭, 20% 오러증폭, 자가 수복

-8,000포인트

나에게 정말 딱인 무기가 아닌가.

구매하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 장비다.

하지만 이 창을 마련하면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진다.

스킬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다섯 가지.

[은신]

-500포인트

[얼굴변환]

-500포인트

[다크엘프의 전투 창술]

-2,000포인트

[제노사이드]

-2,000포인트

[증폭]

-3,000포인트

은신과 얼굴변환은 신변을 위해 구입하려는 거고, 나머지는 순수하게 전투력 상승을 위해 고려하게 된 스킬들이다.

‘다크엘프의 전투 창술’은 미천한 대인 전투 능력을 끌어올려 줄 패시브 스킬이고 ‘제노사이드’는 3미터 범위에 마력을 폭발시키는 광역 스킬이다.

마지막 ‘증폭’은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할 때 위력을 50% 증가시켜주는 접두사 액티브 스킬이다.

스킬을 구매하면 8,010포인트로 5가지를 모두 구매할 수 있지만, 창을 사버리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다른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일반 미스릴 창 두 자루(지구, 뮤 하나씩)에 스킬을 섞어서 구매할까도 싶었지만, 그건 어중간한 타협이 될 것 같다.

“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무기를 선택했다.

‘어차피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타협보단 계속 쓸 수 있는 걸로.’

원래 이런 감성적인 평은 좋아하지 않는데, 한눈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

인크리스 스팅어를 보는 순간, ‘이건 내 것이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그때 스킬에 조합해야 하는 증폭과 달리 인크리스 스팅어의 증폭효과는 고정형 패시브 특성이고, 제노사이드 스킬도 강화된 마법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할 것이다.

가장 아까운 스킬은 역시 창술인데.

아무래도 창술이 가장 필요할 때는 같은 인간과 싸울 때인 만큼, 몬스터를 주로 사냥하는 내 입장에선 조급하게 손에 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무리 이유를 대도 결국은 무기를 사기 위한 자기합리화밖에 되지 않지.’

나는 피식 웃으며 자판기의 구매 아이콘을 터치했다.

-스스스

구매를 확정하자 다시금 붉은 기운이 내 안에 스며들었다.

더불어 지니지 않은 무기의 존재가 곁에서 느껴졌는데, 소환 방법이 각인되듯 머릿속에 새겨졌다.

지금은 보는 눈이 많으니 나중에 조용한 곳에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이 중에 우릴 발테르로 불러 모은 새끼 있지!?”

그런데 그때였다.

아까 하늘에 대고 욕지거리를 내뱉은 용사가 주변 사람들을 훑어보며 소리쳤다.

그에 사람들은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나도 나서지 않고 주변의 행동을 따라 했다.

다들 신변 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리고 있는 상태인지라 나만 수상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범인이 자신이 범인이라 하는 거 봤나.

괜한 시간 낭비다.

“지금 그게 중요해? 그 사람 덕에 우리가 산 거잖아.”

위협적인 사내의 행동에 회색 복면을 쓴 모델같은 체형의 여성이 나를 두둔하고 나섰다.

아무래도 나로 인해 보이지 않던 위협이 지나가고 이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에 철제 갑옷과 얼굴을 로브로 가린 남성이 점잖게 반론했다.

“하지만 너무 강압적이야. 내가 이틀 전 정보길드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살아남은 수행자는 총 49명이었어. 그런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겨우 31명이지. 나머지 18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죽인 거야.”

정확하겐 16명이지만.

그의 이야기에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미친놈이군.”

“살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어.”

욕설이 입에 익은 듯한 거구의 사내와 로브차림 사내의 이야기에도 여성은 여전히 나를 두둔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조했다.

대충 여론을 보면 반반.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파와,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는 파로 나뉘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팝콘 먹는 심정으로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애초에 녀석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도 못 해봤잖아.”

“상황 돌아가는 거 보면 대충 몰라?”

여성과 거구가 치열하게 말다툼을 벌였고, 주변에 잡음이 더해지니 순식간에 시장 바닥이 되었다.

사람들의 국적은 모르지만, 그들의 대화는 뮤 대륙 표준어로 정확하게 내 머리에 입력이 되었다.

“정보 길드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낸 게 없습니까?”

뒤쪽에 있던 누군가의 물음에 로브차림의 남성이 고개를 내저었다.

“철저하게 정보 보호가 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정보 보호를 위해 걸어둔 금액이 백금화 8개에요.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선 50%가 더해진 백금화 12개를 지불 해야 하죠.”

“배, 백금화 12개?”

“다른 나라 정보길드를 이용하는 건요? 듣기론 국가별로 정보 길드가 독립되어 있다던데.”

“소용없었습니다. 통신으로 모두 문의를 해봤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으니까요. 그가 각국에 뿌린 백금화가 약 100개에 달한다는 거죠.”

순간 주변이 쥐죽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게 힌트이기도 합니다. 수행자 중에 뮤대륙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사람이 용의자란 뜻이니까요.”

“그렇군. 그런데 그런 돈을 어떻게? 난 도저히 백금화 2개 이상은 안 모이던데?”

“정보 보호를 위해서만 쓴 게 그 정도니. 실제 재산은 더 많겠지. 아마도 지구의 지식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여유가 없어서 시도를 못 해봤을 뿐, 한 번쯤은 생각은 해봤던 내용이긴 해.”

역시 나만 똑똑하고 다른 사람들은 바보란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니 바로 수사망이 좁혀지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극심하게 벌어진 격차는 점점 크기를 더해갈 테고, 이미 이들과 나는 같은 선상에 서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이런 접근 방식은 이미 예상했던 바이다.

뭔가 수작을 부린다면?

제거될 뿐이다.

내 위협이 될 것 같다면?

역시 제거될 뿐이다.

이곳에서의 죽음이 영구적이지 않은 이상, 거칠 게 없다.

어쩌면 죽음이 영구적이라 해도 필요하다면 저지를지도 모르지만.

“이 자식아! 지금이라도 나와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라도 해라! 그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하고 넘어가 줄 테니까!”

이들과 관계를 좋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내겐 득보다 실이 많다고 느껴졌다.

“우리가 고맙다고 해야지!”

끝까지 생각을 굽히지 않고 날 지지하는 여성.

“이년은 자존심도 없나!”

“자존심과 배은망덕은 다른 거다. 멍청한 새꺄!”

나도 인간인지라 그녀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5분 후 대기실 이용시간이 끝납니다.]

[대기실 이용이 끝남과 동시에 지구로 복귀 예정이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난 메시지.

“이런.”

“아직 아무것도 못 샀어!”

사람들이 당황하며 자판기에 달라붙었고, 덕분에 나에 대한 수사도 자연스레 끝이 났다.

거구의 사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며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후.

[대기실 이용시간이 끝났습니다. 즉시 셧다운이 되며, 다음 접속 땐 각 마을의 안전 구역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우리에게 미안함이라도 느끼는 걸까?

꽤 친절해진 메시지와 함께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며 지구에서 눈을 떴다.

깔끔한 대리석 벽면과 새하얀 천장. 살짝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풍겨오는 정원의 풀내음이 상쾌함을 더한다.

비록 미친 듯이 돌아가는 공기 청정기의 소음이 분위기를 깨지만, 역시 뮤대륙 보다 지구가 좋다.

이곳에 있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지잉.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기실에서 8천 포인트로 구매한 무기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무기의 소환보다도 먼저 다른 것에 시선을 주었다.

[최상급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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