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화 (프롤로그)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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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001

프롤로그

나는 자기중심적이며 손해를 싫어하는 계산적인 사람이다.

덕분에 종종 배려심이 부족하다느니, 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항상 그만큼의 결과를 내왔기에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어느 정도 능력이 받쳐 주니, 사람들은 알아서 냉랭한 성격을 무뚝뚝하다고 포장해 주었다.

어쩌면 제법 준수한 외모가 한몫한 것일 수도 있고.

나는 서울에서 명문으로 통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고3 수험생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 4년과 군대 2년, 약간의 휴식기를 더해 26살의 나이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기업에 취업.

엄친아의 표본이자 내세울 것 없는 집안에서 나는 최고의 자랑거리였다.

“지훈씨 정말 답답하네. 그냥 시킨 대로 하면 되지. 왜 자꾸 토를 달아?”

“그게……. 작업이 너무 비효율적이어서요. 이렇게 하면 더 빠르게 마무리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오랫동안 선배들이 고수해온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거잖아?”

“네? 제 말은 그게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이 있으니 일부 수정을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으로……”

“아주 잘나셨네. 그렇게 나랑 얼굴 붉히고 싶어?”

“아, 아뇨.”

“마지막 경고야. 지금 당장 자리로 쳐 돌아가서 그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료 정리해서 나한테 올려. 알겠어?”

“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인생 최고의 결과물이자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직장은 탄탄가도의 연장선이 아닌 흙과 모래, 자갈로 가득한 오프로드였다.

첨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기업의 내부는 군대만큼이나 비합리적이고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체된 집단이었다.

상사들은 아랫 직원이 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으며, 누구 하나가 의욕을 보이면 귀찮은 짓 말라며 주의를 줬다.

그런 주제에 부하가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는 잘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니 이 정도면 군대보다도 질이 나쁘다 볼 수 있다.

성격 같아선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지며 잘못을 지적하고 싶지만, 부모님의 기대와 이후 인생을 생각을 하면 분을 삼키고 직장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요?”

“H케미컬은 지훈씨 담당이잖아! 이게 발뺌한다고 해결될 일이야? 무려 50억이 공중에서 사라졌는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잠시만요! 저는 그저 이메일로 날아든 거래 내역을 보고서에 추가했을 뿐입니다! 조작이 가능한 입장이 아니에요!”

“그 보고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니까!”

“그게 무슨…….”

“지훈씨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야! 나까지 문책을 피할 수 없게 됐잖아!”

“보고서! 그 보고서 좀 보여주세요!”

“됐고! 아마 계좌 확인도 하게 될 테니까. 찔리는 게 있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모두가 인내하는 만큼 아무리 회사가 엿 같아도 참았다.

스스로의 감정을 죽이고 불합리란 단어에 동화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했을까?

나는 입사 1년 5개월 만에 자금유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해고를 당했다.

황당한 건 내 급여 계좌로 조사당일 날 3천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것이다.

생각이 있다면 누가 봐도 수상하게 여길 상황인데, 어째서인지 사건은 추가적인 조사 없이 나만 독박을 쓰고 끝이 났다.

“그러게 내가 말했지? 시킨 일만 하라고. 추가 고소 없이 퇴사조치만 하는 걸 감사히 여겨.”

“이렇게 당하고만 못 끝냅니다. 두고 보시죠.”

“지훈씨, 이 사건을 더 이상 키우려 하지 마. 자칫 50억 손실금에 대해 민사 소송이 들어 올수도 있으니까.”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내 말은 주제 파악을 하란 거지.”

50억이 손실이 났음에도 회사는 이를 덮기 바쁘다.

바보가 아니라면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회사 윗대가리에 의해 벌어진 일이란 걸.

비자금 문제일 수도 있고, 뇌물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개 같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조지훈씨라면 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죄송하지만 저희와는 맞지 않는 듯하군요.”

-면접 번호 101, 조지훈 님. 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만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본사에 입사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비란 단어와 거리가 멀었던 인생에 처음으로 맞이한 내리막길.

우습게도 한번 내리막길에 들어서니,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1년 5개월만에 이름 높은 대기업에서 해고를 당한 이력은 낙인이 되어 아무리 사정을 설명하고 듣기 좋게 포장을 해도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인생이라는 것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뭐야 이건?”

그런데…….

기약 없는 소모전에 서서히 지쳐가던 내게 예상치 못한 기적이 찾아왔다.

[퀘스트 발생]

등급: 최하

내용: 토끼 5마리 사냥

보상: 최하급 보상카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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