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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7화 (27/247)

# 27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27

11. 용병등록 (2)

“그렇다면 남자면 식량이요, 여자면 노리개겠네요.”

가감 없는 바트의 감상에 나는 말을 잃었다.

하지만.

“…….”

얼마 안 있어서 그 흰점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불편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아무래도 그 사람 당한 것 같습니다. 신호가 사라졌네요.”

몬스터를 죽이면 붉은 점이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신호가 없어졌단 뜻이겠지.

바트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부락에 오크는 몇 마리나 있습니까?”

“11마리입니다. 그 중엔 오크 전사와 오크 주술사도 포함되어 있어요. 주술사가 한 마리인 건 아는데, 전사는 몇 마리가 있는지 사전에 파악 못 했네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정도 규모면 전사는 많아 봤자 두 마리겠죠.”

오크들은 부락 안에 똘똘 뭉쳐 있었다.

아무래도 부락 밖에 나섰던 동료들이 돌아오지 않자, 이변이 생겼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다.

오크들의 아지트는 부락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외부와의 경계가 되는 방책도 없고 숲속에 게르(몽골식 대형텐트)와 가죽 천막들이 줄지어 놓여 있을 뿐이다.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연기가 음침한 분위기를 살리고, 위협적으로 들려오는 피어가 위급함을 표현했다.

분명 이곳은 오크의 부락이지만 꼭 패잔병의 야영지를 연상시켰다.

“방어 부탁드립니다. 일단 마법을 난사해서 최대한 수를 줄여 볼게요.”

내 말에 바트는 맡겨만 달라며 거대한 사각 방패를 퉁 내리찍었다.

우리는 존재 자체가 벽이나 다름없는 바트를 앞세운 채 천천히 전진했다.

“만약 오크가 제게 붙어도 신경 쓰지 마시고 전투를 이어가세요.”

“괜찮겠습니까?”

분명 근접 전투도 가능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나설 일이 없다 보니, 실력에 확신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마법사가 몸으로 싸워봤자 얼마나 잘 싸우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걱정 마세요. 이 창은 장식이 아니니까.”

아직 오크 전사와 주술사의 강함은 모르겠지만, 이정도 전력이면 질 거라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2클래스 원거리 마법의 유효거리는 고작 100여 미터 정도.

때문에 내 공격보다 적인 오크 궁수의 공격이 먼저 시작되었다.

-투둥! 퉁! 퉁!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노리는지 화살이 정확하게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철판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져도 우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법의 유효거리가 되자마자 지체없이, 아이스 에로우에 관통 스킬을 섞어서 사용했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기 때문에 적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내겐 지도기능이라는 훌륭한 나침반이 있기에 마법을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한 방 날리고 바로 캐스팅하고, 또 날리고 캐스팅하고.

고정 좌표로 마법을 사용하다 보니, 마법은 거의 1초에 한 번씩 사용되었다.

11개였던 붉은 점이 7개까지 줄어들고 이후 변화가 없자 마법을 멈추며 말했다.

“이제 7마리 남았습니다만 마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군요. 아무래도 주술사가 조치를 취한 것 같습니다.”

그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 바트가 물었다.

“그럼 이제?”

“덮치죠.”

“하하!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잔뜩 흥분한 바트의 뒤를 따라 속보 전진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녀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살아남은 오크 7마리는 인위적으로 세워진 토벽을 방패 삼아 숨어 있었다.

토벽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얼음 화살.

아무래도 오크 주술사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크르륵!

주변을 가득 채우는 오크들의 위협적인 울음소리.

이미 패색이 짙음에도 우릴 노려보는 오크들의 서늘한 안광은 투기와 살기로 가득했다.

-크아아악!

이어서 토벽이 먼지처럼 바스러지고 녀석들이 폭발하듯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바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덩치 좋은 오크 전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조심하세요!”

당혹스러운 감정이 가득 담긴 외침.

“오크 전사 4마립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한 내 경고였다.

“이런 젠장!”

기세 좋게 나서서 오크 전사 한 마리를 묶어놨던 바트가 짧게 욕설을 내뱉었고, 나머지 두 딜러가 당황하며 각각 한 마리씩 오크 전사를 맡았다.

100마리 규모의 부락에 지도자격인 오크 전사 4마리와 오크주술사 1마리가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오크전사, 오크주술사가 포함된 나머지 4마리가 프리로 놓였다.

-크에엑!

비웃는 듯한 모습의 오크 주술사가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나를 가리키고, 오크 전사를 위시한 오크 두 마리가 내게 달려들었다.

‘파이어 에로우, 관통.’

내 마법은 오크전사의 가슴 한복판을 노리며 날아들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토벽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그 토벽은 방어 임무를 완수한 후 돌화살이 되어 내게 날아들었다.

“제법인데. 실드.”

주술사라고 무시했는데, 이건 완전 마법사나 다름이 없었다.

흙과 관련된 스킬 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방어의 견고함과 공격력은 2클래스 마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쾅!

오크 전사는 우리 중 가장 덩치가 좋은 바트와 비슷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바트는 오러심법이라도 익히고 있는 건지 자신이 상대하던 오크전사를 실드 차지로 밀어버리곤 내게 달려왔다.

“일단 빠지죠!”

그리고 근접 딜러 두 명이 일시적 후퇴를 요청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전력은 충분합니다. 오크 전사만 그대로 붙잡고 계세요!”

이보다 더 위급한 상황에서도 혼자 살아남았는데, 지금은 백업까지 붙어 있지 않은가.

이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건 결코 오기가 아니라, 확신이다.

덕분에 멈칫한 바트는 밀려났던 오크 전사에게 다시 붙들리고 딜러 두 명은 입술을 씹으며 무기를 휘둘렀다.

딜러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 당장은 싸우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시간만 끌어주면 돼.’

어차피 그들에게 동료애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된 데다가, 용병에게 중요한 것은 신의보다 목숨이었으니.

“열심히 달려온 너희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오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도약 스킬을 사용해 높이 날아올랐다.

흔히 RPG게임에서 단체 PVP를 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대상은 무조건 법사다.

오크 주술사가 나를 노린 것처럼, 우리도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적은 녀석인 것.

그래서 나는 나머지 오크들이 달려들길 기다린 후, 홀로 남은 오크 주술사를 처리하기로 했다.

-턱.

5미터 높이로 멀리뛰기를 한 후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한 나는 당황한 오크들을 뒤로 하고 주술사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매직 미사일, 관통.’

도약 스킬을 질주로 이용하니, 우리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지고, 토벽을 이용해 연이어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막아내는 녀석의 얼굴에 다급함이 걸렸다.

“더블 캐스팅은 안 되는 모양이군. 애석하지만 아직은 나도 그래.”

그 사이 우리의 거리는 1미터 이내로 좁혀지고, 나는 매직미사일을 날림과 동시에 창에 마력방출과 관통의 기운을 실어 내질렀다.

-콰아앙!

내가 동시에 두 가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녀석도 동시에 두 가지 주술을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와 녀석의 다른 점이라면, 이쪽은 마법 외에도 사용할 스킬이 많은 잡캐란 것이고, 녀석은 주술사란 특성에 충실하단 것이었다.

푸른빛을 머금은 창은 그대로 방어막을 뚫고 오크 주술사의 머리를 부셔버렸다.

이능으로 만들어진 토벽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머리를 잃은 주술사의 몸통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털썩.

마법을 방해하는 녀석이 사라지니, 나를 향해 달려드는 오크들은 표적 연습용 상대밖에 되지 않았다.

오크 두 마리는 다가오지도 못한 채 파이어 에로우에 사살되고, 씩씩대며 글레이브를 휘둘러온 오크 전사는 커즈 마법에 일시적으로 굳어 버리며 내 창의 제물이 되었다.

“하핫! 대단하십니다! 제가 보기에 지훈 님 정도의 실력이시면 절대 중급이 아닌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오크 전사까지 처치한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승리를 만끽했다.

“저는 익스퍼트도 3서클 마법사도 아니니까요.”

“아뇨아뇨, 개인 전투 능력은 익스퍼트 초급이나 3서클 마법사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데요? 설마 마검사, 아니 마창사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겨우 2서클에 오러도 일으키지 못하는 사람을 마창사라며 떠받들어줘 봤자 하나도 기쁘지 않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체 수습하고 돌아가죠. 오크전사 가죽과 주술사의 마석은 꽤 비싸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아무래도 개체 수로만 보면 트롤보다 귀한 녀석들이니까요. 오크전사 가죽은 한 장에 은화 5개 정도고, 마석은 가격이 전부 다른데 최소 1금화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4명이 나눠도 상당한 수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은 더없이 기분 좋아 보였다.

“죽은 사람은 어떻게 하죠?”

그러나 이어진 내 물음에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는 사고지만, 사람이 죽은 현장을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으니.

“보통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유품만 챙깁니다. 사체가 어딨죠?”

지도에 표기되었던 하얀 점을 떠올린 나는 오크 주술사 뒤쪽을 가리켰다.

그에 세 사람은 내 부하라도 되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지훈 님, 여깄습니다.”

그리고 검사가 게르 뒤쪽을 가리키며 손을 흔들자,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봐도 케일론 인이 아닌 거 같죠?”

“그러게 복장도 상당히 좋은데? 귀족이었나?”

“처음 보는 양식의 복장이네요.”

하지만 과다 출혈로 죽은 듯 시체는 팔다리가 끊겨 있었는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아무렇지 않게 사체를 살피는 세 사람과 달리 나는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

수많은 몬스터를 죽여 놓고 새삼스레 사체에 거부감을 표하는 것이 아니다.

“괜찮으십니까?”

그 이유는 바로 사체가 입고 있는 외투에 크게 박힌 문자 때문이다.

퀘스트 덕인지 이곳의 문자와 언어를 한국말처럼 사용하고 있는 나지만, 뮤대륙 공용어와 지구의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U.S.A.]

그 문자는 이곳 사람들에겐 생소하고, 내겐 너무도 익숙한 영어였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파티 전투에서의 빼어난 활약. 힘과 민첩이 1 향상됩니다.]

[보상으로 케일론 왕국 표준 오러심법을 습득했습니다.]

[오러심법의 습득으로 운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1 향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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