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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6화 (26/247)

# 2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26

11. 용병등록 (1)

카라스 마을의 용병길드는 거의 형식상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던데, 막상 안에 들어서니 이게 뭐가 작다는 건지 모르겠다.

-웅성웅성.

-하하핫!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점을 연상시키는 많은 테이블과 의자였다.

보아하니 간단한 요기 거리와 술도 파는 것 같은데, 대낮임에도 많은 용병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용병들이 의뢰내용을 살피고 있는 게시판으로 시선이 향했다.

카라스 마을이 시골이라도 길드 자체와 나라, 영주가 내려주는 공통 퀘스트가 있기에 게시판을 살피는 용병들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했다.

나는 오늘의 목적지라 할 수 있는 창구로 향했는데, 은행을 연상시키는 풍경 속에 깔끔한 제복을 입은 여성 두 명이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지훈 님.”

자기소개가 없었음에도 그녀들은 정확하게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외부인으로 고든의 제자가 된 덕에 나는 카라스마을에서 제법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이, 마주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용병 등록을 하고 자유 사냥을 함께할 파티원을 주선 받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용병 등록을 위한 신분증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직원의 요구에 나는 마법 신분증을 펼쳤다.

[케일론 왕국 신분증]

이름: 지훈

성별: 남자

계급: 자유민

생년월일: 1076년 5월 25일

범죄경력: 없음

[+]

마을 주민인 그녀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뒤쪽에서 술을 마시던 용병들은 작게 감탄사를 흘리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아무래도 마법 신분증 자체가 신체에 이식되는 아티팩트인 만큼, 값이 상당하고 또 귀했기 때문이다.

힘: 12

체력: 10

민첩: 12

지능: 34

마력: 19

운: 6

이어서 능력치까지 체크한 여직원은 살짝 놀란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표정을 수습하며 서류작성을 마쳤다.

“그럼 지부장님과의 면담을 위해 자리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옆으로 다가온 그녀는 나를 2층으로 안내했다.

“지부장님. 길드 가입 희망자입니다.”

“들어와.”

2층 끝에 위치한 지부장실에 들어가니,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대머리 중년 남성이 파이프 연초를 태우고 있었다.

창구 여직원들은 굉장히 친절했는데, 지부장에게선 서비스 의식을 단 한 줌도 느낄 수 없었다.

들어온 지 한참이 됐는데도 쳐다도 보지 않고 괜히 위압감을 흘리던 그는 연초를 다 태우고 나서야 나를 바라보았다.

“응? 이게 누구야. 고든님의 제자 아니신가.”

“안녕하십니까.”

“난 또 철없는 마을 청년 하나가 헛바람이 들어서 찾아온 줄 알았지.”

어정쩡한 내 인사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설마 고든님의 제자가 용병 등록하러 올 줄은 몰랐는데?”

그는 마법 수련은 어쩌고 용병 등록을 하러 왔냐며 의문을 표했다.

“사냥꾼 체질이라서요.”

“하긴 일주일에 한 번씩 혼자 숲에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한다고 듣긴 했어. 요즘엔 오크도 잡아 온다며?”

“네, 마법을 익힌 후부턴 꽤 쉽더라고요.”

“아아, 그래. 1서클을 단 3일 만에 완성했다지?”

역시 작은 마을이다 보니 소문이 금방 퍼진다.

어쩌면 고든이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녀서인 걸지도 모르고.

“지금은 2서클입니다.”

내 대답에 그는 가만히 눈을 깜빡거리다가 황당하단 반응을 보이며 되물었다.

“마법을 배우고 한 달 만에 2서클이 됐다고?”

“오늘부로 6주차입니다. 2클래스 마법은 아직 모두 익히진 못했습니다만 주요마법은 사용 가능합니다.”

“마법이 배우기 그렇게 쉬운 거였나? 증거를 보여 줄 수 있겠나?”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2클래스 마법을 캐스팅했다.

실드, 파이어 에로우, 속성부여 등.

연달아 5개의 마법을 보여주었다.

“에로우 마법은 전 속성 사용 가능하고 바인딩과 커즈마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2서클 마법사를 수습 마법사라 칭하는데,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다고 해서 둘을 같은 취급을 해선 곤란하다.

분명 1서클 마법만 해도 상당한 전투력 상승을 가져오지만, 2서클부턴 마법에 파괴력이 부여되고 본격적으로 방어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다.

덕분에 2서클 마법사만 돼도, 용병길드에선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들었다.

“역시 고든님이 괜히 외부인을 제자로 들인 게 아니군.”

“운이 좋았습니다.”

“자네 같은 인재를 내칠 순 없지. 바로 중급 용병패를 내주겠네.”

검만 들어도 될 수 있는 초급 용병과 달리, 중급부터는 검증된 실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내 실력은 상급(소드익스퍼트, 3서클)이 되기엔 애매하고 중급이라기엔 능력치가 상당히 높은 어중간한 위치다.

나는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도축 스킬 보유자였지? 서로 못 데려가서 안달이겠군.”

이후 영양가 없는 담소가 오고 갔고, 약 30분이 지나서야 그에게서 풀려 날 수 있었다.

“언제든 지부장실로 놀러 오게, 고든님의 제자라면 환영이니.”

뭔가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피곤한 느낌이다.

“그럼 파티원 주선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특이사항 있습니까?”

“평온의 숲 안쪽에 오크 부락이 있는데, 거길 토벌하고 싶습니다.”

“음, 평온의 숲은 가시려는 분들이 별로 없는데요. 아무래도 기습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용병들은 대부분 동쪽에 있는 협곡을 사냥터로 선호한다.

몬스터의 숫자도 많고, 엄폐할 공간이 적어서 예상치 못한 기습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200미터 내에선 몬스터의 위치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이 있거든요. 어떤 몬스터인진 알 수 없지만, 절대로 기습을 당할 일은 없습니다.”

그녀는 처음 들어보는 스킬인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내가 허튼 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파티원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오크 부락 토벌이라 하셨는데, 혹시 규모를 알고 계십니까?”

“대략 100마리 규모이고, 부락에는 오크 전사와 오크 주술사가 있습니다.”

소규모 오크 부락치곤 나름 알찬 구성이다.

이후 그녀는 알겠다며 명부를 살폈다.

“아, 맞다.”

그리고 괜찮은 인물들을 발견했는지, 주점을 살피다가 한곳 손으로 가리켰다.

“저분들이라면 도와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패수 1명, 근접전투원 2명으로 구성된 파티인데, 실력은 확실하죠.”

그녀가 가리킨 곳엔 어쩐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3명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내가 분위기가 왜 저러냐고 묻자, 얼마 전 함께 다니던 고정 멤버 한 명이 대형 클랜으로 이적했다고 한다.

그 멤버는 실력 좋은 레인저였고, 덕분에 사냥에 차질이 생겨서 저 상태라고 한다.

구성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내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인원들이었다.

“좋네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직원은 나를 데리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바트님, 잠시 괜찮으십니까?”

“물론이죠! 새로운 레인저입니까?”

아직 용건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밝아진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그는 내 복장을 보고 궁수로 착각한 모양이다.

품질 좋아 보이는 가죽 갑옷에 균형 잡힌 몸매는 누가 봐도 마법사로 보이지 않았으니.

그에 여직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닙니다만, 여러분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이라서요.”

그녀의 말에 바트란 사내는 눈에 띄게 흥미 잃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살짝 열 받는데.

하지만 이어진 말에 그들은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축 스킬을 지닌 2서클의 마법사분입니다.”

“네?”

“탐색 스킬도 지니고 계셔서 200미터 내에 있는 몬스터의 위치를 수시로 파악할 수 있답니다. 레인저 역할도 가능한 분인 거죠.”

바튼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런 인물이 왜 이런 깡촌에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마을 마법사인 고든님의 제자거든요. 파티 사냥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내 물음에 그들은 절도있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더없이 공손히 인사를 건네오는 그들의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

“으랴앗!”

-쾅!

방패수 바튼의 터프한 실드 차지에 오크가 뒤로 밀려나고 그 빈틈을 노리며 달려든 검사가 가볍게 목젖을 갈랐다.

-스스스!

하지만 그때.

화살 3개가 그 검사를 노리며 날아들었고, 나는 실드를 펼쳐서 오크 궁수의 저격을 차단했다.

“죽여!”

바트는 적진임에도 미친놈처럼 소리치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다른 두 명과 함께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지만, 요란한 바트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여기저기 심하게 찌그러지긴 했지만, 비싼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바트는 전차나 다름이 없다.

방패를 앞세우며 달려드는 그에게 화살은 통하지 않았으며, 기겁하며 도망치는 오크 세 마리를 보면 누가 몬스터인지 모르겠다.

그의 터프함은 주요 활동처인 아스틸 남작령에서도 유명하다 들었지만, 과연 이걸 터프함이란 단어로 포장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인딩!”

나는 오크 궁수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빛의 밧줄을 만들어 다리에 걸었고, 나이스를 외치는 바트가 바닥에 주저앉아 끙끙대는 오크들을 차례로 날려 버렸다.

이어서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근접전투원 두 명이 깔끔하게 마무리.

전투는 싱겁게 끝이 났다.

‘편하네.’

바트의 전투 방식이 조금 과한 느낌이지만, 함께 싸우는 동료가 있다는 게 이렇게 편리한 건지 몰랐다.

덕분에 토벌 지정이 된 오크 부락은 단 이틀 만에 외곽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었다.

아마 오늘 중으로 오크부락 토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오크 사체를 도축하자, 그들은 끌고 온 수레에 돈이 되는 부산물을 담았다.

“크, 역시 대박.”

“도축 스킬을 지닌 마법사라니. 이런 축복이 어딨어.”

전투가 끝나면 세 사람은 항상 내게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파티의 리더는 엄연히 바트였지만, 모두가 내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나도 한동안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서인지, 이런 바트 일행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제 부락 내부만 정리하면 되는 건가요?”

할베르트를 무기로 쓰는 근접딜러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크 부락에 다가갔다.

오크 부락과의 거리가 200m 이내로 좁혀지자 내부의 상황이 지도에 표기가 되었는데, 무언가 이상을 깨달은 나는 미간을 좁혔다.

“왜 그러시죠?”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붉은 점이 선명하게 찍힌 오크 부락에 유일한 흰점 하나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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