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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9화 (9/247)

# 9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09

4. 투자 (1)

역시 현실이나 다름없는 세상이라 그런지 게임처럼 사냥된 몬스터가 사라지며 드랍템을 남기는 것이 아니었다.

-크르르!

살겠다고 끝까지 발버둥 치는 고블린의 처절한 모습에 크게 당황했다.

그에 손에 꽉 쥔 창대를 비틀며 더욱 깊이 찔러 넣었고, 등 한가운데를 찔린 녀석이 꿈틀대다가 축 늘어졌다.

“기분 더럽네.”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찜찜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인간형이라서 더 불편한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몬스터 사냥에 충격을 먹고 더는 못 하겠다든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창을 뽑아 들고, 확인 사살을 위해 다시금 고블린을 찔렀다.

“죽었군.”

누군가는 나를 보며 냉정하다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다잡은 몬스터라고 방심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까.

[조잡한 녹슨 단검]

등급: 일반

무게: 0.3㎏

길이: 21㎝(검신 14㎝)

“괜찮은 크기네.”

고블린을 사냥하여 얻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바로 녀석들의 무기다.

간혹 인간들에게 빼앗은 돈주머니를 갖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곤 하지만, 내가 사냥한 고블린의 소지품이라곤, 녹슨 단검뿐이었다.

고블린의 살과 뼈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먹을 수도 없다.

그나마 부산물 중 가죽은 싼값에 팔 수 있지만, 가죽을 벗기는 요령이 없어서 단검 하나만 챙겼다.

대장간에서 비슷한 크기의 대거가 동화 5개 가격인 반면, 이건 동화 1개는 받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조잡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날이 잘 벼려져 있고 무장이 빈약한 내겐 나쁘지 않은 보조 무기였다.

‘피 냄새가 퍼지기 전에 자리를 옮겨야지.’

나는 설치해 놓은 함정들을 해체한 후, 빠르게 해당 장소를 벗어났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도축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지혜를 활용한 퀘스트 완료. 지능이 1 향상됩니다.]

[근접 무기를 활용한 퀘스트 완료. 힘이 1 향상됩니다.]

[상처 없는 완벽한 첫 실전. 모든 능력치가 1 향상됩니다.]

처음이 어렵지 경험이 쌓이면 점점 쉬워진다는 것은 사냥에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휴…….”

철저하게 단독으로 다니는 고블린만을 노린 결과 3시간 만에 고블린 다섯 마리를 사냥할 수 있었다.

힘: 5 -> 7 체력: 3 -> 4

민첩: 3 -> 4 지능: 23 -> 25

마력: 3 -> 4 운: 1 -> 2

무기를 들고 싸우는 첫 전투라 그런지, 퀘스트 완료에 따른 능력치의 상승이 도드라졌다.

이 정도면 현실에서도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스킬 습득으로 인해 신분증에 스킬 목록이 추가됩니다.]

능력치를 포함해 스킬까지 신분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니, 마법 신분증은 게임의 상태창처럼 사용되었다.

-도축(액티브 / LV-)

물론 시스템은 불친절하기 그지없지만…….

나는 설명 하나 없이 진짜 목록만 표기되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뭐, 사용조건이나 방법은 실험해 보면 알겠지. 마침 눈앞에 고블린 시체도 있겠다.’

마지막 5마리째가 되었던 고블린의 시체를 내려 보며, 손을 뻗었다.

“도축.”

스킬이 사용되는 모습을 연상하며 명령어를 내뱉자, 몸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고블린 시체가 분해되기 시작했다.

[고블린 가죽]

[고블린 뼈]

[고블린 살]

[고블린 이빨]

그리고 채 1초가 지나지 않아, 몬스터 부산물이 후두둑 떨어지며 쓰레기처럼 쌓였다.

“드랍템 같네.”

핏물이 줄줄 흐르는 부산물 더미는 고어틱하지만, 편의성은 점점 게임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나는 고블린 부산물 중에 돈이 되는 가죽만 챙기고는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혹시라도 지금 잠에서 깨어나면, 다음번엔 고블린의 시체 옆에서 나타나게 될 테니.

그런데 꽤 긴 시간을 이동하고, 결국 숲을 벗어났음에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수행해야 할 퀘스트가 하나 더 있는 걸까?

“오오, 자네 무사히 돌아왔군!”

내가 마을을 향해 다가오자, 망루를 지키고 있던 경비대 사람이 알아보고 얼른 문을 열어 주었다.

냄새를 지운다고 온몸에 진흙을 발라서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는데, 바로 알아봐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

갑자기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

4. 투자

2020.05.15.

AM 07:25

꿈속에서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보냈음에도, 이곳은 겨우 7시간 남짓 흘러 있었다.

아무래도 길게 머물 거나, 짧게 머물 거나, 깨어나는 시간은 비슷한 모양이다.

‘꿈에서 깨는 조건이 퀘스트인 건 확실한데, 깨어나기까지의 시간 차이가 왜 이렇게 많이 나는지 모르겠네.’

첫날엔 숲속에서 퀘스트를 깨고 몇 분 안 있어서 바로 깨어났는데, 둘째 날엔 퀘스트를 두 개나 수행하고 촌장과의 대화가 끝난 다음에야 깨어났다.

그리고 오늘은 퀘스트를 깨고 1시간 정도 이동하여 마을에 도착한 다음에야 꿈에서 깼는데, 공통점이 보이지 않아 미간을 좁혔다.

“이제 겨우 4개의 퀘스트를 깼을 뿐이니, 모든 것을 파악할 순 없지.”

정확한 건 이 상황을 초래한 신이나 외계인 같은 것들이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 지금도 TV보듯 내 상황을 살피며 팝콘이나 처먹고 있을지도 모르니.

-틱!

그런데 그때.

머리맡에 놓여 있던 보상카드가 저절로 바닥에 떨어졌다.

“…….”

덕분에 한참 동안 말없이 카드를 내려 보던 나는 괜히 헛기침을 내뱉었다.

“크흠! 혹시라도 제 생각이 불경하다고 벌은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성격이 이러거든요. 그리고 이 상황에 놓이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겁니다. 전 오히려 얌전한 편이죠.”

진짜.

혼자 뭐라는 건지.

괜히 쫄아서 변명하는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는 짙은 한숨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하급 보상카드를 집어 들며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컨디션은 최상.

퀘스트를 깨고 나면 산소 방에서 잔 것처럼 몸이 아주 개운했다.

“운동 시작해야겠네.”

의외로 힘들지 않았던 고블린 사냥.

그러나 앞으로 이보다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스스로를 지킬만한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 운동하면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일까진 따로 정해진 일정이 없으니 바로 오늘 시작해야겠다.

‘하지만 그전에.’

보상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검은색 카드에 금빛의 글자가 새겨지고, 눈앞에 보상카드를 사용할 것이냐는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파앗!

고개를 끄덕이자 화려한 순백의 빛이 원룸을 뒤덮었다.

“오오!”

그런데 어찌 지난번보다 이펙트가 더욱 요란한 느낌이 든다.

뭐지?

보상이 랜덤인 만큼 당첨도 있는 걸까?

[A조간 신문을 획득했습니다.]

기대감 가득했던 내 표정은 산산이 부서졌다.

“미친!”

와락 인상을 찌푸린 나는 허공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신문을 낚아채 바닥에 내팽개쳤다.

“괜히 기대하게 만들고 있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물끄러미 신문을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힘들게 얻은 보상인데, 뭔가 다르지 않을까?’

헛된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최하급이 아닌, 하급이란 점과 유독 화려했던 이펙트를 떠올리며 신문을 집어 들었다.

“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2020년 06월 10일 수요일]

그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신문으로.

약 한 달 뒤의 기사가 담긴 미래의 정보였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얼른 그것을 집어 들어 책상 위에 펼쳤다.

[K대 캠퍼스서 연쇄 살인 사건 발생. 경찰 CCTV를 확인했지만, 사건 발생 전후 1시간 동안의 영상이 저장 안 돼 수사가 난항.]

신문엔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드는 사건 사고부터.

[올림픽 대표 평가전서 일본을 3:0로 완파. 쿠보는 완전봉쇄됐으며, 이강인은 펄펄 날았다.]

보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스포츠 기사.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던 T화학. 반도체 신소재 개발과 S전자의 대대적인 투자로 주가 폭등. 한 달 전과 비교해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

더불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건…….”

보물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최고의 보상.

로또 번호라도 실려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이것을 어떻게 활용 하냐에 따라 가치가 무궁무진했다.

4번의 퀘스트.

4번째 보상.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할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불리기 위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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