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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2화 (12/247)

# 12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12

5. 돌발 퀘스트 (2)

패널티가 있는 퀘스트는 처음이다.

그리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와중에 중복으로 나타난 것도 처음.

이번 일로 시스템 퀘스트는 나를 정해진 스토리 라인에서 움직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지 외계인지 뭔지 모를 녀석이 그려 놓은 스토리의 결말이 어떨지 모르지만, 장단을 맞춰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

“젠장!”

마법사라면 엄청 강하다는데, 내 도움까지 필요한가?

영문을 모르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폭발음이 들려온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분주히 움직이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도에 점점 많아지는 붉은 점 때문.

대충 잡아도 고든이라 표기된 이름 주변의 붉은 점이 30개가 넘어 보인다.

또한 고블린만 있는 게 아니라 홉고블린, 놀, 오크까지 있는 만큼, 위기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피하기 힘든 돌발 퀘스트가 발생할 줄 알았으면, 장비를 미리 맞춰두는 건데.

나는 이번 일로 신중한 것도 좋지만, 강해질 계기가 있으면 무조건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타탁!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퀘스트의 패널티가 패널티인 만큼 피할 수는 없다.

함정을 잔뜩 설치해 나만의 안전 구역을 만들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고블린 세 마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들은 고든에게 정신이 팔린 바람에, 뒤에서 접근한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젠 완전히 모양새가 잡힌 찌르기에 한 마리가 창에 꿰뚫려 즉사하고, 나는 바로 도축을 사용하며 주춤거리는 두 번째 녀석을 횡으로 벴다.

즉사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지만,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고블린에게선 전의를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창으로 시끄럽게 구는 고블린의 목을 찍고는 도망가는 마지막 녀석에게 석궁을 발사했다.

석궁의 볼트는 고블린의 뒤통수에 깔끔하게 틀어박혀서 순식간에 고블린 세 마리가 정리되었다.

콰아앙!

다시금 울려 퍼지는 폭발음.

시선을 돌리니 나무들이 쓰러진 곳 사이로 푸른빛이 감도는 배리어를 두른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힐끔 이쪽을 향했지만, 나는 자리를 벗어나며 석궁에 볼트를 걸었다.

-크오오오!

고든도 자신을 향해 그레이브를 휘둘러 오는 오크로 인해 더 이상 나를 신경 쓰지 못했다.

종이 다른 몬스터끼리는 동료 의식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공통의 적이 있기 때문인지, 고블린도, 놀도, 오크도 고든을 향해 적의를 쏟아내고 있었다.

“어쩌다 이 난리를 일으킨 건지.”

고든이 아무리 마법사라 해도, 사방에서 무기를 휘둘러오는 몬스터를 압도할 만큼 강력한 것 같진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퀘스트의 동시 완료를 목표로 고든에게 정신 팔린 홉고블린을 우선적으로 노려야겠다.

나도 실리를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이 퀘스트 자체가 그것을 위한 걸지도 모르지.”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가장 안정적으로 사격할 수 있는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다.

군 면제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 남성 중 사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표적은 고블린들을 닦달하고 있는 덩치 좋은 홉고블린.

거리는 약 50미터 정도.

손에 쥔 게 소총이라면 못 맞추는 게 바보 수준의 난이도다.

비록 무기가 소총이 아닌 석궁이고 볼트가 공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사전 연습에서 영점과 거리에 따른 볼트의 궤적을 숙지해놓았다.

-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볼트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 홉고블린의 뒤통수에 틀어박혔다.

-키에엑!

홉고블린이 고블린보다 튼튼한 가죽과 골격을 갖고 있다고 해도, 석궁의 볼트를 튕겨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고블린 50/50, 홉고블린: 1/5]

아무리 휴대용이라 해도 근거리에선 철갑옷조차 뚫는 것이 석궁 아니던가.

동료가 죽자 다른 홉고블린과 고블린들이 당황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에 다른 몬스터들이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눈앞에 작렬하는 불꽃에 다시금 어그로가 고든에게 향해졌다.

고블린 부대는 동료를 죽인 자를 찾겠다고 난리였지만, 폭발로 인한 연기와 다양한 몬스터가 섞여 풍기는 냄새 때문에 나를 찾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나는 석궁에 볼트를 건 다음, 다시금 홉고블린을 노렸다.

-팅!

운이 좋다.

이번에도 머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으나, 표적이 마지막 순간에 움직였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볼트는 홉고블린의 짧은 목을 관통했다.

녀석이 켁켁 소리를 내며 발악적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고블린 50/50, 홉고블린: 2/5]

그리고 두 번째 홉고블린이 카운트되자.

-키에에엑!

내가 숨어 있는 수풀을 몇몇 고블린들이 정확하게 가리켰다.

볼트가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은 아니다.

결국, 그렇게 내 위치가 탄로 나고,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쳤다.

내 뒤를 쫓아오는 적의 수는 고블린 8마리에 홉고블린이 1마리.

호기롭게 맞서기엔 위험한 숫자였다.

나는 미리 만들어둔 함정 구역을 향해 이동했다.

함정이라고 해봐야, 스파이크에 발걸이 밧줄이 다지만, 없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함정 구역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후우우욱!

그 이유는 바로 마법의 불꽃이 방심한 고블린들 틈새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콰아아앙!

수류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위협적인 폭발음이 고막을 자극한다.

나는 이것이 기회임을 느끼고 바로 몸을 돌렸는데, 예상대로 고블린들의 상태가 심각했다.

가장 큰 장애물인 홉고블린은 피부가 벗겨진 흉측한 상태로 신음을 토하고, 고블린 세 마리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나머지들도 부상이 심해 보였다.

그 와중에 몸을 일으키는 홉고블린을 보니 확실히 인간과 다른 야만스러움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석궁에서 발사된 볼트가 녀석의 미간에 틀어박히고, 나는 고통에 빌빌대는 고블린들을 무참히 사살했다.

[고블린 50/50, 홉고블린:3/5]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죽이기만 하면 퀘스트는 카운트가 되었다.

덕분에 달려들 엄두가 나지 않던 몬스터 무리를 앞에 두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거 어쩌면 꿀 퀘스트일지도 모르겠다.

***

-푹!

에너지 탄에 머리를 맞고 비틀거리는 오크.

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등에 창을 찔러넣었다.

“큭!”

그러나 마초 몬스터인 오크의 내구력은 홉고블린이나, 놀을 가볍게 상회에서 상당한 반발력이 팔로 전달 되었다.

근육질 오크는 등에 창을 꽂은 채로 몸을 뒤틀었다.

거친 풍압과 함께 위협적으로 쇄도하는 글레이브.

나는 창에 미련을 두지 않고 무기를 버린 채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녀석이 노리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으니.

-따다다닥!

번개라고 하기엔 무안한 전기 공격 마법.

감전된 오크가 새파란 스파크를 튀기며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어댔다.

그사이 여유롭게 석궁에 볼트를 채운 나는 녀석의 관자놀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쿵!

덩치 좋은 오크가 뒤로 넘어가고.

지도에 더 이상 표시되는 붉은 점이 없자 쑥대밭이 되어버린 숲속에 털썩 주저앉았다.

“인사는 나중에 하세.”

보니까 마력도 거의 다 떨어진 것 같던데, 고든은 지치지도 않는지 덩치가 큰 오크 시체에 다가가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마법은 위력적이지만, 신체 능력이 형편없어 그가 낑낑대며 칼질을 하는 게 꽤나 위태로워 보였다.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해당 오크를 향해 도축을 사용해 주었다.

이미 여러 차례 위급 상황에서 도축을 사용한지라, 이제 와서 비밀이랄 것도 없었다.

“고맙네.”

그리고 그는 얼른 분해된 시체 더미 속에서 붉게 물든 구슬을 찾아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숲에서 돌연변이 오크를 발견한 것까진 좋았는데, 설마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네.”

당연히 그러시겠죠.

나는 뚱한 표정으로 악수를 건네오는 그의 손을 잡았다.

“나는 마법사 고든이라 하네. 케일론 왕립 마탑에 소속된 정규 마법사지.”

“지훈이라고 합니다. 자유민 신분으로 피치 못하게 카라스 마을에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응? 아아, 자네가 촌장이 말한 그 청년이고만. 진상품 목록작성을 도와줬다지?”

“네, 뭐.……”

“도와줘서 정말 고맙네. 지훈군이 없었다면 나는 위험했을 거야. 이거 큰 빚을 졌군.”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판단력과 순발력이 돋보였던 혼전 속의 전투. 지능과 민첩이 1 향상됩니다.]

추가로 메시지가 뜨진 않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고든의 눈빛에 호감이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친밀도 수치가 표기된다면 MAX에 가깝지 않을까?

고든과 관련된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하급 보상카드 두 장에 능력치 2개를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홉고블린을 4마리밖에 사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마리만 더 있었으면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러나? 고민 있어 보이는데?”

귀족이나 다름없는 신분이라 들었지만, 내가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일까?

그는 내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런 고든의 모습에 나는 혹시나란 생각으로 말했다.

“사정이 있어서 홉고블린을 한 마리 더 잡아야 하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런가? 그럼 내가 발 벗고 도와주지. 서치 한 번에 바로 찾아낼 수 있으니.”

은근히 도움을 기대하긴 했지만, 흔쾌히 나서주니 그를 고깝게 여겼던 감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 갖고.”

그리고 잠시 후, 멀지 않은 곳에서 홉고블린을 찾아낸 고든의 도움으로 10일 동안 나를 이곳에 묶어놨던 퀘스트를 손쉽게 완료할 수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피 튀기는 전투의 연속, 높은 투지. 힘과 체력이 1 향상됩니다.]

[보상으로 마력방출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드디어 손에 넣은 전투 스킬.

나중에 고든 없는 곳에서 사용해봐야겠다.

대충 이름만 들어선 마력을 활용한 공격력 증가 효과가 아닐까 싶은데, 현실에서도 사용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서치와 고든의 현혹 마법으로 홉고블린을 유인한 것까진 좋은데, 시체 투성이가 된 사냥터에 홉고블린과 쫄병 고블린의 시체가 더해지니, 더욱 건들기 힘든 규모가 되었다.

하지만 몬스터 시체는 돈이된다.

특히 이번엔 홉고블린, 놀, 오크 등 제법 돈이 되는 몬스터의 수가 적지 않아 이대로 방치하고 갈 수도 없었다.

나는 일단 도축을 활용해 돈이 되는 것부터 챙기기로 했다.

“자네 뭐하는 건가?”

내가 열심히 부산물을 분류하자 고든이 물었다.

“마을로 옮기려고요.”

혹시 이것들은 독식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무리 그가 평민 위의 존재라지만, 나는 정당하게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고든은 껄껄 웃으며 손짓했다.

파앗!

“어?”

그에 숲속을 피로 물들인 몬스터의 사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고든은 자신의 팔찌를 가리켰다.

“아공간 아티펙트네.”

“대단하네요.”

“스승님의 유품이지.”

덕분에 가볍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자 이거 받게.”

1시간의 이동 끝에 도착한 카라스 마을.

또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는 것 아닐까 걱정이 들 때, 그가 내게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네주었다.

“뭔가요?”

“몬스터 사체 값이네. 실험용으로 내가 매입하지.”

그곳엔 금화 4개와 은화 11개, 동화 25개가 들어있었다.

오크나 홉고블린 등의 사체가 포함되어 있다 해도 지나치게 많았다.

이 정도면 모든 사체를 사고도 남을 양이었으니.

“그냥 받게. 감사함의 표시기도 하니.”

덕분에 고든에 대한 내 평가가 더욱 상향 조정되었다.

“그럼,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씰룩이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돈주머니를 챙겼다.

덕분에 예정보다 더욱 수준 높은 장비들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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