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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8화 (18/247)

# 18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18

8. 마법 (2)

자리에서 일어난 고든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따라오란 식으로 턱짓을 했다.

그의 제자가 되기로 한 이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에 나는 토를 달지 않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자넨 마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고든은 나를 2층으로 안내하며 물었다.

“마력으로 심장 부근에 서클이라는 마법기관을 만들고 그 서클을 활용해 마력의 성질을 변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가 듣고자 하는 대답은 마법의 공격력이나, 종류를 뜻하는 것이 아닐 거다.

분명 원리를 물은 것이겠지.

“그 외엔?”

“마법사가 수식에 강하다는 이야기를 촌장에게 들은지라 마법을 사용함에 있어서 연산능력이 필요한 것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마법의 문외한일뿐더러 애초에 이 세상 사람도 아닌지라, 상식적인 부분 외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서클에 대한 이야기도 어제 퀘스트를 위해 공부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내 짧은 대답이.

정확하게는 ‘연산’을 짚은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흥미를 표하며 물었다.

“그럼 그 연산이란 것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것이라 생각하나?”

정확한 정답을 듣고자 하는 말이 아니니, 나는 부담 없이 지구의 지식을 활용하여 대답을 이어갔다.

“세상이 이루는 설정값이 있는데, 그것에 간섭해서 수치를 변환하는 방식으로 마법을 구현하는 것 아닐까요? 그 변환된 수치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마법이 되어 구현되는 거고요. 연산은 그 설정값을 원하는 형태로 변환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말하는 것이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일 아닌가.

세상은 신이 짜놓은 프로그램이고, 우리 인간들은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인형 같은 존재라는 거.

그래서 반쯤 농담으로 내뱉었는데, 내 말을 들은 그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허, 이거 참 놀라운데? 마법을 모르는 일반인이 내뱉을 말한 생각이 아니야. 어디서 마법을 배운 적 있는가?”

정답이었냐?

오히려 답한 내가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뇨, 그건 아닌데…….”

“접근 방식이 난폭하지만 정확하게 핵심을 짚고 있어.”

그리고 우리는 그의 연구소로 보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

책상에 난잡하게 놓여 있는 실험용 도구와 영문모를 도형이 그려진 종이 더미까지.

상상으로 그리던 마법사의 방 그 자체였다.

“자네의 말대로 마법이란 세상의 법칙에 간섭하여 작은 기적을 행하는 것이지. 때문에 마법사는 기사들처럼 싸우기 위한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진리를 탐하는 학자인 것이네.”

나는 세상의 체계나 진리 따위보다 강해지기 위해 마법을 배우는 처지라, 성직자스러운 그의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의욕 가득한 스승의 모습에 맞장구를 쳐줄 줄 아는 것도 제자의 도리라 생각한다.

“멋지군요. 부디 저도 스승님을 따라 진리를 엿볼 수 있는 마법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야. 마법의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자네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군.”

이어서 그는 책장에서 무언가를 찾으며 마법의 전파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마법은 태초에 신들께서 자신들을 대신할 중간계의 관리자로 드래곤을 임명하면서 지상에 전파되었네.”

마법은 신에게서 드래곤으로.

드래곤에서 엘프와 드워프, 인간 순으로 전달이 되었다고 한다.

악마종은 애초에 ‘드래고니안’이라 불리던 드래곤의 파생된 종으로 진리보단 마법이 가져오는 파괴력에 매료되어 타락을 선택한 종족으로 묘사했다.

그래서 고든은 마법이 기적을 행하는 힘인 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악마종을 숭배하는 흑마법사가 될 수도 있다며 경고를 했다.

“서클은 마법사에게 세상의 법칙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네. 당연히 서클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마법사의 권한도 커지게 되지. 그래서 마법사가 되기 위한 제 1관문은 역시 서클을 만드는 것이야.”

그는 원하는 책을 찾았는지, 먼지가 잔뜩 낀 양장책을 털어 내게 건네주었다.

“이건 틈나는 대로 읽는 것이 좋을 거네. 마법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테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서클을 만드는 게 어렵나요?”

“자질이 있으면 쉬울 것이요, 없다면 어렵겠지. 일단 서클을 만들기 위해선 마력의 존재를 느낄 필요가 있다네.”

마력을 느낀다?

마나라 칭해지는 외부의 마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유하고 있는 마력은 이미 느끼고 있다.

그래서 도움이 될까 싶어 손위로 스킬인 마력방출을 사용하니, 그는 크게 움찔거리며 놀라움을 표했다.

“마력방출? 그걸 어디서 배웠나?”

“어디서 배웠다기보다 몬스터를 사냥하다 보니 어느새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퀘스트 때문이지만, 사실대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자연 터득이라고?”

더없이 눈을 크게 뜬 고든은 내 명치 부근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는데.

“이미 전신의 마나로드가 뚫려 있군! 빚을 갚고자 시작한 일인데, 생각지도 못한 보석을 제자로 들였어!”

환희로 가득한 모습을 보니, 상황이 꽤 좋은 모양이다.

그는 씩 미소를 지으며 내 양어깨를 움켜쥐었다.

고든은 키가 178인 나보다 10㎝는 작았다.

덕분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보는 자세가 되었는데,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보고 있으니 꽤나 부담스러웠다.

“덕분에 귀찮은 일들은 생략할 수 있게 되었군. 그럼 길게 잴 것 없이 바로 서클을 만들어 볼까?”

고든의 반가운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

인간이 최대로 만들 수 있는 마법 서클의 개수는 9개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인간으로서 9서클까지 오른 인물은 마법제국 위스워드를 건국한 초대 황제 한 명뿐이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 위스워드의 초대 황제가 폴리모프한 드래곤이란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출생과 가족, 마법을 가르친 스승에 대한 정보가 전혀 존재치 않았으며, 이점은 당시에도 많은이들이 의문스럽게 생각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 증거로 꼽히는 것이 위스워드의 황가는 드래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레드 아이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인간의 몸으로 9서클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선례가 불분명하기에 오랫동안 미드랜드 마법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주요 이슈였다.

현재 미드랜드에 존재하는 7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는 겨우 9명뿐이며, 이 중 겨우 한 명만이 8서클을 달성했을 뿐이다.

이 정도면 그냥 불가능하다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어차피 자신이 9서클을 달성할 게 아닌 이상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 생각한다.

마법사는 서클에 따라 수습마법사(1~2), 정식마법사(3~4), 고위마법사(5~6), 대마법사(7~8)로 분류가 된다.

참고로 내 스승인 고든은 4클래스 마법을 사용하는 정식마법사다.

‘서클’과 ‘클래스’는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데, 서클은 경지 그 자체를 뜻하지만, 클래스는 사용 가능한 마법의 등급을 뜻한다.

그래서 고든이 마법의 대명사인 파이어볼을 사용하면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다.

‘4서클의 마법사 고든이 3클래스의 파이어볼을 사용했다.’라고.

“믿기지 않는군.”

잠시 생각이 샛길로 샜는데, 나는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부담스런 시선을 던지는 고든의 모습에 어색한 웃음을 흘려야 했다.

“빠, 빠른 건가요?”

심장 부근에서 강하게 회전하는 무한의 띠.

고든은 내 물음에 그걸 말이라 하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빠른 정도겠는가? 3일 만에 1서클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도 없네. 물론 자네는 마력방출까지 사용하는 특수 케이스긴 했지만, 이 건 마법에 대한 자질이 엄청나다고밖에 볼 수 없군.”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나는 그저 고든이 시킨 대로만 해서 뭐가 어렵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거면 1클래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자넨 셈법에 강하다고 들었으니, 1클래스 마법 정돈 금방 익힐 걸세. 이거 제자가 순식간에 스승을 따라잡는 거 아닐까 겁이 날 정도군.”

말은 그렇게 했으나 고든의 표정에서 질투심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고든에게 가장 기초마법인 라이트의 공식을 배웠고,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풀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여서 어렵지 않게 마법을 숙지할 수 있었다.

-팟!

눈앞에 떠오른 빛의 구슬.

서클 생성에 이어 문제없이 마법까지 사용되자,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부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것으로 실험은 성공했다 볼 수 있다.

바로 퀘스트와 보상카드 없이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실험이 말이다.

“연산속도가 상당하군. 지능 수치가 높을 때 알아봤지만, 자넨 마법사에 특화된 인물이야.”

연산이라 칭하는 것이 뭐한 수준의 계산이지만, 연신 나를 치켜세우는 고든의 모습에 나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겸손함을 유지했다.

“좋아, 방심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지.”

이어서 나머지 1클래스 마법을 배우기 위해 고든과 마주 앉았는데.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1서클을 달성했습니다.]

[마력이 3 향상됩니다.]

[지능이 1 향상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메시지.

그리고 ‘설마?’란 생각과 동시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건 꿈에서 깨어날 때 느끼는 감각이었다.

“지훈군?”

“자, 잠시 잠을…….”

당황한 고든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뱉은 마지막 말과 함께 정신이 그대로 페이드아웃했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나를 반겨 준 것은 10평 정도의 남자 내음이 가득한 원룸의 풍경이었다.

“원래 퀘스트는 오크 30마리 사냥이었는데…….”

경지 달성도 퀘스트 취급이냐?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서클이 느껴지는 심장 부근에 손을 얹었다.

뭐, 그래도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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