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23
10. 돈 (1)
집으로 돌아온 나는 등기부 등본과 중급 보상을 고이 모셔 놓고, 급히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 성능도 준수하고 하드도 SSD인데, 오늘따라 부팅 속도가 길게 느껴진다.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대기하다가 부팅이 완료되자마자 무섭게 인터넷 창을 클릭했다.
-타타탁!
등기부 등본 발급.
등기부 등본을 갖고 있음에도 굳이 인터넷 등기소까지 찾은 이유는 서류에 상상치도 못한 내용이 적혀 있던 걸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기소에 들어가 용산 안전가옥의 주소를 입력하고, 등기사항 증명서의 유형을 선택하는 항목에서 모든 기록을 볼 수 있게 했다.
이어서 발급 수수료까지 신속하게 결제를 하니, 나라에서 공증한 등기부 등본을 볼 수 있었다.
[소유권 이전 / 2017.3.21 매매 / 소유자 김하나 / 거래가액 7,350,000,000원]
[소유권 이전 / 2020.5.24. 증여 / 소유자 조지훈]
그리고 그 내용이 보상으로 나온 등기부 등본의 내용과 일치한단 사실을 확인한 나는 말문이 막혔다.
“…….”
평범한 가족이 평생을 일해도 벌 수 없는 거금.
7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너무 현실감이 없는 금액이라 환희보단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통이 크시군요.”
증여자 김하나.
성 빼면 하나님이다.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지만, 지금이라면 뭐든지 용서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무려 시세가 70억이 넘는 단독 주택을 손에 넣게 됐는데, 어찌 불만을 표하랴.
나는 없던 신앙심이 절로 생기는 것을 느끼며 원룸 천장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등기부 등본 소유자에 제 이름이 박혀 있는 것 보면, 세금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겠죠? 70억이 넘는 건물의 증여세와 취득세를 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세금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도 70억짜리 건물의 증여세면 수십억 할 텐데, 세금 어떻게 냈냐며 세무조사 들어오진 않겠죠?”
설마 보상으로 쓰지도 못할 것을 줬겠냐만은 말도 안 되는 가치를 지닌 재산을 손에 넣게 되니 진정이 안 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국세청에 확인을 해보니, 모든 세금이 납부되었다는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부디 전능한 힘으로 나중에 세무조사한다는 뒷북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후우…….”
나름 간이 큰 편에 속한다고 했는데,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걸로 대출받자.”
막대한 재산이 생겼는데, 놀리면 안 되지.
안전가옥으로 대출을 받아서 T화학 주식을 매입한다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현재 T화학의 주식은 나날이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며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었다.
9200원이던 주식은 5만 원까지 올랐다.
사람들은 이미 T화학이 최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8만9천 원까지 더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원랜 무직자면 담보대출도 빡세긴 하지만, 재산이 재산이다 보니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안전가옥의 상태 확인한 나는 빠르게 은행을 방문했다.
마음 같아선 한시라도 빨리 새집을 구경하고 보상도 까보고 싶었지만, T화학의 주식은 지금도 오르고 있는 상태였으니, 바쁘게 움직였다.
***
“응? 무슨 일 있나?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는군.”
마법 스승 고든의 물음에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좋은 꿈을 꿨거든요.”
“꿈이라……. 뭐 지금 자네에겐 물질적 행복보단 정신적 행복이 수련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지.”
정확히는 극강의 물질적 행복을 느끼고 있는 상태지만, 굳이 제자를 위하는 스승의 생각을 정정하지 않았다.
은행에 들렸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성공적으로 대출을 마친 나는 T화학 주식에 추가로 45억을 투입했다.
재산이 받쳐 주니 조건은 은행에서 알아서 맞춰주었고, 그들에 의해 나는 무직자가 아닌 전업 투자자가 되어버렸다.
전업 투자자라는 게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 하루 만에 달라진 사람들의 시선에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무사히 투자금을 회수한다면 대출금을 포함해 내가 보유하게 될 현금이 90억이 넘게 된다.
내 한 달 전 상황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어마어마한 돈.
그리고 나중에 미래에 대한 정보를 또 얻고 이 90억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층으로 가자꾸나.”
“네.”
나는 고든의 연구실로 향했는데, 각종 실험재가 놓여 있던 공간이 지금은 내 수련을 위한 자료들로 가득했다.
마치 아이로 인해 집안의 풍경이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스승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
“아공간 아티팩트는 가격이 어느 정도 하나요?”
“아공간 아티팩트?”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자신이 아는 대로 답을 했다.
“저장 규모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데, 가장 작은 것도 백금화 100개 정도는 하겠지.”
백금화 100개를 모으려면 대체 오크 몇 마리를 사냥해야 하는 거지?
오크 30마리를 사냥하면서 금화 3개 정도를 모았으니, 단순 계산으로 오크 1만 마리를 잡아야 백금화 100개를 모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꾸준히 돈을 모으면 어떻게 되겠지만, 목표를 이루기까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갑자기 그걸 왜 묻는 것이냐?”
“사냥 다닐 때 편하잖아요. 언제까지 스승님의 것을 빌려 쓸 순 없고요.”
“그렇군.”
고든이 돈이 많다고 한들 선뜻 백금화 100개의 아이템을 사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아마 뮤대륙에서 아공간 아티팩트를 구매하려면 자금에 여유가 있는 영주나 고위 상인이어야지 가능할 것이다.
뜬금없지만 갑자기 아공간에 관해 물은 건 다름 아닌 새로운 스킬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것.
[아이템 슬롯]
내가 소지한 물건이라면 손수 꺼낼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으로 ‘중급 보상카드’에서 얻은 새로운 스킬이다.
현실에서 이것저것 실험을 해봤는데, 조립한 상태의 창을 슬롯에 등록하고 3단 분리한 다음 가방에 넣어 놓으면, 원하는 때에 언제든 온전한 상태의 창을 꺼내 들 수 있다.
그리고 음식을 슬롯에 저장하고 사용하면 따로 손에 쥐고 먹는 것이 아니라 포장을 제외한 내용물이 그대로 몸에 흡수가 된다.
만약 포션을 등록하면 별도의 모션 없이 약효가 몸에 스며들게 할 수 있으니 엄청난 효용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슬롯 수는 총 3칸.
같은 종류의 아이템이라면 중복 저장이 되는 만큼, 얼마든지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제대로 게임 같은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아이템 슬롯을 아공간이랑 조합하면 최고일 텐데.’
적에 따라 즉시 무기를 변환하던가.
소모성 무기(단검, 투창, 화살 등)를 끊임없이 꺼내 쓸 수 있고, 즉석에서 큼지막한 함정도 설치할 수 있다.
아이템 슬롯은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좋지만, 역시 100% 활용하기 위해선 아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도 돈인가…….’
현실에서 큰 재산을 손에 넣은 것은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구에서 통용되는 일로, 뮤대륙의 나는 아직 하루살이에 가까웠다.
‘이김에 돈이나 벌어볼까?’
지금까진 뮤대륙에서 강해지는 것 외에 자의적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나는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포지션에 있다.
발전된 지구의 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필요한 지식을 새로이 익혀 뮤대륙으로 옮길 수 있는 인물이었다.
정말이지 돈 냄새를 풀풀 풍기는 존재 아닌가.
‘힘을 꼭 수련을 통해서만 얻으란 법이 없지.’
지구에선 돈이 곧 힘이다.
그리고 그건 이곳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자본력만 갖춰진다면, 이렇게 힘들여 수련하는 것 외에도 강해질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애초에 나는 몸을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지금까지 너무 순진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집중 안 하나.”
고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자, 부랴부랴 수련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생활], [문화], [기술]…….
나는 어느새 뮤대륙에서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을 카테고리별로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너무 딴 생각을 해서일까?
시스템은 차라리 퀘스트나 깨라며 새로운 임무를 내려주었다.
[퀘스트 발생]
등급: 중
내용: 평온 숲 중서부 오크부락 토벌
보상: 중급 보상카드, 케일론 왕국 표준 오러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