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139화 (139/175)

139.

“뭐, 뭐야? 누가 말 한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하늘 위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오자 오수영이 당황해서 하늘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김세민이 무기를 뽑아들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오러를 끌어 올렸다.

“전원 전투 준비!”

윤수호의 외침에 일행이 무기를 뽑아들고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사이, 검은 늪지대에 가라앉아 있던 사체들이 별안간 벌떡벌떡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쟁이라도 하다 죽은 것일까?

사체들은 망가진 갑옷을 입고, 녹슨 무기를 든 채 텅 빈 눈구멍으로 살아 있는 인간들을 응시하였다.

꿀꺽…….

순간, 일행이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표정을 지을 수 없는 사체들이지만 놈들이 발하고 있는 분위기, 감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분노.

그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끊임없는 분노와 갈증이었다.

‘언데드 몬스터라…… 골치 아프게 됐군.’

윤수호는 상대가 언데드 몬스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언데드 몬스터의 특성상, 일정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그 어떤 강자라도 상대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몬스터들이었기 때문이다.

“놈들은 언데드 몬스터들이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놈들을 쓰러트릴 수 없다. 놈들을 쓰러트릴 조건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체력과 오러를 아껴!”

“예!”

“온다!”

그 순간, 언데드 몬스터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리지만 힘이 엄청난 놈들이다! 정면으로 맞붙지 말고 놈들의 약점을 찾아!”

공승환의 외침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분주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그의 말처럼 언데드들의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공격하는 느낌이랄까?

행동 자체도 굉장히 부자연스러웠고 뭔가 탁탁 끊기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완력 자체는 상당했다.

캉!

‘칫! 제대로 흘려도 이 정도인가?’

김세민은 창으로 달려드는 좀비의 공격을 흘리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힘을 대부분 흘렸음에도 손에 남는 감각이 묵직했다. 이 정도면 완력 자체는 힘이 장기인 상급의 알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타압!”

콰작!

‘젠장, 뭐가 이렇게 단단해?’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부순 오수영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녀석은 머리가 부서졌음에도 녹슨 검을 휘둘러 그녀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망가진 갑옷이 무색할 만큼 놈들의 육체는 단단하고 질겼다. 오러를 두르더라도 제대로 맞지 않으면 몸을 부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물론 베거나 찌르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고.

쿠르르륵…….

“아, 또……!”

안타까움이 가득한 오수영의 탄식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덤벼드는 다른 녀석을 상대하는 사이, 머리가 부서진 녀석의 머리가 재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숫자가 더 늘어나는 것 같은데?’

착각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손발이 바쁘다 못해 어지러워질 지경이었으니까.

놈들의 움직임은 시종일관 똑같았으니 결국 덤벼드는 언데드의 숫자가 더 늘었다는 반증이었다.

콰앙!

“정신을 집중하거라.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머리를 비워야 몸과 머리가 꼬이지 않느니라.”

“스승님!”

어느새 나타나 일격에 열댓 마리의 언데드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엘도라드.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핏!

콰콰콰콰!

일섬에 검풍을 휘몰아치며 언데드를 상대하기 힘들다는 일본도로 순식간에 언데드를 도륙하는 텐겐.

그 역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을 도와 가며 전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놈들의 약점이 뭘까요? 머리를 부숴도 재생하고, 가슴을 으깨도 살아나니…….”

“과인도 모른다.”

오수영의 질문에 엘도라드는 고민 없이 대답하며 검을 휘둘렀다.

황금의 검이 위험한 기운을 뿌리며 허공을 가르자 또 다시 열댓 구의 언데드가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정도 언데드만으로는 엘도라드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수영의 표정은 편하지 못했다. 그건 상대가 끝없이 부활하는 언데드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검귀라도 언젠가는 체력이 고갈되고 오러도 바닥날 거야. 그렇게 되면 끝장. 그 전에 무슨 수를 찾아야 하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느냐.”

“네?”

“뭘 그렇게 쓸데없이 걱정하느냔 말이다. 너희들은 이끄는 자가 누구인지 벌써 잊은 게야?”

“아…….”

엘도라드는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걱정 말거라. 아무래도 마스터가 방법을 찾은 것 같으니.”

* * *

스윽.

콰콰콰콰콰쾅!

윤수호가 설을 휘두르자 터져 나온 검풍에 수십 마리의 언데드가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내공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도 그만한 위력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수십 마리의 조각난 언데드들은 순식간에 복구되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적을 향해 몰려들었다.

심지어 그것은 선기를 이용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언데드들의 재생 속도가 좀 더 느려졌을 뿐.

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쾅!

윤수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몇 번 더 검을 휘두르며 주위를 살폈다.

‘공략이 존재하지 않는 던전은 없다. 일견 공략이 불가능해 보이는 던전이라도 반드시 공략법은 존재한다.’

윤수호는 눈을 감고 기감을 펼쳤다.

다시 한 번 검이 수려한 곡선을 그리고, 사나운 검풍이 언데드들을 무참히 박살 낸다. 그리고 부서진 언데드들이 복구된다.

여기까지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음?’

윤수호의 기감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그것은 늪의 검은 물 밑에서 조용하게…… 은밀하게 헤엄쳤다. 그러다 부서진 언데드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조용히 다가갔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머무는 시간은 대략 3초 정도 될까?

그때마다 언데드는 빠르게 수복되었고 그것은 왔을 때처럼 소리 없이 물 밑으로 사라졌다.

피식…….

윤수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낚시라……. 그럼 미끼부터 던져야겠군.”

콰콰콰콰콰콰쾅!

윤수호가 정면으로 검을 휘두르자 검풍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전방을 휩쓸었다.

당연히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던 언데드들은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그러자 예외 없이 그것들이 조용히 나타나 언데드 곁을 맴돌았다.

시간은 정확히 3초. 접근해서 검은 물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그것들을 발견해 정확히 제거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쩌엉!

수면을 밟고 서 있던 윤수호가 왼발을 들어 가볍게 진각을 밟았다.

내공이 회복되지 않는 던전에서 내공을 사용한다는 것은 꽤나 신중해야 할 일이다. 즉, 윤수호가 내공을 써서 진각을 밟았다는 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라는 뜻이었다.

진각을 밟은 왼발을 중심으로 생성된 파문이 무서운 속도로 수면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파문이 반경 수백 미터를 휩쓸고 지나가는 데는 1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당연히 모습을 드러낸 후, 최소 3초는 머물러야 하는 그것들이 윤수호의 파문을 피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결국…….

퍽퍽퍽퍽퍽퍽퍽!

파문에 휩쓸려 몸뚱이가 부서진 그것들이 수면 밖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저것들은?”

“뱀장어?”

“잠꼬대하냐? 여기에 뱀장어가 있을 리 없잖아. 십중팔구 언데드들을 부활시키던 원흉이겠지.”

사람들은 활기를 되찾았다. 윤수호가 공략법을 찾아낸 덕분이었다.

“아자!”

“타압!”

기운을 끌어 올린 그들은 기합을 내지르며 최선을 다해 언데드들을 부쉈다.

물론 엘도라드나 텐겐을 제외한 다른 일행은 언데드들을 부수고 그 즉시 3초 만에 사라지는 뱀장어들을 찾아내 처리할 능력이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파파파팟……!

이미 기감을 펼쳐 일대를 장악한 윤수호다. 뱀장어들의 이질적이고 희미한 기감을 이미 그가 알아 버린 이상, 그의 지풍이 뱀장어를 빗나갈 확률은 0%에 수렴했다.

그렇게 지풍에 당한 뱀장어들의 사체가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데드들과 반대로 녀석들의 이동 속도는 무시무시했지만 방어력은 별게 없었는지 아주 약한 지풍에도 간단히 당할 정도였다.

“확실히 언데드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집중해!”

공승환의 외침에 사람들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언데드들을 상대했다.

그 결과, 모든 뱀장어들이 당하자 더 이상 부활하는 언데드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완전히 침묵한 것이다.

“이게 아이템이구나.”

“대박…….”

죽은 언데드들은 아이템을 드롭하지 않았다. 대신 죽은 뱀장어들이 다량의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아이템들을 수거했다.

“어떻게 이런 게…….”

텐겐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소지품 창이라는 것도 그렇고, 죽은 몬스터에게서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윤수호는 놀라고 있는 텐겐에게 다가와 아이템에 대해 설명했다.

“던전 공략에 실패해서 던전 밖으로 출몰한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아이템을 습득할 수가 없더군요. 왜 그런지 이유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거였군요. 어쩐지…….”

던전 사태 1차전 당시, 텐겐은 던전에서 출몰한 몬스터들을 수도 없이 잡았지만 단 한 마리도 아이템을 드롭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여기서 밝혀진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알렉산드로가 사용하는 아이템들도 전부…….”

“그가 던전을 들어가 공략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죠.”

“그렇군요. 아쉽습니다. 그때 우리도 용기를 가지고 던전을 공략했다면…….”

그에 윤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던전을 들어가는 게 반드시 정답이라고만은 할 수 없죠. 당시 던전은 미지의 영역이었고, 거기에 국가 최고 전력을 투입한다는 건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의 판단이 정답이고 알렉산드로가 매우 위험한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만큼 큰 보상을 얻기도 했고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약 때문에 여기서 얻은 아이템들은 모두 제게 귀속됩니다. 물론 그것은 당신이 획득한 아이템도 마찬가지고요.”

“챙겨 가겠습니다. 대신 포션 같은 유용한 아이템들의 사용권한을 허가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듣자 하니 이곳은 포션의 도움 없이는 공략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더군요.”

“그러죠.”

윤수호는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전력을 유지하려면 포션의 사용은 필수불가결이었고 그걸로 짐꾼이 늘어난다면 자신에게도 큰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용하거나 성능 좋은 아이템들을 선별하여 챙긴 이들의 눈앞에 별안간 무언가가 나타났다.

“저건…….”

“포털?”

“아무래도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포털 같은데요.”

그것은 끝부분이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나 볼법한 돌문의 안쪽으로 신기한 빛무리가 서렸는데 그것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포털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문이 세 개나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나눠서 공략해야겠군.”

윤수호가 일행들과 함께 던전을 찾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만약 저번처럼 혼자서 이곳을 찾아왔다면 그가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던전의 규칙상 던전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했을 터였다.

“그럼 우리는 왼쪽으로 가지.”

엘도라드와 치우팀이 왼쪽 문으로 향하고…….

“저희는 오른쪽 포털을 타겠습니다.”

텐겐과 환수족의 두 전사가 오른쪽 포털로 향했다.

“잠시 후에 보도록 하지.”

윤수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남기고 중앙에 위치한 포털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든 일행들을 집어삼킨 포털이 조용히 모습을 감추었다.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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