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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5화 (25/247)

# 25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25

10. 돈 (3)

역시 내겐 한없이 자상한 고든 다운 대답이었다.

그에게 고맙다며 묵례를 한 나는 고민한 계획에 대해 밝혔다.

“다양한 사치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상류층을 상대로 장사하겠다는 뜻이군.”

뮤대륙에서도 인간들의 영역인 미드랜드는 확고한 신분 체계를 갖고 있는 세계다.

미드랜드 경제력의 99%를 황족이나, 왕족, 귀족, 준귀족, 마법사, 상인들이 쥐고 있으며, 절대다수라 할 수 있는 일반 평민이 지닌 재산이라고 해봐야 단 한 줌밖에 되지 않는다.

제대로 돈을 벌고자 한다면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을 꼭 쥐고 놓으려 하지 않는 평민들보단 상류층을 상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귀족은 대부분이 헤프고 오만하며 자존심이 강한 존재들이기에 잘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돈을 벌 수단으로 귀족이 좋아죽는 사치품으로 정한 것이다.

“사고방식이 위험해. 절대 귀족들을 얕봐선 안 된다. 목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이니.”

고든에겐 위의 생각과 달리 분명하게 순화해서 말했는데도 이런 반응이 돌아온 것을 보면 귀족의 위험도를 새로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명심하겠습니다.”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다시금 인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귀족들의 품위유지를 위한 노력이 대단하지. 그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상품만 준비된다면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것도 가능해.”

“그렇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만한 상품이 있을 경우의 이야기다. 네게 그만한 아이템이 있느냐?”

아이템?

넘쳐서 탈이지.

판타지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향 비누부터, 귀부인들이 좋아할 화장품, 악세서리, 잡화, 의류 등 가져와 쓸 것이 넘친다.

어차피 이곳은 지구의 지적 재산권은 통용되지 않는 세상이니만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었다.

“네,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니 기대가 되는군. 좋아, 그럼 물건들을 보여다오. 내가 보기에도 경쟁력이 있다 싶으면 아낌없이 힘을 보태주마.”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중에서도 내가 기반을 잡기 위해 판매할 상품은 바로 기호식품들이다.

아편전쟁의 계기를 마련했던 물품 중 하나인 발효차 ‘홍차’와 인디언에게서 유럽으로 전파된 파이프를 대체할 숙성연초 ‘시가’다.

아무래도 사업 초기엔 제약이 많은 만큼, 큰 노동력과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돈벌이를 찾아야 했고, 그 결과 생각해낸 것이 이 두 가지의 기호식품이었다.

두 개의 재료가 될 차와 담뱃잎의 존재 여부는 이미 확인한 바이다.

파이프 연초가 주류인 담배는 말할 것도 없고.

미드랜드의 차는 대부분이 볶거나 찐 다음 말려서 사용하여, 찻잎을 발효해서 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없다.

지구에서 과거 금처럼 치부되던 홍차의 가치를 생각하면 내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음, 뭔가 특이한 것 같지만, 특별하단 것까진 모르겠구나.”

그게 돈이 되겠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고든의 모습에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크게 즐기진 않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홍차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호 식품이다.

입맛이 지구와 닮은 만큼 뮤대륙에서라면 홍차의 향이 통할 것이라 확신한다.

시가도 비슷한 이유고.

무엇보다 이 두 개의 가장 큰 이점은 복잡한 공정을 거치지 않고, 상품생산이 가능하단 점이었다.

“일단 내가 검증을 해봐야겠구나. 준비해 주겠지?”

“알겠습니다.”

제자의 말이기에 무작정 반대하진 못하고 먼저 상품을 보자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고든의 모습을 이견 없이 수긍했다.

그의 입장에서 검증은 필수일 테니.

큰 기대를 안 하는 고든의 모습이 놀라움으로 번지길 기대하며 나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저택을 나섰다.

“잠깐.”

“네?”

아니, 나서려 했는데 고든이 갑자기 막아섰다.

“사업한다고 마법 수련을 뒤로 미룰 생각은 말 거라. 그 꼴은 절대 못 본다.”

“물론이죠.”

“그럼 됐다. 항상 마법 수련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만약 병행이 안 된다 싶으면 가차 없이 도움을 끊을 테니.”

그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능력 향상을 위해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은 만큼, 주객전도가 되어선 안 되겠지.

***

홍차 발효(산화발효)는 생각보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가의 재료인 담뱃잎의 발효 숙성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볼 수 있다.

홍차는 시들이기, 비비기, 발효, 건조를 거치는데, 아무리 오래 걸려도 3일이면 완료가 되는 공정이다.

반면 시가는 담뱃잎을 건조, 발효숙성에만 일주일이 넘게 걸리고, 시가를 만든 후에도 추가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든에게 빠르게 보여 줄 수 있는 상품은 홍차뿐인데, 수차례 실패를 걱정했던 것치곤 첫 번째 결과물이 너무 좋아서 바로 상품화가 가능할 수준으로 보였다.

종류는 모르겠지만, 향도 지구에서 맡아 보았던 홍차의 것과 너무 비슷했고, 상쾌하면서 쌉싸름하게 입에 퍼지는 고급스러운 향은 ‘성공’이란 단어를 절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또르르르

하지만 상품에 대한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닌, 이 세상의 상류층이라 할 수 있는 고든이 한다.

더구나 그는 차를 즐기는 취미가 있으니 더욱 안성맞춤인 존재였다.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에게 오리지널 홍차와 레몬 한 조각이 들어간 아이스티, 우유와 귀한 설탕이 들어간 밀크티를 만들어 건넸다.

“허 참.”

그런데 오리지널 티에 이어 마법으로 차갑게 식힌 아이스티와 부드러운 밀크티까지 모두 마신 그는 계속해서 황당하단 반응을 보여서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어떠십니까?”

결국, 눈을 감아 버린 고든의 뜸 들이기를 못 이긴 나는 그에게 답을 종용했다.

그에 고든이 천천히 눈을 뜨며 진지하게 답했다.

“떪은 맛이 너무 강해. 제조 과정을 다시 돌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런데 이어진 그의 평가는 부정적이어서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어야 했다.

나 자신은 나름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차를 즐기는 사람 입장에선 부족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고든의 대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풍부한 향과 깊은 맛이 일품이군. 솔직히 찻잎이 발효과정을 거쳤을 뿐인데, 이렇게 다른 맛을 낼 거라곤 상상치도 못했다.”

“네?”

“떫은 맛이 줄어들면 금상첨화겠지만, 지금 이 상태로도 상품 가치는 충분하겠군. 나라도 기쁘게 사 먹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인 그의 말은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더 없이 귀족적인 맛과 향이야. 이건 무조건 되겠어.”

“그러시다면?”

“그래, 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마. 모든 인맥과 자금을 활용해서라도.”

“감사합니다. 스승님!”

고든의 적극적인 참전 의사와 함께 뮤대륙에서 돈 벌기 계획은 탄력을 받게 되었다.

“아, 스승님. 그전에 이거 작성 좀 부탁드립니다.”

“이게 뭐냐?”

“아무리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지만 사업을 함에 있어서 지분관계는 명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약서입니다.”

“…….”

내 말에 고든은 ‘어쭈?’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호탕하게 웃으며 흥정 없이 내가 건넨 종이에 바로 사인을 했다.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개발해낸 것이냐? 다양한 음용 방법도 매우 흥미롭군.”

그의 의문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지구에서도 우연한 발견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홍차의 역사 아닌가.

그래서 나는 지구에서 흔히 사용되는 운송과정의 썰처럼 보관에 실패하여 찻잎을 상하게 했는데, 버리기 아까워 다려 마시니, 향이 기가 막혔다고 답했다.

“호오, 개발이 아니라 발견이란 것이군. 과연…….”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은 고든은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

[퀘스트 발생]

등급: 중

내용: 평온 숲 중서부 오크부락 토벌

보상: 중급 보상카드, 케일론 왕국 표준 오러심법

오크는 이미 충분히 상대해보았고, 근래 2서클을 달성하며 새로운 마법을 익혔을 뿐 아니라, 능력치 상승도 컸던 만큼 아무리 오크 부락이라 해도 시간을 들이면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캉!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란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오크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던 중, 등 뒤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무심코 팔을 휘둘렀더니 화살이 건틀렛의 금속 부위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허!”

그리고 연이어 날아오는 화살들을 본 나는 기겁하며 2클래스의 쉴드를 펼쳤다.

-크아아악!

-쾅!

-투투퉁!

“이런, 미친.”

미친 듯이 쉴드를 두들기는 활과 글레이브를 보며 나는 이전 같은 방법으로 퀘스트를 공략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뒤도 안 보고 도망쳤다.

아무래도 그동안 너무 자만했던 모양이다.

오크가 아무리 무식하다지만 지능이 있는 몬스터였고, 그런 녀석들이 부락을 이뤄 생활한다면 연계 공격을 해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한다.

무사히 도망쳐 나온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혀를 찼다.

“퀘스트 난이도 욕 나오게 만드네.”

어떻게 공략 방법이 없을까 머리도 열심히 굴려보고 노력했지만, 부락에는 궁수뿐만 아니라 상위종인 오크 전사에 주술사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결국 단독 공략은 포기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그래서 결국 내키지 않지만, 예전에 대장간 주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한 번도 향한 적 없던 건물에 들어섰다.

[용병 길드]

솔로 플레이도 좋지만, 개인의 힘으로 공략이 힘든 퀘스트라면 타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애초에 퀘스트는 무조건 혼자 공략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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