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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돌아왔다-144화 (144/175)

144.

윤수호의 도움 덕분에 어떻게든 탑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일행.

“후우……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정말로 저 터무니없는 괴물을 쓰러트릴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요?”

김세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오수영이 근심을 담아 엘도라도에게 물었다.

“그걸 찾아보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겠느냐. 조바심은 금물이나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마스터라도 이 빌어먹을 공간에서는 한계가 존재하는 법. 게다가 상대는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이니만큼 시간을 지체하면 아무리 마스터라도 위험할 수 있다.”

엘도라드의 말에 일행은 공감했다.

지금도 등 뒤에서 터져 나오는 폭음과 진동은 흡사 세계 대전이 다시 일어난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그런 상황을 고작 두 사람이 연출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행은 윤수호에 대한 경외를 느끼면서도 하이데른의 능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장식용 갑주 외에는 별게 없는데요?”

“일단 주변에 별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김세민과 공승환의 의견에 텐겐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주의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도 경계심은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데드가 탑의 주인이니만큼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말이 씨가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열을 맞춰 통로를 장식하고 있던 장식용 갑주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통로였지만…… 문제는 바로 그 장식용 갑주들이었다.

“어어?”

“갑주들이 움직인다!”

분명 갑주 안에 아무것도 없음을 몇 번이나 확인했음에도 스스로 움직이는 갑주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기겁하며 태세를 갖췄다.

“그렇군. 리빙 아머 놈들이었던가?”

“리빙 아머요?”

“기사의 악령이 깃든 상급의 언데드 몬스터들이다. 신성력이나 정화의 마법 없이는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놈들이지. 조심해라!”

그저 걸어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었던 1층 통로는 어느새 리빙 아머들로 가득 차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이 되고 말았다.

파앗!

그 순간, 일행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리빙 아머가 엄청난 속도로 적들에게 뛰어들었다.

깡!

“크윽!”

김세민은 가까스로 놈의 공격을 막아 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텅 빈 갑주에 악령이 깃든 언데드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녀석의 스피드는 소리에 필적했고 완력은 김세민조차 주춤할 정도로 대단했다.

문제는 갑주에 깃든 악령이 평범한 악령도 아닌 기사의 악령이라는 사실이었다.

채챙챙챙……!

놈들은 자신들이 생전 평생을 바쳐서 익혔던 고급 검술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김세민을 압박했다.

당연히 김세민의 손발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그의 이마에서도 식은땀 한 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 내렸다.

‘젠장, 검술만으로도 귀찮은데 하필이면……!’

김세민이 녀석의 빈틈을 노려 팔목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텅그렁!

잘린 건틀릿에서는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야 당연했다. 처음부터 텅텅 비어 있었으니까. 심지어 잘려 나간 건틀릿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잘린 팔목에 달라붙어 빠르게 수복되기까지 하였다.

심장을 찔러도, 머리를 날려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째 언데드 새끼들은 하나같이 부활과 재생이 패시브냐, 젠장!”

“투덜거릴 시간 있으면 뛰어! 멍청아!”

김세민은 달라붙던 리빙 아머 한 마리를 억지로 떼어 놓고는 오수영과 함께 서둘러 엘도라드의 뒤를 쫓았다.

“제법 귀찮은 녀석들이구나.”

촤아악!

아무리 리빙 아머라고 해도 상대는 엘도라드다. 그가 황금의 검을 휘두르자 황금빛 검기가 전방을 휩쓸면서 리빙 아머들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물론 리빙 아머들은 잘려나가기 무섭게 재생하기 시작했지만 그때는 이미 일행이 놈들을 지나간 후였다.

“통로의 끝이 보인다!”

지옥같은 통로의 끝이 보이자 공승환이 소리쳤다. 그와 함께 엘도라드가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러 통로 끝에 몰려 있던 리빙 아머들을 제거하고는 크게 외쳤다.

“지체 말고 빠져나가!”

엘도라드를 지나쳐 빠르게 통로를 빠져나가는 일행. 그렇게 모든 일행이 빠져나가고, 마지막으로 남은 파르토가 출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흐읍!”

그러고는 지면을 몇 겹으로 솟구치게 해 그대로 출구를 막아 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연히 리빙 아머들은 벽을 부수기 위해 들이받으며 육탄 공격도 불사했다. 하지만 파르토가 선기의 대부분을 사용하여 만든 벽은 그 정도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두 분 모두.”

오수영은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엘도라드와 파르토에게 건넸다.

“아무래도 쉬고 있을 시간은 없을 것 같구나.”

엘도라드는 포션으로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통로를 빠져나온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살기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나 흉흉한 살기가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지…… 엘도라드는 탑 자체가 자신들의 적이라는 착각마저 느낄 정도였다.

“긴장 늦추지 말고 가자.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예!”

일행은 그렇게 탑의 정상을 향해서 미친 듯이 돌파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서 모두가 활약을 펼쳤지만 가장 큰 활약을 펼친 두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엘도라드와 파르토였다.

-생자여, 죽음을 받아들…….

“시끄럽다!”

콰앙!

앞을 가로막은 수많은 적들도, 정면에서 쏟아지는 언데드들의 무수한 공세도, 모두 엘도라드가 감당했다.

그가 싸움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탓도 있었지만 그것 보다는 가장 빠르게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엘도라드가 선봉에서 언데드 무리를 한 번 박살 내고 나면 나머지 일행이 주변을 정리하면서 빠르게 엘도라드의 뒤를 쫓았다.

파르토는 가장 후미에서 길을 봉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강암벽!”

쿠구구구구구구!

아무리 엘도라드가 검으로 언데드들을 썰어 놔도 놈들은 반드시 다시 부활한다.

핵도, 약점도 존재하지 않는 녀석들은 아무리 죽여도 탑의 힘을 받아 얼마든지 재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도 시간은 필요했다. 손상이 클수록 재생에 필요한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그렇게 재생이 완료되어도 파르토가 막아 놓은 벽 때문에 일행을 뒤쫓은 건 무리였다.

파르토가 없었다면 일행은 정면에서 몰려드는 적에 더해 후방에서 쫓아오는 적들에게 둘러싸여 여지없이 전멸했을 지도 몰랐다.

전방을 빠르게 부수는 엘도라드와 후방을 완벽하게 봉쇄하는 파르토.

두 사람의 활약 덕분에 일행은 큰 피해 없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여기가…….”

“탑의 정상이다.”

사람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무리 엘도라드의 뒤를 쫓아 그나마 편하게 도착했다고는 하지만 죽지 않는 언데드 군단을 상대로 66층을 뛰어 올라왔으니…….

지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벌써 지친 게냐? 한심한 녀석들.”

‘있었네. 여기 그 이상한 사람…….’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 일행 중에서 누구보다 지쳐 있었어야 할 사람인 엘도라드가 일행 중에서 가장 멀쩡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땀을 조금 흘리고는 있었지만 호흡은 처음과 거의 같았고 기세도 여전히 굳건했다.

‘던전 안이라고는 해도 위원장님과 자웅을 겨루셨다는 얘기가 확실히 허언은 아니구나.’

‘위원장님께서 왜 스승님을 믿고 우리를 맡기셨는지 알 것 같네.’

숨을 돌리고 나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주변을 좀 더 확실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여긴 어째 아래층들보다 공간이 훨씬 더 넓은 것 같은데요?”

외부에서 봤을 땐 딱히 정상이라고 해서 탑의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탑의 특성상 가장 좁은 곳이 바로 탑의 정상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도착한 탑의 정상은 가장 넓었던 1층 로비보다 족히 세 배 이상은 넓어 보였다.

“아마도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탓이겠지. 그보다 주의해라. 아무것도 없다는 게 되레 마음에 걸리니까.”

엘도라드가 주의를 주자 사람들이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상에는 리빙 아머로 추정되는 갑주는커녕, 그 흔했던 언데드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신 붉은 레드 카펫을 따라 그 끝에 묘한 붉은 빛을 흘리고 있는 농구공 크기의 구슬이 존재했다.

“아무리 봐도 저게 하이데른의 라이프 베슬 같지? 하지만 그런 게 버젓이 눈앞에 드러나 있다는 건…….”

“누가 봐도 함정이라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한번 확인해 보죠.”

촤아악!

앞으로 한 발짝 나선 풍태술이 부채를 휘둘렀다. 그러자 초승달 형태의 칼날 바람이 날아가 둥둥 떠 있던 라이프 베슬을 그대로 공격했다.

하지만…….

콰앙!

칼날 바람은 라이프 베슬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무형의 벽에 막혀 흔적도 없이 소멸하였다.

“보호막?”

“역시 쉽게는 갈 수 없다 이건가?”

“잠깐, 저기……!”

오수영이 하늘을 가리키자 일행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엘도라드의 시선은 그보다 먼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르르릉…… 콰콰쾅!

뻥 뚫린 천장 너머로 보이는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뇌성벽력이 달리자 그 위에서 거대한 형체가 먹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뼈와 구멍 뚫린 피막만 남은 앙상한 날개를 활짝 펼쳐 활강한 그것이 탑의 정상에 내려앉았다.

“…….”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대략 정신이 반쯤 나간 그들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라이프 베슬의 파수꾼, 본 드래곤 카울이 출현했습니다.]

콰우우우우우……!

“이런……!”

“모두 정신 차려!”

카울의 울부짖음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정신을 일깨웠지만 소용없었다.

“어, 어째서 몸이…….”

“젠장! 제발 좀 움직여라!”

본 드래곤이라도 일단은 드래곤이다.

사기를 품은 카울의 드래곤 피어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잠식당해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 것이다.

뒤늦게 오러를 끌어 올려 몸을 침식한 피어와 사기에 대해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카울이 앞발을 뻗자 앞발 앞에 생성된 마법진에서 수많은 흑마법들이 쏟아져 나와 일행을 공격한 것이다.

콰아아아앙!

“스승님!”

“나는 괜찮다! 그보다 너희는?”

이미 대비하고 있던 데다 입고 있는 전설급 황금 아이템들의 효과 덕분에 드래곤 피어의 억압에서 가장 빠르게 빠져나온 엘도라드가 일행을 보호했다.

“스승님 덕분에 저희도 괜찮습니다!”

“싸울 수 있습니다!”

엘도라드 덕분에 피어의 억압에서 빠르게 빠져나온 사람들이 태세를 갖췄다.

“상대는 본 드래곤이니라. 죽어서 언데드가 됐다고는 해도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고 불리던 존재다. 티끌만큼의 방심도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라!”

“예!”

콰우우우우우!

카울은 다시 한 번 울부짖으며 드래곤 피어를 발산했지만 이번에는 엘도라드가 한발 빨랐다.

파앗!

녀석이 피어를 다시 사용할 걸 예상했던 엘도라드가 놈에게 뛰어들며 검을 휘두른 것이다.

콰아앙!

카울의 턱뼈가 부서지며 피어가 이상한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 덕분에 피어의 효과를 덜 받은 사람들이 빠르게 피어를 이겨 내며 역습을 시작했다.

“치우팀은 놈의 손을 묶어라! 놈은 손으로 룬을 그려 마법을 사용하느니라. 손만 묶어도 놈이 마법을 방지할 수 있다! 나머지는 놈의 후방과 하체를 노려서 공격하라!”

엘도라드의 지시에 따라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일행의 공격이 이어졌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카울의 주변에서 수많은 빛과 폭발이 명멸하고…… 그들이 최선을 다해서 본 드래곤의 발목을 잡는 사이, 엘도라드도 숨겨 두었던 비장의 기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걸 쓰는 건 영 탐탁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그 순간, 엘도라드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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