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145화 (145/175)

145.

마법의 조종이라는 권위를 잃고 언데드로 추락한 본 드래곤.

그렇기 때문에 마법에 대한 권능은 생전만 못했다. 지금도 룬어의 도움이 없으면 마법을 사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파팟! 콰콰콰쾅!

“꺄악!”

“정신 차려! 오수영!”

“집중력을 잃지 마!”

마법에 대한 권능만 소실했을 뿐, 카울은 본 드래곤이다. 생전만 못하다고는 해도 드래곤으로서의 육체 능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은 당연지사.

하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젠장, 뭐가 이렇게 빨라?’

파밧!

김세민은 분명 카울의 빈틈을 노리고 파고들었는데 어느새 녀석의 앞발이 자신의 정면을 할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몸이 찢겨 죽을 것은 자명한 사실. 김세민은 창을 들어 녀석의 앞발을 가까스로 막아 냈다.

콰아앙!

그 대가로 총알처럼 튕겨져 날아간 김세민이 땅에 처박혔다. 하나 김세민이 당했다고 해서 두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는 일.

그의 빈자리를 서둘러 공승환이 채웠다.

이렇듯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은 보는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덩치를 초월하는 파워는 또 어떠한가?

“타압!”

콰아아앙!

전력을 다한 공승환의 폭검이 강한 폭발을 일으키며 카울을 타격했다. 그에 반해서 카울의 반응은 방어라기보다는 어쩌다 움직이며 맞은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크윽……!”

그럼에도 불구하고 튕겨져 날아간 쪽은 다름 아닌 공승환이었다. 카울이 무시무시한 완력으로 그냥 튕겨 내 버린 것이다.

그나마도 치우팀이 이렇게 선전을 펼칠 수 있었던 건 환수족과 텐겐 덕분이었다.

“파르토!”

쿠구구구궁!

텐겐의 입에서 파르토라는 이름이 나오기가 무섭게 그의 앞을 가로막은 파르토가 카울의 꼬리를 받아 냈다.

단지 풍압만으로 벽을 부수고, 바닥을 갈라 버리는 게 카울의 꼬리다. 그런 꼬리를 직접 막아 낸다면 아무리 텐겐이라도 결코 무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파르토는 달랐다.

쩌엉!

“쿨럭……!”

두 다리를 지면에 강하게 박아 넣어 버티고 선 파르토가 암석의 선술로 몸을 완벽히 보호한 후, 녀석의 꼬리를 감싸 안았다.

둔중한 충격에 내장이 손상되고, 그 탓에 식도를 타고 역류한 핏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지만 상관없었다.

그 덕분에 동료들이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까.

“풍뢰!”

콰앙!

꼬리가 막히자 이빨로 물어뜯으려고 목을 길게 뺏던 카울의 머리가 풍태술이 시전한 바람의 선술에 막혀 옆으로 돌아갔다.

바람의 선술은 언데드…… 그중에서도 뼈로만 이루어진 본 드래곤과 궁합이 안 좋았지만 바람을 압축시켜 터트리는 풍뢰는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카울의 빈틈을 텐겐이 노리고 파고들었다.

팟.

다리에 오러를 압축시켜 바닥을 박찬 텐겐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다.

소리보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텐겐의 안광이 번뜩였다. 그의 목적은 본 드래곤의 가슴뼈였다.

다른 곳은 부식되어 미스틱 오러로도 쉽게 자를 수 있었는데, 유독 저 가슴뼈만큼은 쉽게 자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슴뼈와 가슴뼈 사이를 검은 막이 감싸고 있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모양새만 그럴듯하고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럴듯하게 보임으로써 적들을 일부러 현혹시키려는 목적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텐겐은 단지 그게 전부가 아닐 거라는 강한 확신을 느꼈다.

“타압!”

짧은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두른 텐겐.

환검이 통하지 않는 상대이니만큼, 그는 기교를 빼고 최대의 오러를 검에 실어 그대로 카울의 가슴팍을 갈랐다.

쩌걱, 쩌걱!

처음에는 미스틱 오러를 전력으로 담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슴뼈를 반쯤 가르자 검이 멈춰서 더 이상 파고들지 못했다.

‘다음은 없다, 텐겐! 여기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텐겐은 필사의 각오를 다지며 오러를 더욱 더 끌어 올렸다.

“쿨럭……!”

무리한 오러의 운영에 혈도가 버티지 못하고 타들어 가자 핏물이 역류하며 코와 입으로 왈칵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서 자신이 포기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라는 생각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 사이, 태세를 회복한 본 드래곤이 그 어느 때보다 거칠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그에 텐겐은 오히려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래도 이게 정답이었던 모양이구나, 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막아!”

“타앗!”

“간다!”

그에 치우팀과 환수족 전사들이 합심하여 필사적으로 카울을 방해했다.

필사적으로 덤벼들어도 녀석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방해하는 것이 고작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크아아아아아아!”

점점 더 커지는 기합과 함께 텐겐의 검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갈비뼈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검이 완전히 녀석의 갈비뼈를 베어 내자 풍태술이 서둘러 텐겐을 안고 빠져나왔다.

전력을 소모한 텐겐의 몸이 축 늘어졌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정답이었군.’

자신이 베어 낸 갈비뼈 틈으로 보이는 검은 구슬이 푸른 뇌전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틀림없었다. 저것이야말로…….

“놈의 핵이 분명합니다, 엘도라드 공!”

“고생했느니라.”

“엘도라드 공?”

텐겐은 눈을 크게 떴다. 카울의 약점을 찾느라 미처 보지 못했는데 어느새 엘도라드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대천사 우르키엘의 권능을 발동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약 한 달.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며칠을 끙끙 앓아누워야 하는 엘도라드 삼신기의 숨겨진 기능이었다.

[대상을 설정해 주십시오.]

“본 드래곤, 카울.”

[대상을 부정한 존재로 확인, 권능의 발동을 승인합니다.]

삼신기의 발동 후유증도 빌어먹을 만큼 고통스러운데 심지어 발동에는 조건까지 필요했다.

그것은 발동 대상이 부정한 존재일 것.

‘부정한 존재’란 말 그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해악을 끼치는 악마나 언데드들을 뜻했다.

그 때문에 윤수호와의 결전에서는 이 권능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고.

하나 발동 조건이 까다롭고 후유증이 심각한 만큼…….

팟…… 콰아아아앙!

“세상에…….”

“대박…….”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끝내야겠구나.”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단숨에 카울의 품속까지 파고든 엘도라드가 놈의 가슴팍을 그대로 베어 버렸다.

그러자 텐겐의 활약으로 확인했던 녀석의 핵이 푸른 뇌전을 방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카울조차 대처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 엘도라드의 황금검이 녀석의 핵을 그대로 파고들었다.

푸욱!

파지직, 파직!

그 순간, 핵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더 위력적인 뇌전을 사방으로 쏟아 내기 시작했다.

“꺄악!”

“모두 놈에게서 떨어져!”

쾅!

쏟아지는 뇌전 다발 중에 하나를 쳐 낸 공승환의 표정이 구겨졌다.

생각 이상으로 강대한 에너지에 잘못하면 검이 부러지거나 팔이 타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저 주변에서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의 격류가 몰아치고 있을 지, 그의 머리로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공승환은 부하들을 보호하면서 빠르게 텐겐 및 환수족 전사들과 합류했다.

쿠쿠쿠쿠쿠쿵……!

파르토가 빠르게 암벽을 펼쳐 뇌전을 막아 냈지만 수복되는 속도보다 부서지는 속도가 더 빠를 지경이었다.

“스승님!”

“엘도라드 공!”

엘도라드가 걱정되었던 동료들의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그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조금씩 부서져 가는 카울의 벌어진 아가리에서 미증유의 마력이 압축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브레스인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야 여기서 빠르게 발을 빼면 충분히 살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남은 동료들은 반드시 목숨을 잃을 터였다. 하지만 고민은 짧고, 판단은 빨랐다.

누가 뭐라하든 동료들을 믿고 맡기겠다는 윤수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으니까.

“부정한 용의 마지막 발악을 받아 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오너라. 카울! 내가 너의 숨통을 끊어 주마!”

콰우우우우우우우우!

마치 엘도라드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녀석의 입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가 끝난 마력의 브레스가 쏟아져 나왔다.

단순히 마력을 압축시켜 뿜어낼 뿐이지만 그 단순한 공격이 드래곤이라는 생물을 지상 최강의 반열로 우뚝 세운 것이다.

물론 살아 있는 진짜 드래곤의 브레스와 비교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본 드래곤의 브레스는 그저 드래곤 브레스를 흉내 낸, 사실상 마력 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꺼져 가는 핵에 남아 있던 모든 마력을 쥐어짜 쏟아 내는 만큼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순식간에 벽이 날아갔고, 마력에 닿지도 않은 바닥이 녹아내렸으며, 어둠은 세상을 집어삼켰다.

“크윽!”

“우웨엑……!”

“정신을 잃지 마! 정신을 놓으면 죽는다!”

엘도라드 덕분에 직격에서 벗어나 단순히 여파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일행은 필사적으로 오러를 끌어 올려 저항해야 했다.

그나마 파르토, 풍태술, 텐겐같은 톱텐급 능력자 3인이 존재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치우팀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왜 이렇게도 무력한 거냐, 나는……!’

고통받는 부하들을 돌아보며 공승환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눈앞의 텐겐을 쳐다보았다.

자신과 같은 인간이면서 자신과는 다르게 두 다리로 일어나 똑바로 여파를 감당하며 자신들을 지켜 주고 있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질투가 났다.

‘반드시 강해질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릎 꿇지 않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그런 강자가 될 것이다. 반드시……!’

이윽고 여파가 잠잠해지며 주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스승님은?”

“엘도라드 공! 무사하십니까?”

서둘러 보호막과 검막을 거둔 일행이 엘도라드를 찾았다.

그는 부서져 먼지가 되어 사라져 가는 본 드래곤의 잔해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자랑하던 황금 갑주는 빛을 잃고, 황금검 역시 크게 손상되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도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엘도라드는 무사함을 증명하듯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럼! 과인이 누구인데 이까짓 뼈다귀에게 잘못될까.”

“스승님!”

“유난떨지 말거라. 명색이 과인의 제자라면 그 어디에서도 체통을 지켜야 하는 법. 고작 이까짓 일에 눈물을 보여서야 되겠느냐? 허허허!”

오수영이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 안기자 엘도라드는 짐짓 그녀를 꾸짖으면서도 기분 좋은 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보, 보호막이 사라졌습니다!”

그때, 라이프 베슬의 코앞까지 접근한 김세민이 소리쳤다. 그가 그곳에 가서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보호막이 사라졌다는 무엇보다 가장 큰 증거였다.

“자, 이제 저것만 깨부수면 그 사악한 흑마법사를 쓰러트릴 수 있다는 얘기…….”

우우웅……!

그때였다.

“뭐, 뭐야?”

“라이프 베슬이……!”

“우, 움직인다!

라이프 베슬을 검은 베리어가 감싸더니 돌연 라이프 베슬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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