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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4화 (14/247)

# 14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14

6. 스킬과 장비 (2)

“…….”

헬스 트레이너는 자신이 짜놓은 코스를 너무도 쉽게 수행하는 날 보며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제보다 근육이 더 붙은 느낌인데요?”

트레이너의 물음에 나는 애써 태연하게 반응했다.

“어제 운동한 게 효과가 있던 거 아닐까요?”

“아뇨, 아뇨. 하루 만에 이렇게 극적인 효과를 보긴 힘들죠.”

“그러면 운동기구에 익숙해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오늘이 더 편하게 느껴지네요.”

“그런가?”

겨우 힘이 하나 올랐을 뿐인데,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아무래도 번지를 잘못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능력치는 계속 오를 테고, 그에 따라 근력과 체력도 점점 늘어갈 텐데, 전문가의 눈을 속이기란 힘들 것 같다.

단순히 현실에서 근력 운동을 하면, 꿈속에서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지가 궁금했었는데 하루가 지날 때마다 상승하는 능력치로 인해 시험의 의미가 없어 보였다.

결국, 일정보다 빠르게 운동을 마친 나는 회원권을 해약하고 규정에 따른 금액을 환불받았다.

그리고 혹시 트레이너가 피해를 볼까 봐, 그의 문제가 아닌 개인 사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차라리 타격기를 배우는 게 났겠어. 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전투에 도움이 되겠지.”

그래서 나는 집 근처에 위치한 무에타이 체육관으로 향했다.

“실전용으로?”

“네.”

“자네 건달인가?”

“아, 아뇨.”

체육관은 생각보다 작았는데, 관장이 챔피언 출신이고 많은 프로선수들을 배출한 곳이라 한다.

관장의 예상치 못한 물음에 나는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훑어봤고, 이어서 내게 허락을 구한 뒤 어깨와 허벅지 등을 만졌다.

“균형이 잘 잡혀 있는데? 따로 운동했나?”

“네, 뭐……. 남들 하는 만큼은요.”

“좋아, 그렇게 강함을 원한다면 특별과외를 해주겠네. 그런데 우린 따로 실전용으로 구분해 놓은 것은 없어. 대신 선수 코스로 하드하게 운동시켜주지. 그러면 되겠나?”

관장의 말에 나는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팡! 팡!

“오, 금세 요령을 터득하는군. 힘도 제대로 실려 있고.”

보통 일주일은 기본스텝과 펀치 연습만 시킨다고 하는데 내가 빠르게 습득을 해서인지, 관장은 스트레이트와 원투펀치까지 알려주었다.

미트를 끼고 만족스런 반응을 보이는 관장의 눈빛에 이채가 깃들었다.

덕분에 나는 원투펀치 응용에 이어 원투쓰리포까지 배울 수 있었다.

원래는 딱히 운동신경이 좋다고 볼 수 없는 몸이지만, 능력치가 높아져서인지, 체육관의 관장조차 관심을 보일 만한 몸이 되어있었다.

“힘도 힘이지만, 동체 시력과 신체 반응 속도가 굉장히 좋아. 이건 타고났다고밖에 볼 수 없군.”

능력치의 힘은 근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당연.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는 민첩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헬스를 중간에 그만두긴 했지만, 대신 무에타이 체육관에서 알찬 시간을 보낸 나는 상쾌한 표정으로 주짓수 도장에 향했다.

그리고 주짓수 도장에서도 높아진 능력치 때문인지, 어제보다 더욱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

5번째 맞이하는 여행.

현실에선 겨우 5일째지만, 이곳에서 오늘로 20일째다.

그래서 거리를 오가면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봐 주었고, 마법사 고든을 도와주었단 이야기가 퍼졌는지 모두가 큰 호감을 표해왔다.

“이게 누구야. 고든님을 구해준 카라스 마을의 은인이 아닌가.”

또한, 대장간에 들어서자마자 거창한 인사를 건네오는 주인장의 모습에 입꼬리를 씰룩인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든님께서 많은 존경을 받고 계신가 봅니다. 여기 오기까지 어찌나 사람들이 붙잡던지.”

20분에 걸친 촌장의 격려는 학창시절 영양가 없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그럴 만도 하지, 고든님은 우리 마을의 상징적인 분이시거든. 자네처럼 목숨을 구원받은 이도 적지 않고, 무엇보다 겸손하시지. 훌륭한 인품을 지닌 분이야.”

확실히 보답이라며 돈주머니를 챙겨주던 그의 모습에서 권위의식은 보이지 않았다.

감사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알며, 괜한 체면치레를 하지 않는 것이 고든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물론 대책 없이 일을 크게 벌이는 조심성 부족한 인물이란 인상도 있지만 말이다.

“참, 아침 일찍부터 많은 용병들이 자넬 찾더군. 알고 있나?”

용병들이 날?

어째서?

“자네, 도축 스킬 보유자라면서?”

주인장의 물음에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마법사 고든에게 들켰던 내용.

위급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입장이 아니었던지라, 전투 중에 도축 스킬을 남발했었다.

그런데 그런 기이한 능력에도 고든이 아무 의문을 표하지 않던 것이 의아하게 생각되던 차다.

“그것 때문이지. 도축 스킬이 어디 흔한가? 사냥의 신 다이에나님을 모시는 신전에 거액의 기부를 해야 얻을 수 있는 스킬인데. 용병들이 눈독 들이는 게 당연하지.”

도축 스킬이 존재했었구나.

하긴 마법과 수많은 이능니 존재하는 세계인데, 내가 너무 지구의 상식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응? 자넨 그것도 모르면서 스킬을 얻은 건가?”

“원해서 얻었다기보다, 우연히 손에 넣은 거라서 이걸로 딱히 무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호오, 운이 좋은 케이스군.”

대장간 주인은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용병쪽 길로 나아갈 생각인 것 같던데, 잘된 것 아닌가. 도축 스킬만으로도 서로 모셔 가려 난리인데.”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용병들에게 몬스터의 부산물을 수집하는 것은 꽤나 큰 제약이라고 들었다.

사냥터에서 몬스터의 가죽을 벗기거나 뼈를 분리하는 데 빼앗기는 시간이 상당하고, 피냄새를 풍기며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 수습하기 편하고 돈이 되는 중요부위만 챙기거나 시체를 통으로 옮기는 수단을 쓴다.

어찌 됐던 비효율적인 것은 분명하다.

반면 도축이 있다면 시간도 돈도 더 챙길 수 있는 만큼, 용병들이 도축 스킬을 선호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용병이라.’

고든 때처럼 몬스터 사냥을 함께할 동료가 있다면 퀘스트의 난이도는 대폭 하향될 것이다.

“관심이 있군. 원한다면 괜찮은 녀석들로 소개해줄 수도 있네만.”

“용병 등록을 해야 하죠?”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하는 편이 좋지. 그래야 보상에 대한 분배나 다른 용병과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길드에서 중재해 줄 테니. 용병 등록은 어렵지 않네. 우리 마을에도 작지만 지부가 있긴 하거든.”

분명 관심은 있지만 지금 당장 다른 용병들과 어울릴 생각은 없다.

일단 이번에 맞추게 될 장비와 새로 얻은 스킬에 익숙해져야 하니.

“역시 신중파고만. 하긴 자네 같은 스타일이 용병업계에선 오래 살아남지. 자네의 생각을 존중하네.”

대장간 주인은 두터운 손으로 내 등을 탕탕 두들기곤 따라오라는 재스쳐를 취했다.

그가 나를 안내한 곳은 매장 뒤쪽에 있는 작업실이었다.

“자넨 사이즈가 표준이니, 바로 착용할 수 있는 게 꽤 될 거야. 혹시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면 맞춤 제작을 해주지. 다만 그 경우엔 값이 표준 장비보다 3할 정도 비싸진다는 것을 알아두게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운동성이 높은 경량 갑옷 위주로 살폈다.

“지금 예산이 2금화 정도던가?”

원래는 2금화로 가죽에 브레스트 플레이트가 더해진 갑옷을 살 생각이었지만, 고든 덕분에 예산이 상당히 늘어나 굳이 기존입장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고급품으로 분류되는 장비들을 살피자 주인장이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다.

아마 주인장 딴엔 내 자금 사정을 꿰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돌발 퀘스트의 보너스가 존재했다.

“어제 고든님께 지원을 받았거든요. 지금은 7금화 정도입니다.”

“오오, 그거 반가운 소식이군.”

소지금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장비 마련에 사용할 생각이다.

어제 일로, 스스로를 강화할 계기가 있으면 무조건 강화하는 편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눈을 반짝인 대장간 주인은 그럼 자기네 가게에서 가장 좋은 장비를 추천해 준다면서 묵직한 나무 상자를 꺼내왔다.

그리고 그가 꺼내 든 것은 검푸른 레더아머와 광택이 없는 쥐색의 브레스트 플레이트가 더해진 갑옷이었다.

디자인은 내가 사려고 했던 오크가죽 갑옷과 같았으나, 여러모로 비범해 보이는 장비였다.

“트롤과 리자드맨의 가죽을 덧대 만든 복합소재에 철보다 4배 비싼 흑철로 브레스트 플레이트를 만들었지. 아마 이보다 뛰어난 물건은 쉽게 보기 힘들 거네.”

더불어 갑옷은 세트로 흑철로 된 각반과 건틀렛도 세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얼만가요?”

“원래 판매가는 8금화네. 하지만 자네는 마을의 은인이기도 하니 7금화에 내주지. 이거 공임비도 제대로 못 챙긴 가격이네.”

일반 철로 된 풀 플레이트아머가 5금화임을 생각하면, 가죽 갑옷 주제에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주인장이 추천한 갑옷에 매료된 나는 길게 고민할 것 없이 그것으로 결정했다.

“좋은 선택이네. 이 녀석이 드디어 임자를 만나는군.”

가죽 갑옷은 활동성을 중시하는 용병들이나 입는 방어구다.

그런데 이 마을을 찾는 용병들은 대부분 등급이 높지 않았고, 그들에게 8금화나 하는 갑옷은 상당한 사치품이었다.

대장간 주인장은 마을의 은인이라 싸게 준다고 했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서 절하된 가격에 넘긴 것 아닐까란 의심이 들었다.

“조정할 것도 없이 딱 맞는군. 불편한 데 없나?”

“좋네요,”

제대로 된 방어구를 걸치고 나니, 이젠 제법 사냥꾼티가 났다.

[퀘스트 발생]

등급: 하

내용: 놀 30마리 사냥

보상: 하급 보상카드 2장, 자동 회복 스킬

‘그럼 오늘도 힘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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