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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4화 (24/247)

# 24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24

10. 돈 (2)

1서클의 원리가 성질변환이라면, 2서클의 원리는 결합이다.

서로 다른 성질을 더해 더 강하고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게 만드는 것.

심플 하면서도 당연한 원리였다.

나는 심장에서 느껴지는 2번째 서클을 음미하듯 감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마법을 배우기 시작하고 5주만에 2서클을 달성해 냈다.

이에 스승인 고든은 마법의 천재가 나타났다며 펄쩍 뛰고 좋아했지만…….

[2서클을 달성했습니다.]

[마력이 5 향상됩니다.]

[지능이 1 향상됩니다.]

함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해당 메시지가 떠오르며, 현실로 돌려보내졌다.

한참 동안 2서클의 존재감에 빠져 있던 나는 평소보다 10분 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우선은 뮤대륙에서 돈이 될 만한 지구의 물건이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

그리고 안전가옥이라 칭해지는 새 집에 대한 조사다.

어제는 간단하게 안전가옥의 상태만 확인하고 왔는데, 범상치 않은 이름으로 보아 분명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전에.

“아침 운동이 먼저지.”

왠지 까치산 공원에 가면 날 대협으로 부르던 아저씨가 죽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꺼려진다.

아무리 얼굴을 가렸다지만, 사람의 느낌이란 우습게 볼 게 못 된다.

긴가민가해도 갑자기 달라붙어 말을 걸어온다면 목소리로 들킬 수도 있고, 대답하지 않고 무시하면 또 그것대로 수상하지 않은가.

그냥 한동안 까치산 공원 근처를 가지 않는 것이 낫다.

“이김에 안전가옥에서 운동해 봐야겠다.”

이 원룸과 달리 안전가옥엔 높다란 널찍한 마당이 있다.

그곳에서 창 연습을 포함한 아침 운동을 하면 될 것 같다.

덤으로 간 김에 안전가옥에 대해 조사도 하고.

-철컥

나는 간단히 씻고 트레이닝복 차림에 묵직한 백팩을 멨다.

그리고 언제나 가는 공원쪽 방향이 아니라, 집 앞에서 바로 택시를 잡아탄 나는 용산구 삼각지역으로 향했다.

단독 주택과 저층의 상가건물들이 늘어선 주택가.

딱히 부촌이란 느낌도 없고 겉으로 봐선 그저 평범하기만 한 동네인데, 알고 보면 만만해 보이는 낡은 건물이라도 간단히 10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전까지 집이나 토지를 사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여서 신경을 안 썼는데, 오히려 재산을 얻고 나니 서울 중심에 집을 얻는다는 게 얼마만큼 힘든 일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산다면 개인이 10억이 넘는 집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집 앞에 도착하니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

평범한 주택가에 어울리지 않는, 부촌에서나 볼법한 이 집이 어제 보상으로 얻은 안전가옥이었다.

나는 태연하게 대문을 열쇠로 열었다.

참고로 어제는 대문이 안 잠겨 있었고 키는 현관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내부 문은 도어락으로 되어있는데, 비번이 1234로 설정되어 있어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번호로 바꿔놨다.

“앞으로 이 큰집을 어떻게 관리 할지.”

일단 다음 달에 주식을 정리하고 나서 부모님을 모셔와 함께 살 생각이긴 한데, 두 분께 관리를 부탁하는 것도 웃기니, 아무래도 사람을 구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쫓겨나 직장을 구하지 못해 빌빌댔었는데,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연 날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도 인간이고 쌓인 게 많다 보니, 자꾸 어린애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집을 보면 담장이 4미터는 될법한 높인데, 이는 1층을 지하로 해서 차고를 두고 대문을 열고 계단으로 올라와야 정원과 집이 나오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대지는 150평.

건물은 1, 2층 포함 65평이고, 1층이 40평, 테라스를 낀 2층이 25평이다.

방은 총 4개이며 개별욕실 2개, 공용욕실이 1개, 주방도 1~2층에 각 하나씩 2개가 있다.

집의 전체적 컬러는 흑백 조합으로 딱 내 취향이었다.

다만 보상은 어디까지나 집뿐이라는 듯, 빌트인 냉장고와 싱크대, 수납장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어차피 곧 거금이 생길 테니, 집에 맞는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입맛에 맞게 구매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스윽 집을 한 바퀴 둘러 본 나는 정원으로 나왔다.

“자세한 조사는 운동 후에.”

외투를 정원 한구석에 벗어 놓고 카본 창대를 조립해 손에 잡아드니, 묘한 안도감과 함께 날카로운 감각이 살아났다.

-훅! 훅!

이후 찌르기와 베기, 치기, 막기, 네 개 동작을 연습했다.

무기로 창을 고르고 난 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습하는 케일론 왕국군의 기본 창술이다.

각 동작을 10분씩 반복하며 3세트를 진행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였다.

단순히 힘만 휘두르는 수련이 아니어서일까?

정해진 연습량을 모두 소화하고 나면 능력치가 높아졌음에도 언제나 땀범벅이 된다.

“후우…….”

상쾌한 표정으로 땀을 훔친 나는 수건 너머로 보이는 예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허…….”

운동이 끝나고 시작한 본격적인 안전가옥에 대한 조사.

아무리 찾아도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 나는 혹시라는 생각에 집 여기저기에 마력을 흘려 넣었고.

-쿠쿵!

1층의 작은방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닥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드러난 계단을 황당하단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깊네.”

그리고 차고 위치보다 더 깊이 내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벙커로밖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허…….”

이런 걸 일반 주민이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신이란 존재가 보상을 내려줄 때, 포함시킨 옵션이 분명했다.

지하 벙커엔 침실과 화장실, 욕실까지 완비되어 있으며, 만약을 대비해 물탱크와 자가 발전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덕분에 안전가옥이 예상보다 더 대단한 보상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이런 게 보상으로 내려진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써먹을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냐?”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물음을 허공에 던졌다.

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이런 걸 보상으로 걸었을까.

심각한 표정으로 벙커를 둘러본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모르니, 생필품과 비상식량을 채워놔야겠다.”

***

안전가옥에서 발견한 벙커의 의미를 곱씹다 보니,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끄악!”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덕분에 실수도 많았다.

길을 다니며 여기저기 많이 부딪히고, 주짓수 도장에선 대련 중 상대방을 너무 심하게 떼어내서 다치게 할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상대가 낙법을 해서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긴 충분했다.

“저 괴물새끼 진짜……. 봤어? 명철이 힘으로 떼어 내는 거?”

“덩치는 평범한데,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거야? 명철이가 40㎏은 더 무겁겠구만.”

비록 주짓수 도장 사람들은 상대가 다칠 뻔한 상황보다 110㎏이 넘는 덩치 좋은 인물을 힘으로 뜯어냈다는 사실에 주목했지만, 나는 너무 미안해서 그에게 연신 사과를 건네야 했다.

“아, 아닙니다. 이런 것도 경험인 거죠.”

명철이란 사내는 대인배답게 웃어넘겼지만, 그의 씰룩이는 입꼬리와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보면 어떤 기분인지 예상이 되었다.

나중에 밥이라도 한번 사줘야겠다.

아무튼 그렇게 기분 좋게 받았던 보상은 내게 걱정거리를 안겨주었고,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 머리는 계속 최악의 사태를 그렸다.

‘몬스터들이 대대적으로 등장한다는 징조인가?’

‘아니면 전쟁?’

무엇이 됐든 벙커를 사용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지만, 이유 없이 벙커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게 솔직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만약을 대비해 강해진다고 노력해왔는데, 이제 와서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되지.”

내키지 않더라도 심리적 안정을 위해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준비를 하는 것이 나을 터.

그리고 문득 현실에서 큰돈을 벌게 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현실 14일 차, 뮤대륙 64일 차.

2서클을 달성하자마자 또 기절하는 바람에 고든은 서클 생성 알러지라도 있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건네왔다.

그런데 나는 고든의 우스갯소리에도 기분 좋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내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까? 고든은 탁자 위로 턱을 괴며 말했다.

“전에도 그런 표정을 지었지.”

“네?”

“내게 제자로 받아 달라며 찾아왔을 때가 딱 그 표정이었거든.”

“…….”

함께한 게 겨우 5주 정도지만, 계속 얼굴을 맞대고 지내와서일까?

어렵지 않게 내 생각을 읽어낸 고든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울리지 않게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나도 그렇지만 고든도 직설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단호한 그의 반응에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힘을 보태주십시오.”

“너는 내게 부탁만 하는구나.”

염치없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뮤대륙에서 알고 있는 인물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 고든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일을 벌이려면 그의 도움이 필수였다.

나는 부탁하는 입장임에도 흔들림 없이 그의 눈을 주시했고, 고든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사제지간이 이해득실을 따지는 관계는 아니지. 자세히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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