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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6화 (6/247)

# 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06

3. 전투 (1)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최하급 보상]

[하급 보상]

[카드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나는 지금 괴현상의 중심에 있다.

그럼에도 불안감보단 은근한 기대감이 뒷골을 자극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꿈속의 모험은 잊고 있던 동심을 자극하고, 그 모험의 대가는 현실로 이어진다니, 그야말로 판타지가 아닌가.

“좋아.”

나는 두 장의 보상카드를 사용했다.

[최하급 보상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하급 보상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마치 사행성 기운 충만한 모바일 게임의 랜덤 박스처럼 화려한 이펙트를 뽐내며 두 개의 보상이 나타났다.

[5만 원을 획득했습니다.]

[마력이 2증가합니다.]

“응?”

최하급 보상으로 5만 원을 얻고 하급보상으로 능력치인 마력을 2얻었다.

마력이야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만큼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지만, 놀란 것은 같은 등급임에도 최하급 보상 카드에서 5만 원이 나온 것이다.

어제는 만 원 오늘은 5만 원.

아무리 랜덤이라곤 했으나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 않나?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5만 원을 벌다니.”

나쁘지 않다.

아니, 매우 좋다.

덕분에 일 안 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것 아닐까란 글러 먹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을 합치며 하루 3만 원씩 번 셈.

일당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지만, 만약 꿈이 계속 이어진다면 보상도 점점 커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매달리는 것은 나답지 않으니.

그저 재밌는 부수입 정도로 여기기로 했다.

“음……. 상태가 좋은데. 발바닥의 상처도 없고.”

어제도 그랬지만, 그 꿈을 꾸고 일어나면 몸 상태가 굉장히 좋다.

더불어 고블린과의 추격전으로 다쳤던 발이 멀쩡한 것으로 보아 꿈속의 부상은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꿈속에서 죽음을 경험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몸을 사릴 것이다.

그리고 확인할 게 하나.

“신분증.”

그건 바로 꿈속에서 사용 가능한 기능이 현실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였다.

“안되네.”

그러나 신분증을 포함해 지도는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았다.

상승된 능력치는 지혜와 마나에 집중된 만큼 현실에 적용되는지는 확인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꽁으로 얻은 돈과 자고 일어날 때의 개운한 느낌만이 보너스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그래도 회색의 도심에서 떠나는 모험이라니.

각별하지 않은가.

물론 수상쩍고,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나에게 이러는지는 몰라도 크게 불만은 없다.

“목적이 궁금하긴 하지만…….”

이걸로 무속인을 찾아가겠는가, 목사를 찾아가겠는가.

이 현상에 대해 조사를 해도 현실적으로 무언가를 얻긴 힘들 것이다.

“밥이나 먹자.”

오늘은 딱히 일정이 없다.

일정이 없는 날에는 보통 근처 도서관 처박혀 있는데, 오늘은 집에서 서바이벌 관련된 정보를 모아봐야겠다.

***

[5만 원을 입금하시겠습니까?]

혹시 몰라 보상으로 얻은 5만 원도 이상 없는 지폐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들렸는데, 역시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정말 신기하다니까.

“어라, 이게 누구야?”

그리고 그대로 용무를 마치고 은행을 벗어나는데, 등 뒤에서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얼굴이 위치해 있었다.

“박 팀장님.”

그는 바로 내 전 직장상사이자, 항상 나를 고깝게 보던 박상호 팀장이었다.

아마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었다.

“이야, 지훈씨가 사당동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설마 이 시간에 은행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 이 시간에 그 복장으로 은행 온 거 보면, 아직 취직 못했나봐?”

이죽대는 모습에 나는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능력이 딸리면 성격이라도 좋던가. 질투를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고 성과도둑질을 정의로 알고 계신 팀장님 덕분에 이 꼴이죠.”

더 이상 직장상사도 아닌데, 말을 가릴 필요가 없다.

신랄한 대답에 박팀장의 눈꼬리가 꿈틀거렸지만, 이내 가소롭다는 듯이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뭐, 지훈씨가 제법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하긴 했지. 그럼 뭐하나, 나는 여전히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지훈씨는 잘린 입장인데. 직장 생활은 능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능력 있는 거라고?”

“그렇군요. 앞으로도 계속 개처럼 윗대가리에게 꼬릴 흔들면서 사시면 되겠어요.”

백수와 유명 대기업 실무팀의 팀장.

비교가 되지 않는 위치지만, 그렇다고 위축될 필욘 없다.

그의 직급이 나를 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래, 그렇게 말이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해. 앞으로도 계속 힘들 테니까. 입사하고 1년 반 만에 내부 비리로 잘린 사람을 어느 기업이 채용해주겠어?”

잔뜩 흥분해서 내키는 대로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다지 통쾌하단 기분은 들지 않았다.

말로써 그를 쏘아붙였다고 환희에 물들만큼 내가 느낀 모욕감은 작지 않았으니.

그의 언성이 높아진 바람에 우린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나는 이 이상 박팀장을 상대하는 게 바보같이 느껴져서 헛웃음과 함께 걸음을 옮겼고, 그는 내 등을 향해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차라리 눈높이를 낮추는 게 어때? 공장 아니면 공사현장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무 말이나 내뱉는 꼴을 보니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 같다.

화낼 사람은 난데, 자기가 왜 난리람?

“음.”

그렇게 은행을 나서는 와중에 한 가지 의문이 생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얼굴이 새빨개진 팀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저를 싫어하는 거예요?”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나를 귀찮게 했던 박팀장.

신입 때 말대답을 몇 번 한 적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적의를 보일 정도는 아니다.

“…….”

내 물음에 그는 이쪽을 빤히 바라보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신입 주제에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무시하듯 쳐다보는데 좋은 대우를 받을 리가 있나. 주제 파악을 해야지.”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미간을 좁히자, 그는 신경질적으로 나를 밀치고 지나갔다.

“뭐야, 저 병신.”

가해자가 왜 피해자인 척을 하는 거지?

좀처럼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회사의 시스템을 이해한 후로 대놓고 상사에게 불만을 표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만을 표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내가 그 정도도 모르겠는가.

“그러고 보니, 그 초희와 우찬이도 비슷한 말을 했지.”

어제 술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뜬 두 친구가 했던 말을 떠올랐다.

내가 툭하면 자신들을 무시하고 깔봤다는 말.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몇몇 상대방이 이렇게 느꼈다면 내 잘못일까?

아니면 그들의 자격지심이라 해야 할까?

나로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보상으로 저주 능력 생기면 좋겠네. 저 새끼 좀 괴롭히게.”

***

오늘도 어김없이 잠자리에 드니 꿈속 판타지 세계로 이어졌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것은 어제 고블린과의 추격전에서 다쳤던 발바닥이 현실에선 멀쩡했으나, 이곳에선 상처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촌장이 발라준 약초가 효과가 있었는지, 통증이 없고 상처도 딱지가 져서 걷는 데 이상이 없었다.

오늘은 꿈속에서 여러 가지를 조사해볼 생각이다.

더는 이 상황이 일시적인 것이라 볼 수 없는 만큼, 원리를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꿈속에서 최대한 얼마만큼 머물 수 있는지.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고 버티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잠들 거나 깨어나면 이쪽의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

확인할 게 많다.

-똑똑

“지훈 군, 일어났는가.”

노크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카라스 마을 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어서 촌장이 여관방에 들어섰다.

내 얼굴을 확인한 촌장은 어째서인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어젠 의심해서 미안하네, 오늘 마침 여행 가셨던 마법사님께서 돌아오셨더군. 그래서 진상품 목록을 보여드렸더니, 이상 없다고 하셨네.”

“다행이군요.”

아마도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미리 짜여 있던 것 아닐까?

그런데 마법사란 존재에 관심이 갔다.

눈에 띄게 안도하는 촌장을 보며 물었다.

“마법사는 셈법에 강한가요?”

그는 내 물음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는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반응을 보였다.

“마법사는 존재 자체가 학자라 할 수 있네. 이런 벽촌의 주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분이지. 그리고 마법이 수학이란 학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자네처럼 보는 것만으로 계산이 가능하시더군.”

마법이 수학과 관계가 깊다?

더더욱 관심이 간다.

학교에서 배운 많은 과목 중에서도 내가 가장 자신 있던 게 수학이었으니.

“혹시 마법사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마법이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물음에 촌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함부로 뵐 수 있는 분이 아니네. 마법사는 존재자체가 귀족이나 다름없거든.”

그런 것치곤 촌장이 마법사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은데.

극진한 말투로 보아 친구 같은 건 아닌 것 같고, 촌장의 위치가 생각보다 높은 걸까?

뭐, 안된다는데 굳이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다.

더구나 나는 외부인이었으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향해 촌장이 물었다.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호의도 하루 이틀이지, 그가 계속 나를 보살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촌장의 물음은 몸 상태가 나아졌으면 할 일을 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일단 며칠 이 마을에 묵어도 될까요. 당장 정해진 목적이 없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러게나. 오늘까지는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도록 하지. 대신 내일부턴 값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게. 어찌됐든 이 여관도 상업시설이니.”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후 나는 촌장과의 대화를 통해 화폐 단위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곳에선 철화, 동화, 은화, 금화, 백금화가 쓰이며 철화 10개가 동화 1개, 동화 10개가 은화 1개, 은화 10개가 금화 1개와 같다.

화폐를 이루는 금속의 가치가 모두 다른 만큼, 고액화폐에는 여러 금속을 섞어 값을 유지한다.

덕분에 금화는 금보다 동(구리)의 함유량이 훨씬 더 높아서 말이 금화지, 금의 가치를 지녔다고 보긴 힘들었다.

참고로 화폐 중 합금이 아닌 것은 동화뿐이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자유롭게 있게나.”

“감사합니다.”

어제 촌장 퀘스트를 수행하고 받은 은화 5개는 상당한 거금이었다.

일반적으로 평민이 한 달 동안 고된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으니.

여관의 1일 이용료가 식사포함 동화 3개임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2주일을 넘게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나저나.”

[퀘스트 발생]

등급: 하

내용: 고블린 5마리 사냥

보상: 하급 보상카드, 도축 스킬

나는 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발생한 퀘스트를 떠올리며 인상을 썼다.

처음으로 스킬이 보상으로 걸린 퀘스트.

하지만 그 퀘스트의 난이도는 이제까지와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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