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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1화 (21/247)

# 2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21

9. 안개 (2)

구름 속을 달리는 것처럼 습기 가득한 안개가 뺨을 스치고.

문득 얼굴을 가려야겠단 생각이 들어 베일 마법을 사용했다.

원랜 몬스터의 시야를 가리는 용도로 쓰려 했던 마법인데,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곧이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안개 속에서 그나마 시야가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태풍의 눈처럼 안개의 중심이란 게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안개로 이뤄진 작은 원형 돔은 부자연스러움의 극치였다.

기겁한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등빨 좋은 오크.

그중 한 녀석을 향해 손짓을 했다.

‘매직 미사일, 관통.’

쏜살같이 날아가는 매직 미사일에 관통력을 높여주는 스킬이 버프로 작용.

마법에 가속도가 더해지며 푸른빛의 매직 미사일이 한밤에 쏘는 예광탄처럼 길게 궤적을 남겼다.

표적은 멀리 떨어진 오크다.

녀석은 배 나온 중년 남성을 향해 글레이브를 휘둘러 왔다.

-퍽!

-크아아악!

매직 미사일이 그대로 오크 광대뼈에 구멍을 냈고, 예상치 못한 공격에 녀석은 얼굴을 감싸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

근육질의 오크가 난동을 피우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사람들은 영문모를 상황에 도망치고 보려 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그리스 마법으로 넘어뜨렸고, 비교적 가까이 위치했던 오크의 목에 창을 찔러 넣었다.

-쿠당탕.

“큭, 뭐야 바닥이.”

“5월에 빙판이라고?”

잠깐의 방심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전투 상황에서 동료의 이상에 시선을 빼앗겼던 오크는 덩치 큰 표적에 지나지 않았다.

능력치가 11에 달하는 힘을 잔뜩 머금은 창이 별도의 스킬 없이 오크의 목을 완전히 관통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뿔뿔이 흩어지면 더 위험합니다.”

그리고 창을 뽑아 들자 오크는 푸른 피를 뿌리며 거목처럼 쓰러졌다.

그리스 마법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닥과 하나가 된 사람들은 겁을 집어먹은 나머지 내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도망치려고만 했고, 그로 인해 계속해서 땅바닥에 키스를 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광대뼈에 구멍이 뚫려 눈알이 쏟아질 것 같은 오크를 향해 다가갔다.

녀석은 잔뜩 흥분해서 글레이브를 휘둘러왔다.

그러나 가볍게 회피한 나는 창에 관통 스킬을 더해 내질렀다.

-퍽!

간단한 동작이지만 창은 오크의 팔을 관통한 것도 모자라 배를 뚫고 등까지 삐져나왔다.

역시 관통 스킬의 효과는 대단하다.

비록 소모되는 마력의 양을 무시할 순 없지만, 공격 한방 한방이 일격 필살의 힘을 머금게 된다.

마력방출과 함께 쓰면 그 질기다는 오우거나 와이번의 가죽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수차례 전투를 통해 지난번 손에 넣었던 전투보조 스킬의 효과를 알게 됐는데, 그것은 회피와 공격이 좀 더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전투 동작 보조 스킬이었다.

덕분에 전문가가 봐도 지금의 내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보일 것이다.

“쯧.”

사람들을 구하긴 했지만,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나는 짧게 혀를 찼다.

그래도 말려든 사람들은 잘못이 없으니, 화를 누르며 안갯속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괜찮습니까?”

“네? 네! 고, 고맙습니다.”

베일 마법으로 얼굴을 가린 나는 누가 봐도 수상한 인물이다.

하지만 도움을 줬기 때문인지, 단순히 겁을 먹은 건진 몰라도 사람은 내 물음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리스 마법을 해제하니 그들은 알아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내게 말은 못해도 눈빛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저도 무슨 상황인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애매한 대답에 아까 오크에게 공격을 받을 뻔했던 중년의 사내가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사람이 그런 복장을 하고 있냐’는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나저나.

지난번엔 고블린 한 마리와 싸우고 난 후 바로 안개가 사라졌었는데, 이번엔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오크 두 마리를 처치했다고 해서 안전해졌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처음에 무슨 총 같은 걸 쏘지 않았나요? 복장도 그렇고 경찰이신가요?”

매직 미사일의 푸른빛이 꽤 눈에 띈다고 생각했는데, 혼란통에 제대로 보지 못한 모양이다.

“아닙니다.”

시민은 남자 둘에 여자 셋.

여자들은 일행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비교적 젊은 축에 속했고, 남자 중 한 명은 중년, 나머지 한 명은 아직 군대도 가지 않은 듯한 새파란 청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피웅덩이를 만든 오크 사체에 겁을 먹고 벌벌 떨고 있었는데, 중년 남성은 연장자의 책임감인지, 진짜 겁이 없는 건지 내게 궁금한 것을 물어왔다.

“그럼 뭐하시는 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대답할 이유가 없는 나는 그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했다.

“핸드폰이!”

그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인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던 여성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예상된다.

나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안테나에 사용 불가 표시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오크의 사체를 포함해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는데, 무엇하나 선명하지 않고 노이즈가 잔뜩 낀 이상한 이미지가 저장이 되었다.

미래신문에서 보았던 묻지마 살인이나, 일본, 중국에 있던 사건과 흡사한 상황이다.

“시, 싫어.”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자, 특히 여성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

그중 주부로 보이는 30대 여성은 왠지 귀찮은 짓을 저지를 것처럼 보여서 성격에 맞지 않는 말을 내뱉어야 했다.

“저는 은거 기인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저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니 너무 걱정마세요.”

“여기서 나가면 안 되나요?”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는 공간은 여기뿐이에요. 안개가 자욱한 곳으로 이동해서 괜히 위험을 자초할 필요 없죠. 여러분을 지키며 싸우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으나 마음은 그렇지않는지, 그녀는 불만 어린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리다가 이내 입을 닫았다.

진짜 히어로 흉내는 체질이 아니다.

성격이 다른 사람을 구슬려야 하는 것도 귀찮고.

“어?”

[퀘스트 발생]

등급: 중

내용: 몬스터에게서 서울 시민들을 보호하라.

보상: 중급 보상카드, 안전가옥

현실에서 발생한 뜬금없는 퀘스트.

아니, 이곳은 서울이라기보다 뮤대륙과 비슷한 환경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퀘스트까지 발생할 줄은 몰랐다.

내가 갑자기 움찔거리자, 사람들은 일제히 놀라며 무슨 일 있냐고 물어왔다.

“괴물들이 또 나타난 것 같아요.”

“네?”

아직 지도에는 표기가 되지 않았지만, 퀘스트 내용을 보면 분명 몬스터가 또 나타날 것이다.

“절대 떨어지면 안 됩니다. 혼자 살자고 도망치면 죽는다고 생각하세요.”

긴장감이 감도는 말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겁을 먹었고, 지금까지 애써 마음을 추스르던 젊은 청년이 울상이 돼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울음은 금세 여성들에게까지 전염이 됐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가방에서 가스총과 삼단봉을 꺼내 중년인에게 쥐여주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를 중심으로 10여 개 넘는 붉은 점이 찍혔다.

-키에엑!

-쿠엑!

오크면 나조차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퀘스트는 내가 깨지 못할 난이도는 주지 않겠다는 듯, 사방에서 들려온 포효 소리는 고블린과 놀의 것이 섞여 있었다.

분명 오크도 있었지만, 전부가 오크인 것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어두운 안개 속에서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었단 사실은 일반인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공포.

내 당부가 있었음에도 몇몇은 금방이라도 도망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진짜 이런 짐덩어리들이 있나.

“아저씨, 사람들 못 도망치게 하세요. 지금 여기서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나마 지시가 통하는 중년인은 엉덩이를 들썩이는 청년의 손을 잡으며, 그 못 미더운 녀석에게 가스총을 건네주었다.

손에 무어라도 쥐니까 안심이 되는지, 청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지켰다.

붉은 점 세 개가 우릴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아마 놀의 돌진이겠지.

엎드린 놀의 높이는 대충 80~90㎝ 정도.

나는 지도에 시점이 표기되는 것을 나침반처럼 이용해 붉은 점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매직 미사일, 관통.’

한 방향마다 두 방 씩.

총 6개의 푸른 빛이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케에엑!

“자, 장풍. 아니, 지풍?”

중년인은 무협지를 즐기는지, 내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마음 같아선 마법을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힘을 보전하고 이들을 지키기엔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운 좋게 다가오던 붉은 점 세 개 중 하나가 그대로 사라지고, 나머지 두 마리는 안개를 뚫고 나오며 뒹굴었다.

-쿠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놀 한 마리가 내 발 앞에 멈춰 서고.

있는 힘껏 녀석의 머리를 향해 창을 내리찍었다.

그리고 시민들 앞에서 쓰러진 다른 놀을 향해 도약으로 달려들었다.

“맙소사, 경공이라고?”

가볍게 안개 내에 들어온 놀 두 마리까지 처리한 나는 제 2파를 대비했다.

“세상에 진짜 무공이 있었어.”

다른 사람들도 내 이능에 놀랐지만, 특히 중년인의 반응이 컸다.

나는 감격한 표정으로 착각에 빠진 중년인에게 말했다.

“제가 마중을 나가서 괴물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처리하는 편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얌전히 계세요.”

사방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로부터 이들을 온전히 보호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자리를 지키며 싸우기보다 위험해도 나 혼자 안개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 대협!”

뭐라는 건지…….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인데 묘하게 기분이 업된 듯한 중년인을 뒤로하고 안개 속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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