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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32화 (32/247)

# 32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32

14. 자칭 초능력자 (1)

쓸데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만에 하나 나를 제외하고 마력을 지닌 이를 만나게 된다면 현 상황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응?”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마법을 캔슬 하려던 찰나.

나는 마력탐색 실험을 위해 띄어 놓았던 라이트 마법을 보며 의아한 기색을 표했다.

어째 평소보다 마법의 존재감이 강한 것 같다?

내가 1클래스 마법을 한두 번 사용해 보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수준의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 마력의 흐름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

“혹시 기감이란 스킬의 효과인가?”

아니 그것을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직감 스킬은 꽤나 오랫동안 효과를 느끼지 못했는데, 근래 들어서야 직감이 뒤통수가 따끔한 수준으로 위기를 알려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효과가 애매한 직감과 달리, 이름이 비슷한 기감 스킬은 변화가 확실했다.

단순히 마력이 예민하게 느껴지는 건지 또 다른 효과가 있는 건지는 몰라도, 잘하면 마력 컨트롤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후욱.

가볍게 손을 내젓는 행동에 라이트 마법이 사라지고, 나는 냉장고를 열어 미리 사놓은 우유와 시리얼바를 챙겨왔다.

정말 간소한 아침식사.

하지만 혼자 사는 남자들이 대체로 이렇지 않을까 싶다.

-약 2주 전부터 용의자를 추정하기 힘든 살인 사건과 행방불명 사건이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요. 증거를 남기지 않는 범인의 치밀함을 봐선 공통된 세력의 테러 행각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적막감을 깨기 위해 켠 TV.

그런데 첫 뉴스부터 자극적인 내용으로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수사 전문가들은 이것이 대대적인 테러를 위한 예행연습일지도 모른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에선 외부순찰을 대폭 보강하는 한편 거동 수상자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자발적 신고를 바라는 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내 입장에선 요즘 일어나는 실종과 살인 사건과 일전에 중국에서 가축을 공격했던 괴물 소동도 안개에 의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어느 곳에서도 안개의 ‘안’자도 거론하지 않았다.

맨 처음 까치산 공원에서 고블린과 조우했을 때의 안개는 일반인들도 인지했는데, 마치 점점 기능을 개선하는 것처럼 은밀함을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 소식입니다. 브라질 동부 마세이오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어 학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로라는 태양풍의 플라즈마가 지구로 진입을 하면서 대기의 공기와 반응해 빛을 내는 현상인데요. 주로 위도 60~80도의 극지에서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남위 10도로 오로라를 볼 수 없는 환경에 속하여…….

이번엔 이상 현상까지?

세상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는데, 위기감을 표하는 사람은 또 없는 걸까?

이러다가 두 세계가 연결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후 뉴스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고, 나는 오늘의 일정을 정리했다.

오늘은 꽤 바쁘다.

새집에 가구와 가전제품을 설치하러 기사분들이 방문할 테고, 자금에 여유가 생긴 만큼 주식을 일부 정리하여 쇼핑과 함께 모처럼 차량 구입도 알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하나 추가가 되었는데, 사람들이 한창 외출을 할 저녁 시간에 맞춰 인구 밀집 구역을 돌아다니며 마력탐색을 해봐야겠다.

***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네, 사용에 불편함이 있으시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어제 부모님과 함께 골랐던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모두 도착했다.

이런 대형 상품들을 주문 다음 날 바로 설치를 해준다니, 역시 우리나라의 배송서비스가 최고인 거 같다.

설치기사들이 모두 떠나고, 나는 마당에 쌓여 있는 추가 주문한 비상식품들을 벙커에 때려 넣었다.

이후 말끔하게 단장하기 위해 샤워를 했다.

깔끔하게 면도도 하고 모처럼 머리에 왁스도 발랐다.

용무를 마치고 욕실을 나서니, 스마트폰에 안 읽은 메시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돈을 벌써 갚는다고?]

[무리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친구 사이에 무슨 이자야?]

[야야야야!]

[이게 뭐야? 왜 3천만 원을 입금해?]

[야 ㅈㅈㅎ 뭐해?]

[지훈아, 이체 잘못된 거 같은데? 나한테 3천만 원 입금됐어.]

메시지를 읽으며 옷을 챙겨 입던 나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돈 잘 썼다. 너희들이 준 자금 덕분에 많이 벌었어. 천만 원은 이자니까,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 마.]

원래 10일에 돈을 갚을 생각이었지만, T화학의 주가는 이미 목적 치에 80% 가까이 오른 상태고, 거기서 친구들이 빌려준 2000만 원을 묵혀봤자, 전체에 비하면 큰 이익이 아니라 생각했다.

정우와 인식이가 잘나가고 있긴 해도 사회 초년생인 만큼 생활이 여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둘 다 집안 사정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냥 빨리 갚는 편이 친구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라 생각했다.

[야, 그래도 이자가 천만 원은 너무 많지.]

[이자는 됐어, 천만 원 돌려줄 테니까, 계좌 불러.]

나를 위하는 건지, 단순히 정직한 건지, 욕심도 낼법한데 둘은 선뜻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신경 쓰지 마, 이자로 천만 원만 주는 게 미안할 정도로 벌었으니까.]

[그래?]

[응, 그리고 나 직장 안 구하려고. 그냥 전업 투자자로 살란다.]

[주식?]

[ㅇㅇ]

[너라면 뭘 해도 될 것 같긴 한데. 너무 욕심부리진 마라, 주식 위험하잖아?]

[ㅇㅋ 걱정마.]

이후로도 두 녀석과 이자를 돌려주네 마네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냥 내 성의를 받기로 했다.

[고맙다. 안 그래도 살짝 쪼들렸거든.]

[실은 나도.]

친구들의 반응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역시 빨리 돌려주기로 결정한 게 잘한 일 같다.

[돈을 빌린 내가 제일 고맙지.]

[나중에 좋은 정보 있으면 알려줘라.]

[지금 알려 줄까?]

[ㅋㅋ 지금 말고]

훈훈하게 메시지로 대화를 마친 나는 옷을 갈아입고 용산 집을 나섰다.

이제 배달 올 것도 없으니, 모처럼 개인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나는 평소와 같은 트레이닝복 차림이 아니라, 모처럼 면바지에 셔츠를 챙겨 입었다.

지금부터 백화점이나 자동차 매장을 들릴 예정인데, 아무리 그래도 트레이닝복 차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입고 있는 옷 모두가 SPA브랜드긴 하지만, 꽤 단정해졌다.

몇몇 졸부들은 일부러 시선을 끌기 위해 너저분한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명품샵을 활보하며 자기가 왕인 양 행동한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역시 제정신이 박혀 있으면 장소에 따라 복장을 맞추는 게 기본 매너라 생각한다.

정 옷이 없으면 모를까.

나는 압구정에 유명한 명품 백화점에 들려, 개인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브랜드를 찾았다.

“어서 오세요.”

그런데 차라리 트레이닝복 차림이 나았을까?

이 복장으로 백화점 명품관에 들어가니, 여직원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뭐랄까 얼굴엔 미소가 걸려 있고 크게 불친절하지도 않은데, 응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달까?

아무래도 이런 곳이 처음이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데 멀찍이 떨어져 보고만 있는 게, 마치 방관자 같았다.

팔 생각이 없나?

“여기요.”

“네.”

직원은 내가 부르고 나서야 마지못해 다가왔다.

“어머니 핸드백 하나 사드리려고 하는데요. 중년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 좀 추천해 주시겠어요?”

“이 상품과 이 상품, 이 상품이 인기 있습니다.”

설명이 그게 다야?

“…….”

나는 황당하단 표정으로 직원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그저 생글생글 웃어 보이며 무슨 문제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나는 이것저것 들어보며 어머니께 어울릴만한 상품을 스스로 고민했다.

그러나 내 고민이 길어지자, 여직원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져갔다.

이럴 거였으면 그냥 부르지 말걸 그랬네.

별로 도움도 안 되는데.

쓸데없이 직원과 실랑이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갑질을 하고 싶지도 않다.

대체 무슨 생각에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건지.

가끔 명품매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자신이 명품이라도 된 것마냥 착각한다곤 하던데, 그녀도 그런 부류일까?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한번 거슬리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었다.

“세 개 전부 사죠.”

내 말에 그녀는 눈을 크게 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나긋나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전부 합쳐서 1250만 원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예쁘게 포장해 드릴게요!”

만약 그녀가 나를 도발해서 과소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괜히 안 해도 될 소비를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지갑도 보고 싶은데요.”

“네,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손바닥 뒤집듯 갑자기 친절해진 직원.

덕분에 비싼 가방을 고를 때와 달리 지갑은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고를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의 행동을 만회하겠다는 듯 비굴해 보일정도로 과한 친절을 베풀어 와서 맥이 풀릴 지경이다.

사람의 태도가 이리 바뀌다니 역시 돈이 좋긴 좋은 것 같다.

해당 브랜드의 남성용 지갑은 나와 아버지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 어머니 것만 구입하고, 총 1340만 원을 썼다.

사치품을 위해 처음으로 써보는 거금.

하지만 지금 갖고 있는 재산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다.

돈을 벌었으니, 한 번쯤은 소비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대부분이 구매한 물건 모두가 부모님께 드릴 선물이었지만 말이다.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이후 쇼핑백을 주렁주렁 달고 매장에 들어서니, 어딜 가든 직원들이 반겨 주었다.

“이거 주세요.”

“이걸로 할게요.”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표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지갑과 함께 아버지에게 어울릴만한 시계를 알아보러 다녔고, R렉스 요트마스터 금장에 꽂혀 그것을 구매했다.

백화점에서 무려 5천만 원이란 거금을 사용했지만, 그중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은 70만 원짜리 지갑 하나가 전부였다.

뭐, 지금부터 값비싼 차를 보러 갈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력 탐색.’

나는 잊지 않고 꼬박꼬박 마력탐색을 사용했다.

[탐색 결과 없음]

하지만 아직까진 걸리는 것이 없었다.

자동회복 스킬 덕분에 계속 이동하면서 마력 탐색을 해도 크게 마력이 줄지 않았다.

그리고 소모속도를 회복속도가 쫓아오지 못해도 잠깐만 쉬면 되니 앞으로는 지속적인 마력탐색을 버릇 들려놔야겠다.

“아이고 사장님 어서오십시오.”

이어서 오프로드 차량으로 유명한 L드로버에 방문했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라면 스포츠카면 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면 아무래도 오프로드 차량이 좋다고 생각했다.

L드로버는 튼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량.

그중에서도 레인지로버다.

처음엔 C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레인지로버를 선택했다.

나는 오래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레인지로버 2020년 최상위 모델을 구입 했다.

덕분에 프로모션을 포함하고도 2억 6천이 넘는 거금을 쓰고 말았지만, 견고하고 육중한 몸체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졸부로 보겠지.”

저가 브랜도 옷에 명품 쇼핑백을 바리바리 들고 비싼 외제차를 사는 모습이 딱 로또에 당첨된 철없는 청년으로 보일법했다.

“뭐, 졸부가 맞긴 하지.”

나는 딜러들의 환대를 받으며 매장을 나섰고,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치고 말았다.

“지훈이?”

톤 높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

나와 얼굴을 트고 지내는 젊은 여성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이초희?”

바로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어울리던 친구 중 하나인 이초희.

일전에 술자리에서 나를 향해 불평을 토해냈던 그 여자애다.

그런데 이초희가 어느 남성의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그 남자도 눈에 익은 사람이었다.

“박우찬.”

이걸 끼리끼리 논다고 해야 할까?

이초희와 함께 나를 아니꼽게 여겼던 친구 녀석이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 사귀었냐?”

내 물음에 둘의 시선이 빠르게 손에 쥔 쇼핑백을 훑더니 뒤에 위치한 자동차매장으로 향했다.

“너 로또됐냐?”

물음에 물음으로 답을 해오는 우찬이.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로또는 무슨.”

뭐, 엄연히 따지면 로또나 다름없지만.

“둘이 그런 관곈지 몰랐네. 나중에 보자. 나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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