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165화 (165/175)

165.

더 원 윤수호.

미국 대통령과 직접 만나 함께 한 회담과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를 타면서 이제 세계적으로 윤수호를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들 정도였다.

윤수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몰려드는 만큼 말썽이나 사고도 많아졌지만 그 이상으로 내수가 증가하면서 정부와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아! 저기 더 원이다!”

“여기 한 번만 봐 주세요!”

“제발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세요!”

윤수호는 공개적으로 여러 나라들을 순방하며 수많은 행사들에 참여하였다. 돈도 돈이지만 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훨씬 크게 작용한 탓이었다.

이제는 ‘더 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상징이 된 윤수호.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사람들은 위안을 얻었다.

실제로도 1차 던전 때보다 오히려 더 강력하다고 판명이 난 2차 던전의 피해 규모가 사실상 작은 이유는 다름 아닌 윤수호 덕분이었으니까.

물론 독일이나 수단, 일본처럼 2차 던전의 발생 국가는 심각한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 나라 국민들도 알고 있었다.

윤수호가 아니었다면 피해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라가 사라졌을 거란 사실을…….

“북한에서 진행 중인 사업 진행 현황 묶음입니다. 확인해 보시고 결재 부탁드립니다, 위원장님.”

“생각했던 것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네요? 혹시 인부들이 무리하거나 혹사시키고 있는 건 아니죠?”

오랜만에 희망동으로 돌아온 윤수호는 밀린 서류 작업들을 검토하다 북한에서 진행 중인 사업 현황들을 확인하고는 조금 놀라 물었다.

그러자 비서, 한고을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인부들의 작업 시간을 줄이는 대신 그만큼 임금을 높여서 인부들의 손해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작업량은 그만큼 더 많은 인부를 고용해 로테이션을 실행함으로 작업 속도를 올렸고요.”

“즉,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 이거네요.”

“모두 위원장님께서 허락해 주신 덕분입니다. 인부들과 현장 감독관들도 매우 만족하고 있고요.”

“혹시 자금이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추가 지원은 얼마든지 해 드릴 테니.”

“그 부분에 관련해서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한고을은 가지고 있던 서류를 윤수호의 앞에 내밀었고 그것을 확인한 윤수호의 눈이 상당히 커졌다.

“응?”

“보시는 바와 같이 그 돈이…… 써도 줄어들기는커녕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설마 살면서 제가 이런 소릴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요.”

한울타리 재단의 재단 수익금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벌써 입금이 되었던가요?”

“예, 그리고 입금 예정일인 국가도 아직 스물여덟 곳이나 남아 있습니다.”

윤수호의 권속들.

그는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수많은 나라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권속들을 파견해 주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해당 국가의 재정 상태에 따라 청구액에 달랐으니까. 많이 버는 나라는 많이 받고, 못 버는 나라들은 무보수로 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많이 버는 나라들이 많이 낸다고 해서 그들이 불평불만을 가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 * *

“오호라, 네 녀석도 좋은 언데드의 자질이 보이는구나. 허허허! 일단은 얌전해지자꾸나.”

8급 재앙종을 손도 쓰지 않고 오로지 망령으로만 제압한 하이데른이 너털웃음을 터트리자, 프랑스의 사령관은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사, 살았다…….”

파리 근교에 갑작스럽게 출현한 8급 재앙종.

그대로 두었다면 파리 전체가 끔찍한 재앙을 맞이했겠지만 늦지 않게 찾아온 하이데른 덕분에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재앙종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렇게 좋은 언데드 소재를 확보한 하이데른이 몸을 돌렸다.

여전히 치렁치렁한 흰 수염과 굵직굵직한 근육질의 몸통, 그리고 ‘I ♡ master.’라고 프린트 된 흉측한 하얀 티셔츠를 자랑하는 하이데른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사령관이 움찔 놀랐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믿지만 눈앞의 노인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자신들은 순식간에 전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런……. 우리 사령관이 꽤나 놀란 모양이구먼. 걱정 말게. 문제는 잘 해결됐으니.”

“아, 예……. 감사합니다! 어르신.”

하나 다행히도 손을 내민 하이데른은 사령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고, 그의 군복에 묻은 먼지까지 다정하게 털어 주더니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감사할 것까지야. 돈 받고 하는 일인데. 그러니까 약속한 기한까지 이 계좌로 확실하게 입금하게. 자네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뒷말은 굳이 붙이지 않아도 잘 알겠지? 껄껄껄!”

“무, 물론입니다! 반드시! 약속한 기일 안에 잔금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그럼 수고하게!”

그렇게 하이데른이 검은 연기와 함께 8급 재앙종의 시신을 가지고 사라지자 사령관은 서둘러 쪽지를 가지고 정부로 향했다.

프랑스 정부에 청구된 금액은 천문학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피도 채 하지 못한 파리 전체가 생지옥이 되는 경우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금액이었던 것이다.

* * *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희망동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불우이웃들의 동아줄이 되어 주었고, 윤수호의 권속들은 주인의 명령을 따라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압!”

“하압!”

“목소리 봐라! 기합은 더 크게! 동작은 확실하게! 발 구름은 강하게! 그래서 문주님만큼 강해질 수 있겠나!”

문하생들의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지며 수련장에 후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수호문의 문주, 윤수호를 바라보고 입문한 수련생들의 열띤 의지와 강한 정신력은 수련장에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저거 봐라. 저, 저……! 저러다 애들 잡지 잡아.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애들 데리고 뭐 하는 짓이야, 저게? 저러다 애들 쓰러지면 자기가 책임진데?”

“그게……. 저희도 그렇게 말렸는데 조 장로님께서 더우면 안 싸울 거냐고 길길이 날뛰시는 바람에…….”

마침 수련장을 지나가던 이선호는 조춘영의 무식한 훈련 방식을 보고 혀를 차자 그를 따르던 교관들이 애써 변명했다.

그러자 이선호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그들을 꾸중했다.

“그거야 어느 정도 몸과 무공이 성장한 애들 얘기고. 이제 막 입문한 녀석들을 저렇게 가르치면 그냥 죽으라는 거지, 저게.”

“예!”

“왜? 뭐 할 말 있어?”

“아, 아닙니다…….”

말이 교관이지 이들은 지금 수련하고 있는 5기생들보다 5년 앞서 입문한 1기 문하생들이었다.

즉, 이들의 교관은 다름 아닌 이선호와 조춘영이었고 당시 그들은 요령도 없이 파이팅이 넘쳤더랬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문하생들이 수련 중에 기절하거나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쳤는지……. 지금 남아 있는 1기 문하생들은 그 시절만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 저려 왔다.

“뭐 해? 가서 말리지 않고.”

“저, 저희가 조 장로님을요?”

“그럼 내가 할까?”

‘문주님! 어디 계십니까? 보고 싶습니다…….’

결국 교관들은 눈물을 머금고 조춘영을 말리기 위해 뛰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교관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이선호의 시선이 수련생들에게 향하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오늘인가? 특무대 입대 시험이. 그 녀석…… 사고나 치지 말아야 할 텐데. 크크큭!”

누군가를 떠올린 이선호는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뒤로 조춘영이 날뛰고 교관들이 날아다녔다.

* * *

“야, 이번에 평범한 친구 신곡 좋지 않냐?”

“넌 인마, 입대 시험이 코앞인데 그걸 이제야 듣냐?”

대한민국 특수임무부대 입대 시험장.

자신의 근처에서 평범한 친구의 신곡을 듣고 있던 두 사람의 대화에 은지한…… 아니, 이제는 강 씨가 된 강지한이 누나를 떠올리며 피식 미소를 그렸다.

‘요새 잘나가나 보네.’

강지연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임수현과 함께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뛰어들었다.

너튜브에서 이미 적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던 터라 어렵지 않게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었고, 음악 방송에도 데뷔했다.

결과 데뷔곡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두 사람은 현재 전국적으로 콘서트도 다니면서 바쁜 스케줄을 이어 나가고 있다 들었다.

이것은 온전히 두 사람의 노력과 재능으로 이루어 낸 성취였다. 누나와 자신이 윤수호의 조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게 누나를 생각하며 괜히 뿌듯해 하고 있으려니 이번엔 다른 쪽에서 수호문에 관련된 이야기가 그의 귀를 간질였다.

“아…… 나도 평범하게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아. 그랬다면 수호문에 입문할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너, 그거 특무대에 입대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반 사람들이 들었다면 칼 맞고 뒈졌다는 거 알지?”

“알지. 알면서 하는 소리 아니냐. 부러우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도 내 말은 신경조차 안 쓸걸. 어차피 요즘 대세는 특무대가 아니라 수호문이니까.”

“야,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도 그걸 특무대 시험장에서 말해야 속이 시원하겠냐? 어휴……!”

두 사람이 아웅다웅아는 얘기에 강지한은 5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

“저 특무대에 입대하려고요.”

“뭐? 그게 정말이야?”

“수호문이 아니라 특무대에?”

특무대에 입대하겠다는 강지한의 결심에 가족들이 놀람을 금치 못했다.

가족들은 강지한이 만약 윤수호의 뒤를 따르고자 한다면 특무대가 아니라 당연히 수호문에 입문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삼촌에게 무공을 배웠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제 근본은 오러잖아요. 그건 수호문의 가장 기본적인 입문 조건에도 위배되고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건 수호 네가 융통성을 조금만 발휘해 주면 어떻겠니? 아예 실력이 없는 아이를 받아들여 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한이 정도면 그래도 입문 자격은 충분하지 않니?”

감자칩을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던 윤수호는 아버지 윤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죠.”

“그럼……!”

“오러만 없었다면 제가 먼저 부탁했을 정도니까요.”

“아…….”

윤수호는 강지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혹시 네가 부탁하면 삼촌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니?”

“아뇨, 반대예요. 삼촌이라면 설령 본인이 정한 규칙을 어기더라도 가족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게 뻔하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네. 그래서 특무대에 들어가려는 거야?”

“제 자신에게 떳떳해지고 싶어서요. 지금까지 삼촌한테 받은 도움만 해도 치트급인데, 여기서 더 어리광을 부릴 순 없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솔직히 특무대든, 수호문이든 상관없어요. 삼촌을 제외하면 세계 최강이 될 사람은 바로 저니까요.”

피식~!

“그렇다는데요? 아버지.”

“그래, 손주가 그렇다는데 특무대면 어떻고 수호문이면 어떻겠니. 어차피 조국을 지키고 사람들을 지켜 주는 건 똑같은데. 대신 어디 가서도 다치지 말고. 혹여라도 다치면 이 할애비 말고 삼촌에게 얘기하거라. 삼촌이 혼내 줄 테니.”

“네, 할아버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강지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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