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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30화 (30/247)

# 3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30

13. 향수와 같은 차 (1)

“왕립 마탑의 주인은 탑주님이 아닌 국왕폐하시다. 때문에 영지전이 발생해도 신전과 함께 절대 침범해선 안 되는 금역이 마탑이지. 추후 지방을 여행하다가 트러블이 발생한다면 마탑 지부로 향하거라. 왕립 마탑을 공격하는 것은 폐하에 대한 반역을 뜻하니 함부로 널 해하지 못할 것이다.”

유용한 팁에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카라스 마을에 머물고 있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보상을 통한 능력치 상승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고든과 같은 4서클이 될 수도 있고, 퀘스트 수행을 위해 다른 지역을 갈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 팁은 최대한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만큼 국왕폐하께서 마법사들을 위한다는 뜻이지. 비록 위스워드 제국처럼 엄청난 자금지원이 따르진 않지만, 제도적 대우는 그에 못지않단다.”

왕립마탑의 정식마법사(3~4서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작위나 다름없으며 서임을 받은 기사와 같은 항렬에 위치한다.

또한 5서클의 고위마법사가 되면 단승 남작위가 주어지며, 6서클이 되면 3대 세습이 가능한 남작 위와 영지가 주어진다.

그리고 6서클의 고위마법사는 국왕파로서의 정계진출이 수월한데, 평민이 대귀족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기도 했다.

즉, 고든의 사숙은 6서클의 고위마법사이므로 언제든 정계에 진출할 자격이 된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마법사가 정치에 빠지는 순간 성장은 멈춘 것이나 다름없지만.

“어? 고든님 아니십니까?”

영지군이 아닌 왕립 방위군 소속의 병사가 지키는 입구를 통과해 마탑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고든을 알아보고 반가움을 표했다.

“오, 세라드 군 아닌가. 반갑네.”

내가 보기엔 고든이나 세라드라 불린 사람이나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군’이라 칭해지는 것 보면 고든의 항렬이 더 높은 모양이다.

“전에 위스워드 제국으로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돌아온 지 꽤 되었네. 지금은 카라스 마을에서 이놈을 제자로 거둬 열심히 마법을 가르치고 있지.”

그러면서 고든은 나를 인사시켰다.

“반갑습니다. 세라드님. 지훈이라고 합니다.”

“그, 그래. 반갑네.”

세라드는 애매한 표정으로 내 인사를 받았는데, 아마도 처음들인 제자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럴 것이다.

보통은 어린이들이 마력을 더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법사가 제자를 들인다면 어중간한 나이보다 어린 것이 선호했다.

“5주만에 1서클을 넘어 2서클까지 만든 천재지. 내 자랑일세.”

그러나 이어진 고든의 말에 그는 두 눈을 번쩍 떴고, 주변을 지나치던 다른 마법사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농담을 그리…….”

“내가 그런 실없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던가.”

“세상에 진짭니까?”

소탈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고든의 눈빛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진짜 능력치에 따른 시스템의 보조 때문인지 몰라도 2서클 달성이 어렵다는 생각을 못 해봤던지라, 이렇게 치켜세워줘 봤자 부끄러울 뿐이다.

“원래부터 마력방출을 자연적으로 터득해 사용했다는군. 그 덕분에 더 수월했던 것이고.”

“마력 친화력만으로 서클이 높아지진 않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세라드는 새삼스레 감탄사를 터뜨리며 다시 봤단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여유롭게 영업용 미소로 응대했다.

“제자를 마탑에 가입시키고 싶은데, 도와주겠나?”

“물론이죠. 자네 이쪽으로 오게나.”

당번제인지 아니면 담당인지는 몰라도 그가 1층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모양이다.

창구 직원이 있었지만, 그는 직접 서류를 건네오며 내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그거면 되네.”

서류작성은 오래 걸리지 않아 끝마쳤고, 세라드가 창구 직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선물일세.”

그리고 나는 직원으로부터 검은색의 천 뭉치를 건네받았다.

뭔가 싶어 펼치니, 고든과 세라드가 입고 있는 것과 같은 디자인의 로브였다.

“마탑 로브는 원래 사비로 구입해야 하는 개인 물품이지만, 고든님의 제자가 왔는데, 인사만 나눌 순 없지.”

정확한 값은 모르겠지만. 꽤나 고급스런 물건을 선뜻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힐끔 고든을 바라보니, 받아도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어서 내가 바로 로브를 걸치자 세라드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편하고 따뜻해서 좋긴 한데, 로브 끝이 치렁치렁해서 전투 중엔 절대로 못 입을 것 같다.

“이런, 제가 너무 붙잡고 있었네요. 지부장님 만나고 가실 거죠?”

“그래, 긴히 상의드릴 게 있거든.”

“얼른 올라가 보세요. 내려오신 다음 또 이야기 나누죠.”

우린 세라드를 뒤로 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지부장과의 만남을 위해 상층부로 향했다.

뭔가 마법적인 도구가 우릴 위로 보내주나 싶었는데, 순수하게 계단을 타고 걸어서 이동했다.

마법으로 엘리베이터를 만들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텐데.

예산 문제일까?

덕분에 한참 동안 계단을 올랐고, 고든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꼭대기인 지부장실에 도착할 때쯤엔 플라이 마법을 사용할 걸 괜히 걸었다며 한참 동안 호흡을 정리했다.

-빨리 들어와!

지부장실 밖에 너무 오래 서 있었을까?

안에서 노년 남성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왕국에 얼마 되지 않는 6서클의 고위마법사답게 바로 외부의 이상을 느낀 모양이다.

“네!”

그에 항상 여유롭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고수하는 고든이 군인처럼 빠릿빠릿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긴장해야 했다.

지부장실에 들어가니, 나를 반겨준 것은 백발이 성성해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보이는 나이든 남성이었다.

딱 봐도 얼굴에 한 성깔 한다고 쓰여 있는 그의 이름은 ‘랜디 크리스토퍼’ 남작.

내가 뮤대륙에 오고 처음으로 만난 작위를 가진 귀족이었다.

비록 5작위 중 가장 밑이지만, 평민은 감히 바라볼 수 없는 힘을 지녔으며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닌 지배를 하는 측의 인물이다.

더구나 그는 6서클의 고위 마법사.

미드랜드의 어느 국가를 가든 작위를 받을 수 있는 능력자였다.

2서클만 돼도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데, 6서클이면 얼마나 강할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숙님.”

“처음으로 제자를 들였다지?”

고든의 인사에도 그는 본론부터 꺼냈다.

성질이 급한 건지, 불필요한 인사치레를 싫어하는 건진 몰라도, 고든은 익숙하게 웃어 보이며 내 등을 두드렸다.

“지훈이라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크리스토퍼 남작님.”

그리고 남작은 본질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훑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법을 배운지 5주밖에 안 됐다고?”

“그렇습니다.”

“분명 재능이 있어 보이는군. 지적 능력도 나빠 보이지 않고.”

담담한 그의 칭찬에 감사를 전하려던 찰나.

호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남작의 모습에 나와 고든은 크게 움찔거려야 했다.

“그런데! 왜 쓸데없이 오러를 터득한 거지?”

아무래도 고위마법사쯤 되면 자세히 안 살펴도 느껴지는 모양이다.

고든은 바로 알아채지 못했었는데…….

물론 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닌지라 미리 고든에게 밝혔지만, 신기하단 반응을 보일 뿐 남작처럼 극심한 거부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마법보다 먼저 배운 것입니다. 최근에서야 오러 포인트가 개화했…….”

“서클과 오러의 공존은! 많은 위험성을 띈다. 마검사에 대한 로망으로 많은 이가 그런 뻘짓을 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역사와 함께 사라졌지. 그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나!?”

말투가 원래 이런 걸까?

강약 조절도 정도가 있지, 호통 뒤에 진지하게 말하고 또 호통 뒤에 진지하게 말하니, 화가 났다기보다 ‘괴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서클과 오러의 불균형으로 인한! 밸런스 붕괴다.”

그건 고든도 몰랐는지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서클이나 오러포인트나 신체를 강화하는 새로운 기관인데! 그것이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리가 있나.”

언제까지 저런 말투를 사용하는 거지?

더없이 심각한 표정의 고든과 달리, 남작의 말에도 나는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지금 이 녀석의 몸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서클은! 최대가 3개다. 4서클 이상을 만들기 위해선 오러 또한 ‘유저’가 아닌! ‘익스퍼트’ 수준에 올라야 하지.”

“허…….”

“5서클이 되기 위해선 중급 익스퍼트 수준을! 6서클이 되기 위해선 상급 익스퍼트 수준을! 7서클의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선 최상급 익스퍼트까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뭐하러 스스로 제한을 두냔 말이다. 하나에만 매진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거늘!”

마법사와 기사의 경지 수준을 간단히 비교 설명하자면 이렇다.

수습마법사(1, 2서클)=수습기사(오러유저)

정규마법사(3, 4서클)=정규기사(익스퍼트 초급, 중급)

고위마법사(5, 6서클)=고위기사(익스퍼트 상급, 최상급)

대마법사(7서클)=마스터(오러블레이드, 오러실드)

대마법사(8서클)=상급마스터(플라잉 소드)

그랜드 위저드(9서클)=그랜드 마스터(스피릿 소드)

한자와 영어가 혼재되어 있지만, 뮤대륙의 명칭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기하면 이 정도가 한계다.

서클의 숫자가 바로 경지를 뜻하는 만큼 등급을 나누기 편한 마법사와 달리, 기사의 경지는 유저와 익스퍼트,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4가지로밖에 분류가 안 된다.

그 4가지를 마법사의 등급과 맞춰서 분류한 것이 바로 위에 표기된 방식인 것이다.

즉, 남작의 말은 서클을 높이기 위해선 적어도 한 단계 밑의 오러 등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

괜히 욕심부리다가 재능만 낭비하게 생겼다고 훈계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당황한 고든의 물음에 남작은 혀를 차며 답했다.

“몸의 밸런스가 붕괴되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유리 몸이 될 거야.”

“맙소사…….”

아무래도 나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고든이 받은 충격도 큰 모양이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안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내겐 퀘스트가 있지 않은가?

“걱정마십시오. 스승님. 반드시 양립해 보이겠습니다.”

“너…….”

나는 일반적인 뮤대륙 인들과 확연히 다른 입장에 놓여 있다.

보상으로 계속 능력치가 상승할 테니, 퀘스트를 수행해나가다 보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 생각한다.

애초에 오러도 마법을 익힌 상태에서 얻은 보상이 아닌가.

신이란 존재가 나를 엿 먹이고자 했으면 이보다 더한 기회도 많았다.

“오만한 녀석이군!”

남작은 이런 내 태도에 호통을 치다가 곧 표정을 바꿔 재밌다는 듯 입꼬릴 말아 올렸다.

남작은 참 변화무쌍한 얼굴의 인물이었다.

“그래도 나쁘진 않아. 마검사는 흔치 않은 샘플이니 관찰할 맛이 있겠어.”

정확히는 마창사인데.

“사숙님!”

“시끄럽다.”

짜증 섞인 고든의 반응에 남작은 호통 없이 평범하게 말을 이었다.

“설마 내가 관찰만 하겠느냐? 그래도 사손인데 최대한 도움을 주려 하겠지.”

남작은 내게 다가오라며 손짓을 했다.

힘: 14

체력: 12

민첩: 13

지능: 35

마력: 20

운: 6

그는 내 몸 상태를 꼼꼼히 체크 했는데, 자체적으로 능력치까지 확인하곤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마법을 배우면서도 신체 단련을 잊지 않은 모양이군. 아까 말 한대로 당장 3서클은 아무런 문제가 없겠어.”

그리고 남작은 내게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해왔다.

“무예 쪽 스승은?”

“지금은 안 계십니다.”

“좋아, 그럼 내 가문의 기사를 스승으로 붙여주마. 그를 통해 오러를 단련토록 해라.”

그럼 나야 좋지.

역시 사람은 인맥이 있어야 하나 보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군요. 감사합니다. 사숙님.”

“네 역할이 크다. 가르침에 있어서 완급 조절을 잘해야 할 거야.”

앞선 호통들과 달리, 알고 보면 꽤나 인자한 인물인 걸까?

남작의 당부에 고든은 순순히 알겠고 답했다.

“그럼 꺼내봐. 사업 아이템 가져온다며.”

얼떨결에 내 체질에 대해 신경이 쏠렸는데, 원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고든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아공간에서 잘 포장된 갈색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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